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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북한주민 간주조항 삭제 논의, 무엇을 놓치고 있나

분류
논평이슈브리핑
발행일
2026년 8월 12일
관련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Global NK Zoom & Connect)

편집자 주

하승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남북교류협력법 내 북한주민 간주 조항의 삭제 논의가 접촉 의무 폐지라는 단편적인 규제 완화 쟁점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현지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 조총련계 재일조선인 사회 내부의 정체성과 교육 환경이 세대별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조명합니다. 하 교수는 단순히 법적인 교류 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넘어, 다양한 삶과 경험을 지닌 총련계 공동체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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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최근 통일부는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일괄적으로 북한주민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1]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2] 개정안은 규정의 불명확성, 다른 법률과의 이중 규제, 그리고 헌법상 국민의 지위와 충돌 등의 문제,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점 등을 주요 쟁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통일부는 민간교류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의견이다.[3] 이는 1990년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이후 36년 만에 제도의 근간을 재검토하는 변화이다.

36년 만의 제30조 삭제 논의

이번 개정 논의에서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언론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조총련 인사와의 접촉신고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제30조를 조총련을 특정한 법률 조항으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법률상 제30조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라는 특정 조직을 직접 규정한 조항은 아니다. 법률은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북한주민으로 의제하고 있으며, 적용 대상 역시 국적이 아니라 해당 단체의 구성원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적자라 하더라도 해당 단체의 구성원으로 확인될 경우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누가 구성원인지가 핵심이지만, 이에 대한 법률상 판단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또 하나 구분해야 할 점은 접촉신고 의무를 폐지하는 것과 조총련의 법적 성격을 변경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제30조가 삭제되더라도 조총련이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재일동포 조직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으며,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의 적용에도 변화는 없다. 제30조에 따라 북한주민으로 의제되던 조총련 구성원과의 접촉신고 의무가 사라진다고 해서 위법한 행위까지 허용되거나 면책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이번 개정 논의가 규제 완화 여부를 둘러싼 찬반에 집중된다면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칠 수 있다. 이 글에서 '조총련계'는 조총련 조직과 조선학교·조선대학교 등 조총련계 교육기관, 그리고 이와 관계를 맺어 온 재일조선인 사회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물론 조총련 조직과 조총련계 재일조선인 사회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조총련계 재일조선인 사회 안에서도 개인의 국적과 교육 경험, 정치적 성향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조총련계 사회는 지금도 1990년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당시와 같은 모습인가. 제30조 삭제의 의미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변화한 조총련 사회, 1990년의 제도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필자는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일본 현지에서 조선학교와 조선대학교에 재학하거나 재직한 경험이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조총련 중앙조직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가 조선학교·조선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 현장과 이들 기관을 경험한 청년들의 통일 인식 및 정체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현지에서 확인한 변화는 이번 제도 개선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는 '조총련 내 대한민국 국적자 증가'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조선적을 유지하면서도 대한민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 사회와의 교류에 적극적인 청년이 있는 반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더라도 북한에 대한 지향을 유지하는 사례도 확인되었다. 진학과 취업, 해외 이동의 편의 등 현실적인 이유로 국적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거에는 국적이나 조직 소속이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판단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

인터뷰에서 확인된 변화 중 하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이후 조총련 사회 내부의 인식과 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터뷰 참여자 중 일부는 2023년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했을 당시를 "충격", "당황", "배신"이라는 표현으로 기억했다. 오랫동안 통일을 사활로 생각하고 민족공동체를 중심으로 교육받아 온 세대에게는 '조국'에 대한 상실감이 나타났고, 일부는 조선적을 유지하다 한국 국적으로 변경하는 사례도 확인되었다. 반면 청년 세대는 혼란 속에서도 북한 당국의 정책과 의도를 이해하려 하거나, 이를 통일 포기가 아닌 대남정책의 전략적 변화로 해석하는 등 세대와 개인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현장에서도 확인되었다. 조선대학교에서는 교가 가사에 '조국통일'이 포함된 2절을 부르지 않고 있었으며, 일부 조선학교에서는 체육대회의 한반도기 사용과 체육대회 말미에 진행되는 '통일렬차'[4] 행사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던 지리교육 역시 북한 중심으로 조정되고 있고, 이를 반영해 교과서도 바뀌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고 조총련 중앙조직의 공식 방침을 직접 확인한 결과는 아니지만,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가 적어도 일부 조총련계 교육 현장과 구성원들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체성의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많은 참여자들은 북한에 대한 지향을 드러내면서도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만큼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남북을 모두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여 온 청년들은 북한의 정책 변화 이후 이전보다 더 큰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통일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도 확인되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변화를 곧바로 조총련 사회의 북한 이탈이나 통일 포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에서는 여전히 통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참여자들이 있었으며, 언어와 함께 정체성을 이어가는 중요한 기반으로서 민족무용과 음악 등의 예술활동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손명아 감독의 영화 「트로피」에서도 상징적으로 그려진다. 한편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조국방문이 재개되고 북한의 교육원조비 지원도 계속되는 등 북한과의 관계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조총련계 사회는 세대와 개인에 따라 북한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방식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으며, 이번 개정 논의도 이러한 현실을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제도와 정책의 한계

필자 역시 일본 현지에서 심층인터뷰를 수행하기에 앞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북한주민 접촉신고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현행 접촉신고 절차는 남북 간 사업이나 기관 중심의 교류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대상자 섭외와 반복적인 접촉이 필수적인 현장 기반 학술연구와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또한 연구 참여자의 익명성과 비밀보장을 원칙으로 하는 연구윤리와 접촉 대상자의 인적사항 제출 요구 사이의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제30조 삭제 여부와 별개로 향후 접촉신고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함께 보완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일반 국민과 연구자에게 작용했던 심리적·행정적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교류 활성화로 연결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이 교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정작 교류를 둘러싼 정책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헌법 개정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영토조항을 신설하였으며,[5] 조총련 역시 강령에서 통일 관련 조직을 폐지하고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등 조직 운영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6]

우리 정부는 접촉의 제도적 문턱을 낮추려하고 있지만, 북한과 조총련을 둘러싼 환경은 통일 담론의 약화와 공동체 변화 속에서 접촉의 사회적 기반 약화와 함께 교류의 기반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접촉신고 의무를 완화하면 자연스럽게 교류가 확대될 것이라는 정책적 전제는 오늘날 조총련 사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오늘날 조총련계 재일조선인 사회 안에는 조총련 중앙조직과 교육현장,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조선적과 대한민국 국적, 일본 국적 등 다양한 층위로 분화되어 있다. 북한 정책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공동체를 유지하는 이유도 서로 다르다. 일부는 여전히 북한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일부는 일본 사회에서의 삶과 교육, 취업, 차별 문제를 더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조총련'을 하나의 동일한 집단으로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는 조총련 구성원을 북한주민으로 일률적으로 의제해 접촉신고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면, 개정 이후에는 이들을 일괄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머물 가능성이 있다. 규제를 유지할 때도, 규제를 완화할 때도 조총련 사회 내부의 차이를 살피지 않는다면 정책이 바라보는 대상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제30조의 삭제는 일률적인 북한주민 간주를 바로잡는 제도적 변화이지만, 접촉 대상을 어떻게 구분하고 누구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삭제가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개정 논의가 놓치고 있는 것은 '삭제 이후'이다. 제30조 삭제는 접촉신고에 따른 제도적 부담을 줄이는 조치일 수는 있지만, 그 이후 누구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어떠한 분야에서 교류를 지속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청사진은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접촉신고를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조총련계 재일조선인 사회와 장기적으로 어떠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 새로운 정책 기반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는 통일정책뿐만 아니라 재외동포 정책, 교육·문화 정책, 학술교류 정책이 함께 고민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현지조사에서 확인했듯이 일부 청년들에게 민족무용과 음악 등의 문화예술 활동은 정치적 이념 이전에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동체와 연결되는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었다. 앞으로의 교류정책은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공유하되, 언어를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예술을 함께 배우고 이어갈 수 있는 일상적 교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제30조 삭제는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정책의 목적까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누구를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닌 '누구와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정책의 중심에 두는 일이다. 조총련과의 관계, 조선적 보유 여부, 조선학교·조선대학교에서의 교육 경험만으로 개인의 인식과 지향을 판단하지 않고, 변화한 조총련계 재일조선인 사회를 다양한 삶과 경험을 지닌 공동체로 이해하며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갈 때 이번 제도 개선의 의미도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

[1] 이용선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 북한주민 접촉신고 제도를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제로 전환하고, 제30조 북한주민 의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 하채림, 연합뉴스. ‘"조총련 인사 접촉 자유롭게"…북한주민 간주조항 폐지 추진(종합)’ 2026.7.10. https://www.yna.co.kr/view/AKR20260709198951504

[3]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전문위원 김사우 작성, 이용선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2213708호), 제429회 국회(정기회), 2025. 11, p. 8.

[4] '통일렬차'는 행사 말미에 북한에서 1961년 창작된 박산운 작사, 모영일 작곡의 가요 '통일렬차 달린다'에 맞춰 참가자들이 앞사람의 어깨나 허리를 잡고 기차 형태로 줄을 이루어 이동하며, 노래와 구호와 함께 공동체 의식과 통일의 상징성을 표현하는 집단 행진 행사이다.

[5] 연합뉴스, 「[표] 북한 헌법 개정 내용」, 2026. 5. 6. https://www.yna.co.kr/view/AKR20260506104300504

[6] KBS, 「조총련, 전체대회서 '통일' 삭제…'민족권익 옹호 투쟁'」, 2026. 5. 26.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70170

■ 하승희_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첨부파일

  • 하승희_북한주민 간주조항 삭제 논의_260812_GlobalNK논평.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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