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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C 2026과 WAICO 출범: 중국의 글로벌 AI 거버넌스 주도권 전략 평가와 한국의 대응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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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7월 30일

총괄 요약

WAIC 2026과 WAICO 출범은 중국이 AI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을 기술 개발에서 규범 설정으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전환점을 공식화한 사건으로, 29개 글로벌 사우스 국가를 중국 중심의 AI 거버넌스 질서로 편입시키려는 체계적 시도이다. 딥시크로 입증된 기술 역량과 '개방·협력·공유' 담론을 결합한 중국의 전략은 미국 주도의 팍스 실리카 체제에 대한 실질적 대항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나, 창립 회원국의 기술 수용 역량과 제도화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전략적 성공 여부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한국은 팍스 실리카 창립 멤버로서의 신뢰성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이 선점하려는 글로벌 사우스 AI 거버넌스 공간에 독자적으로 진입하는 '선택적 관여와 규범 주도'의 이중 전략이 요구된다. 미중 AI 경쟁이 구조화될수록 전략적 모호성의 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은 반도체·AI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중견국 AI 규범 브로커로서의 독자적 위상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I. 이슈 상황분석

WAIC 2026과 중국의 글로벌 AI 거버넌스 주도권 전략: 이슈 상황분석

1. 이슈 배경 및 경과

미중 AI 경쟁의 구조화와 중국의 전략적 전환

인공지능은 오늘날 군사·안보, 경제성장, 사회문화 규범을 가로지르는 핵심 기반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혁명기의 방직기술이나 냉전기의 핵기술에 비견될 만큼 세계질서 재편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8].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은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을 넘어, 자국의 AI 기술과 규범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적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 5월 미국 상원의 "AI 경쟁에서의 승리" 청문회에서 샘 알트먼을 비롯한 주요 기업인들은 현재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도전자인 중국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고 경고한 바 있다[2].

중국의 전략적 자신감은 2025년 초 딥시크(DeepSeek-R1)의 등장을 계기로 한층 강화되었다. 딥시크는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미국 주도 AI 발전에 대한 대안적 모델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중국 정부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질서 형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2]. 중국은 2026년을 국제 질서 변화의 역사적 분수령이 되는 시기로 상정하고, 다극 세계질서 구축과 글로벌 역할 확대를 핵심 외교 목표로 설정했다[5]. 이는 시진핑 정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 의지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체계적 도전의 성격을 띤다[14].

WAIC의 진화: 기술 전시에서 거버넌스 플랫폼으로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는 상하이를 거점으로 매년 개최되어 온 중국 최대의 AI 행사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주도적으로 관여하며 중국 AI 산업의 성장 궤적을 대외에 과시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3]. 그러나 2026년 대회는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띠었다. 36Kr 등 중국 현지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WAIC 2026에서는 기술 전시 자체보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AI 적용과 상업적 가치 창출, 그리고 AI 거버넌스 의제가 전면에 부상했다[7]. 대회 주제 역시 "지능형 파트너, 함께 미래를 창조하다(智能伙伴,共创未来)"로 설정되어, 기술 경쟁보다 협력과 공동 번영의 담론을 전면화했다.

2. 현재 상황

WAIC 2026의 전개와 WAICO 출범

2026년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상하이 세계박람회장, 장장(张江), 시안(西岸) 등 세 곳 네 개 전시관에서 개최된 WAIC 2026는 단순한 산업 박람회를 넘어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자리로 기획되었다[7]. 대회 개막 하루 전인 7월 16일, 브라질·러시아·이집트·인도네시아·라오스·파키스탄·카타르·카자흐스탄·모잠비크·오만·쿠바·에티오피아·벨라루스·베네수엘라·케냐·남아프리카공화국·알제리 등 29개국 대표가 상하이에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에 서명했다[1][4]. 이 협정은 인간 중심적 접근 방식의 증진, 혁신 장려, AI의 책임 있는 개발 및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 강화를 주요 목표로 명시했다[4].

대회 이튿날인 7월 17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연설에 나서 국제사회를 향해 AI 개방과 협력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시진핑은 "이 드문 역사적 기회를 포착하여 오픈소스, 개방, 협력, 공유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은 더욱 개방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했다[17]. 대회 기간 중에는 의장 성명과 두 건의 거버넌스 행동 계획이 발표되었고, 신뢰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에 관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도 제안되었다[6].

현지 참여국들의 시각

WAICO 참여국들의 현지 매체와 정부 기관은 이번 참여를 자국의 AI 역량 강화와 디지털 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적 기회로 적극 평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7월 16일 중국 공식 방문 기간 중 직접 WAICO 설립 협정에 서명했으며, 현지 매체 아스타나 타임스는 이를 카자흐스탄이 지역 AI 허브로 부상하고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했다[1]. 오만의 경우에도 현지 매체는 WAICO 가입을 지식 기반 디지털 경제 구축이라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도하며, 오만이 지역 및 글로벌 AI 거버넌스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15]. 콩고공화국은 WAIC 2026 참여를 디지털 외교의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수단으로 규정하며, 디지털을 국가 발전과 경제 성장의 레버로 삼겠다는 정부 비전과 연결 지었다[13].

한국의 대응: 전략적 모호성의 실천

한국 정부는 중국의 고위급 참석 요청에도 불구하고 주재관과 과장급 실무진만을 WAIC 2026에 파견하는 데 그쳤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AI 공급망 협의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에 2025년 12월 창립 멤버로 참여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중국의 요청대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기에는 외교적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10]. 이는 미중 AI 경쟁의 심화 속에서 한국이 취하고 있는 전략적 모호성의 실천적 표현이기도 하다.

3. 주요 행위자 및 입장·이해관계

중국: 규범 선점과 생태계 구축의 이중 전략

중국은 WAIC 2026을 통해 두 가지 차원의 전략 목표를 동시에 추구했다. 첫째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담론의 선점이다. 시진핑이 직접 '개방'과 '협력'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미국 주도의 AI 규범 체계가 기술 통제와 수출 규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대비되는 서사를 구축하기 위한 의도적 포지셔닝이다[17].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WAIC를 중국 AI 발전의 '성장 코드(成长密码)'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로 적극 활용하며, 국산 대형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생태계의 저변 확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3]. 둘째는 중국 중심의 AI 공급망과 거버넌스 생태계 구축이다. WAICO는 단순한 협력 기구를 넘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중국 AI 기술 표준과 거버넌스 규범 체계로 편입시키기 위한 제도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사우스 참여국: 실용적 이해관계와 전략적 선택

29개 창립 회원국의 구성을 살펴보면, 러시아·벨라루스·쿠바·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함께, 브라질·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오만·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케냐·모잠비크·에티오피아 등 글로벌 사우스의 주요 신흥국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4]. 이들 국가의 참여 동기는 단순한 친중 노선보다는 실용적 이해관계에 기반한다. AI 기술 역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에게 중국의 기술 지원과 협력 플랫폼은 자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으로 인식된다. 카자흐스탄이 WAICO 가입을 지역 AI 허브 도약의 발판으로 규정한 것[1]이나, 오만이 지식 기반 경제 전략과 연계한 것[15]은 이러한 실용적 접근을 잘 보여준다.

미국: 기술 패권 수성과 동맹 결속

미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 AI 공급망 협의체 구축 등을 통해 중국의 AI 굴기를 견제하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 주도의 AI 공급망 질서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을 이 체계에 묶어두려는 의도를 내포한다[10]. 그러나 미국의 기술 통제 중심 접근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배타적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의 '개방·협력' 담론이 파고드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한국: 전략적 선택의 기로

한국은 미국 주도의 AI 공급망 협의체에 참여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 "인공지능이 기술 수준을 넘어 경제 안보 규범 부문에서 진행 중인 세계질서 재편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2]는 현실 속에서, 한국은 독자적인 AI 기술 역량 강화와 함께 미중 양측 모두와의 협력 공간을 유지하는 균형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4. 핵심 쟁점 정리

쟁점 1: WAICO의 실효성과 제도적 구속력

WAICO가 단순한 선언적 협력 기구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AI 거버넌스 표준과 규범을 생산하는 제도적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29개국의 참여는 외형적으로 인상적이지만, 참여국들의 AI 기술 수준과 거버넌스 역량의 편차가 크고,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주요 AI 선진국들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대표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대회 기간 중 발표된 의장 성명과 두 건의 거버넌스 행동 계획[6]이 실제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향후 WAICO의 제도화 수준에 달려 있다.

쟁점 2: '개방' 담론의 진정성과 전략적 활용

시진핑이 강조한 '개방·협력·공유'의 담론이 실질적인 기술 개방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사우스를 중국 AI 생태계로 편입시키기 위한 전략적 수사에 그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다[17]. 중국이 국내적으로는 인터넷 통제와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면서 대외적으로 개방을 표방하는 이중성은, 참여국들이 WAICO를 통해 실질적인 기술 이전과 역량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쟁점 3: AI 거버넌스의 분절화와 표준 경쟁

미국 주도의 AI 규범 체계(팍스 실리카, G7 AI 원칙 등)와 중국 주도의 WAICO 체계가 병존하면서, 글로벌 AI 거버넌스가 분절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경쟁은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 및 기술 인프라 주도권 싸움을 중심축으로, EU의 규범 선도 전략, 영국·일본·한국·중동의 AI 발전 전략, AI 무기 규제와 글로벌 AI 안전 거버넌스 모색 등의 양상으로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2]는 현실은, 단일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계의 형성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거버넌스 분절화는 AI 기술 표준, 데이터 규범, 안전 기준 등에서 상호 호환되지 않는 복수의 질서가 경쟁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쟁점 4: 중견국의 전략적 선택과 진영 논리의 압박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이 미중 AI 경쟁의 심화 속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취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WAIC 2026에 한국이 실무급만 파견한 것[10]은 진영 논리의 압박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시도이지만, 미중 양측의 선택 압박이 강화될수록 이러한 균형 전략의 지속 가능성은 점점 더 도전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들은 인공지능 기술 혁신 역량과 활용을 제고하기 위해 투자 증대와 인력 양성에 애쓰는 한편,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활용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외교 전략을 짜고 있다"[2]는 현실은, 중견국들이 단순한 수동적 선택자가 아닌 능동적 전략 행위자로 나서야 함을 시사한다.

II. 이슈 심층분석

WAIC 2026과 중국의 글로벌 AI 거버넌스 주도권 전략: 이슈 심층분석

1. 이슈의 근본 원인 분석

기술 격차 축소와 중국의 전략적 자신감 회복

WAIC 2026을 통한 중국의 글로벌 AI 거버넌스 주도권 전략은 무엇보다 중국의 AI 기술 역량이 미국과의 격차를 실질적으로 좁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2025년 초 딥시크(DeepSeek-R1)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중국 정부와 산업계 전반에 전략적 자신감을 불어넣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딥시크는 저비용·고효율 모델로서 미국 주도 AI 발전에 대한 대안적 경로가 존재함을 국제사회에 입증했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중국 정부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질서 형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2]. 2025년 5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샘 알트먼을 비롯한 주요 기업인들이 "현재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도전자인 중국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고 경고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미국 측에서도 인정하는 것이었다[2]. 기술 역량의 상향 평준화는 중국으로 하여금 기술 개발 단계에서 규범 설정 단계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미국 주도 AI 규범 체계에 대한 구조적 반발

중국이 WAICO 출범과 글로벌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전면에 내세운 두 번째 근본 원인은, 미국 주도의 AI 규범 체계가 중국의 이해관계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는 구조적 인식에 있다. 미국은 반도체·AI 공급망 협의체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중심으로 동맹국들을 묶어 중국을 기술 생태계에서 배제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한국이 2025년 12월 팍스 실리카의 창립 멤버로 참여한 것은 이러한 미국 주도 진영화의 구체적 사례이며, 중국이 WAIC 2026에 한국 고위급 인사의 참석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가 주재관과 과장급 실무진만 파견한 것은 이 구도의 단면을 보여준다[10].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 주도의 AI 거버넌스 질서는 기술 패권을 규범의 언어로 포장한 배타적 체계이며, 이에 대항하는 대안적 다자 플랫폼의 구축은 전략적 필수 과제였다.

글로벌 사우스의 AI 수요와 중국의 공급 능력 결합

세 번째 근본 원인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AI 개발 수요와 중국의 기술·자본 공급 능력이 맞물리는 구조적 기회에 있다. WAICO 창립 회원국 명단을 살펴보면, 브라질·러시아·이집트·인도네시아·파키스탄·카자흐스탄·모잠비크·오만·쿠바·에티오피아·벨라루스·베네수엘라·케냐·남아프리카공화국·알제리·라오스·카타르 등 29개국 대부분이 글로벌 사우스 또는 비서방 진영에 속한다[1][4]. 이들 국가는 AI 기술 개발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유럽 중심의 AI 생태계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공통된 인식을 공유한다. 카자흐스탄은 WAICO 가입을 통해 지역 AI 허브로 도약하려는 자국의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며[1], 오만은 지식 기반 디지털 경제 구축이라는 장기 전략과 WAICO 가입을 연계시켰다[15]. 콩고공화국은 WAIC 2026 참가를 디지털 외교의 일환으로 규정하며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의 기회로 활용했다[13]. 이처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수요와 중국의 공급 능력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WAICO는 자연스러운 수렴점을 형성했다.

2. 구조적 맥락

정치적 구조: 다극 세계질서 담론과 AI 거버넌스의 결합

WAIC 2026은 중국이 수년간 구축해온 다극 세계질서 담론을 AI 거버넌스 영역으로 확장한 정치적 기획의 산물이다. 중국은 2026년을 국제 질서 변화의 역사적 분수령이 되는 시기로 상정하고, 다극 세계질서 구축과 글로벌 역할 확대를 핵심 외교 목표로 설정했다[5]. 이는 시진핑 정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 의지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를 주장하면서 기존 국제질서에 대한 변혁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해온 중국 외교의 논리적 귀결이다[14]. 시진핑 주석이 WAIC 2026 연설에서 "개방·오픈소스·협력·공유"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중국은 더욱 개방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천명한 것은[17], 기술 패권 경쟁의 언어를 협력과 공동 번영의 언어로 전환함으로써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계산을 담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WAIC를 "중국 AI 발전을 관찰하는 창"으로 규정하며 적극적으로 관여해온 것은[3], 이 행사가 단순한 민간 산업 행사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기획·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WAIC 2026에서 의장 성명과 두 개의 거버넌스 행동 계획이 채택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에 관한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제안된 것은[6], 이 행사가 정치적 의제 설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경제적 구조: AI 산업 생태계의 공급망 재편 경쟁

경제적 차원에서 WAIC 2026은 중국 중심의 AI 공급망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시도의 일환이다. 중국 현지 매체 36Kr의 분석에 따르면, WAIC 2026에서는 기술 전시보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AI 적용과 상업적 가치 창출이 전면에 부상했으며[7], 이는 중국 AI 산업이 모델 개발 경쟁에서 응용·상업화 단계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딥시크로 대표되는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제공함으로써, 미국 빅테크 중심의 고비용 AI 생태계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데이터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 AI 칩, 응용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포괄적 공급망 의존성을 형성하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이 기술 수준을 넘어 경제 안보 규범 부문에서 진행 중인 세계질서 재편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8]는 분석은 이러한 경제적 구조 경쟁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한다.

안보적 구조: 기술 진영화와 규범 전쟁

안보적 차원에서 WAIC 2026은 미중 기술 진영화가 AI 거버넌스 규범 경쟁으로 확장되는 구조적 전환점을 상징한다. "인공지능은 군사안보, 경제성장, 사회문화규범 영역을 가로지르는 핵심 기반기술"[8]로서, AI 거버넌스 규범을 누가 설정하느냐의 문제는 곧 미래 군사·안보 질서의 기반을 누가 구축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미국은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동맹 기반 AI 협력 체계와 팍스 실리카를 통해 중국을 배제한 기술 안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16], 중국은 WAICO를 통해 이에 대항하는 비서방 AI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기술 진영화의 균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두 국가로서 AI 안전 분야에서의 협력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하지만[12], 현실에서는 양국의 AI 거버넌스 경쟁이 협력보다 대립의 방향으로 심화되고 있다.

3.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 비교

ITU와 인터넷 거버넌스 분열의 선례

WAICO 출범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AI 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ITU를 통해 인터넷 거버넌스 규범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며, 2012년 두바이 세계통신회의(WCIT)에서 인터넷 통제 강화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미국·유럽 주도의 멀티스테이크홀더 모델에 도전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중국·아랍 국가들이 국가 주도 인터넷 거버넌스를 지지하며 서방 진영과 대립했던 구도는, WAICO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를 중국 중심 AI 거버넌스 질서로 편입시키려는 현재의 전략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다만 ITU 사례에서 중국의 시도가 서방의 강력한 반발로 제한적 성과에 그쳤던 것과 달리, AI 거버넌스 분야에서는 아직 확립된 국제 규범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략적 공간이 더 넓다.

화웨이와 5G 표준 경쟁의 교훈

더욱 직접적인 선례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전개된 5G 기술 표준 및 공급망 경쟁이다. 중국은 5G 분야에서 화웨이를 앞세워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저비용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으나,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동맹국들의 화웨이 배제 압력으로 인해 서방 시장에서는 사실상 퇴출되었다. 이 경험은 중국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 기술 공급 능력만으로는 글로벌 표준을 장악하기 어려우며 거버넌스 규범 설정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고, 둘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술을 선택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WAICO는 이 두 교훈을 반영한 전략적 업그레이드로 볼 수 있다. 5G 시대에는 기술 공급에 집중했다면, AI 시대에는 거버넌스 규범 설정까지 선점하려는 것이다.

일대일로(BRI)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연속성

WAICO 출범은 중국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일대일로(BRI) 전략, 특히 그 디지털 버전인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아프리카·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국가들에 통신 인프라, 전자상거래 플랫폼,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제공하며 디지털 의존성을 형성해왔다. WAICO는 이러한 인프라 기반 위에 AI 거버넌스 규범이라는 상부구조를 얹는 전략으로, 물리적 연결성에서 규범적 연결성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카자흐스탄이 WAICO 가입을 지역 AI 허브 도약의 발판으로 평가하고[1], 콩고공화국이 이를 디지털 외교의 일환으로 규정한 것은[13], 이들 국가가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AI 거버넌스 협력을 연속적인 전략 패키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레턴우즈 체제 도전과 AIIB의 사례

제도적 차원에서 WAICO 출범은 중국이 2015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며 세계은행·IMF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에 도전했던 사례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AIIB 설립 당시 중국은 개발도상국들의 인프라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한계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57개국의 창립 회원국 참여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국·독일·프랑스 등 서방 동맹국들까지 참여한 것은 당시 미국에게 상당한 외교적 충격이었다. WAICO는 AIIB보다 규모(29개국)는 작지만, 서방 동맹국들의 참여 없이 순수하게 비서방 진영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진영화의 성격이 더욱 뚜렷하다. 다만 AIIB가 기존 국제금융 규범을 상당 부분 수용하며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과 달리, WAICO가 미국 주도 AI 거버넌스 규범과 얼마나 차별화된 독자적 규범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4. 이슈 전개의 핵심 변수

변수 1: WAICO의 실질적 제도화 수준

WAIC 2026의 성패를 가르는 첫 번째 핵심 변수는 WAICO가 선언적 협력 기구를 넘어 실질적 규범 설정 능력을 갖춘 제도로 발전할 수 있는가이다. WAICO 설립 협정은 인간 중심적 접근, 혁신 장려, AI의 책임 있는 개발이라는 원칙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나[4], 이러한 원칙들이 구체적 기술 표준, 데이터 거버넌스 규범, 안전 기준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WAIC 2026에서 의장 성명과 두 개의 거버넌스 행동 계획이 채택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연결성에 관한 이니셔티브가 제안된 것은[6] 긍정적 신호이지만, 29개국의 이해관계 조율과 재정 기여, 사무국 운영 등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견고하게 구축될 수 있는지는 향후 지켜봐야 한다.

변수 2: 글로벌 사우스의 전략적 자율성과 이중 참여 가능성

두 번째 핵심 변수는 WAICO 회원국들이 중국 중심 AI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편입되는지, 아니면 미중 양 진영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며 이중 참여를 추구하는지이다. 브라질·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신흥국들은 중국과의 AI 협력을 원하면서도 미국 주도 기술 생태계와의 연결을 완전히 포기할 의사가 없다. 이들이 WAICO를 중국 진영 편입의 신호로 활용하기보다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WAICO는 중국이 의도한 대항 진영 구축보다는 느슨한 다자 협력 포럼에 머물 수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 팍스 실리카에 참여하면서도 WAIC 2026에 실무진을 파견하며 관계를 유지한 것은[10] 이러한 이중 참여 전략의 전형적 사례이며, 많은 국가들이 유사한 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 3: 중국 AI 기술의 실질적 경쟁력과 공급 능력

세 번째 변수는 중국이 WAICO 회원국들에게 미국 빅테크의 AI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가이다. Foreign Policy는 WAIC 2026을 계기로 중국이 "AI 맥시멀리즘(AI-Maxxing)"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문샷(Moonshot)의 Kimi K3, 알리바바의 Qwen, 딥시크 등 중국 AI 모델들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17]. 그러나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AI 기업들이 컴퓨팅 파워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충분한 AI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변수 4: 미국의 대응 전략과 동맹 관리

네 번째 변수는 미국이 WAICO 출범과 중국의 글로벌 AI 거버넌스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미국이 팍스 실리카를 중심으로 동맹국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대안적 AI 협력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다면, WAICO의 확장을 억제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수출 통제와 기술 배제 전략에만 집중하고 글로벌 사우스의 AI 개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소홀하다면, WAICO는 더 많은 국가들을 흡수하며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미중 AI 안전 협력의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것은[12] 이러한 대립 구도의 위험성을 인식한 것이지만, 현재의 전략 경쟁 구도에서 양국이 실질적 협력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21세기 경제적 번영은 물론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국제 규범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 확보와 활용은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2]는 인식이 양국 모두에서 공유되는 한, AI 거버넌스를 둘러싼 전략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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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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