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로 · ← 홈으로 · ← 목록으로

[Global NK 스페셜리포트] ③ 최근 북한경제 회복세 이면의 구조적 취약성과 정책적 시사점

분류
스페셜리포트
발행일
2026년 8월 10일
관련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Global NK Zoom & Connect)

편집자 주

이종민 국방대 교수는 대중 무역 재개와 북러 군사협력으로 나타난 최근 북한 경제의 양적 회복세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취약성을 분석합니다. 저자는 세 가지 질적 수출 지표를 통해 북한 경제가 단일 시장에 종속된 저부가가치 함정에 빠져 있음을 규명하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역시 한시적인 동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이 교수는 현재 북한이 고수하는 자력갱생 노선의 근본적인 한계를 평가하며, 향후 정책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네 가지 핵심 변수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dby2ixdby2ixdby2.png
Gemini_Generated_Image_dby2ixdby2ixdby2.png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제1장.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문제 제기

최근 북한경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북한의 실질 GDP는 대북제재 강화와 코로나19 국경봉쇄로 2017-2022년 기간 중 계단식 하락세를 보였으나, 2023년에는 3.1%, 2024년에는 3.7%의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하였다. 북한 당국 스스로도 경제적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5년 연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2021~2025년) 계획」의 완수와 최근 지방발전 정책 성과를 과시한 데 이어, 2026년 2월에 개최된 제9차 당대회에서는 향후 5년간 공업생산액 1.5배 달성이라는 도전적인 산업 목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로동신문, 2025.12.12; 2026.2.26).

이 같은 회복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동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19 방역 봉쇄의 해제에 따른 대중(對中) 무역 재개이다.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입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였으며, 수출은 임가공 무역 및 비제재 광물 수출 확대에 힘입어 대북제재 강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주력 수출품이 UN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상황에서 인모가공제품, 시계, 텅스텐·몰리브덴 등이 대체 수출품으로 부상한 것이다. 둘째,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쟁 특수이다. 북한이 포탄·탄도미사일 등 재래식 군수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는 대가로 식량, 정제유 등 필수 물자의 수급 여건이 개선되었으며, 군사협력은 점차 경제 분야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김규철·남진욱, 2025; 박용한, 2025).

그러나 이러한 회복 지표의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내재되어 있다. 경제 회복의 핵심 동력이 중국이라는 단일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전쟁이라는 일시적 수요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이 양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단기적 수요에 따른 소수의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현재 회복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본 연구는 북한의 대외무역에 대한 구조분석을 통해 최근 우호적 대외 환경변화에 따른 북한 경제의 회복세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북한이 무역 주도의 장기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더 나아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북한 경제정책의 구조적 한계와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1.2. 연구의 범위와 구성

본 보고서는 북한경제의 현황을 무역 구조의 질적 수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조명한다. 단순한 교역량 통계를 넘어 수출의 질적 고도화 여부, 교역 상대국 다변화 수준, 가격 경쟁력과 협상력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현재의 경제 회복이 단기적 반등인지 아니면 구조적 성장 경로로의 진입인지를 판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논의를 전개한다. 제2장에서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전후하여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전환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집권 초기의 제한적 개방·분권화 정책과 하노이 결렬 이후의 자력갱생·재집권화 기조를 대비함으로써, 현재 북한 경제의 정책적 맥락을 이해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제3장에서는 대중 무역의 양적 성장과 질적 수준을 수출 품목 다양성, 수출 산업 고도화, 상대가격의 세 가지 지표를 통해 평가하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의 의미와 구조적 한계를 아울러 검토한다. 마지막 제4장에서는 현재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의 정책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핵심 변수 네 가지를 중심으로 향후 북한의 변화를 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제언을 제시한다.

제2장. 북한의 경제정책 동향: 2019년 전후의 방향 전환

2.1. 김정은 집권 초기의 시장 수용 및 제한적 개방 정책

김정은은 집권 초기(2012~2016년)부터 경제와 핵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 노선을 표방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시장 메커니즘을 대폭 수용하는 실용적 접근을 취하였다. 이 시기의 경제정책은 내부적으로는 분권화와 인센티브 도입, 외부적으로는 대외 합작사업 및 외자유치 시도를 축으로 하는 제한적 개혁·개방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선대인 김정일 시기의 경제운영방식에서 진일보한 것으로서, 북한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확산된 시장화(marketization)의 현실을 정권 차원에서 공식 인정하고 활용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이석기 외, 2018; 홍제환·김석진, 2021).

공업 부문에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하여 기업소에 경영 자율권과 이윤 추구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생산 및 판매 계획의 일부를 자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는 사실상 기업소 단위의 독립채산제를 용인하는 것으로, 중앙 계획경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미시적 효율성을 높이려는 타협적 접근이었다. 농업 부문에서는 「농장책임관리제(포전담당제)」를 실시하여 기존의 분조를 3-5가구 단위의 소규모 작업반으로 나누고 국가 수매 할당량 초과분을 해당 작업반 내에서 분배받는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유도하였다. 이 조치는 중국의 1970년대 말 농업 개혁인 가족농 제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집단농장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개별 경작 유인을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구조적 유사성을 갖는다. 대외경제 부문에서는 라선, 황금평·위화도 등 기존 특구 외에 다수의 「경제개발구」를 신규 지정하여 외국인 투자 유치를 시도하였다(양문수 외, 2015). 그러나, 외국인 투자 관련 적극적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2016년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점차 강화되면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시기 대외경제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무역 상대국의 상대적 다변성이었다. 비록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 사업이 개성공단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고 다른 주변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전면 차단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UN 안보리 결의의 잇따른 채택으로 이 다변적 구조는 점차 무너지게 된다. 2016~2017년의 고강도 제재 국면을 거치면서 북한의 대외경제 관계는 사실상 중국과의 단일 채널로 수렴되었다.

2.2. 2019년 하노이 결렬 이후: 자력갱생과 중앙 통제의 강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북한 경제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하는 대신 석탄 수출 등 UN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 대북제재 중 5개 핵심 부문의 대폭 완화를 요구하였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되었다. 이 결렬을 통해 북한 지도부가 갖게 된 현실 인식은 단기간 내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을 전략 기조로 내세우며, 외부 환경의 개선을 기다리기보다 제재가 지속되는 조건 하에서 자체적으로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조태형 외, 2022).

이 전환은 내부 경제정책에 있어서 집권 초기의 분권화 기조로부터 이탈하여 중앙 통제를 재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역행을 수반하였다. 기업관리 영역에서는 2020년 「기업소법」을 개정하여 중앙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소의 독자적 경영 범위를 축소하였다(양문수, 2023). 이는 시장 확산에 따른 기업소의 자율적 이윤 추구 행위가 중앙 계획의 통제력을 약화시킨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효율성보다 통제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선택이었다. 대외무역 영역에서는 2022년 1월 무역법 개정을 통해 「국가유일무역제도」를 복원·강화하여 무역 주체를 국가가 지정한 기관으로 한정함으로써, 비공식·개인 무역을 다시 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연합뉴스, 2022). 상업유통 부문에서는 통일적 상업관리체계를 강조하고 국영상업망을 확대하였으며, 2023년에는 양곡관리소를 통한 곡물 거래 일원화를 시도하였다. 금융 영역에서는 외화 사용 및 환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억제하고자 하였다.

대외 전략 측면에서도 뚜렷한 전환이 나타났다. 권위주의 국가(중국, 러시아)와의 경제·군사 협력 강화가 전략의 핵심축으로 부상하였으며, 대남관계는 사실상 차단되었다. 김정은이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데 이어 2026년 3월에는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통일을 삭제한 개정 헌법을 공표하면서 통일 담론 자체를 폐기하는 수순에 나섰다(오경섭, 2026). 아울러 러-우 전쟁과 미·중 패권경쟁 등 국제질서의 변동을 「신냉전」 구도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적극 인식하였다. 자유무역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북한은 권위주의 진영 내의 공급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이 대남관계를 이처럼 경색시키는 배경에는 냉철한 경제적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대남관계에서 북한 당국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편익은 경협사업 수익이나 국제원조, 해외투자 유치의 촉진 등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제재 환경 하에서 실현이 요원하다. 반면, 대남관계의 비용은 한국 문화의 침투와 양국 간 경제적 격차로 인해 주민들의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이 확산되고 이에 따라 사회통제가 이완되는 것이며, 이는 특별한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 발생한다. 특히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과 처벌 강화에서 드러나듯, 북한 당국은 외부 문화·정보의 유입이 체제 안정에 가하는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즉, 대남관계 개선이 가져올 편익은 불확실한 반면 비용은 확실하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것이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는 배제하고 권위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하는 근본적 이유로 판단된다.

제3장. 대중(對中) 무역 의존의 구조적 한계: 양적 회복과 질적 후퇴

3.1. 대중 무역의 양적 회복 추세와 수출 구조의 특징

2022년 하반기 이후 북한의 대중 무역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였으며, 수출은 대북제재 강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무역 재개는 봉쇄 기간 중 억눌렸던 수요의 분출, 그리고 재개방 이후 가동되기 시작한 임가공 생산 라인의 확대에 기인한다. 그러나 수출 품목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제재 이전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기존의 주력 수출품인 광물(석탄, 철광석), 의류, 수산물이 UN 안보리 결의를 통해 금지된 상황에서, 인모가공제품(가발·속눈썹), 시계, 텅스텐·몰리브덴 등 비제재 광물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북한의 대중 수출 구조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이미 소수의 임가공 제품과 광물 제품에 집중된 형태로 고착되어 왔다. 수출의 양적 규모는 확대되었음에도 품목 구성의 다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구조는 대북제재 강화로 기존의 주요 수출품이 전면 차단된 뒤에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회복 국면에서도 수출 증가는 특정 품목에 집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국가별로도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90% 이상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단일시장 의존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구조가 형성된 역사적 맥락도 중요하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석탄·철강·건설 부문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북한산 석탄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고, 국제 석탄 시세가 2~3배 상승하는 가운데 북한은 막대한 외화 수익을 거두었다. 동시에 중국의 인건비 상승에 따라 저임금 생산이 가능한 북한이 의류 등 임가공 무역에서 중국 기업의 하청 역할을 담당하면서 임가공 수출도 활성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수출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으나, 중국의 수요 구조에 종속되는 방식으로 특화가 심화되어 수출 기반의 다양화와 고도화라는 과제는 달성되지 못하였다.

3.2. 수출의 질적 수준 평가: 세 가지 지표

수출 주도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한 경로가 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존 무역 문헌에서는 거래 품목의 다양화, 수출 품목 구성의 고도화, 상대 가격 등 수출의 질적 요인들이 수출국의 경제성장, 생산성 등과 관련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Hummels and Klenow, 2005; Hausmann et al, 2007; Feenstra and Kee, 2008; Schott, 2004). 북한의 향후 경제성장에 있어 벤치마크가 될 수 있는 한국, 베트남, 중국 등 성공적 수출주도 경제성장 사례에서도 수출의 양적 성장과 함께 품목 다변화, 부가가치 사슬 상위 이동, 교역조건 개선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하에서는 이 세 가지 차원에서 북한 수출의 질적 수준을 평가한다.

3.2.1. 수출 품목의 다양성

수출 다양성 지표는 수출 품목의 종류가 얼마나 넓게 분포하는가, 즉 외연적 확장(Extensive Margin of Trade)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측정한다. 한 나라의 수출이 소수 품목에 집중될수록 특정 시장의 수요 변화나 가격 충격에 취약해지며, 다변화된 수출 구조를 가질수록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력이 높아진다. 이론적으로 경제가 발전할수록 수출 품목이 다양해지다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에 도달하면 다시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재집중되는 역U자형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mbs and Wacziarg, 2003; Cadot et al, 2011).

북-중 무역의 장기적 추세를 외연적 확장(Extensive margin)-상대가격(P)-물량(Q)으로 분해하여 분석한 최근 연구(Lee, 2026)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수출이 양적으로 급성장하였던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중반 사이 수출 품목의 다양성 지표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동기간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비교 대상국들이 수출 품목의 꾸준한 다변화를 달성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1990년대 도이모이(Doi Moi) 개혁 이후 경공업 중심의 수출 기반을 빠르게 구축하며 수출 다양성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이후 전자·기계 부품 등 중고위 기술 품목으로의 확장이 이어지며 수출 고도화가 진행되었다. 반면 북한에서는 중국의 특정 수요 품목에 맞추어 수출이 집중됨으로써 품목 외연의 확장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되었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현상이 아니라, 대중 의존형 수출 구조가 경제적 다양성을 억압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림 1. 북한 수출의 외연적 확장 수준 국제 비교

자료: Lee (2026)의 방법론과 UN Comtrade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2022년 이후 코로나19 국경봉쇄가 순차적으로 해제되면서 북한의 대중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회복국면에서도 대중 수출 증가의 대부분은 내적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중무역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매우 큰 타격을 입은 이후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2000년대 중후반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품목이 고르게 증가하기 보다는 소수의 품목에 그 과실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중수출 성장률외연 확장내적 성장
2011-201611.81%0.07%11.75%
2017-2021-87.69%-57.10%-30.58%
2022-202461.31%6.94%54.35%

주: 이 표는 북한의 시기별 대중수출 성장률을 품목 외연의 확장(extensive margin)과 내적 성장(intensive margin)으로 분해한 것으로 각 값은 연평균 증가율을 나타냄. 모든 값은 중국의 전체 수입, 즉,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대중 수출에서 각 항목의 증가율 대비 북한의 초과 성장률을 의미함.

자료: Lee, Jong-min, 2026. Decomposing North Korea’s trade with China and revisiting the effects of sanctions. Asia and the Global Economy. 6, 100143. p. 6.

3.2.2. 수출 산업의 고도화: 현시요소집약도(Revealed Factor Intensity)

현시요소집약도(Revealed Factor Intensity, RFI)는 북한의 수출 품목 구성에서 각 품목이 요구하는 물적 자본 및 인적 자본의 투입 수준을 가중평균하여 수출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Shirotori et al., 2010). 구체적으로, 각 품목을 세계적으로 수출하는 국가들의 평균적인 자본 투입 수준을 해당 품목의 현시 요소집약도로 정의하고, 이를 북한의 수출 품목 구성에 따라 가중평균하여 북한 수출 전체의 요소집약도를 도출한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을 고도로 요하는 수출 구조를 갖춘 것으로, 낮을수록 특별한 기술과 자본을 요하지 않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북한 수출에 이 지표를 적용한 분석 결과, 북한 수출의 물적 자본 및 인적 자본 투입 수준은 2000년대 이후 장기 하락세를 기록하였으며, 이 하락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급증한 2000년대 후반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김규철, 2018). 반면 중국을 제외한 국가로의 수출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대중 의존적 수출 구조 자체가 질적 저하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이러한 하락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북한의 수출은 석탄·철광석·임가공 등 단순·반복 노동과 지하자원 활용에 특화되었다. 중국으로부터 이러한 저기술 품목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기술집약적 수출품 개발에 투자할 유인이 구조적으로 차단된다. 즉 대중 의존 구조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출 수익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고도화를 저해하는 ‘저기술 함정(low-technology trap)’의 성격을 지닌다.

그림 2-1. 북한 수출의 물적 자본 투입 수준그림 2-2. 북한 수출의 인적 자본 투입 수준

자료: 김규철(2018)의 방법론과 UN Comtrade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3.2.3. 수출 산업의 고도화: 수출 고도화지수

수출 고도화지수(Export Sophistication Index)는 한 나라의 수출 품목 구성이 고소득 국가의 수출 구조와 얼마나 유사한가를 역산한 지표이다. 이 지수의 산출 논리는 다음과 같다. 특정 품목을 집중적으로 수출하는 나라들의 소득 수준을 가중평균하면 그 품목이 내포하는 ‘생산성 수준(productivity level)’을 추정할 수 있으며, 이를 각국의 수출 구성에 적용하면 해당 국가의 수출이 얼마나 정교하고 고부가가치적인가를 하나의 지수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접근은 Hausmann et al.(2007)가 개발한 'EXPY 지수' 계산 방법을 바탕으로 하며, 수출 구조가 경제 복잡성(economic complexity)을 반영한다는 이론적 가정에 기초한다.

분석 결과, 북한의 수출고도화지수는 2000년대 초·중반에 등락을 반복하다가 2000년대 후반 이후 하락 추세로 전환되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GDP 성장에 따라 이 지수도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북한의 고도화지수 하락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또한 이는 북한 수출 구조가 고소득 국가가 아니라 저소득 국가의 수출 패턴에 점차 근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Jung, 2024). 개발도상국의 수출이 성장하면서 고도화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역설적이며, 이는 북한의 경우 수출 증가가 경제 복잡성의 향상이 아니라 단순 노동·자원 집약 품목으로의 퇴행을 동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3. 북한 수출의 고도화 수준 국제 비교

자료: Jung (2024)의 방법론과 UN Comtrade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3.2.4. 대중국 수출의 상대가격

상대가격지수는 북한의 특정 품목에 대한 대중 수출단가를 중국이 타국으로부터 동종 품목을 수입할 때 지불하는 단가와 비교하여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북한 수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세계 평균에 근접하며, 1보다 낮을수록 품질 열위 또는 교역조건 불리함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수출 단가의 상대적 수준을 통해 수출품의 암묵적 품질(implicit quality)과 가격협상력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분석 결과, 북한의 대중국 수출 상대가격지수는 2000년대 초반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하여, 이후 평균 60~70% 수준에서 고착화되었다. 이는 북한 수출품이 타국 동종 제품 대비 30~40%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음을 뜻하며, 품질 저하 또는 교역조건의 구조적 악화를 반영한다. 이후 2010년대 중반 개성공단 폐쇄와 대북제재 강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도 추가적인 하락이 관찰되었다.

그림 4. 북한의 대중국 수출의 상대가격지수 추이

자료: Lee (2026)의 방법론과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이러한 상대가격 하락의 핵심 원인은 수요독점(Monopsony) 구조의 형성에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과의 교역 단절, 2010년대 중반 한국과의 교역 단절(개성공단 폐쇄 및 대북제재 강화)을 거치면서 중국이 북한 수출품의 사실상 유일한 수요자로 부상하였다. 단일 구매자가 시장을 독점하는 수요독점 구조에서 판매자는 가격협상력을 잃고 구매자가 제시하는 가격을 수용하거나 거래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구조적 열위에 처하게 된다. 북한의 경우 대안적 수출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제시하는 낮은 단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이것이 상대가격의 지속적 하락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대북제재가 완화되더라도 교역 상대국의 다변화 없이는 교역조건 개선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구조적 문제이다.

이상 세 가지 지표를 종합하면, 북한의 수출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으나 질적 지표로는 정체 또는 후퇴하고 있다. 수출 품목의 다양성은 확장되지 않고, 요소집약도와 수출 고도화지수는 하락하고 있으며, 수출 단가는 30~40% 할인된 수준에서 고착화되어 있다. 이 세 가지 현상은 모두 대중 의존 심화라는 하나의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수출의 질적 고도화와 장기 경제성장 간의 강한 정(正)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선행연구들을 감안하면, 현재의 대중 무역 의존 구조가 지속되는 한 북한의 경제 발전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

3.3. 러시아와의 경협 확대: 기회와 구조적 한계

3.3.1. 북-러 군사·경제 밀착의 배경과 경제적 의미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러 관계는 군사적 밀착을 넘어 경제 분야로까지 협력이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협력은 북한의 전략적 이해와 러시아의 전쟁 수행 필요 간의 이해 일치를 기반으로 하며, 냉전 이후 북-러 관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밀착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경제난 속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 생산 능력을 경제적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서방의 제재로 고갈되는 탄약과 무기를 보충할 수 있는 현실적 공급처가 필요했다.

군사협력의 규모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은 2023년 이후 매년 수백만 발의 155mm 포탄과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적게는 수십억 달러에서 많게는 1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박용한, 2025; 임수호, 2026). 2024년 10월에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공식 확인되었으며, 두 차례에 걸쳐 약 1만 5천 명이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다(하채림, 2025). 이는 단순한 무기 공급을 넘어 병력이라는 인적 자산까지 제공함으로써 협력의 깊이가 크게 심화되었음을 보여 준다. 러시아는 그 반대급부로 식량, 정제유, 방공망 기술, 대공미사일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군사기술 이전의 폭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WheatCrude oilRefined oilNitrogenous fertilizerPotassic fertilizer
1Russia13.4%Saudi12.6%The US12.4%China13.3%Canada35.0%
2The US13.1%Russia11.9%Russia9.7%Russia12.5%Russia19.8%
3Canada12.4%Canada8.8%India7.0%Oman6.2%Belarus11.2%
4Australia11.9%Iraq8.2%Netherland6.7%Netherland5.3%Germany8.2%
5Ukraine9.3%The US7.4%Singapore5.9%Saudi4.5%Jordan5.1%
6France8.1%Argentina4.9%S. Korea5.3%Egypt4.4%Israel4.7%
7Argentina4.1%Nigeria4.3%China4.4%Qatar3.9%The US3.9%
8Germany3.7%Norway4.2%Saudi4.2%Algeria3.9%Belgium1.8%
9Romania3.3%Kuwait3.7%Malaysia3.9%Germany3.2%Lithuania1.2%
10India3.0%Brazil3.3%Argentina3.7%Belgium2.6%China1.1%

Source: Harvad Growth Lab, Atlas of Economic Complexity. (재인용: Jung and Lee, 2024)

경제적 의미 측면에서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핵심 물자의 주요 공급자이다. 러시아는 밀 세계 1위 수출국이며, 원유·정제유·질소비료·칼륨비료의 세계 2위 수출국으로서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에너지와 식량, 농업 투입재를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Jung and Lee, 2024). 대중 의존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보완적 공급 채널로 활용함으로써 전략 물자의 수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이 북한의 계산이다. 아울러 러시아 파견 노동자는 중국보다 고수익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4년 이후 추가 파견이 이루어져 수천 명이 현지에서 근로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 파견은 북한에게 외화 획득의 수단일 뿐 아니라 러시아 측의 기술 및 경영 노하우에 인력이 노출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3.3.2. 북-러 경협의 구조적 한계(Jung and Lee, 2024)

그러나 북-러 경제협력에는 여러 층위의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가장 근본적인 제약은 일반 무역 측면에서의 경제적 보완성 부족이다.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자(식량, 에너지, 비료)를 공급할 수 있으나, 북한이 러시아에 수출 가능한 민수 품목은 극히 제한적이다. 광물 분야는 러시아 자체가 세계 최대 자원 수출국 중 하나이므로 비교우위가 중복되어 북한산 광물이 러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경공업 제품은 시베리아·극동 지역까지의 수송 거리가 길어 물류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가격 경쟁력이 크게 저하된다. 결과적으로 북-러 간 일반 무역은 구조적으로 균형 잡힌 상호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

극동 지역 교통·물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도 실현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크다. 하산-나진 철도 연결, 나진항 개발 등의 인프라 협력은 물적·인적 교류의 잠재력을 전제로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 경제에 자본을 투자하여 실질적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 러시아의 근본적 관심사는 한반도를 경유하는 가스관, 전력망, 철도(TSR-TKR 연결) 등 남-북-러 삼각 연결에 있으며, 이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국의 참여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조건부 프로젝트라는 근본적 제약을 안고 있다.

전후(戰後) 복구 인력 파견은 단기적으로 가장 유망한 협력 분야이나, 양측 모두에게 내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파견 규모가 증가하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력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외부 세계를 경험한 노동자들이 귀환할 경우 체제 유지에 대한 압력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쟁이 종결되면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UN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인 북한 노동자 고용을 중단해야 하는 외교적 압력을 받게 된다. 요컨대 북-러 협력의 경제적 과실은 전쟁이 지속되는 한시적 조건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전쟁 종결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구조적·장기적 경제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단기적 외화 수익과 물자 수급 측면에서 북한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며, 과도한 대중 의존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양국 간 경제적 보완성의 구조적 불충분함, 지정학적 리스크, 전쟁이라는 한시적 조건에의 의존이라는 세 가지 제약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의 협력이 대중 의존을 대체하거나 장기 성장의 독립적 동력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4장. 경제적 모순의 누적과 변곡점 시나리오

4.1. 현재 전략의 지속 가능성 평가

북한은 현재 대중 무역 의존을 기반으로 한 수출 확대,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통한 물자 수급 개선, 내부 중앙 집권화를 통한 체제 안정 유지라는 세 가지 축을 경제 운영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무역 구조에 대한 분석 결과, 이 전략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어려운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 살펴본 세 가지 무역의 질적 지표는 공통적으로 북한 수출 구조가 저부가가치·저기술·단일시장 의존의 구조적 함정에 빠져 있음을 보여 준다. 수출 품목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경쟁국들과 달리 외연적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요소집약도와 수출 고도화지수는 장기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상대가격은 30~40% 할인된 수준에서 고착되어 협상력의 구조적 열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향후 대북제재가 부분적으로 완화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수출의 질적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무역을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이라는 경로가 자동으로 열리지 않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더불어 러시아와의 협력이 전쟁이라는 일시적 조건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러 경협이 대중 의존을 구조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협력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점도 현 전략의 한계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즉 북한이 현재 의지하고 있는 두 가지 대외적 경제 동력(대중 무역, 대러 협력)이 모두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러한 경제적 모순의 누적이 반드시 정책적 전환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권위주의 정치 체제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반드시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지 않으며, 오히려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증가할수록 내부 결속을 명분으로 자력갱생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패턴을 북한은 반복적으로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로부터 또는 외부 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정책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변수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변수를 미리 인식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중요하다.

4.2. 변화를 촉진할 핵심 변수

북한 변화 시나리오의 핵심 변수 분석

변수내용시나리오 전망
변수 1: 러-우 전쟁 종료전쟁 종결 시 북-러 밀착의 경제적 동인 약화협력 축소·관계 재편 가능성
변수 2: 중국의 세계전략미·중 갈등 구도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 재평가중국의 대북 지원 조건 변화 가능성
변수 3: 물가 폭등·민생 불안내부 시장 불안정이 정치적 압력으로 전환될 때정책 전환의 내부적 동인 형성
변수 4: AI 시대 경쟁력 저하기술혁신 격차 확대에 따른 산업 경쟁력 상실장기 성장 가능성의 구조적 훼손

첫 번째 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료이다. 현재 북한이 누리는 전쟁 특수는 전쟁이 지속되는 한에서만 유효하다. 전쟁이 종결되면 북-러 경제협력의 가장 중요한 동인, 즉 러시아의 군수물자 및 노동력 수요가 급감하게 된다. 전후 러시아가 서방과의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UN 결의 위반인 북한 노동자 고용과 대북 제재 품목 공급을 중단하라는 국제적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은 대러 협력을 통해 확보해 온 외화 수입과 핵심 물자 공급 경로를 동시에 잃게 되어 경제적 압박이 대폭 가중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경제적 압박이 북한으로 하여금 현재의 외교적 행보를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변수는 중국의 세계전략에서 북한의 입지 변화이다. 현재 중국은 미·중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북한을 한반도 전략 완충지대로서 가치 있게 여기며 대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적 가치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재조정을 시도하거나 한반도 안정화를 위한 다자 협의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외교 노선을 수정할 경우, 북한에 대한 지원의 논리는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중국 경제 자체의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북한산 저기술 임가공 제품과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경우, 현재의 대중 수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전략적 이해 계산의 변화는 북한 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외부 지지 기반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변수이다.

세 번째 변수는 시장 물가 폭등으로 인한 민생 불안이다. 재집권화와 외화 통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국가의 통제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터전인 시장의 공급 부족과 가격 불안정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2010년대 이후 자생적으로 확산된 시장 경제 체험을 통해 주민들의 가격 기대와 생계 전략이 시장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상황에서, 물가 급등과 외화 사용 제한은 실질 생활수준의 저하로 직접 연결된다. 북한 당국은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 민심 동요를 외부에 대한 적대적 레토릭과 공포정치를 통해 무마하는 데에 정치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이것이 정치적 변혁의 동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네 번째 변수는 AI 시대의 도래와 북한의 국가경쟁력 약화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글로벌 생산성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혁신의 흐름에서 소외된 북한의 산업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더욱 약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 특히 북한 경제의 핵심 수출 동력인 저임금 임가공 무역은 AI·자동화의 확산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 자동화 설비 투자를 확대할수록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의 수출 기반마저 중장기적으로 잠식하는 구조적 리스크이며, 기술 혁신 없는 개방 전략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AI 관련 기술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경제적인 발전을 저해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정치, 군사적 영역으로 그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변수이다.

이 네 가지 변수 중 어느 하나, 또는 복수의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충격의 형태로 현실화될 경우, 현재 북한이 견지하고 있는 자력갱생 노선의 지속성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 체제의 적응력과 내구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변수들이 작동하는 시점에서 외부의 관여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비한 정책적 유연성과 준비를 갖추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

참고문헌

Cadot, O., Carrère, C., & Strauss-Kahn, V. (2011). Export Diversification: What’s Behind the Hump? The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93(2), 590–605.

Feenstra, R.C., Kee, H.L, 2008. Export variety and country productivity: estimating the monopolistic competition model with endogenous productivity. J. Int. Econ. 74 (2), 500–518.

Hausmann, R., Hwang, J. & Rodrik, D. 2007. What you export matters. J Econ Growth 12, 1–25.

Hummels, D., Klenow, P.L., 2005. The variety and quality of a nation's exports. Am. Econ. Rev. 95 (3), 704–723.

Imbs, Jean, and Romain Wacziarg. 2003. Stages of Diversification. American Economic Review 93 (1): 63–86.

Jung, Seungho and Jongmin Lee. 2024. “Economic Implications for North Korea of Strengthened Relations with Russia Amid the Russia-Ukraine War,”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36(4): 449-473.

Jung, Yeon-ha. 2024. Does increasing reliance on China help the North Korean economy? Evidence from export composition. Eurasian Geography and Economics. 67(1): 97-106.

Lee, Jong-min, 2026. Decomposing North Korea’s trade with China and revisiting the effects of sanctions. Asia and the Global Economy. 6, 100143.

Schott, P.K., 2004. Across-product versus within-product specialization in International trade. Q. J. Econ. 119 (2), 647–678.

Shirotori, M., B. Tumurchudur, and O. Cadot, “Revealed Factor Intensity Indices at the Product Level,” UN, 2010.

김규철. 2018. 북한의 무역, 양적 성장만으로 충분한가? KDI Focus 93호. 세종: 한국개발연구원.

김규철·남진욱. 2025. 『북러 밀착이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과 시사점』, KDI 연구보고서 2025-02, 세종: 한국개발연구원.

로동신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2025.12.12.

로동신문, 불굴의 개척투쟁으로 전취한 위대한 승리와 영광을 새로운 려정의 줄기찬 전성과 도약으로 이어나가자. 2026.2.26.

박용한. 2025. 러ㆍ북 군사협력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대응방향. KIDA 안보전략 FOCUS 제21호. 서울: 한국국방연구원.

양문수‧ 이석기‧ 김석진. 2015. ????북한의 경제특구‧개발구 지원방안????, 중장기통상전략연구 15-02.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문수. 2023. 제재·코로나 시기 제·개정 법령을 통해 본 북한의 경제정책. 『국가안보와전략』, 제23권 3호, pp. 107~152.

연합뉴스. 2022. ‘김정은표 무역자율화→중앙통제’ 유턴…자력갱생 국가 주도로. 2022.2.8.

오경섭. 2026. 북한 헌법 개정 분석(1): 정치분야. 온라인시리즈 CO26-33, 통일연구원, 2026.5.8.

이석기, 권태진, 민병기, 양문수, 이동현, 임강택, 정승호. 2018.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개혁 연구: ‘우리식경제관리방법’을 중심으로』, 연구보고 2018-869. 세종: 산업연구원.

임수호. 2026. 북한의 대러 파병 및 군수물자 수출의 경제적 효과. INSS 전략보고 제374호, 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태형·김민정·이종민. 2022. 최근 5년(2017-2021)의 북한경제 및 향후 전망. BOK이슈노트 2022-31, 한국은행.

하채림. 2025. 총알받이 내몰린 1만 5천명. 연합뉴스. 2025.10.4.

홍제환·김석진. 2021.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경제정책, 대외무역, 주민생활』, KINU 연구총서 21-13. 서울: 통일연구원.

■ 이종민_국방대학교 국방관리학부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첨부파일

  • 이종민_북한경제 회복세 이면_260810_GlobalNK스페셜리포트.pdf
← 뒤로 · ← 홈으로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