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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바시 이중 억제 구조와 바탄 해역 사태: 필리핀의 관점과 한국에 대한 함의

분류
current_watch
발행일
2026년 10월 2일
삽화

총괄 요약

10월 1일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바탄주 해역에서 중국 조사선 지아하이커 7호를 퇴거시킨 사건은 미일 중심의 '대만 유사시 남쪽 측면' 프레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필리핀에게 이는 영유권 담론, 일-필 EEZ 경계획정 견제, 해저 조사로 이어지는 중국의 단계적 법률전이자 자국 최북단 영토 주권의 문제다. 마닐라는 대만 문제와의 연루를 피하면서 주권·UNCLOS·법 집행의 언어로 대응하고, 해군 대신 해안경비대를 전면에 세워 류큐-바시 이중 억제 구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방식은 미중 전략경쟁과 아시아-태평양 해양안보 구도 속에서 미일필 소다자 협력의 실행 양태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의 비군사적 수단에 의한 회색지대 압박 패턴을 드러낸다. 서해·이어도 해역에서 유사한 압박에 직면한 한국은 필리핀의 탐지·대응 모델과 '주권의 언어' 전략을 비교 준거로 삼되, 해경 중심 대응의 실효적 한계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I. 이슈 상황분석

미일-미필 소다자 협력, 류큐·바시 해협 양방향 대중 억제태세 구축

1. 이슈 배경 및 경과

바탄주는 필리핀 최북단 행정구역이다. 대만 남단 간쑤이에서 바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본다. 이 해역은 오랫동안 필리핀 안보 담론에서 변방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2022년 마르코스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필리핀은 군 현대화와 안보 파트너십 확대를 국가 정책 기조로 채택했다[8].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 체결 75주년을 전후해 미국·일본을 포함한 역외 파트너와의 훈련 빈도와 접근 기지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8].

이 흐름 속에서 바탄의 전략적 위치가 재조명됐다. Foreign Affairs는 류큐 열도의 미일 배치와 바시 해협의 미필 협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대만 북동쪽과 남쪽 양측에서 중국의 해양 지배를 거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1]. 이는 미국·일본 중심 시각에서 나온 해석이다. 그러나 마닐라의 입장에서 바탄은 대만 방어의 부속 전선이 아니다. 자국 최북단 국경이자 주권이 걸린 영토다.

중국의 압박은 담론 차원에서 먼저 나타났다. 올해 5월 필리핀과 일본은 배타적경제수역·대륙붕 경계획정 공식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중국은 이를 즉각 비판했다. 6월 30일 중국 지난대학 학술회의에서는 중국 학자들이 바탄을 대만의 "자연적 지리적 연장"으로 규정했다.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이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사전에 계획된 의도의 신호"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이 발언 이후 테오도로 장관은 순찰 범위를 북부 해역에서 전체 해역으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측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관측됐다. 교도통신은 중국 해양조사선이 3월부터 7월까지 센카쿠 열도 인근 일본 EEZ에서 반복적으로 조사를 수행했다고 AIS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도했다. 일본 방위성 소식통은 이 자료가 대만 유사시를 염두에 둔 해저 지형 파악 목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7]. 류큐와 바시 양쪽에서 동시에 해저 조사 압박이 진행된 셈이다. 이는 중국이 영유권 담론과 해저 조사를 결합해 양측 해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2. 현재 상황

10월 1일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바탄주 이트바얏섬 북서쪽 해역에서 중국 조사선 지아하이커 7호를 퇴거시켰다. 97미터급 최대 함정 BRP 테레사 마그바누아와 항공기가 투입됐다. 이 선박은 9월 28일부터 해저 케이블 통과 수역에 머물렀다. 필리핀은 무단 해저 조사로 판단했다. PCG는 선박이 AIS 위치를 의도적으로 위장했다고 밝혔다. 이트바얏 감시소가 없었다면 탐지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퇴거 과정에서 중국 해경 함정이 조사선을 엄호하고 나섰다. PCG는 지아하이커 7호가 명목상 민간 소유 선박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와의 연계, 수집 데이터의 용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시기 남중국해 다른 해역에서도 긴장이 이어졌다. 중국군은 분쟁 중인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필리핀의 재보급 임무 방해 의혹 제기 이틀 뒤였다. 중국 남부전구사령부는 이를 "특정 국가"의 지역 평화 저해 행위에 대한 필요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4]. 9월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 휴전 연장이라는 상징적 성과를 낸 것과 별개로, 같은 주 서필리핀해에서는 필리핀·일본 주최로 8개국 11척이 참가한 ADMM-Plus 해양안보 연합훈련이 진행됐다. 중국은 개막식에만 참석하고 해상 훈련 단계는 회피했다. 스카버러 암초와 세컨드 토마스 숄에서는 필리핀과의 대치가 병행됐다[8]. 중국의 전술은 군사적 충돌을 회피하면서 민간·준군사 자산으로 압박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다자 협력 구도는 더 구체화되는 추세다. 2026년 2월 미·일·필 3국은 MMCA(다자해상협력활동) 훈련을 처음으로 바시 해협 인근에서 실시했다.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동맹·우방국과의 공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 발리카탄 훈련에서는 일본 자위대가 자국 영토 밖에서 처음으로 12식 지대함미사일을 실사격했다[8]. 일본 육상자위대는 다음 달 미일 연합훈련 킨소드에서 중국 연안까지 사거리에 드는 25식 지대함 유도탄 발사 훈련도 예정하고 있다[13]. 류큐 열도와 바시 해협 양쪽에서 미국의 동맹·파트너 네트워크가 동시에 화력과 감시 자산을 축적하는 흐름이다.

3. 주요 행위자 및 입장

필리핀은 이 구도에서 가장 복합적인 위치에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이 대만 전쟁에 원치 않게 끌려 들어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계했다. 동시에 대만 내 다수 필리핀 노동자 문제를 이유로 유사시 대비 계획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이중적 태도는 마닐라의 외교적 셈법을 보여준다. 대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 중국과의 정치적 충돌 비용이 커진다. 대신 필리핀은 주권·EEZ·UNCLOS·핵심 기반시설 보호라는 법 집행 언어를 택했다. 군이 아닌 해안경비대를 최전선에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퇴거 작전에서 투입된 BRP 테레사 마그바누아함은 일본 ODA로 건조된 대형 경비함이다. 법 집행 수단에 담긴 일본의 실질적 기여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민간 조사선과 해경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군사 행동의 문턱 아래에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지아하이커 7호의 AIS 위장과 민간 선박 명의는 이런 전술의 전형이다. 테이완 사무판공실은 대만-필리핀 간 해경 함정 이전 건에도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15]. 중국은 영유권 담론(지난대학 학술회의), 경계획정 견제(일-필 EEZ 협상 비판), 해저 조사(지아하이커 7호)를 순차적으로 결합하며 바탄을 압박하는 누적적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류큐 열도 배치를 통해 대만 북동쪽 측면을, 필리핀과의 공조를 통해 남쪽 측면 억제에 간접 기여하는 이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필 EEZ·대륙붕 경계획정 협상은 단순한 양자 현안을 넘어 류큐-바시 억제선의 법적 연결 고리로 기능한다. 중국이 이 협상 직후 바탄 영유권 담론을 제기한 것은 이 연결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미국은 미일, 미필 양자 틀을 유지하면서 2026년 2월 MMCA 훈련처럼 3국 소다자 틀로 확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자원 제약 속에서 동맹국에 부담을 분산시키는 구조적 선택의 연장선이다[3][8]. 미일호 축의 훈련 확대, 필리핀·일본 주도 ADMM-Plus 훈련 등은 모두 이 부담 전가 기조와 맞물려 있다.

4. 핵심 쟁점

첫 번째 쟁점은 "비군사적 수단에 의한 군사적 경쟁" 구도의 고착화다. 중국은 민간 조사선·해경을, 필리핀은 해안경비대·감시소를 각각 전면에 내세운다. 양측 모두 군사적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피하면서 실질적인 해양영역인식(MDA)과 접근 거부 능력을 축적하고 있다. 이 구도는 명확한 임계점 없이 상시적 긴장을 유지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중국 해경의 대만 동부 해역 상시 순찰 전환 사례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된 바 있다[18].

두 번째 쟁점은 필리핀의 전략적 모호성이 가진 한계다. 마르코스 정부는 대만 문제와 거리를 두는 수사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류큐-바시 이중 억제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이 바탄을 "대만의 지리적 연장"으로 규정한 것은 이 모호성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주권의 언어로 억제에 참여하는 전략이 중국의 법률전 공세 앞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가 관건이다.

세 번째 쟁점은 일-필 경계획정이 갖는 함의다. 이 협상은 양자 해양 경계 문제를 넘어 류큐 열도와 바시 해협을 잇는 법적·물리적 연결고리로 작동할 소지가 있다. 중국이 협상 발표 직후 담론 공세를 전개한 정황은 이 연결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네 번째 쟁점은 한국에 대한 비교 시사점이다. 필리핀은 대만 문제의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면서도 주권 수호의 논리로 사실상 억제 구조에 기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서해와 이어도 해역에서 유사한 회색지대 압박에 직면한 한국에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다. 다만 필리핀 사례는 미일 동맹이라는 이중 후견 구조 속에서 가능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 단일 축에 의존하는 한국의 조건과는 차이가 있다.

II. 이슈 심층분석

이슈 심층분석: 류큐·바시 이중 억제 구조의 근본 원인과 구조적 맥락

1. 근본 원인: 지리적 숙명과 법적 공백의 결합

바시 해협이 대만 유사시 핵심 변수로 부상한 근본 원인은 지리 그 자체에 있다. 대만해협이 봉쇄되거나 전장화될 경우 중국 인민해방군 함대가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적이다. 류큐 열도를 통한 북측 루트와 바시 해협을 통한 남측 루트가 사실상 전부다. Foreign Affairs가 지적하듯 미일의 류큐 배치와 미필의 바시 해협 협력은 이 지리적 제약을 역이용해 대만 양 측면에서 중국의 해양 지배를 거부하는 구조를 만든다[1]. 이 구조는 누군가 설계했다기보다 지리적 병목이 먼저 있고 그 위에 군사적 대응이 얹힌 결과에 가깝다.

그러나 필리핀의 시각에서 근본 원인은 다른 층위에 있다. 바탄을 둘러싼 긴장의 발화점은 군사 배치가 아니라 법적 지위를 둘러싼 담론 경쟁이었다. 6월 30일 중국 학계가 바탄을 대만의 "자연적 지리적 연장"으로 규정한 것은 단순한 학술 발언이 아니다. 이는 필리핀·일본의 EEZ·대륙붕 경계획정 협상 개시 직후에 나온 반응이다. 중국이 이 협상을 비판한 시점과 겹친다는 점에서, 바탄의 지위를 대만 문제에 종속시켜 일-필 경계획정 자체의 법적 정당성을 흔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즉 근본 원인은 군사 경쟁이 아니라 UNCLOS 체제 안에서 관할권 경계를 선점하려는 법률전(lawfare)이며, 해저 조사선 투입은 이 법률전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중국 해경의 대만 동부 해역 상시 순찰 전환 사례는 이 법률전 방식의 반복성을 보여준다. 중국은 UNCLOS를 부정하지 않고 그 언어로 자국 EEZ·대륙붕 관할권을 주장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이는 남중국해 구단선 논리와 동일한 법적 구조로 제3국의 절차적 반박을 어렵게 만든다[18]. 바탄 해역의 조사선 사건도 같은 문법을 따른다. 영유권을 직접 주장하는 대신 "조사"라는 중립적 행위로 실효 지배의 근거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2. 구조적 맥락

안보구조: 비군사적 수단에 의한 군사적 경쟁

이 사안의 구조적 특징은 양측 모두 군사 자산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명목상 민간 소유인 지아하이커 7호를 투입하고 해경이 엄호하는 방식을 택했다. 필리핀은 해군이 아닌 해안경비대를 최전선에 세웠다. 이는 우발적 선택이 아니라 양측 모두에게 합리적인 전략이다. 중국에게는 군사 충돌로 비화할 경우 미국의 상호방위조약 발동 요건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고, 필리핀에게는 대만 문제에 연루된다는 정치적 부담 없이 주권·EEZ 침해라는 법 집행의 언어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중국 해경의 동부 해역 상시 순찰에서도 침묵·모호성 전술이 기존 조기경보 지표의 유효성을 무너뜨린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18]. 바탄 해역에서도 AIS 위치 위장이라는 동일한 모호화 전술이 반복됐다.

이 구조는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축인 대만해협·서태평양 군사경쟁과 직접 연결된다. 동시에 지역 정세·분쟁 영역에서 다루는 해상교통로·항행의 자유 문제와도 겹친다. 중국 해경의 순찰 상시화가 대만 동부 해역, 류큐, 바시 해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는 특정 사건이 아니라 회색지대 압박이 누적적으로 상시화되는 경로로 봐야 한다[18].

동맹구조: 소다자 협력의 비대칭적 확대

동맹·다자안보 측면에서 이 사안은 미일 양자동맹과 미필 양자동맹이 별개로 심화되다가 바시 해협을 매개로 사실상 연결되는 양상을 보인다. 2026년 2월 미·일·필 3국이 MMCA 훈련을 처음으로 바시 해협 인근에서 실시한 것은 이 연결이 양자 차원을 넘어 제도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오리엔탈 실드 26 확대로 대표되는 미일호 축 훈련 확대, 한미 축 훈련 상대적 축소라는 비대칭 재편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3]. 자원 제약에 직면한 미국이 동맹국 부담 전가를 통해 억제망을 유지하려는 구조적 선택이, 동북아에서는 한미일 축의 정체로, 동남아·서태평양에서는 미일필 축의 심화로 상반되게 나타나는 셈이다.

ADMM-Plus 해양안보 연합훈련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된다. 8개국 11척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은 개막식에만 참석하고 해상 훈련 단계는 회피했으며, 같은 시기 스카버러 암초와 세컨드 토마스 숄에서는 필리핀과의 대치가 병행됐다[8]. 이는 아세안 중심 다자 틀이 중국을 배제한 채 역내국과 역외 파트너 간 상호운용성을 축적하는 장으로 기능이 변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8]. 바탄 해역의 이트바얏 감시소 역시 이 상호운용성 축적의 물리적 거점이며, 일본 ODA로 건조된 대형 경비함 투입은 미일필 협력이 장비·자산 차원까지 내려온 사례다.

국내정치구조: 필리핀의 비대칭적 부담 배분

마르코스 대통령이 대만 전쟁에 원치 않게 끌려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유사시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밝힌 것은 필리핀 국내정치의 이중 제약을 반영한다. 대만 내 다수의 필리핀 노동자라는 인도적 고려와, 대만 문제 전면화에 대한 국내 여론의 부담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 때문에 필리핀은 군이 아닌 해안경비대를 내세우고, 안보 프레임 대신 법 집행 프레임을 택한다. 이는 중국에 대한 억제 기여와 국내정치적 책임 회피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절충이지만, 해경 자산만으로는 중국 해경·민병대 결합 전력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내포한다.

3.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 비교

중국의 조사선 활용 패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도통신이 보도한 센카쿠 열도 인근 중국 해양조사선의 반복적 EEZ 침범 사례는 바탄 사건과 거의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 3월부터 7월까지 일본 EEZ에서 반복된 조사는 대만 유사시를 염두에 둔 해저 지형 파악 목적으로 일본 방위성 소식통에 의해 평가됐다[7]. 바탄 해역에서도 해저 케이블 통과 수역이라는 지점, 조사 목적에 대한 의문 제기라는 방식이 동일하다. 류큐와 바시 양쪽에서 같은 수법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이것이 지역별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중국의 일관된 운용 교리임을 시사한다.

법률전과 물리적 압박의 결합이라는 틀에서는 대만 동부 해역 순찰 상시화 사례가 가장 근접한 선례다. 대만 본섬 인근 선박 수가 전년 대비 37.5%, 신규 순찰 개시 동부 해역이 3,800% 급증한 사실은[18], 담론 차원의 관할권 주장이 수개월 내 실제 순찰 밀도로 전환되는 속도를 보여준다. 바탄 해역에서 6월 학술회의 발언부터 9월 조사선 투입까지의 시간 간격이 3개월 이내였다는 점도 이 속도감과 부합한다.

진영화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식 역시 과거 사례와 연속선에 있다. 환구시보가 오리엔탈 실드 26을 "블록 정치"의 재포장으로 규정하며 반발한 것처럼[3], 중국의 대응은 개별 훈련의 군사적 실체보다 미국이 양자관계를 다자 네트워크로 결속시키는 프레임 자체를 겨냥하는 경향이 있다. 바탄 사건 이후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에서 별도의 합동훈련을 실시한 것[4]도 특정 사건에 대한 직접 보복이라기보다, 여러 해역에서 동시에 존재감을 과시해 진영화 흐름 자체에 대응하려는 패턴으로 볼 수 있다.

4. 이슈 전개의 핵심 변수

첫 번째 변수는 일-필 EEZ·대륙붕 경계획정 협상의 완결 여부다. 협상이 공식 타결로 이어질 경우 중국은 바탄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담론 압박을 더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대학 학술회의의 "자연적 지리적 연장" 주장은 협상 자체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부정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기능할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미일필 소다자 훈련의 제도화 속도다. MMCA 훈련이 바시 해협 인근에서 정례화될 경우, 류큐-바시 이중 억제 구조는 임시방편적 연계에서 상설 플랫폼으로 전환된다. 이는 중국의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자원 제약이 지속돼 한미 축처럼 미필 축에서도 훈련 축소가 나타날 경우, 바탄의 억제 기여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3].

세 번째 변수는 필리핀 국내정치에서 대만 연루론에 대한 여론 추이다. 마르코스 정부가 법 집행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여력이 소진될 경우, 해안경비대 중심 대응에서 군 자산 투입으로 전환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비군사적 수단 대응 전략도 함께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 변수는 중국 해경·민병대 자산의 투입 밀도다. 대만 동부 해역에서 나타난 순찰 상시화 패턴이[18] 바시 해협에도 그대로 이식될 경우, 필리핀의 감시·탐지 자산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는 임계점이 조만간 도래할 수 있다. 이트바얏 감시소의 탐지 성공 사례가 예외적 성과였는지, 반복 가능한 역량인지가 향후 평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III. 최종 추천 대응방안

최종 추천 대응방안

1. 종합 판단

바탄 해역 사건은 미일 중심의 "대만 유사시 남쪽 측면" 프레임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필리핀에게 이 사건의 본질은 주권 영토에 대한 법률전이다. 중국은 영유권 담론, EEZ 경계획정 견제, 해저 조사를 순차적으로 결합해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1]. 중국 해경의 대만 동부 해역 상시 순찰 전환에서도 동일한 법적 문법이 확인된다. UNCLOS 언어로 자국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제3국의 절차적 반박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18]. 이 문법이 바시 해협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한국에 중요한 지점은 필리핀이 이 구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마닐라는 대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주권·EEZ·UNCLOS·핵심 기반시설 보호라는 법 집행 언어로 대응한다. 군이 아닌 해안경비대를 최전선에 세운다. 이 선택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류큐-바시 억제선에 기여하는 이중 전략이다. 서해·이어도 해역에서 유사한 회색지대 압박에 직면한 한국에게 이 방식론 자체가 비교 준거가 된다.

동시에 이 방식의 한계도 분명하다. 해안경비대 중심 대응은 법 집행 차원의 정당성은 확보하지만, 중국이 해경·민간선을 결합해 문턱 아래에서 압박 강도를 높일 경우 실효적 억지력에는 한계가 있다. 지아하이커 7호 퇴거 과정에서 중국 해경이 즉각 엄호에 나선 것은 이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필리핀 모델을 낭만화하지 않고, 그 성과와 한계를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

2. 단기/중기/장기 실행 계획

단기(3~6개월)

외교부·국방부는 바탄 사건 이후 필리핀·일본·대만 간 해양조사선 대응 사례를 축적해 독자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 지아하이커 7호의 AIS 위장 수법, 센카쿠 인근 중국 조사선의 반복 패턴[7], 서해·이어도 해역 중국 조사·해경 활동을 동일한 분석 틀로 비교해야 한다. 이는 특정 사건 대응이 아니라 패턴 식별을 목적으로 한다. 국방부는 2026년 2월 예정된 미·일·필 바시 해협 인근 MMCA 훈련의 참관·정보공유 채널 확보를 타진할 필요가 있다. 직접 참여보다는 아세안 역내 다자훈련 참관을 통한 간접 학습 경로가 현실적이다[8].

중기(6개월~2년)

이어도 해역 해양조사·순찰 체계를 이트바얏 감시소 모델과 비교 검토해야 한다. PCG가 강조한 핵심은 감시소가 없었다면 탐지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한국 해양경찰의 서해·이어도 감시 자산 배치가 동일한 탐지 공백을 갖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외교부는 필리핀이 채택한 "주권의 언어" 전략, 즉 대만 문제와 연루를 피하면서 UNCLOS·EEZ 침해 프레임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한국의 서해 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과의 양자관계 관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경로다.

장기(2년 이상)

한국은 류큐-바시 이중 억제 구조의 확장 여부를 독자적으로 추적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구조가 대만 서측, 즉 대만해협 자체나 한반도 인근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의 남중국해 공조 지속 방침이 한일 안보협력 논의에 미치는 함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동맹·우방국과의 공조를 남중국해까지 확대한다면, 한일 안보협력의 지리적 범위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해진다[1][3].

3. 모니터링 지표 및 트리거 포인트

첫째, 중국 조사선·해경 선박의 AIS 위장 패턴이 서해·이어도 해역에서 관측되는지 여부다. 이는 바시 해협·센카쿠 사례와 동일한 수법의 전이 여부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다[7].

둘째, 중국 학계·관변 매체가 한국 관할 해역이나 이어도를 특정 영유권 담론으로 규정하는 발언이다. 바탄 사례에서 "자연적 지리적 연장" 발언이 EEZ 협상 비판 직후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사 담론은 실제 행동의 전조로 해석해야 한다.

셋째, 미·일·필 소다자 훈련의 지리적 범위 확장이다. 바시 해협 인근 MMCA 훈련이 정례화되는지, 참가국이 확대되는지가 핵심 관찰 대상이다. 오리엔탈 실드 26 확대 사례처럼 미일호 축 훈련이 커지는 반면 한미 축 훈련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비대칭이 반복되는지도 함께 추적해야 한다[3].

넷째, 중국 해경의 상시 순찰 체제가 대만 동부에서 다른 해역으로 확산되는지 여부다. 이 체제 전환은 특정 사건 없이도 누적적으로 상시화되는 경로를 보였다는 점에서[18], 서해·이어도 해역에서 유사 징후가 나타나는지가 조기경보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

4. 요약 결론

바탄 해역 조사선 사건은 미일 주도 억제 구조의 보완재가 아니라, 중국의 법률전·회색지대 압박이 필리핀 주권 영토를 대상으로 전개된 독립적 사례로 봐야 한다. 필리핀은 대만 문제와 거리를 두면서도 주권 수호의 언어로 류큐-바시 억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정치적 비용을 낮추는 장점이 있으나, 중국이 민간·해경 자산을 결합해 문턱 아래 압박을 지속할 경우 억지력의 한계도 함께 드러낸다. 한국은 이 사례를 서해·이어도 해역의 감시 체계, 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략, 그리고 미일호 중심 다자훈련 비대칭 재편이라는 세 축에서 비교·점검해야 한다. 특정 충돌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보다, 상시적 회색지대 압박을 전제로 한 독자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우선 과제다.

참고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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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겨레] 중국 연안 닿는다…일 자위대, 미일 연합 훈련서 공격 미사일 전개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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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South China Morning Post] Why Taiwan’s coastguard vessel transfer to the Philippines has sparked a double outcry

[16] [EAI 동아시아연구원] [EAI 특별기획논평] 기로(岐路)에 선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 공생을 위한 한일 협력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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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AI 동아시아연구원] 중국 해경 대만 동부 해역 상시 순찰 체제 전환과 법적·전략적 함의

[19] [环球时报 (Global Times)] PLA, CCG step up naval-air drills around Huangyan Dao; training exercises demonstrate firm resolve to safeguard sovereignty, regional stability: expert

[20] [EAI 동아시아연구원] 일본의 인도 전투기 배치와 인태 소다자 안보협력 심화: 배경과 한국의 대응

[21] [环球时报 (Global Times)] PLA, CCG conduct patrols around Huangyan Dao to safeguard China's territorial sovereignty, regional stability

[22] [EAI 동아시아연구원] [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⑩ 국력을 강화하는 중국의 대미 외교와 근린 외교: 한일 협력의 계기가 될 것인가?

[23] [环球时报 (Global Times)] China Coast Guard patrols waters east of Taiwan island; move signals warning to separatist forces, expert says

[24] [Island Times (PW)] Restoring trust: Taiwan’s rightful place in the free world

[25] [Sydney Morning Herald] How Trump’s grovelling emboldens China and imperils the Asia Pacific

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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