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기 EAI 아카데미] ② 미국발 세계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
편집자 주
전재성 EAI 원장(서울대 교수)은 아카데미 2강 '미국발 세계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에서, 국제질서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주권국가체제·운영원리·제도의 세 층위가 조정되는 동적 과정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고 진단합니다. 전 원장은 그람시의 패권 개념과 미국 주도 질서의 역사를 근거로, 트럼프발 변화가 제도적 층위에 국한된 것인지 패권적 운영원리 자체의 이행인지를 가늠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습니다. 이를 토대로 화자는 패권체제 지속 여부에 따라 한국이 취할 전략이 갈린다며, 국제정치 연구 역량 확충과 헤징 전략 마련을 당부합니다.
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fBcOlf3B7ok
■ 전재성_EAI 원장,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영상 스크립트
지난 시간에 하영선 이사장님께서 강의하셔서 저도 영상을 봤습니다. 세계 질서 변화에 대한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말씀을 잘 해주셨고, 오늘은 그보다 분석적으로 현재 국제 질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미국 외교 정책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파워포인트를 만들었는데 내용이 많습니다. 오늘 다 하거나 중간중간 건너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는 데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제 질서 변화에 대한 개념적 접근
작게는 미국 외교 정책이지만, 크게는 국제 질서 전체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말씀입니다. 이론적인 이야기도 있고,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 지난 시간에도 인공지능이나 신기술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는데, 기술 변수 등도 두루 말씀드리려 합니다. 목차는 이와 같고, 몇 개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이 재미있게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국제 질서에 관한 것인데, 요즘 국제 질서 변화에 대한 여러 세미나와 학회에서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 저도 글을 쓰고 있고, 여러분 리딩으로 들어가 있는 영문 논문이 얼마 전에 마친 글입니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글이라 나중에 잘 되면 출판될 것이고,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문제 의식은 우리가 국제 질서라고 할 때, 질서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개념의 문제입니다.
보통 질서라는 말을 많이 쓰죠. 질서는 명사입니다. 어떤 질서가 지금 변해가고 있다. 흔히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변해가고 있다는 질서를 하나의 상태 또는 실체라고 생각합니다. 질서 A에서 질서 B로 바뀌고 있는 것인지, 패권 질서에서 다극 질서로 바뀌고 있는 것인지 이런 식으로 보통 사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서가 바뀐 것인지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양자택일의 논쟁도 있고요. 생산적인 논의이긴 한데, 정말로 국제 질서가 바뀌고 있다고 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 걸까를 조금 더 철학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order'라고 하잖아요.
'Order'는 명사이기도 하지만 동사이기도 합니다. 어떤 상태가 예상치 못한 또는 일상적인 외부 환경에 부딪혔을 때 그 질서를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동사적 상황을 'order'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ordering'이라고도 합니다. 지금의 상황이 어떤 자기 완결적인 질서가 내부적인 모순으로 폭발하거나 붕괴하고, A, B라는 질서로 나아가고 있다고 사고하는 것이 현실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게 아니고 질서라는 것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언어에서 질서가 변화한다고 할 때, 그 질서를 실체화하는 것 자체가 현실을 잘못 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변화하고 있는 그 상태가 어떤 특정한 모습일 때, 뒤에 얘기하겠지만 예측 가능하고 적응력이 있으며 회복력이 있을 때 그렇게 정의를 하는데요. 어떤 상황인데 그 상황의 흐름과 과정이 새로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에 원래 가지고 있던 그 질서의 측면을 유지하기 위한 적응력이 유지되어 다시
원래대로 회복력이 강한 그런 흐름일 때 그게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건 무슨 말이냐면, 지금 미국 주도 질서가 끝나고 다극화가 되었다라든지, 미국 주도 질서 단극 패권 체제가 끝나고 양극 체제가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논쟁이 있습니다. 정말 우리가 양극 체제로 들어가는 걸까? 다극 체제가 된 걸까? 흥미로운 질문이긴 한데, 그렇게 언어화하는 것이 맞는 개념인가 하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 제기를 했던 국제정치 이론가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우리의 사고 체계가 모든 것을 실체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뒤에는 훨씬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겠지만, 앞에 이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사고방식, 특히 고전 물리학적 사고방식에서 사물을 쪼개고 쪼개면 우주를 이루고 있는 마지막 제일 작은 고체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죠. 근데 20세기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그게 그렇지는 않더라.
우주를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의 최소 단위를 추적하다 보니까 제일 작은 알갱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양자 상태는 때로는 파동의 모습을 띨 때도 있고, 때로는 입자의 모습을 띨 때도 있고, 관찰자의 관찰 방식에 따라서 그 존재하고 있던 무정형의 관계가 실체화되는, 우리가 관찰할 때만 실체가 되지 관찰 이전의 상태를 뭐라고 정의할 수 없다. 그런 것이 조금 더 현실에 가까운 관찰처럼 여겨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금 사회과학은 물리학 모델을 따르고 있습니다. 고전 물리학적인 모델을 따라서 사고할 때,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중보미 시대의 우리의 관찰과도 잘 맞아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질서라는 것도 뭔가 실체겠지 이렇게 생각을 해서 그 논쟁 역시 상태의 이행 그리고 그 이행 간의 어떤 경계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질서라는 것은 전체적이고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과정인데, 그 과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라는 얘기를 먼저 하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국제 질서라는 것은 고정된 상태라기보다는 행위자들이 계속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만들어 가는데, 그렇다고 모든 질서가 구별 없이 다 동일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고 계속 변화하지만 일정한 임계점을 넘으면 그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과정으로 넘어갈 때 그걸 질서의 이행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낫지 않겠냐. 그런 면에서 예를 들어서 2026년까지는 미국 주도 질서였고 2027년부터는 양극 질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잖아요. 그게 변화의 과정이 좀 오래 걸린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질서라는 것이 명사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평화학 얘기도 나왔는데, 평화도 요한 갈퉁 같은 학자는 평화는 상태가 아니고 동적인 과정 개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평화에 이루고 싶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라는 것은 어떤 평화가 하나의 상태인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도달해야 될 목적. 근데 갈퉁의 얘기는 노르웨이의 평화학을 창시한 오래된 학자이신데, 그분 얘기는 인간이 평화로운 시대를 살 수는 없다. 본성상 두 사람 이상 모이면 갈등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국 싸우잖아요. 그 싸움이 일어나도 그것을 폭력이 아닌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면 그게 평화로운 상태라고 정의를 합니다. 다이나믹 프로세스죠.
질서도 헤들리 불 같은 경우도 국제정치는 무정부 상태니까 언제든지 폭력과 전쟁이 난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직 원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래도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관계 역시 시장이라는 메커니즘에 따라서 사람들이 예측 가능하게 행동할 수 있는 그 과정이 만들어지면 그걸 'ordered'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각각의 'order'의 내용과 퀄리티는 달라진다 하더라도. 그런 면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질서화 과정을 생각해서 지금 질서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이게 굉장히 동적인 프로세스인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에 적응하고자 하는 기존 질서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자 하는 게 더 옳은 질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미국 주도 질서죠. 1945년 이후로 미국 주도 질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좀 있다 나오겠지만 그 질서의 핵심은 패권 질서입니다. 그 패권 질서가 유지되는 데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시기 구분을 할 때 1945년에 제2차 대전 이후 전후 질서가 만들어져서 냉전과 함께 시작이 됐고, 1991년 12월에 소련이 15개 공화국으로 쪼개지잖아요. 그리고 소위 탈냉전의 시대가 시작이 돼서 탈냉전이 언제 끝나는지 명확치 않지만 그것도 프로세스니까요. 대략 2022년경으로 유럽의 안보 지형이 깨지고 국가 간 전면전이 발생을 했을 뿐만 아니라, 강의 시간에도 가끔 그런 얘기 하는데요. 2022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12월에 ChatGPT의 시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 역사의 중요한 구분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91년에 시작된 탈냉전은 2022년에 일단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랬을 때 그럼 2023년부터는 완전히 다른 질서냐?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질서를 미국 주도의 패권 질서가 잘 적응을 해서, 상당히 변화된 모습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모습을 유지한다면. 근데 그 근본적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는 이따가 분석적인 개념으로 이야기하기로 할 겁니다. 하여튼 그게 유지된다면 지금 트럼프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이란 전쟁이나 매우 많은 얼토당토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그것이 패권 체제의 회복 탄력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적인 프로세스다, 이렇게 정의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과정을 좀 보자.
IR 문헌이나 국제정치 문헌이나 사회 이론, 특히 엘리아스 같은 경우가 상태보다는 과정에 관련된 사회학 이론을 많이 하고 있어서, 이건 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질서 개념을 생각할 때 문제 제기를 먼저 해 보자. 여러분이 국제정치 질서를 이야기할 때, 그 질서를 고정된 어떤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그 뒤에 깔린 어떤 메타 이론적인, 어려운 말로는 존재론적인 또는 형이상학적 실체론 이런 것을 넘어서는 사고를 하기를 권고하는 입장에서 앞에 좀 어려운 얘기지만 이 얘기를 한 것입니다.
국제 질서의 세 가지 층위
그다음에 국제정치 이론으로 들어와서, 우리가 국제정치에 하나의 항이 있다고 할 때 그거에 질서, 질서의 몇 가지 층위를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국제사회학파 같은 경우는, 전공자들은 알겠지만, 프라이머리 인스티튜션, 세컨더리 인스티튜션이 있습니다. 프라이머리 인스티튜션은 주권 국가 체제 같은 것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입니다. 그다음에 세컨더리 인스티튜션은 전쟁이나 법 같은 것입니다. 지금 80억 인구가 지구에 살면서 뭔가 정치 질서를 만들었죠.
근데 지금 200개 국가로 쪼개진 주권 국가 질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아주 기본적인 프라이머리 인스티튜션부터 그 위에 얹혀진, 그거보다 피상적인 질서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세 개의 단계로 나눠서 국제 질서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책에서도 쓰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는 조직 원리라고 부르는 'organizing principle'인데, 그 80억을 어떻게 조직하느냐는 가장 기본적인 어떤 원칙.
지금은 주권 국가 체제라는 것이 가장 큰 원칙입니다. 그래서 80억이 200개 국가로 쪼개졌는데, 그 국가들이 다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국가입니다. 유엔 총회에서 다 일국일표를 행사하는 굉장히 이상한 체제입니다. 국력과 관계없이 모든 국가가 동등한 주권적인 형식적 권한을 갖고 만들어져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굉장히 위대적인, 그렇게 된 역사적 배경이 아주 길고 복잡하죠. 역사 사회학에서 주로 다루는. 하여간 주권 국가 체제가 가장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사회적인 구성을 할 때 누가 정당한 행위자인지, 그 정당한 행위자가 상호 간에 어떻게 인정되는지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룰을 조직 원리라고 부르는 것 하나. 두 번째는 그 조직 원리 위에서 그 사회 시스템을 움직이는 운영적인 원리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operating principle'이라고 논문에 쓴 것처럼, 그것은 훨씬 더 작동 방식에 관한 논의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패권 체제와 세력 균형 체제입니다. 어떤 주권 국가 체제가 유지가 되려면 질서가 있어야 되겠죠. 근데 주권 국가 체제라는 것은 모든 국가가 군사력을 다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제법이 규율한다고 해도 무의미하죠. 지금도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일으키는 거니까. 이번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뉴욕에 가면 뉴욕 시장이 ICC 위반이라고 해서 체포해야 된다는 둥 말이 많지만, 그렇게 되기는 굉장히 어렵죠. 그러니까 국제법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 국제정치는 국가의 주권적인 힘이 훨씬 더 중요하고, 그것이 군사력으로 발현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것을 전쟁의 장 또는 정글 등으로 국제정치를 표현하는데, 전쟁이 왜 안 일어나고 있냐? 국제법이 막아줘서 그런가? 그렇지 않습니다. 전쟁이 안 일어난 이유는 패권 국가가 있어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전쟁이 일어날 상황을 미리미리 예방하거나, 또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게 두려워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 그게 글로벌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고, 그걸 미국이 지난 80년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근데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패권적 운용 원리가 마치 조직 원리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운영 원리와 완전히 반대되는 운영 원리는 강대국 정치입니다. 강대국 정치는 뒤에 나오지만, 강대국이 복수로 있는 거죠. 두 개일 수도 있고 세 개일 수도 있고. 강대국끼리 싸우는데 또 진영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 세력권 정치가 되겠죠. 그런데 이런 강대국끼리 잘 서로서로 배려를 해서 강대국 협조 체제가 될 수도 있고, 마구잡이로 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을 때, 그럴 때 이제 균형이 생기는 거죠. 밸런스가 생긴다. 그러면 평화가 오죠. 완전한 평화는 아니고, 평화와 구별되는 안정성(stability)이 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밸런스 오브 파워 시스템의 목적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게 운영 원리죠. 어차피 똑같은 주권 국가 체제이긴 한데, 그래도 이게 운영이 돼야 되기 때문에 운영되기 위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군사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여러 형태의 운영 원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패권 체제가 자유주의적 원리에 기반하고 있으면 자유주의라는 또 다른 운영 원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자유주의 운영 원리와 패권 체제가 같이 결합되어 나타날 때 우리가 자유주의 패권 체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패권은 한 나라일 수도 있고 여러 나라가 같이 할 수도 있습니다. 이중 패권이 있을 수도 있고 집단 패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력 배분 구조 자체가 운영 원리는 아닌데, 단극이냐 양극이냐 다극이냐 이거는 극이라는 것은 월등히 강한 국가를 의미하는데, 이 국가들의 세력 배분 구조에 따른 분류입니다. 이것은 분류지 원리는 아닙니다.
다극이라고 해도 세력 균형적일 수도 있고 패권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각각의 극 체제 조건에 따라서 서로 다른 운영 원리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나간 기본적인 느낌은 뭔가 운영 원리는 같은 주권 국가 조직 원리에 얹혀 있긴 하지만 좀 다른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고, 각각의 운영 원리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있겠죠. 국제법일 수도 있고, 주로 국제기구라든지 또는 동맹 또는 경제 체제 이런 것이 그것을 실제로 움직이는 안의 제도적 장치입니다. 여기까지 세 층위 정도로 하자. 그 세 개로 나눠 보자. 우리가 질서라고 이야기할 때 질서의 층위를 세수로 나눠 보자. 했을 때 지금 2026년에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제 질서의 변화, 모든 사람이 국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이렇게 다 이야기하잖아요. 그 국제 질서는 이 세 층위 중 어떤 층위가 변화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사람마다 사실 다릅니다. 세계를 나누지 않는 사람도 있고, 그냥 막연하게 미국 중심의 평화로운 시대가 전쟁의 시대로 가나 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질서 변동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부분 지금 이야기하는 국제질서의 변화 양상은 제도적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맹이 변화되거나 자유무역이 보호무역으로 바뀌거나, UN이 무력화되거나 WTO가 보완되는 것 등은 모두 제도적 구성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패권적 운영 원리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반반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 체제가 무너지고 강대국 체제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패권 체제가 끝나고 곧바로 강대국 체제로 이행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건의 과정 속에서 패권 체제가 적응적 과정을 겪고 있는데, 더 이상 안 되는 한계점을 넘어서면 다음 질서의 프로세스로 이행하게 될 것입니다. 운영 원리상 패권적 운영 원리가 탈패권적 운영 원리로 가고 있는지가 진짜 중요한 질문입니다.
주권 국가 체제가 끝나고 다른 체제로 가는지, 예를 들어 제국 체제로 가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국은 다른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체제입니다. 형식적 주권의 평등성을 인정하지 않죠. 제국이 있으면 주변 국가는 주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제국의 중심과 주변으로 나뉘는데, 제국의 중심이 주권 국가 체제의 패권보다 반드시 더 강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근대 이전 시대의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 또는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와 지금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서 누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더 강할까요?
얼핏 생각하면 제국 체제였던 명나라가 더 강하지 않았을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국내 정치나 외교 정책에 대한 제약 요인, 선택의 폭 등을 고려했을 때 조선이 훨씬 더 제약적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책봉이나 조공과 같은 형식적인 제약성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굉장히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주권 국가 체제의 형식적 주권이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조직 원리의 변화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권 국가 체제가 제국 질서로 변화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푸틴이 가졌던 원래의 제국적 야망입니다. 미국 질서가 쇠퇴하자 원래 소련과 제정 러시아가 가졌던 주변 영향력을 회복하려 하는데, 그 방식은 주변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는 주권 국가 체제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푸틴이 원하는 것은 조직 원리의 변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지금 미국 주도 질서가 흔들릴 때 제도적 구성이나 운영 원리, 더 나아가 조직 원리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적고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최소한 세 가지 차원에서 어떤 변화를 이야기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변화는 실체의 대체 관계가 아니라 동적인 과정 속에서 한계점을 넘는 수준의 이야기입니다.
패권의 개념과 역할
패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패권이라는 말은 안토니오 그람시가 쓴 말입니다. 동의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며, 강압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다른 국가들의 반발을 유화시키고 동의를 끌어낼 수 있는 권력 체계를 패권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를 국제정치에서도 가져와 단순한 강압보다는 국제 사회나 질서를 규율하며 이끄는 정치적 리더십이 있는 시대를 패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어려운 말로는 무정부 상태의 국제 상황을 질서 있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재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국가를 패권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패권은 질서 유지에 필요한 많은 역할을 합니다. 그럴 능력과 의지를 가진 나라가 패권 국가가 되는데, 이는 매우 어렵습니다. 패권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의 전쟁을 막아야 하고,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승자가 생겨 지역 강대국이 되어 미국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막아야 합니다. 평시에 전 세계를 관리하는 세계의 경찰 역할도 해야 합니다. 경제 부분에서도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제도를 만들고,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2차 세계 대전 이후 개도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의 시장을 개방하고 ODA도 해야 합니다.
단순한 능력뿐만 아니라 정당성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 질서의 모범과 소프트 파워도 갖춰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1500년경 근대 주권 국가가 출현한 이후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미국 순으로 패권 국가가 등장했습니다. 힘이 세서 다른 나라를 강압하고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의미의 패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마음으로부터 동의하여 그 나라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국제질서 유지에 필요한 공공제를 제공하는 능력과 의지를 갖춘 나라를 따져보면 많지 않습니다. 바로 직전의 영국과 이제 미국 정도인데, 영국은 식민지화를 했고 미국도 마찬가지로 강압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패권 국가와 동의에 의한 지배, 공공제 제공이라는 것은 규범적 논의가 아닙니다. 그런 행위를 했기 때문에 좋은 나라라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관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관리가 매우 나쁜 관리일 수도 있지만, 무질서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질서 안에도 국내 정치의 민주주의처럼 굉장한 불평등이 있는 것처럼, 어떤 폭력의 직접적 행사는 막되, 그 질서가 좋은 질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적인 비교는 가능하지만, 운영 원리상 패권국의 존재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패권의 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패권적 리더십, 즉 정치적 실천이 중요합니다. 요즘 국제정치 이론에서 실천 이론을 많이 다루는데,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그 안에 의미가 있는 습관적이거나 목적이 있는 행동을 실천이라고 합니다. 패권이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실천에 대한 리더십이 있을 때 이를 패권적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논문에서도 쓰려고 했던 것은, 미국의 힘이 약화되기 때문에 패권 질서가 와야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패권은 쇠락하는가? 미국은 쇠락하는가? 그것이 패권적 질서가 망가지고 그다음 질서가 오는가와 연결되는데, 패권 질서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패권 질서 또는 패권 시스템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논의들이 상호 구성되어 있는 실체로 봐야 합니다. 리더로서의 패권 국가도 있지만, 그것을 지탱했던 동맹국, 파트너 국가, 중립적이었던 나라들, 경쟁국을 연결하는 제도화된 관계 구조로 패권적 시스템을 봐야 합니다. 국정치 이론에서 관계주의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와 많이 이야기되었는데, 국가라는 것이 있고 그 국가들 사이의 관계가 국제정치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하지만 국가라는 것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국제정치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국가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라는 존재 자체가 이전 국제정치가 바뀌는 국제 관계 안에서 생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라는 행위자와 국제관계라는 관계 사이에 상호 구성적 관계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정치란 국가들이 있고 그 국가들 간의 관계를 국제 관계라고 한다면 이해는 매우 쉽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언제부터 있었고 누가 만들었는가? 국제 관계가 만든 것입니다. 근대 이전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국제 관계를 이루는 군사 관계, 경제 관계 등이 합쳐지면서 그 안에서 경쟁하는 단위들 속에서 절대 왕조의 영토 국가가 승리하여 국가로 재탄생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패권 시스템이라는 것은 패권이 만든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패권 시스템이 나오게 된 2차 대전 이후 여러 상황들, 즉 1, 2차 세계 대전을 겪고 다시는 이런 엄청난 전쟁을 겪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전간기의 세계 경제 몰락, 전쟁 발발 등을 막기 위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다 보니 미국도 패권적 역할을 떠맡게 되고, 스스로를 패권으로 정의하며 국민들도 패권적 사업에 기여하도록 생각하게 하는 과정이 매우 긴밀하게 구성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권 시스템이라는 것은 그 패권 시스템을 만드는 패권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그것이 가능하게 했던 많은 다른 국가들 또는 다른 관계들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미국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이 갑자기 힘이 약화되면 패권 시스템이 끝나는 것인가? 만약 미국은 빠지고 미국을 대체하는 중국이 등장하여 그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동의한다면,
중국의 정치적 실천이 미국을 좋은 의미에서 넘어서는 권위주의가 아닌, 다른 국가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실천을 한다면 패권 시스템은 똑같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패권 국가만 바뀌었고, 그것을 지지하는 동맹국이나 그 안의 논리는 똑같이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많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쇠락이 운영 원리상 패권 체제의 몰락과 같은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는 좀 달리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의 힘이 약화되었더라도 미국이 유지하는 패권 시스템이 더 갈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약화,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과 전략상의 모순, 보기 힘든 많은 문제점들이 패권 시스템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르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그렇게 묻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미국이 약화되고 중국이 뜨는 것인가?
전략적 공공재와 패권 시스템
그런 의미에서 무엇이 바뀌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 훨씬 더 정교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패권 체제라는 말을 만들어 보자. 패권 체제가 정말 유지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패권 체제는 패권적인 운영 원리로 국제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적응적 제도로서의 패권으로 재정의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질서는 공공제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아담 스미스적인 이야기입니다. 시장과 개인들의 경제 행위자가 사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기 규제적 시장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를 유지하려면 경제적 교환 행위 중에 상대방을 폭력으로 이기거나 하면 안 됩니다. 따라서 치안을 유지하는 공적 권력, 외침을 막아줄 국방력, 그리고 모두가 필요로 하지만 아무도 생산하지 않는 도로, 화폐와 같은 공공제가 필요합니다. 공공제란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갖고 있는 재화를 의미합니다.
1952년 사무엘 헨리가 만든 개념인데, 뭔가 공적인 것이 없이는 사적인 활동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공제가 약간 내재되어 있어야 질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국제정치도 마찬가지로 예측 가능하고 충격에도 유지되는 질서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왔던 질서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 방지가 안 될 수도 있고, 자유무역을 하려 해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기업 강의를 갔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정학 변수에 매우 민감해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송로만 해도 예전에 호르무즈를 통과할 때 들었던 비용이나 봉쇄당해서 우회해야 하는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비용을 계산해 가격을 매겼었는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터지는 거죠. 이런 문제가 더 터질 수도 있습니다. 수송로에서 인터넷 케이블, GPS 등 우리가 공공재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이 모두 사유재가 된다면, 공공재의 반대말은 사유재입니다. 퍼블릭 굿(public goods)과 프라이빗 굿(private goods)의 중간에는 클럽재나 준공공재 같은 개념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학 개념이고, 국내 정치와는 다릅니다. 국제 정치에서 질서가 유지되려면 공공재가 필요한데, 순수 공공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패권 국가는 자신의 이익에 맞게 일부를 배제하거나 경쟁을 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은 준공공재이며, 이는 매우 전략적입니다. 그래서 논문에서는 ‘전략적 공공재’라고 썼습니다. 패권 국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공재를 제공하되, 배제와 경쟁의 논리를 전략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질 때, 이를 전략적 공공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는 패권 국가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패권 체제는 기본적으로 패권 국가가 있어야 하며, 이는 한 국가일 수도 있고 여러 국가일 수도 있습니다.
패권의 중심이 있고, 그 중심이 패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공공재를 제공할 때, 이를 패권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시기에 겪고 있는 미국의 쇠퇴와 관련된 국제 질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선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여러 조건이 있지만, 물질적 능력, 패권 국가가 되겠다는 정치적 의도, 전략적 공공재를 제공하려는 전략, 국내 정치적 지지, 국제적 인정, 그리고 그러한 역사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미국은 19세기 후반부터 1945년까지 이러한 조건들을 갖추어 패권 국가가 되었습니다. 중국을 대입시켜 보면, 지금 중국이 패권 국가가 될 수 있을까요?
중국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모든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중국 스스로도 매우 길게 보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반면, 패권 국가로서 미국이 얻는 구조적 이익, 즉 스트럭처럴 파워(structural power)에서 파생하는 패권적 이익이 많습니다. 기축 통화, 규칙 제정력, 의제 설정력, 국제 제도를 좌우하는 힘, 네트워크의 중심성 등이 있습니다. 요즘 상호의존의 무기화 논의에서 초크포인트 레버리지(chokepoint leverage)를 이야기할 때, 네트워크 중심을 잡고 있으면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됩니다. 스위프트 시스템이나 호르무즈 해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란이 수로의 네트워크 중심을 이용해 얻는 파워가 생긴 것입니다. 또한, 외부 효과(externality)로 인해 동맹국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자원 동원력 등도 있습니다.
이처럼 패권 시스템은 매우 복잡한 패권의 논리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다고 이 패권적 질서가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투리너(Turiuner)의 논문에 따르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만들어진 패권 시스템은 종속 국가들의 동의와 패권 국가가 잘못했을 때 제기되는 문제 제기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그런 면에서 1945년부터 지금까지를 80년 질서라고 부르는데, 그 80년이 문제없이 하나의 패권 질서로서 동일한 실체를 유지한 것은 아닙니다. 1970년대 닉슨 행정부의 69년 독트린처럼, 미국 패권 질서는 등락을 거듭했으며, 미국 패권의 쇠퇴에 대한 논쟁도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입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비교적 적응력 있고 회복력 있는 제도로서의 패권 체제가 유지되어 온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패권 국가 혼자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종속 국가들, 특히 동맹국들의 기여가 매우 중요한 질서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발언을 들으면, 지금 질서는 미국이 다 만들었고 모든 비용을 미국이 부담했으며, 특히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용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너무 미국에게 의존했나 하고요.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절반 정도는 사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얻은 것이 매우 많고, 질서를 만드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동맹국과 다른 국가들이 부담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미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것입니다. 브라질 학자 트리노라(Trinora)는 약자들이 강대국에 저항하면서 규범을 바꾸거나, 공동체적으로 협상력과 결속력을 증진시키거나, 표준을 제정하고 제공하는 역할을 통해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이는 미국이 모든 것을 만들어서 부여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힘이 약화된다고 해서 이 패권 체제에 대한 공동 지분을 가진 다른 국가들도 ‘미국이 약해졌으니 다른 시스템으로 빨리 넘어가자’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도적 관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신자유주의를 배우면 코헨(Coase) 같은 학자가 제도의 관성이나 제도가 가져다주는 이익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레짐(regime)에 대한 수요 측면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공동 산물로서의 패권 체제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패권 체제의 역사를 보면, 그 체제의 결속력이나 회복력은 시대에 따라 다릅니다. 지금은 그 강도가 높고, 다이나믹 덴시티(dynamic density)가 가장 높은 시대입니다. 마치 국제 질서가 국내 질서만큼 매우 촘촘하고 규범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외교관이 되면 너무 많은 규범 질서 때문에 국내 정치보다 행동 제약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국제 정치가 무정부 상태라고 배웠는데, 제도가 너무 많고 제약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대국인 트럼프는 모든 제약을 무시하지만, 이에 대한 제재 권력이 없습니다. 제도가 가지는 양면성, 제도를 만든 강대국들의 입장과 제도를 따르는 국가들이 느끼는 입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만큼 미국 주도 질서는 촘촘해졌습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미국으로 이어지면서 공공재는 언제나 있었지만, 예전 공공재는 매우 느슨하고 희소했습니다. 지금은 전략적 공공재가 훨씬 더 촘촘하게 바뀌었습니다.
전략적 공공재 수요 변화와 패권 체제
패권 체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셨을 것입니다. 이제 별개의 축으로서 공공재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야 합니다. 시대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공공재가 항상 똑같을까요? 1950년에 필요했던 공공제와 지금의 공공제의 양과 질이 같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를 생각해 봅시다. 이대로 가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질서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공공재에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이끌어낼 리더십이 포함됩니다. 이는 질서뿐만 아니라 인류 절멸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공공재가 된 것입니다. 1950년에도 기후 변화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겠지만, 공공재 수요가 창출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무질서를 만들어내는 요소들이 계속 증가해 왔습니다.
이러한 증가의 이면에는 80억 인구의 상호작용이 훨씬 더 조밀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30년은 우리가 ‘탄행전(Transitional Epoch)’이라고 부르는, 매우 지정학적인 용어입니다. 소련의 멸망을 기준으로 보는데, 지질학자나 문화학자들은 지난 30년을 다르게 인식할 것입니다.
우리는 국제정치학을 하기에 그렇게 선입견이 굳어졌지만, 지난 30년은 세력 배분 구조가 양극에서 단극으로 바뀌었고 미국 패권 체제가 시작된 시기입니다. 이는 패권의 기획이기도 하지만 세계화 또는 지구화가 이루어진 시대입니다. 세상이 매우 촘촘해진 것입니다. 지구화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측면, 기술 발전 등 여러 측면이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되면서 거버넌스 이슈가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지난 30년은 세계화가 일어났지만, 글로벌 거버넌스는 만들어지지 않은 시대입니다. 여기서 나온 엔트로피적 무질서 요소가 급증했기 때문에 패권 국가가 질서 유지에 필요한 공공재 수요가 매우 늘어났습니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진 것입니다. 예전 패권 국가는 냉전기에 소련을 막고 동맹국과 협력하여 군사 질서를 지키고, 시장 질서를 지키며 못 사는 나라를 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테러, 코로나, AI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미국 혼자 감당할 만큼 국제 공공재 수요가 늘어났는데, 미국 공급 능력이 따라 늘었을까요? 그렇지 못했고, 그럴 나라도 없습니다. 시대적 전략 공공재 수요 변화가 지금 패권 체제를 볼 때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질서는 계속 변화하며, 변화하는 상황에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할 때 질서는 무너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변한 상황이 무엇인지, 체제 질서를 유지하는 시스템의 논리와 회복력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들은 혈압 등 지표를 통해 건강 상태를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혈압이 150을 넘으면 고혈압으로 약을 처방하지만, 149까지는 괜찮다고 합니다. 하지만 130이 넘으면 이미 회복력이 줄어들기 시작하므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 의사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건강이 지표에만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맥락입니다. 패권 질서도 미국이 얼마나 약화되면 무너지는지, 또는 공공재 수요가 얼마를 넘으면 더 이상 유지 불가능한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경향이 유지되다가 때로는 경계를 넘기도 하고, 때로는 잘해서 다시 넘어오기도 하는 등 계속 변동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이것은 아니다, 이 패권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고 모두가 확인하게 될 때, 운영 원리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제도적 구성의 변화 과정은 패권적 운영 원리를 유지하기 위한 재조정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성공할지가 중요한 질문입니다.
패권 시스템 변화의 이중 압력
패권 시스템 변화의 두 가지 변수를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는 공급 측면, 즉 능력에 대한 압력입니다. 과연 미국이 예전보다 더 약화되었을까요? 미국의 쇠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는데, 쇠퇴가 정확히 무엇일까요? 매우 추상적인 용어입니다. 하지만 능력 측면의 압력이 하나 있고, 이등 국가와의 격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약화되는 것과 중국이 부상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미국 내의 흐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중국이 함께 부상했기 때문에 미국의 쇠퇴와 세력 전이가 같이 일어나는 것은 역사적 우연입니다. 미국의 쇠퇴가 중국의 부상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인 능력의 개입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미국의 쇠퇴와 상대적인 능력 쇠퇴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만약 미국이 점점 못 살게 되었는데 중국이 부상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패권 쇠퇴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패권은 렐러티브 게임(relative game)이지 앱솔루트 게임(absolute game)이 아닙니다.
반면에 수요 측면의 압력은 매우 증가했습니다. 패권 체제 변화를 이야기하려면 다시 돌아가서, 지금 2026년에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변화를 겪고 있을까요? 미국이 약해졌고 전략적 실수들이 생기면서 국제 질서가 변화하는 걸까요? 물어봐야 할 것은 패권국의 물질적 능력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전략적 공공재 수요가 어떻게 되는지, 이 두 가지입니다. 즉, 양쪽의 이중 압력인 것입니다. 능력 약화는 약화되는 것이고, 전략 공공재 수요 변화가 기존 제도 구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기존 제도 구성이 이러한 수요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 역할과 제도 권력 관계 등이 잘 유지될 수 있을지 봐야 합니다. 제도들은 적응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맹의 경우 미국이 부담했던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식의 제도적 적응을 시도할 것입니다. 재분배 연합을 구성하는 등 추상적인 용어들이지만, 적응이 미흡해지고 수요와 공급 격차가 확대되면 결국 대안적 운영 원리로 진행될 것입니다. 만약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운영 원리가 다시 안정화되면서 제도적 내용만 바뀌고 다른 형태의 패권적 운영 원리가 정착될 것입니다.
미국이 약해지고 전략적 실수들이 생기면서 국제 질서가 변화하는 걸까요? 물어봐야 할 것은 패권국의 물질적 능력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전략적 공공재 수요가 어떻게 되는지, 이 두 가지입니다. 즉, 양쪽의 이중 압력인 것입니다. 능력 약화는 약화되는 것이고, 전략 공공재 수요 변화가 기존 제도 구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기존 제도 구성이 이러한 수요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 역할과 제도 권력 관계 등이 잘 유지될 수 있을지 봐야 합니다. 제도들은 적응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맹의 경우 미국이 부담했던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식의 제도적 적응을 시도할 것입니다. 재분배 연합을 구성하는 등 추상적인 용어들이지만, 적응이 미흡해지고 수요와 공급 격차가 확대되면 결국 대안적 운영 원리로 진행될 것입니다. 만약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운영 원리가 다시 안정화되면서 제도적 내용만 바뀌고 다른 형태의 패권적 운영 원리가 정착될 것입니다.
미국이 부담했던 동맹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식의 제도적 적응을 시도할 것입니다. 재분배 연합을 구성한다든지 등등. 추상적인 용어들이긴 한데, 적응이 미흡해지고 수요와 공급 격차가 계속 확대되면 결국 대안적 운영 원리로 진행될 것이라는 인과 관계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만약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운영 원리가 다시 안정화되면서 제도적인 내용만 바뀌고 다시 다른 형태의 패권적인 운영 원리가 정착될 것입니다.
조직 원리는 이 모든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채 주권 국가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국제정치 미국의 상황은 기존 제도적 구성 고리가 변화돼서 새로운 국면에 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으로 갈지, 이쪽으로 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력 균형 협조 체제로 가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조금 더 분석적으로, 실증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봤을 때, 패권의 쇠퇴라고 할 때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이 약화된 것이 더 중요할까, 아니면 수요가 증가한 것이 더 중요할까? 아까 이야기했던 두 가지 압력 중 어떤 것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하는 문제입니다. 둘 다 중요하긴 하지만, 수요의 급증이 더 주목해야 할 현상입니다. 여태까지의 국제정치는 한 나라가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즉, 일국이 가능한 시대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는 그렇게 강한 나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국력, 국토, 인구, 산업 혁명 성공 여부, 핵 보유 여부 등이 패권 국가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국제정치 장의 성격을 규정했습니다. 지난 30년은 이제 어느 한 나라가 지구상의 어느 한 나라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 수요를 감당할 만큼 강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제 말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너무 강해져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압력 중, 미국이 약화되어 국제 질서가 변화되는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전략적 공공재의 수요가 폭증한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변수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봤을 때, 앞으로의 질서를 이야기할 때 중국이 패권 국가가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강의 때 많이 하는 이야기가 미중 경쟁을 패권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패권 경쟁에서 이긴 나라가 패권이 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이 더 이상 일국 패권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수요가 너무 늘었기 때문입니다. 공공재 수요가 늘어서 중국이 이 경쟁에서 이기면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어야 패권 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을 이겼다고 해서 중국이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여기서 이기는 국가가 패권 국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패권 경쟁이라고 부를 수는 없고, 1등 경쟁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패권 체제가 무너지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공공제는 넘어가겠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재화와 서비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것은 물리적인 자원뿐만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는 전략과 제도도 있습니다. 유형 무형의 공공제 서비스를 포함한 개념입니다. 지금 미국은 그것을 제공할 경제력, 군사력이 부족합니다. 어제 CNN 뉴스 보도를 보니, 미국이 사드 요격 미사일의 80%를 소진했다고 합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50% 이상 소진했습니다. 만약 이란 외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남은 요격 미사일로 몇 발이나 막을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수천만 달러씩 하는 미사일을 몇만 달러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대만 급변 사태가 나 중국이 대량 공격을 할 때, 그것을 막아내려면 요격 미사일이 필요할 텐데, 미국이 도와주기는 매우 어렵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한국도 사드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때쯤이면 이미 전면전이기 때문에 거의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오면 요격을 해야 하므로 미국이 도와줄 수 있는 자원이 없습니다. 이는 동시성의 딜레마로, 미국이 두 개 이상의 전장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입니다. 원래 패권 국가는 최소한 두 개의 전장 또는 1.5개 전장(하나에 적극 개입하고 다른 하나는 후방 지원)을 관리할 수 있어야 패권 국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냉전기에도 유럽, 중동, 아시아 세 개의 주된 전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 전장에서도
지상전을 투입하지 않은 해공군 전면전임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바닥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군사적 패권이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스스로 느끼고 있듯이, 지금의 전쟁은 무기 싸움뿐만 아니라 무기 생산 능력, 공급망 싸움이기도 합니다. 동맹, 최첨단 무기, 다영역(해·공·육·사이버·우주·AI 포함) 전쟁이라는 것이 점점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전쟁 수행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전쟁입니다. 옆으로 좀 샜지만, 하여간 그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죠?
미국 주도 질서의 성격과 한계
그래서 이제 이런 전략적 공공제가 미국의 혼자 힘으로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전략 공공제 수요가 역사적으로 확장해 온 역사를 보아야 합니다. 이런 수요 팽창과 함께 변화되고 있는 국제 질서를 보자는 것입니다. 냉전기부터 지금까지의 미국 주도 질서를 양쪽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주도 자유주의 질서입니다. 이 자유주의라는 말이 붙어 있기 때문에 좋은 질서라는 규범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국내 정치 싸움에서는 보수층이 군사력을 강조하다 보면 동맹과 미국 주도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러다 보면 자유주의 질서가 규범적으로도 옳다는 논리로 확장되곤 합니다. 반대로
진보 진영은 한미 관계의 위계성을 더 강조하며, 안보 우산을 제공하는 대신 정치적 자율성을 훼손당했다고 봅니다. 둘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안보 지원을 하여 생존할 수 있도록 했지만, 동시에 전략적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동맹 유지에 안보론도 있었지만, 안보와 전략적 자율성을 동시에 갖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동맹은 비대칭 동맹일 경우, 안보력을 가지게 되면 자율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1945년 이후 미국이 가져온 질서와 그 질서에서 제공된 재화와 서비스의 핵심은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클럽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배제되지 않고 덜 경합적으로 제재를 활용할 수 있었던 나라들, 주로 동맹국들은 자유주
국제 질서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서 배제된 국가들은 자유주 국제 질서가 야속할 수 있습니다. 냉전기 중국 같은 경우, 미국 주도 질서 안에서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수혜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가진 배제의 논리, 즉 다른 국가가 미국의 동맹이 아닌 경우 지역 리더십 행사를 막으려는 전략은 중국 입장에서 매우 야속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그 어감과는 별도로 억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습니다. 모든 질서는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질서가 유지되기 위한 내적 논리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냉전기 질서는 자유 진영, 즉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진영에만 제공되었던 매우 배타적인 클럽제였고, 그 안에서도 위계성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공동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내부 결속력이 매우 높은 시대였습니다. 탈냉전 30년은 어떻습니까? 매우 흥미로운 시기입니다. 예전에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분과 이야기했는데, 단극 체제는 미국에게 저주였다고 하더군요. 지난 30년간 미국만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였던 시기에 미국이 얼마나 망가졌는가. 이때 미국이 얼마나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겼는가. 미국이 잘못해서라기보다, 이미 지난 30년간 미국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미국이 다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강대국이 하나인 것도 있었고, 미국이 할 수 있다는 오만도 있었고, 미국이 그걸 다 해야 한다는 주변 국가들의 떠넘김, 즉 책임 전가도 같이 작용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동아시아 연구라는 컬럼을 쓰는데, 지난 컬럼에서 인용했던 책에 '레짐 체인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 기자 두 명이 트럼프 시대를 약 1천 명 이상 인터뷰해서 쓴 책입니다. 영어 책인데, 다 읽지는 못했지만 국제 정치 파트만 좀 읽어 봤습니다. 거기에 맨 뒤에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기자들이 비판적으로 책을 쓰다가 트럼프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습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기본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얘기를 하면서, 이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자신이 역사상 존재했던 어떤 인물보다도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으로서 나폴레옹, 칭기즈칸, 스탈린, 마오 등과 비교해도 자신만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면서, 이 쪽지를 이제 나에게 전달해 준 쪽지를 역사학자가 썼다고 해서 두 기자가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봤더니 그 쪽지는 트럼프와 골프를 같이 많이 치는 프로 골퍼의 캐디가 써 준 것이었습니다. 이 캐디는 역사 공부를 좋아했습니다. 보통 세상 같으면 좀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막 이야기할 정도면 트럼프 개인의 권력관, 혹은
국제정치를 어떻게 보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국이 그 정도로 강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개인이 느끼기에도 그렇고, 실제로 국력 지표를 봐도 과거 로마, 스페인, 해가지지 않는 영국 등과 비교해 보면, 2000년쯤 기준으로 미국 군사비가 전 세계 군사비의 50%를 차지했습니다. 전 세계 군사비의 절반을 미국 혼자 썼고, R&D 비용은 80%였습니다. 이건 제국을 해도 되는 군사력이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한 나라였는데, 그 강한 나라라고 해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혼동했던 것입니다. 저도 운동했었습니다. 트럼프 시기가 오기 전까지, 탈냉전 30년이라는 것은 한 나라가 제일 강한 나라가 질서를 부여할 수 있겠구나, 그게 패권이구나, 그래서 이렇게 질서 국가가 패권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트럼프 시기를 거치면서 공공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국가라고 개념을 바꿔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탈냉전 30년 동안 미국이 제공했던 공공제는 전략적 클럽제라기보다는 순수 공공제에 가까워졌습니다. 미국이 전 세계 80억 인구를 위해 국력을 쓴 것입니다. 여기서 보스니아 사태, 시리아 사태 등 군사 개입이나 경제 지원(ODA)을 보면, 미국 국익에 그렇게 결정적이지 않았던 일들을 미국이 많이 했습니다. 미국 스스로 패권 국가가 가질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과신이 있었고, 테러 전쟁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을 절제했어야 했습니다. 그 30년을 겪고 나서 트럼프가 생각해 보니, 지금 우리가 30년 동안 했던 일은 순수 공공재를 제공했던 것이지, 전략적 공공재를 이탈한 것입니다. 그 비용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비용에 대한 대가가 있었냐? 대가는 없었습니다. 대가는 미국 제조업 몰락, 미국 중산층 몰락, 펜타닐 같은 사회 문제, 이민 유입, 미국 시장의 약화, 제조업 공동화 등입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그래서 미국 NSS(국가안보전략)를 보면, 미국은 자기 앞에 있었던 모든 전략을 부정합니다. 잘 읽어보면 80년대의 부정은 아니고 지난 30년의 부정입니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통령은 레이건입니다. 80년대 힘을 통한 평화를 했던 레이건처럼, 트럼프가 생각한 레퍼런스 포인트는 냉전기의 동맹국들과 함께 공공제를 만들어서 미국의 힘을 유지했던 그런 의미의 패권입니다. 그런데 그 30년 동안 미국의 실패를 오바마 대통령, 부시 대통령,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가하기에는 국제정치 구조라는 것을 우리가 처음 경험했던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최고의 권력자라고 느끼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미국이 지난 30년 동안 역사상 최고의 국가라고, 인류가 통일되겠구나.
인류의 80억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최초의 권력이 등장했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정치 체제라고 할 때 군사적으로 경계를 지킬 수 있으면 하나의 정치 체제가 되는 것입니다. 영토 국가는 자기가 지킬 수 있는 영토가 하나의 단위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지구의 군사 최강국 미국이라면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만큼은 됩니다. 외계인이 더 강할 수도 있지만, 지구를 하나의 단위로 어떤 일이 생기면 군대를 파병하거나 초음속으로 보내서 하루 안에 전 세계 어디든 지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통합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통신은 물론이고.
그러니까 지금 80억이 하나의 정치 단위가 될 수 있는 물적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 지난 30년 동안 너무 영향을 받아서 순수 공공제로서의 미국 패권이 유지되었던 것에 대한 반발이 미국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이런 패권을 포기하겠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수요 폭증에 대한 내용입니다.
인류 80억을 하나로 뭉치게 할 최초의 권력이 등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정치 체제는 군사적으로 경계를 지킬 수 있으면 성립합니다. 영토 국가는 지킬 수 있는 영토가 하나의 단위가 됩니다. 지금 지구의 군사 최강국인 미국은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만큼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더 강할 수도 있지만, 지구에 어떤 일이 생기면 군대를 파병하거나 초음속 수송기를 보내 하루 안에 전 세계 어디든 지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통합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통신은 물론이고, 80억 인구가 하나의 정치 단위가 될 수 있는 물적 기반이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순수 공공재로서의 미국 패권이 유지되었던 것에 대한 반발이 미국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국민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는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패권을 포기할지는 의문입니다. 이는 수요 폭증에 대한 내용입니다.
일국 패권이 불가능한 부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불가능하게 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패권 자리를 포기하겠습니까?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구조적 권력과 시스템의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 세력, 즉 '더 이상 세계를 위해 일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극단적인 세력의 목소리를 듣더라도, 미국이 그렇게 손을 뗀다면 기축 통화의 엄청난 특권, 동맹을 유지하며 얻는 기지 제공 능력, 정치적 영향력, 경제적 이익 등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공급망에서의 영향력 역시 안보 제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뒤에 나오겠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트럼프를 왜
엔터테인하는가? 유럽은 트럼프와 갈등하고 있지만, 우리는 중국이라는 엄청난 안보 위협이 있기 때문에 그 안보 제공에 대한 대가로 일종의 거래를 해야 한다는 안보적 인식이 매우 강렬합니다. 따라서 유럽처럼 되기는 어렵습니다. 유럽은 노력하면 10년이면 자강이 가능합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크지 않고 러시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이를 알고 있습니다. 마가 세력과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 1위의 최강대국입니다. 다만 패권국이 아닌 '헤게모니 없는 슈퍼파워'가 될 것인지, 아니면 '헤게모니 있는 슈퍼파워'가 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주류 전략가들은 패권을 포기하고 그냥 세계 최강대국으로 남을 생각이 없습니다. 패권을 포기하면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동맹국의 도움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고 거기서 나오는
특권도 사라지며,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2008년 경제 위기 때 미국이 기축 통화국이 아니었다면 IMF 구제를 받아야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기축 통화, 핵 독점, 제도적 의제 설정권을 잃고 패권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 최강대국의 지위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정책 결정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패권 재조정을 통해 '일국 패권 불가능' 명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이것이 미국이 직면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학계 논문이나 정책 결정자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동맹의 중요성과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수사적 표현은 많습니다.
미래 패권 체제와 강대국 정치 전망
안보나 경제와 같은 이슈별로는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패권의 권한을 나눠야 한다는, 즉 '버든 셰어링'에서 '파워 셰어링'으로 가야 한다는 수준까지 미국이 각성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미국이 약화된 부분도 있지만, 일국 패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패권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패권적 운영 원리 속에서 제도를 재편할 때 유지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지금까지 해왔던 '단독형 패권'입니다. 둘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하려는 '패권 연합'입니다.
동맹과 파트너에게 부담을 분산하지만, 여전히 전략적 권위는 중심국에 집중되는, 즉 미국 중심의 약간의 '버든 셰어링'이 있는 형태의 패권 연합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될지는 의문입니다. 셋째는 '집합적 패권'입니다. 이는 연합 구성원의 부담과 권한을 분담하는 형태입니다. 몇 개의 나라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나 D10, G7 등이 있지만, 이를 개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중일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미중이 패권 연합을 만들 수도 있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듀얼 헤게모니'라고 해서, 사실상 이슈별로 미중이 패권을 나눠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상당 부분 전략적 권위가 공동으로 공유된다는 의미입니다. '패권 연합'이 지속 가능하려면 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집합적 패권'이 되려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기존과는 다른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야 합니다.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탈패권적 다중 거버넌스'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강대국 정치가 아니라 패권적 연합 없이도 시스템 전체가 움직이는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민주주의에서 일국 체제처럼 관리되는 거버넌스가 되기는 사실 매우 어렵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안 될 때는 '강대국 체제'로 간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패권 체제 이전에 경험했던 19세기, 18세기 유럽의 형태입니다. 19세기 역시 영국 패권의 시기로 볼 수 있지만, 영국과 러시아의 양극 체제 또는 강대국 콘서트 시스템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5개국 패권 연합에 나중에 이탈리아가 포함되어 6개국이 되기도 했습니다. 19세기는 콘서트 시스템과 영국 패권 체제, 영러 양극 체제가 복합적으로 존재했던 체제이며, 패권 체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영국이 곡물법과 같은 경제 부분에서 자유주의를 표방하긴 했지만, 인구와 군사력(주로 해군) 면에서 대륙의 지상군 동맹 없이는 균형자 역할을 했을 뿐 패권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콘서트 시스템이 더 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시작된 17세기 이후 약 400년 동안, 패권 기간은 80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세력 균형이었습니다. 사실 세력 균형과 패권이 일부 겹치긴 하지만, 온전한 의미의 패권은 매우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따라서 미국 패권이 끝나고 강대국 중심 체제로 간다면, 그 체제가 무엇일지는 좀 더 이야기하겠지만, 우리는 매우 당황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떤 면에서는 '리턴 투 노멀'적인 부분입니다. 패권 체제가 매우 예외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탈패권 이후의 강대국 정치는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요즘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탈패권으로 갈 수 있는 계기는 분명히 있습니다. 언제든지 그렇게 될 수 있으며, 특히 트럼프 시대의 미국의 전략적 실패는 미국이 최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패권 체제의 와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적 실수는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 동맹국의 의견을 무시하는 태도, 중국의 강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 조성 등 여러 면에서 나타납니다. 중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미국의 건국을 돕는 인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트럼프는 중국에게 기회였다고 나중에 평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최강대국의 자원을 완전히 잃었느냐? 소진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트럼프의 힘은 어디서 나오느냐? 트럼프가 이란 전쟁과 같은 전략적 실패를 거듭해도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존중하는 것은 미국이 가진 힘, 즉 군사력과 경제력 때문입니다. 이는 트럼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이 지금까지 쌓아온 자원을 하나씩 까먹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원이 임계점 아래로 내려가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점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만의 문제냐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러한 전략적 재조정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상호 모순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동맹이 중요하지만, 동맹의 역할 강화를 위해 동맹을 압박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동맹을 잘 대해줘야 하지만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하게 다뤄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는 바이든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의 문제인데, 트럼프식으로 하지 않으면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웨스 미첼 같은 인물이 그런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쇠퇴론과 전략적 재조정
넘어가기 전에, 그런 면에서 '미국 쇠퇴론'은 복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절대적 능력의 쇠퇴 부분도 있고, 상대적 능력 쇠퇴, 즉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패권 의지의 쇠퇴, 특히 미국 국민들의 의지 쇠퇴가 매우 큽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전략의 실패도 있지만, 미국이 쇠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공공재 수요 확대에 따른 수요 측면의 쇠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30년이 그 정도로 중요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론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질서란 무엇이고, 지금 질서의 변화를 어느 수준에서 봐야 하며, 그 수준은 패권적 운영 원리의 변화인데, 그 운영 원리의 변화가 정말로 변화되는지의 원인과 경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분석적으로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전략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보통 미국 외교 정책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미국 외교 정책의 현실과 과제
디테일이 많지만 제가 다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 강의의 목적상 첫 번째로 바이든 정부의 대전략, 즉 '관리된 경쟁'이 있었고, 트럼프 시대가 중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가 작년 12월 5일에 나왔습니다. 그 문서는 대전략에 관한 것인데, '브랜드 스트레티지'라고 불리는 이 문서는 별로 대전략적이지 않습니다. 대전략이란 전략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만 할 뿐, 실제로 어떻게 재조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합니다. 주변부를 잘 지키겠다는 '주변부 세력권 전략', 중국과 잘 경쟁하겠다는 '세력 균형 개념', 동맹국과의 관리 등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이를 종합했을 때 미국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지 못합니다. NSS를 읽었을 때 베네수엘라에 가겠구나, 이란전을 하겠구나 하는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문서입니다. 구체적인 정책을 가이드할 대전략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아직은 '대전략 부재'의 시대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없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봤을 때, 현재 미국의 외교 정책은 앞서 언급한 미국 국력의 절대적·상대적 약화, 최초로 겪는 국제정치 환경의 변화, 전략적 공공재 상황의 변화 속에서 패권 국가로서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습니다. 미국 국민들이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그냥 보통 강대국으로 돌아가자. 모든 것을 클럽제로 만들고 미국에게 정말 필요한 나라들과만 가자'고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갈 수도 있습니다. 이는 '위트인치먼트(withdrawal)'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패권 전략을 재조정하면서 훨씬 더 확장된 형태의 패권 전략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패권 적응 시간을 과연 어느 정도로 봐야 할지, 그 시간적 범위와 변화의 강도 및 심도는 훨씬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미국의 외교 정책에는 트럼프 변수가 있고, 트럼프라는 개인이 갖는 엄청난 변수가 있습니다. 그걸 다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미국 패권이 갖는 국제정치적 변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이 갖고 있는 모수는 패권 재조정 전략에서 나오는 개별 정책 아이템들입니다. 미국이 꼭 지금 해야 할 일들, 미중 경제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미국 국내 경제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동맹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동맹국에게 어느 정도 부담을 요구할 것인지, 신기술 분야에서 초격차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기술 패권 경쟁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매우 필수적인 질문들입니다. 그러한 개별 질문에 대한 답이 우선 있어야 하는데, 더 큰 문제는 그 해결 과정에서 답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저 문제에서 문제가 생기고, 이는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시차를 두고 급한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동맹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이해하게 하려면, 즉 동맹국 입장에서 팔이 비틀리면서도 미국을 도와주려면, 미국이 내세우는 대전략의 구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해하고 '이것을 도와주면 마지막에 이런 결과가 오겠구나'라는 큰 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간헐적 일방주의'라는 책에서 언급되었듯이, 1980년대 중반 플라자 합의나 닉슨 독트린 등 미국이 패권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동맹국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맹국들은 미국이 자기 돈을 들여 패권 사업을 하는 것이므로 힘들 만하다고 생각했고, '지금 힘들지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도와주는 비용이 미국이 없을 때 생기는 문제의 비용보다는 훨씬 싸다.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에 대해 그런 확신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이것을 정말 도와주면 미국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동맹국들을 케어하고, 자유주의 원칙, 시장 경제, 자유 민주주의 확산, 안정된 평화를 위해 다시 힘을 내어 다른 국가들을 보호하는 그런 미국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지금 배운 바로는 그것과는 다르고, 집합적 패권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하는 정도입니다. 즉, 미국은 패권 연합을 유지하는 리더는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없이는 지금으로서는 패권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패권 체제가 유지된다면 미국은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필요충분조건이었지만, 이제는 미국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미국이 있다고 해서 패권 체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플러스 많은 동맹국들의 도움과 패권 연합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이 잘해서 패권 연합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파워 셰어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동맹국들이 고통을 감내할 가능성이 조금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다면 많은 동맹국들이 안심하고 미국을 도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무조건 미국 중심으로 가고, 동맹국들은 너희가 할 것은 너희가 하고, 우리가 해달라는 것을 하라고 합니다. 또한 내가 예고 없이 일으키는 전쟁도 도와줘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 국내용 수사일 수도 있지만, 동맹국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부분입니다. 미국이 아무리 동맹을 지원하려고 해도 사실은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웨스 미첼이라는, 부시 행정부와 트럼프 1기 때 국무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최근 논문에서 트럼프 전략을 '컨솔리데이션 전략'이라고 썼습니다.
이분은 '그레이 파워 폴리틱스'라는 책도 쓴 정책 연구가이자 학자입니다. 트럼프 전략을 가장 합리화해 주는 논문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의 리딩 자료에도 있습니다. 읽어보면 트럼프를 '야, 이렇게까지 좋게 봐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트럼프가 절대로 이렇게 할 것 같진 않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정말 좋게 봐준다면 이런 생각으로 읽어야 되겠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들입니다. 읽고 나면 이런 사람들이 트럼프주의 또는 공화당의 주류로서 패권 재조정 전략을 짜가는 전략 공동체를 만들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대로 합의된 전략 공동체의 내용을 트럼프가 따라줘야 하는데, 그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면 미국의 패권 재조정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논론이라고 봐야 합니다. 읽어보시면 매우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눈으로 쭉 보시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NSS나 이러한 전쟁을 보면 많은 문제가 있지만, 맨 밑의 빨간 줄은 트럼프의 변덕과 정책 충돌 자체가 미국이 패권을 제조하는 전략을 할 때 얼마나 긴급하고 힘든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정치적 압박, 미국 우선주의를 하려는 압박과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압박, 트럼프가 감당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는 지금 트럼프 정도가 아니면 감당할 수조차 없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 과제에 실패하는 순간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지는 것은 물론, 인류를 유지하기 위한 공공재 생산에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가 사우디와 핵협정을 했지만 핵확산이 될 수도 있고, AI 규제가 안 될 수도 있으며, 기후 변화가 더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해야 하는 일들을 방치하는 순간, 그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핵전쟁이 나거나, AGI나 슈퍼 AI의 독자성이 생기거나, 기후 변화를 다루지 못하게 되면 22세기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노화로 죽을 수 있지만, 그전에 공공 악재가 닥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의 체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뒤에 나왔지만 패권적 운영 원리와 강대국 운영 원리만 이야기했지만, 이런 위기 의식이 다음 모델, 즉 지구 민주주의 모델입니다.
80억 인구가 조직 원리의 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의 조직 원리를 만들어야 하며, 국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국가를 넘어서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 운동가나 핵철폐 운동가들은 국가의 주권이나 지역 이익으로는 공공 악재를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글로벌 퍼블릭 스피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 관련된 슬라이드는 아니지만, 그런 요구가 앞으로 더 나올 수 있습니다.
미중 경쟁은 더 이상 답이 아닙니다. 거기서 이기거나 잘된다고 해서 인류를 구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패권 체제가 안 된다면 강대국 체제는 물론 더 어렵고, 지구적 거버넌스 체제로 가야 한다는 요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규범적으로 국제정치 학자로서 앞으로 어떤 세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미국 체제가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도 답이 아니고, 미국이 잘해서 동맹국들과 잘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꼭 답은 아닙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강대국 다극 체제가 되면 우리의 여지가 좀 생기겠습니까?
한국인의 좁은 이익으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우리는 한국인이기 전에 인간이며, 지구인으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지구인의 한 명으로서 우리가 원하는 지구 거버넌스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보존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려면 결국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자연이 착취의 대상이 아니고, 인류의 이익이나 욕망을 자제해서 우리가 지구에서 계속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거버넌스로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 변수와 국제 질서의 미래
그렇게 요구하는 세력의 구심점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시민 사회여야 하는데, 그것은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음에 쓴 내용들은 그런 상황에서 미래 질서를 결정할 또 다른 변수인 기술 변수입니다. 지난번 월요일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EAI는 동아시아원에 많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중 AI 프로젝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따 AI 글로벌이라는 사이트도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인공지능 엔지니어링이나 공학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인공지능의 발전은 시작의 시작의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미중 경쟁이든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빠릅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가 독립 변수이고 국제 변화가 종속 변수라는 직선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실업자가 늘어서 국가 경쟁력이 망가지고 자유무역이 안 되며,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나는데 로봇이 싸우는 등 도저히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는 형태의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범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산업화에 비유하고, 어떤 사람은 불의 발명에 비유하며, 어떤 사람은 언어의 발명에 비유할 정도로 너무나 큰 변화이기 때문에 그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국제정치에서의 AI는 변화의 심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계속 공부를 해 가면서 가야 하는데, 그만큼 잠재력과 위험성이 있습니다. 위험성 부분은 AI가 2022년 언어 모델로 만들어졌을 때, 탈냉전이 끝나는 시점, 즉 지정학적 경쟁이 본격화되고 미국의 단극 패권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시대, 모든 이슈가 국제정치의 안보에 종속되는 시대에 등장했습니다. AI의 발전과 미중 경쟁 또는 국가 중심의 국제정치가 가속화되는 시점이 우연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에 AI를 글로벌하게 규제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AI는 틀림없이 국가 간 경쟁의 대상이 될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AI는 애초에 반도체 수출 통제로 시작했다가 핵심 광물 규제로 넘어가고 인재 경쟁으로 넘어갔습니다. 지금 모델에 대한 수출 규제 절차도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 어제 기사에 따르면, 폐쇄형 모델 출시에 대해 미국 정부가 게이트키퍼 위원회를 거의 다 만들었다고 합니다. 엔트로픽과 최신 모델은 공개 소스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모델이라고 합니다. 엊그제 포인 실린 논문에서 중국이 미토스를 개발하게 될 때, 문시학과 같은 미토스가 여태까지 존재해 왔던 모든 사이버 시큐리티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능력을 갖추는데, 그것을 뒤집으면 모든 사이버 방어를 뚫을 수 있는 공격력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규제되지 않거나 특정 정부의 이익과 맞물릴 때, AI는 국가의 전략 자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아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그 경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여 상호 확증 파괴 수준이 되면 타협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미중 간에 AI의 군사적 또는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한 대타협을 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AI를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MPT 모델로 갈 수도 있습니다. 아주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 변수가 가져올 국제정치의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AI뿐만 아니라 많은 신기술을 이야기할 때, 다 분야별로 국제정치학이나 기술, 사회학 등 다른 형태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연구 대상인 AI가 연구자의 공부 속도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의 발전을 규제할 수 없는 인류의 머리로 시대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대중 전략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드레일을 치고 규범에 입각한 경쟁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거기서 나온 여러 핵심 쟁점들이 있습니다. 지난번 포린 폴리오에 실렸던 제이크 설리번,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분인데, 요즘 유튜브 사이트를 만들어 트럼프를 맹격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최고의 전략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해야 하는 임무를 규정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술, 특히 첨단 기술에서 0에서 1까지는 앞서지만, 1에서 100까지 가는 제조 능력, 대량 생산 능력에서는 중국에 엄청나게 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국가의 산업 정책 지원은 금융 지원으로부터 가야 하는데, 중국식 모델은 아니더라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중 경쟁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든지 중국을 앞서는 것입니다. 그 싸움은 무기 싸움이나 전쟁에서 이기는 것, 또는 중국보다 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총체적인 싸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핵심 광물부터 인재, AI 모델, 동맹국 포섭, 제3세계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 등 아주 총체적인 싸움으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설리번의 이야기 핵심도 그것입니다.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패권 정책의 재조정과 이 싸움의 포괄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스티븐 브룩스 학자가 왔었는데, 이번에 글을 또 실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게 쩔쩔 매는 것은 희토류 레버리지 때문입니다. 작년 4월, 올해 5월 정상회담 때 미국이 생산하는 상당한 무기, 신약품, 화학 물질의 상당 부분, AI 반 이상 창업자들이 이민자입니다. 일론 머스크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왔습니다. 아주 적극적인 이민 정책이 필요한 시대인데, 지금 미국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갈 수밖에 없는 국내 정치적 동력이 있는 것입니다. 이민을 막아야 하고 미국인을 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브룩스의 이야기는 동맹과 함께 팀을 잘 짜서 중국을 압박하면 희토류 레버리지보다 훨씬 강력한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전기나 IT 쪽 전략 분야의 중간제 수입의 3분의 2는 미국 동맹국으로부터 옵니다. 미국 동맹국이 마음먹고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이 미국에 가지는 광물 레버리지보다 훨씬 더 약 5배에서 11배 정도의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즉, 리소스는 있는데 사용할 방법을 모르는 것이 지금 미국 정도의 일입니다. 실제로 그러냐는 별개의 문제라 하더라도, 그만큼 미중 경쟁의 포괄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전략적 위상과 미래 전망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전략 내용입니다. 한국 전략은 모든 나라가 그렇듯 자강이 한 편에 있고, '메이크 코리아 그레이터' 정도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동맹입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세 번째는 중경국 연합과 같은 세 번째 길입니다. 자강과 동맹의 길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첫 번째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질서의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나름의 예측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분석이 있고 예측이 있어서 플랜 A와 플랜 B가 있고, 어느 질서가 현실화되더라도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이익도 지킬 수 있는 우리의 담론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 국제질서의 변화를 매우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것은 결국 학자의 몫입니다. 우리나라 국제정치 학자들이 우리나라 정부의 담론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그런 것에 매우 목말라합니다. 국제정치가 어떻게 되는지를 너무나 알고 싶어 합니다. 제가 한 이야기 정도를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이것은 너무 확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책 결정자들이 당장 갖다 쓸 수 있는 형태의 담론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자도 필요하고, 싱크탱크도 필요하고, 정책 연구가도 더 많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제정치 학계의 숫자랄까요? 우리나라의 국가 이익을 위해 필요한 국제정치학자의 기본 숫자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학자의 숫자는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관료의 숫자도 매우 적습니다. 외교부가 지금 2천 명 되나요? 국민 1인당 외교관 숫자로 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국력이 증가한 것에 비해서 군이나 기업, 문화 산업에서의 약진은 있지만, 정말로 한 단계 올라선 국제정치를 하기 위한 지식 생태계는 매우 부족합니다. 다음 세대 국제정치학자는 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계에 대한 문제도 있고, 지금의 국제정치 학계가 정책 연구를 병행하는 활성화된 분위기가 있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학술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EAI 작업이 중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책 연구가 훨씬 더 다양해져야 합니다. 국제질서의 변화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 있고, 그 변화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찾아야 하는데, 뜬금없이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패권 체제가 유지된다는 것이 50% 이상이라면, 중경국의 역할은 패권 체제를 가장 이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패권 연합의 이원으로서의 정책을 찾아야 합니다. 미국이 잘못 나가면 미국을 설득하고, 패권 연합의 다른 국가들과 이슈를 더 많이 발굴하고, 새로운 규범과 제도적 구성을 만들어낼 창의력을 가지는 것이 중경국의 역할입니다.
만약 패권 체제가 끝이라고, 도저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고 강대국 정치로 간다면, 중경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면 정말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다극 체제 안에서의 헤징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여러 보험을 들어놓고, 결국 피해를 본다는 것을 명확히 한 상황에서 국민 기대 수준을 낮추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목표를 낮게 잡아야 합니다. 이도 저도 아니고, 지구적 차원의 인류 구하기로 가야 한다면, 그런 대통령은 별로 없지만 그런 담론이라도 내세워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바로 재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을 보셨습니까? 운석이 날아오는데도 다들 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든, 거의 확실히 멸망이 코앞에 와 있는데도, 오지 않는 것처럼 서로 생각하고 국가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는 상황과 똑같습니다. 그런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중경국의 역할이 있다면, 공허한 외침일 수 있어도 그것에 따라 국가들의 대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동맹도 그렇고, 경제 안보도 그렇고, 지금의 운용 원리 속에서의 우리의 전략적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연하게 국제질서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쇠퇴하고 다극 체제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얘기들을 이제 하고 있다 하는 정도로 넘어갈게요. 마지막에 이제 한국의 전략 내용인데 한국 전략은 뭐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 자강이 한 편에 있고, 메이크 코리아 그레이터인 정도 되는 거죠. 두 번째는 동맹입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전략. 세 번째가 중경국 연합과 같은 이제 세 번째 길인데 자강과 동맹의 길이는 너무나 명확해요. 근데 첫 번째로 우리가 알아야 될 것은 아까 얘기 처음으로 돌아가서 질서의 변화라는 것이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측이 있어야 되겠죠. 그니까 우선 분석이 있고 예측이 있어서 플랜 A와 플랜 B가 있고 어느 질서가 현실화 되더라도 한국의 이익을 그래도 극대화하고 더 나아간다면 글로벌한 이익도 지킬 수 있는 우리의 담론 체계를 마련해야 된다. 그러려면 지금 국제질서의 변화를 굉장히 정확하게 분석하는게 우선이다. 그렇죠?
그건 결국 학자의 몫입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정치 학자들이 우리나라 정부의 담론을 얼마나 정확하게 얘기해 줄 수 있느냐. 그리고 우리 정부는 그런 거에 굉장히 목말라해요. 그 정말로 국제정치가 어떻게 되는지를 너무나 알고 싶어요. 근데 지금 제가 한 얘기 정도를 얘기하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돼. 이건 너무나 확실적인 얘기 때문에 그거보다 더 정책 결정자들이 당장 갖다 쓸 수 있는 형태의 답론으로 가야 된다. 그러려면 학자도 필요하고 이런 핑크 탱크도 필요하고이 정책 연구가들이 더 많이 있어야 되는데 뭐 다른 얘기지만 우리나라 국제정치 학계의 숫자랄까요? 그이 우리나라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 필요로 하는 국제정치학자의 기본 숫자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학자의 숫자는 그리고 그거를 실행하는 관료의 숫자도 굉장히 적나 외교부가 지금 2명 되나요? 근데 국민 1인당 외교원 숫자로 하면 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지금 국력이 증가한 거에 비해서 이제 군이나 기업 이런 문화 산업에서의 약진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로이 한 단계 올라선 국제정치를 하기 위한 지식 생택이랄까 이런 거는 굉장히 부족하고 다음 세대 국제정치학자는 더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여러 가지 이유로 학자 뭐 학계에 대한 여러 문제도 있고 또 지금의 국제정치 학계가 정책적인 연구를 병행하는 그런 어떤 굉장히 퍼블릭하고 굉장히 좀 활성화된 그런 분위기가 있냐면 그렇지 않아요. 잘 굉장히 그 뭐랄까요? 너무 학술적인 그 이제 그런 면에서 이i 작업이 중요한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긴 하다. 우리나라의 정책 연구가 훨씬 더 다양해져야 되는 그런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 국제일서의 변화를 깨달아야 되는게 있고 그 변화 안에서 우리가 해야 될 역할을 찾으 해야 되는데 그 뜬금없이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만약에 패권 체제가 유지된다는는게 50% 이상이다. 그러면 중경국의 역할이라는 것은 그 패권 체제를 가장 이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패권 연합의 이원으로서의 정책을 찾아야 되는 거죠. 그렇죠? 그러면은 미국이 잘못 나가면 미국을 설득하고 어 그 패권 연합의 다른 국가들하고 이슈를 더 많이 발굴하고 새로운 규범과 그 제도적 구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어떤 창의력 이런 걸 가지는게 중경국의 역할이다. 만약에 이게 패권 채치는 끝이다. 도저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고 강대국 정치로 간다. 그러면 중공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아요. 그러면 정말로 그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다극 체지 안에서의 해증 전략으로 가야 되는 거 여러 보험을 들어놓고 결국 피해를 본다는 거를 명확히 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확 낮추고 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정도로 목표를 낮게 잡아야 된다. 이두저도 아니고 아까 얘기처럼 지구적 차원에 그 인류 구하기로 가야 되면 그럴 대통령은 별로 없는데에 그럴 담론이라도 내세워야 된다. 지금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아 싸우고 있을 때 바로 재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 여러분 그 예전 넷플릭스 영화 중에 돈 룩업이라는 영화 혹시 봤나? 디카프리어 나온 거였는데 이게 막 저 운석이 날아오고 있거든요. 좀 있으면 망하는게 너무 확실한데 다 딴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뭐 뭐 그 비유한 얘기죠. 지금 기후 변화든 하간 뭔가 거의 확실히 멸망이 코합해 와 있는데 그게 안 오는 것처럼 서로 생각하고 다 국가익을 극대화하는데 몰두에 있는 그런 상황과 똑같은 거일 때 그런 담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중경국의 역할이 있다면 뭐 공허한 외침일 순 있어도 그거에 따라서 어 국가들의 대응이 다르다. 뭐 뒤에 그런 얘긴데요. 어 동맹도 그렇고 경제안보도 그렇고 하간 지금의 운용 원리 속에서의 우리의 전략적 위상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막연하게 국제질사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쇠퇴하고 다극 체제로 가고 있으니까
친중이나 친미로 가야 한다는 식의 담론은 지양해야 합니다. 더운 여름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건강하시고 남은 일정도 잘 마무리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