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북전략]④ 남북 AI 협력의 중장기 가능성과 한국의 전략
편집자 주
최인호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남북관계의 긴장 속에서 AI 분야에서의 중장기적 협력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저자는 북한의 AI 정책과 기술 발전 현황, 그리고 구조적 한계와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짚어봅니다. 최 박사는 한국이 예비적 관여를 바탕으로 AI 협력을 기획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WxqyN7vmM88&si=KCOLwZJX-3DoXpwZ
영상 스크립트
안녕하세요. 최인호입니다. 저는 오늘 인공지능(AI) 분야와 관련하여 남한과 북한 사이에 중장기적으로 가능한 협력 방향이 무엇일지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앞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다시피, 현재는 적대적인 국가로 인해 헌법까지 개정하고 교정까지 새로 넣으면서 당장의 협력 가능성은 사실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가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과 AI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AI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든 경제, 기술, 정치, 안보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쉽게 알기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북한에서는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AI와 관련하여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AI 협력의 새로운 개념: 예비적 관여와 공생적립
생각보다 흥미로운 변화들과 가능성들이 중장기적인 맥락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가장 크게 개념적으로 내세우고 싶은 단어는 '예비적 관여'와 '공생적립'입니다. 예비적 관여는 당장 북한과 무엇인가를 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관여하고 싶어도 북한이 적대적인 국가론을 내세우는 이상 우리가 무엇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AI 분야에서 중장기적인 추세가 관측되고 거기서 북한과 해볼 만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이를 사전에 예비적으로 대비하여 관여할 준비를 미리 해두자는 것입니다. 두 번째, 공생적립이라는 것은 북한이 적대적인 국가론을 들고 나온 이상 한국 역시 일정 부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는 통일이었고, 물론 이제는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관계로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끊임없이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적대적인 두 국가론이 이제 막 시작된 이상, 당장은 그런 식의 노력은 비용에 비해 큰 효과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그보다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단절과 거리를 지속해야 하는 특수성을 이해하고, 다만 그 단절을 적대적인 형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격하지 않는 형태의 최소한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토대로서,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북한의 AI 인식과 정책 동향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두 가지 키워드로 북한과의 AI 협력 문제를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북한의 AI 담론 수준을 보면, 우리가 당장 북한의 구체적인 AI 정책을 알기는 어렵지만, 담론의 차원에서는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노동신문 등 자료를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북한도 AI가 모든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외 정책에서 보면, AI는 먼 미래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2015년 노동신문은 AI 사업이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고 언급했고, 올해 3월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는 인공지능과 우주 기술이 세계적인 과학 기술 발전에 국가적인 힘을 놓아야 한다고 하여 AI 산업을 국가 발전 과제로 인식하고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정보학부를 인공지능학부로 개편하고, 의학 분야 AI, 무인 공격체 등 계획을 세우며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AI 발전의 구조적 한계와 국제 협력
문제는 현재 북한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조건입니다. 방금 전 이종민 선생님께서 지적하셨듯이, 북한은 AI 혁명을 따라갈 여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의 성격상 AI가 필요로 하는 역량 확보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폐쇄적인 체제가 이를 더 어렵게 만드는 제재와 공조입니다. 이미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AI는 결국 데이터의 축적과 훈련, 그리고 첨단 모델 활용이 필수적인데, 그런 통로가 다 막혀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막았고, UN을 중심으로 한 제재로 인해 많은 것이 제한되었습니다. 제한적으로 풀어보려고 경제 분야에서도 러시아와 중국과의 협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것조차 매우 제한적입니다. 몇 가지 제한을 보여주는 예로, 북한도 내부적으로 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이 필요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5만 건의 조선 자료를 가지고 AI 실험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는 세계적인 모델 수준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양의 데이터입니다. 또한, 참고하는 자료도 오픈 AI의 GPT 보고서 등 제한적인 자료만을 보고 있습니다.
AI를 통해 얻는 기술적 성과 중 하나로 미세먼지 예측 논문이 있지만, 데이터 부족으로 베이징 데이터를 간접 사용했습니다. 번역기 '농마 1.0'도 북한 내부 인터넷망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작동합니다. 지표 차원에서도 북한은 많이 뒤처져 있습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AI 발전에 중요한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북한의 전력 발전량은 남한의 4.4% 수준으로, 제대로 된 데이터 센터 구축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UN의 전자정부
지수를 보면 북한은 거의 최하위권입니다. 한국과 미국, 러시아를 제외하면 한국과 미국의 AI 협력도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북한은 최하위권이거나 아예 측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어느 정도는 대한적으로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군사 분야에서의 AI 기술이 어느 정도 보급되었고, 최근 성명 발표에서도 AI를 협력 분야로 명시했습니다.
중국과는 감시 기술 협력을 통해 도입한 부분이 있고, 중국에서 개발한 딥러닝 기술은 오픈 소스이므로 북한이 원한다면 도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성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러시아를 통해 최첨단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들여올 수도 없고, 중국의 딥러닝 기술도 북한은 중국 정도의 개방성조차 부담스러워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아직 광범위하게 채택되었다는 자료도 없습니다.
더 문제는 장기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는 AI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 수준에서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고, 중국과의 도움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AI 모델이 스스로를 수정하는 단계에 들어왔기 때문에, 가만히 두면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질 것입니다. AI가 AI를 스스로 바꾸고 산업 전반에 필요한 지식을 생산하는 역량을 빠르게 강화시키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구조적으로 AI 혁명을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체제 붕괴가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AI 혁명을 따라가지 못함으로 인해 국가 기능이 계속 퇴퇴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가 쌓이게 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결핵 문제가 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AI를 활용하여 진단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분야가 결핵인데, 북한은 이를 활용할 역량도 없습니다. 이런 식의 문제가 쌓여갈 것입니다.
남북 AI 협력의 구체적 방안과 한국의 역할
물론 당장 공개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 스스로도 정부 통제와 중국, 러시아 의존을 통해 불파국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당장은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구조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가 준비를 잘하고 북한에게 유인을 잘 제공하면, 북한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인계점을 넘어가게 되면서 제한적인 형태로나마 남한의 AI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때 백신 도입을 거부했었지만, 우회적인 채널을 통해 직접 접종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상황에서 다자적인 채널로 우회하면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한국이 할 일은 네 가지 정도입니다. 제가 제시했듯이 '정립' 즉, 서로 잘 분리되어 할 수 있는 형태로 소대를 갖춰야 합니다.
일차적으로는 AI 분야에 있어서 방어 체계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차단하고, 동시에 한국도 북한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형태로 AI 생태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떤 준비 작업을 해야 하느냐인데, 북한에 대한 협력은 제재로 많이 묶여 있지만 제재의 예외들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리 제재의 예외를 확인하고, 직접 협력이 어렵다면 제3자 기구를 통해 협력 방안을 미리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재 내에서도 인류애, 과학기술 협력, 합작기구 등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합니다. 북한 스스로도 과학기술 분야 제재 해제나 우회를 원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9년 남북 회담 때 북한은 과학기술 협력, 컴퓨터 교육 지원 등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이 AI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느낄수록 저런 욕망이 커져 갈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가 문제인데, 교육, 보건, 재난
통계 등 네 가지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통계 자료를 보면, 저런 부분에 AI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많습니다. 재난 대비를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해야 한다, 의료 공사 체계에서도 AI 사용, 교육 부분에서도 AI 사용을 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UN과 만나 통계 자료 교류 및 데이터 처리 방법 교류 회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다자적 창구는 어느 정도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완벽하게 닫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다자적 채널을 미리 준비해 놓고, 북한에게 유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것은 담론적인 차원에서도 북한이 자력갱생 담론을 이야기하지만, 자력갱생 담론을 배치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사는 형태로 북한의 자주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공생'이라고 말을 바꿔 본다는 것. 이런 식으로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여 유인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검증된 저자원 AI 사례들을 북한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북한과 비슷한 환경의 나라들에서 저자원 AI를 통해 성취를 이룬 부분이 있습니다. 캄보디아나 나이지리아의 교육 사례처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글로벌 거버넌스와 한미 동맹 내 AI 협력
마지막으로 한국 스스로도 AI 영향을 잘 주고 있어야 합니다. 이미 여러 예산이나 차원에서 정부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UN 관련 글로벌 AI 이니셔티브와 관련된 기구들을 아홉 개 정도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런 식의 다자적 협력, 당장 북한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국제 기구를 통한 다자적 협력의 상을 키워 놓는다면 이후 북한과의 AI 협력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 AI 협력을 글로벌 거버넌스 문제로 보고 한미 동맹의 하위 이슈로 설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미국이 북한 AI 거버넌스 문제에 큰 관심이 없을 것이므로, 한미 동맹 안에서 한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의 AI 거버넌스를 협상적으로 잘 이끌어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이 세계 속에서 평화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주도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네, 저는 그 정도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