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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이슈브리핑] 미국은 못 믿겠고 중국은 싫다, 대안은 있나?: 2026년 EAI 동아시아인식조사 결과 분석

분류
논평이슈브리핑
발행일
2026년 8월 12일

편집자 주

손열 EAI 석좌연구위원(연세대 교수)은 2026년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급락한 대미 신뢰도와 극도로 고조된 대중 위협 인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저자는 중견국 연대나 자주국방과 같은 대안들이 아직 뚜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어, 결국 한국이 거래 중심으로 재편되는 한미 동맹의 '뉴노멀'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조명합니다. 손 교수는 이러한 외교적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미 협상 카드를 마련해야 하며, 국익을 저해하는 외교 안보 사안의 당파적 양극화를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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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1953년 6.25전쟁이 끝나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함께 동맹관계가 시작된 이래 한국 국민의 45.4%만이 미국을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여기고, 47.5%가 미국에 좋은 인상을 가지며 15.8% 만이 미국 대통령에게 호감을 가진 시기가 언제 또 있었는지 모르겠다. 2026년 여름 한국인의 대미 심상(心象)은 이렇듯 급격히 악화되었다. 현재 한미관계에 대한 평가도 낮아서 한중관계 평가와 유사한 수준이다. 한국의 지도자 혹은 외교정책 결정자들은 오히려 일본에 대한 호감, 일본 지도자(총리)에 대한 호감이 미국 보다 높은 여론, 그리고 중국에 대해 거의 북한 수준의 위협감과 비호감을 표출하는 여론과 마주하고 있다. 미국은 못 믿겠고 중국은 싫다면 대안은 있는가? 이런 여론은 어떤 정책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가? 향후 정책 수립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동아시아연구원은 2013년부터 매년 동아시아 인식조사를 실시해왔다. 이 중 일본 및 한일관계 관련 항목은 일본 파트너 기관과의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공동 문항으로 사용되고 동아시아 전반 관련 문항 조사 결과는 이 글을 통해 소개된다. 2026년도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에 대한 호감도과 신뢰도의 기록적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하고 일관성 없는, 약탈적 행동에 대한 일시적 반감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패권 쇠퇴에 따라 국제 개입을 선택적으로 축소하고 일방주의적으로 동맹국에 부담을 전가하며 거래 기반 동맹관계로 재편하는 데 대한 구조적 불신이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둘째, 중국에 대한 역대급 비호감은 국민성(national character)에 대한 비호감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동시에 북한에 필적할 만큼 위협 인식이 증대한 데 있다. 주 원천인 사드 보복은 경제 제재를 통해 한국 안보정책결정(=사드 무기체계 배치)의 변경을 요구한 사실상 안보 위협으로 남아 있으며, 중국의 핵심 분야 기술 혁신과 수출 공세가 한국 경제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경제안보적 위협 인식도 커지고 있다.

셋째, 일본은 호감도와 신뢰도의 상대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 동맹체제의 대체재로 인식되지 않는다. 여론은 일본과 안보 협력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해서도 지지가 소폭 하락했다. 한편 ‘한일경제공동체’와 같은 경제 협력 확대에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넷째, 동맹 불신의 대안으로 캐나다 및 나토 핵심국가(영국, 프랑스, 독일)들이 주창하고 있는 중견국 연대 카드는 한국 국민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국민은 강대국과의 양자관계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제3세력과의 연대에 다소 생소하다. 더욱이 중견국 연대의 핵심 파트너가 되어야 할 일본에 대해서는 국론이 분열되어 있다.

다섯째, 전작권 전환과 핵무장 같은 자강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면서도 결국 한국 국민의 선택은 한미 동맹 의존이다. 미국이 동맹을 거래(deal)로 보는 데 위화감, 배신감,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으나, 이를 ‘뉴노멀’로 인정하고 거래 기반 동맹 체제에 적응해 갈 수 밖에 없다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이상과 같은 외교적 난관에 처한 한국은 그 어느때 보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국가전략 수립과 실천을 위한 정치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나 주요국 인식이나 외교정책에 대한 정파적 양극화는 여전하다. 외교문제의 정치화와 국론 분열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II. 미국에 대한 불신이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민의 미국에 대한 좋은 인상은 2026년 급락했다. 작년 72.8%에서 47.5%로 무려 25.3% 포인트 하락하였다. 2026년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이 54.3%이므로 일본 보다도 낮은 수치이다([표 1]).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일 듯 하다. 주 원인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2기 미국우선주의에 기반한 관세 폭탄 부과, 직접 투자 및 방위비 증액 요구, 그린란드 병합 시도 등 국제질서 교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억압 방조, 이란 침공 등 여러 사건을 거치며 한국의 대미 인상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작년 8월 19-20일 실시한 여론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던 미국의 약탈적 언행이 이후 경제면, 군사면에서 본격화되면서 수치는 급락했다.

[표 1] 미국에 대한 인상 (2023-2026)

[표 2] 미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게 된 이유 (2025, 2026)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작년 조사 때부터 극적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인상은 바이든의 17.7%에서 트럼프 73.1%로 급등했고 올해는 소폭 증가하여 77.4%이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부정적 인상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이다(70.2%). 반면 긍정적 인상은 2024년 바이든 50.9%에서 작년 트럼프 22.3%, 올해 트럼프 15.7%로 급락했다([표 3]).

미국에 대한 인상 악화와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인상 악화는 신뢰 악화로 이어졌다. 바이든 정권때인 2022년 85.1%였던 신뢰도는 불과 4년만에 46.4%로 거의 40% 포인트 하락했고, 지난 한해 만 19.9% 포인트 하락했다.

[표 3]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인상 (2023-2026)

[표 4] 미국에 대한 신뢰도 (2017-2026)

이러한 미국 신뢰도 추락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36개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 대한 신뢰도 평균은 47%, 미국 호감도 평균은 37%이었다. 특히 하락폭이 큰 국가는 미국의 동맹국들로서 캐나다는 2022년 83%에서 2026년 35%로, 독일은 같은 기간 83%에서 39%로, 프랑스는 62%에서 27%로, 영국도 82%에서 49%로 모두 급락했다(Pew, 2026/6/23). 이러한 신뢰 하락은 트럼프 요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적 요인으로서, 미국이 패권 쇠퇴에 따라 국제 개입을 축소하고 일방주의적이고 거래중심적으로 동맹국에 부담을 전가 혹은 이양하는 데 대한 반감과 불신이 있다. 이는 곧 동맹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동맹관계를 거래로, 동맹국을 수단으로 보는 트럼프에 대해서 상대 동맹국이 거래를 할 ‘카드’가 없으면 약탈적 상황을 맞게 된다(Walt 2026). 여기서 나토국들이 만지는 카드는 중국이다. 미국이 약탈적 패권으로 나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활용한다는 뜻이다.

III. 중국은 대안이 아니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들에서 미국의 인상이 하락하는 반면 중국의 인상은 상승하고 있다. 36개국 평균으로 미국에 대한 호의적 인상이 36%인 반면 중국은 46%이다. 캐나다는 중국 43% 대 미국 33%, 독일은 중국 33% 대 미국 27%, 프랑스는 중국 36% 대 미국 27%, 영국은 중국 46% 대 미국 41%로서, 모두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가히 미국에 대한 ‘역풍(blowback)’이라 하겠다.

유사한 결과는 지난 2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나토 핵심국인 캐나다, 독일, 프랑스, 영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국민들은 모두 중국을 미국보다 믿을 만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캐나다는 57% 대 23%로 미국 보다 중국에 의존하는 편이 낫다고 보며, 독일은 40% 대 24%, 프랑스는 34% 대 25%, 영국은 42% 대 34%로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결과는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것이지 중국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는 뜻은 아니다(Politico 2026/3/15).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의 강압적 언사와 행위가 동맹국의 공분을 사는 틈을 이용하여 무역과 투자 관계를 확대하는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 결과 지난 겨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츠 독일 총리, 스타머 영국 총리, 카니 캐나다 총리 모두 베이징을 방문하여 무역과 투자 확대 합의를 이루었다.

반면, 아시아의 동맹국들의 반응은 다르다. 퓨 리서치 설문 대상 36개국 중 미국보다 중국 인상이 낮은 국가군은 이스라엘, 일본, 인도, 한국, 필리핀 등이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중국에게 지정학적 위협 인식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다. 한국의 경우,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2020년대 줄곧 70% 전후에 머물고 있다. 지난 한 해 이재명 정부의 대중 균형 외교 기조 속에서 시진핑 주석이 11년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첫 정상회담을 베이징에서 치르며 정상간 우호관계를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국민적 비호감은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 7.3% 증가했다. 비호감 혹은 반중 감정은 지속적이고 심지어 강화되어 고착화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표 5] 중국에 대한 인상 (2019-2026)

[표 6]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게 된 이유 (2025, 2026)

한국 국민에게 중국에 대한 비호감 혹은 반중 감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중국 정부(혹은 지도자)의 대외적 태도와 정책에 대한 반감인지, 중국 체제에 대한 반감인지, 중국으로부터 안보적, 경제적 위협 인식 때문인지, 아니면 중국인의 국민성에 대한 비호감(혹은 혐오)인지, 다양한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표 6]에 따르면 중국 비호감의 최대 원천은 국민성에 대한 비호감이고, 이어서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 그 다음 중국의 경제 강압과 보복이다. 즉, 국민성과 체제 정체성, 그리고 위협 인식이 꼽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위협 인식에 대해 좀 더 살펴보면 [표 7]과 같다.

[표 7]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는 국가·지역 (2013-2026)

한국 국민이 군사적 위협으로 느끼는 국가는 북한 다음으로 중국이다. 북한을 꼽은 비율은 88.4%이고 중국은 78.9%이다([표 7]). 특히 과거 10년 추세를 보면 중국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2016-17년 사드 보복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경제 제재이나, 실상은 한국의 안보정책 결정(=사드 무기체계 도입 결정)에 중국이 강압적 경제 수단을 써서 정책 변경을 요구한 사안이다. 따라서 한국 국민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안보적 도전 혹은 위협으로 인식한 시점이라 하겠다. 2020년 코로나 19 발생과 처리를 둘러싼 중국의 강압적 행동, 중국에 의한 공급망 위협 인식 증대와 같은 요인들이 겹치면서 위협 인식이 고조되어 이제 국민들에게 중국은 거의 북한 수준의 위협 국가가 되었다.

[표 8]에서 보면 중국에 대해 느끼는 위협감을 묻는 질문에 긍정 비율이 무려 85.6%에 달하여 여러 국가들 중 선택하는 [표 7]에서 비율 78.9% 보다도 높다. 그 이유로는 첫번째가 사드 보복 등 경제 강압(55.4%)을 꼽았고 이어 “우리나라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37.9%)를 꼽았다. 한국 국민은 중국에 대해 단순한 비호감 혹은 혐오감 뿐만 아니라 실질적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중국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수준으로서, 작년도에 비해 7.9% 하락한 15.9([표 9])%에 머물러 있다([표 10]). 중국에 대한 비호감과 위협감은 신뢰감의 하락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 의존을 축소하고 중국 의존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 중국과의 협력에 주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8]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위협 수준 (2026)

[표 9] 중국이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2026)

[표 10] 중국 신뢰 여부 (2017-2026)

IV. 결국은 한미동맹인가?

미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중국의 위협이 상승하면서 한국 국민들은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미국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유럽과 캐나다는 미국의 안보 공약이 축소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제외한 나토 가맹국들과 연대를 통해 러시아란 실존적 위협에 대응해 갈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중국 카드를 활용하여 미국의 상대적 공백을 메우려는 옵션도 모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맹 이외에 북한 핵-미사일이란 실존적 위협에 대응할 유효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나토국들과 달리 한국은 중국을 비호감이자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으므로 전략적 헤징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곤란하다.

결국 한국 국민의 선택은 미국은 신뢰할 수 없으나 한미동맹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 11]에서 보듯이 국민 62.3%는 한미동맹으로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동맹 만으로 안보를 지키기 어렵다는 39.5%의 국민은 대응책으로 자강 즉, 군사력 증강에 의한 자립을 첫번째로 꼽았다. 그 다음은 일본과 유럽 등 우방과의 협력 강화,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긴장 완화이다([표 12]).

군비 증강에 의한 군사적 자립은 장기 프로젝트이고 향후 경제 성장 정도 및 재정적 여건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정치적 사안이기도 하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중국의 군사적 팽창 추세를 감안할 때 ‘자립’ 그 자체가 단기적으로는 대안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 13]이 보여주듯이 ‘한국이 향후 3-4년 내 군비 증강을 통해 안보적 자립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45.9%가 가능하다고 답하고 있다. 이렇듯 다분히 비현실적 전망은, 마치 핵무장에 대해 여론이 70%에 가까운 지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실현 가능성 보다는 주권적 차원에서 자립을 성취하려는 열망의 표현이라 해석할 수 있다([표 14]).

[표 11] 한미동맹으로 안보 충분성 여부 (2026)

[표 12] 한미동맹 불충분 시 필요한 대응 (2026)

[표 13] 향후 3~5년 내 안보적 자립 달성 가능성 (2026)

[표 14] 북핵 위협 지속 시 한국 핵보유 찬반 (2025, 2026)

이런 여론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서도 나오고 있다. 응답자의 52%가 2027-28년 안에 전작권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는데, 그 이유로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일’(57.8%)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안보적 자립을 할 필요성이 있다’(25.7%)고 응답했고,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은 12.8%에 불과했다. 한편, 반대하는 이유로는 ‘2027-28년까지 준비가 되지 않을 것 같다’가 35.8%로 제일 많았다([표 15], [표 16]).

요컨대, 한국 여론은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나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모순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황은 변했지만 동맹 유지 및 강화는 여전히 한국 외교의 최우선순위 과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뢰 기반 동맹이 아닌 거래 기반 동맹을 추구하는 미국에게 동맹 공약을 준수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거래할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하는 일이다. 카드가 없으면 미국은 약탈적 패권이 되어버린다. 예컨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거액의 대미 직접투자 요구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미 과잉 의존에 따른 비대칭적 협상 구조 때문이다.

[표 15]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생각 (2026)

[표 16]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찬성/반대 이유 (2026)

V. 중견국 연대에 미온적인 이유

미국에 군사적 의존을 경감할수록 대미 레버리지가 증가할 것이지만, 앞서 보았듯이 군사적 자립은 장기 프로젝트이다. 그렇다면 나토국들과 같이 유사 입장국간 협력과 연대를 통해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는 옵션을 추진할 수 있을까? [표 12]에서 보듯이 응답자는 한미동맹으로 안보의 확보가 어려울 경우, 군사적 자립 다음으로 일본, 호주, 유럽 우방국과의 연대 옵션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긴장 완화를 꼽았다. 동맹의 존재 이유가 북한의 위협이란 점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동맹 불안을 경감해 줄 옵션임은 분명하나, 국민들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른바 중견국 연대에 대해서도 유사한 반응이다. 미국 이외 국가와 의미 있는 안보 협력을 추진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견국 연대의 유력한 상대인 일본과 다자 혹은 소다자 협력이 그렇다.

[표 17] 주요국 신뢰 여부 (2017-2026)

한국의 경우, 여러 이슈 영역에서 중견국 연대를 추구할 때 일본은 상수일 만큼 공통 이익을 가지고 있는 파트너이다. 또한 앞에서 보았듯이 올해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미국을 능가했고(54.3% 대 47.5%), [표 17]에서 보듯이 일본에 대한 신뢰도도 미국과의 격차를 꾸준히 좁혀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 여론이 안보 사안에 관한 한 여전히 일본과의 협력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표 18]을 보면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추진해서는 안된다’와 ‘현재 수준’에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44.5%,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 47.9%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경제 협력은 ‘축소하거나’ ‘현재 수준’의 합이 33.3%에 비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55%로 높다([표 19]). 경제 협력은 확대하자는 쪽이나 안보 협력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으로 보이는 것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의 경우, 지지가 66.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나, 작년 78.2%에서 66.2%로 12% 감소했고, 반대는 12% 증가하였다([표 20]).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정당화하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에’라고 답할 만큼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표 18] 동아시아 위기 시 한일 안보협력 (2026)

[표 19] 한국과 일본 사이의 경제협력의 미래 (2026)

[표 20] 한미일 삼각 군사안보협력에 대한 입장 (2025, 2026)

그렇다면 한국의 중견국 연대론은 비안보 분야 혹은 경제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편이 적절하다. 흔히 중견국 연대 외교의 장은 가변적인 기하학 구조(variable geometry)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슈에 따라 불안과 위기감, 이익을 공유하는 중견국 집합과 구조가 변동한다는 뜻이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집합,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과 같은 경제안보 공조 집합, 인공지능 관련 디지털 협력 집합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분야에서 연대와 협력을 통해 대미협상력 확보 카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VI. 외교문제의 정파적 양극화는 여전하다

끝으로, 한국 외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여야간 정파적 양극화 현상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간 어떠하였는가? 보수와 진보 세력간에 외교문제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국론 분열을 가져와 대외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현상은 한국 정치의 양극화와 함께 그 정도가 더해지고 있다(손열 2025). 이번 조사를 보면 여야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기존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상당 부분 전 정부 노선을 계승하여 정책적 수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분열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대미 인식의 경우 트럼프 미국의 일방주의적, 약탈적 태도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응은 다분히 당파적이다. [표 21]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진보는 21%, 보수는 51.5% 신뢰도를 보여 양 진영간 30.5% 포인트의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신뢰도 역시 진보는 17.5%, 보수는 54.9%로서 양 진영간 간극은 37.4% 포인트이다.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진영간 간극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있다. 진보는 47.4%, 보수는 26.5%이고 간극은 20.9%이다. 현 정부 들어 진보 진영의 중국 신뢰도가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일반국민의 높은 반중 정서와 대비되는 흐름이라 하겠다.

흥미로운 점은 특정 정책에 대한 당파적 평가이다. 전작권 전환에 대해 진보진영의 긍정 평가는 42.8%인 반면 보수진영은 23.9%에 머물렀고, 반대 평가는 보수가 59.8%, 진보는 9.3%로서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한편, [표 22]를 보면 한국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한 진보 진영의 평가는 줄곧 부정적이었으나 이재명 정부 집권 후인 올 해 54.8%로 급등했다. 전년도 18%에서 무려 36.8%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외교를 기치로 내걸고 그 시금석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국가간의 약속을 뒤집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고, 역사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협력을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전 정부의 대일 정책을 계승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동일한 정책노선을 견지한 윤석열 정부에 강한 반대를 보였던 진보 진영이 입장을 바꾸어 강한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수 진영도 윤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 노선을 계승한 이 정부에 대해 강한 지지에서 강한 반대로 전환하였다(65% →36%).

결국, 진영 대립 차원에서 상대 정책을 반대하는 경향, 지지 정파의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외교 사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특히 반대편의 성과를 저지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공통의 이익(=국익)을 증진하는 것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표 21] 미국, 중국, 일본 신뢰도 응답별 진보-중도-보수 비율 (2026)

[표 22] 한국정부의 대일 태도 평가: 이념성향별 (2023-2026)

VII. 나가며

2026년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에 드러난 민심에는 불신과 불안이 교차한다. 미국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고, 일본에 대한 안보 불신도 여전하다. 중국은 비호감에다 실존적 위협으로 보면서도 미·중 사이 균형을 원하고, 동시에 전작권 전환과 핵무장 같은 자강론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러한 심상의 변화는 지난 1년간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 볼 수 없다.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은 트럼프에 대한 일시적 반감뿐만 아니라 동맹관계의 구조적 변화가 수반하는 현상이고, 중국의 위협 역시 국제구조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또한 호감도와 신뢰도 양면에서 일본의 상대적 상승세는 이러한 국제적 역학 구조의 변화에 힘입은 현상이다.

이러한 뉴노멀의 중심에는 신뢰에 기반한 동맹관에서 거래 기반 동맹관으로의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은 미국이 동맹을 거래(deal)로, 동맹국을 수단으로 보는 데 위화감, 배신감, 그리고 강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는 선택이 아니라 적응의 문제다. 이런 점에서 동맹 정책은 거래를 위한 협상 카드를 마련하는 정책적 과제로 귀결된다. 이번 조사에서 동맹의 보완 기제로 혹은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로 군사적 자강 카드와 함께 일본, 호주, 유럽과의 중견국 연대 카드가 꼽혔다. 향후 군비 증강이 대미 레버리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면밀한 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캐나다 및 유럽의 경우처럼 소다자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중견국 연대 외교도 유망한 카드로 추진해야 한다.

끝으로 대내적 분열 가능성이다. 불신의 세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진 외교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 외교를 기치로 초당파적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저에는 여전히 정파간 인식 및 정책 차이가 노정되어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군사 강국이고 첨단기술을 보유한 세련된 선진 경제국이며 매력적인 대중문화 선도국으로서 역량을 축적해 왔다. 그러나 주요 외교 사안들에 대한 정파적 양극화로 국론이 분열되고 외교문제의 정치화가 확대되면 국력에 걸맞는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결국 국익의 손상을 감수하게 된다. 정파적 양극화 극복은 민주적 거버넌스의 회복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외적 역할과 영향력 제고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

참고문헌

손열, [양극화와 한국 민주주의 시리즈] ⑨ 양극화와 외교정책. EAI 워킹페이퍼. 2025. 2.19.

Pew Research Center, “Trump Gets Negative Reviews Internationally as Fewer Say U.S. Is a Reliable Partner” 2026. 6.23.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6/06/23/trump-gets-negative-reviews-internationally-as-fewer-say-u-s-is-a-reliable-partner/?_gl=1*129lm2k*_up*MQ..*_gs*MQ..&gclid=Cj0KCQjw-MDTBhCgARIsAKAkdlSKtsjbggB7_I_BLW69DCgg1p1vYAOq2DojB0fXkJbRHDSpDjFOyLkaAgoZEALw_wcB&gbraid=0AAAAA-ddO9FsydUC2iYNrUCh8odFt46Ei

The Politico Poll, “Top US allies are turning toward China instead. Blame Trump.” 2026.3.15. https://www.politico.com/news/2026/03/15/trump-china-europe-closer-ties-00823457

Walt, Stephen. “The Predatory Hegemon,” Foreign Affairs, 2026.2.15.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predatory-hegemon-walt

■ 손열_EAI 석좌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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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손열_미국은 못 믿겠고 중국은 싫다 대안은 있나_260812_EAI이슈브리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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