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이슈브리핑]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한일 국민의 시각차: ‘상대국 인상’을 중심으로 제13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 분석
편집자 주
손열 EAI 석좌연구위원(연세대 교수)과 이아림(연세대 박사과정)은 양국 국민의 '상대국 인상' 변화 추이와 그 개선 요인을 분석합니다. 저자들은 2020년 이후 양국의 상호 호감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배경에 민간 차원의 방문 및 대중문화 소비라는 상향식 요인과 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인상이라는 하향식 요인이 공통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한일 국민간 상호 호감도 차이 역시 상기 세가지 요인의 작용으로 설명합니다. 저자들은 상호 인상 개선이 향후 양국의 협력적 태도를 견인하는 만큼, 인적 교류의 제도적 확대와 정치 지도층의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을 위한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I. 들어가며
2013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 가운데 학계 및 미디어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항목은 상대국에 대한 인상이다. 인상이란 친일, 반일, 친한, 혐한 등으로 표현되듯이 상대국과의 관계로부터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 재현 혹은 감각적으로 표상된 것으로, 이미지 혹은 심상(心象)으로도 불린다. 인상은 특정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태도라는 감정적 형태 즉, 행동의 시점이나 준비태세를 가져온다. 한일관계에서 인상이 분석적 의미를 가지는 것은 상대국 인상이 상대국에 대한 태도, 특히 상대국과의 관계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그간 한일 여론 조사 결과를 둘러 보면 상대국에 대한 인상이 긍정적일수록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고, 상대국과의 관계에 개선감을 갖게 됨을 알 수 있다.
한국 국민의 일본 인상과 일본 국민의 한국 인상은 2019-20년 양국 정부 간 수출통제와 상호무역보복, 안보갈등으로 이어진 최악의 상황을 겪은 이후 호전되어 꾸준한 상승을 이어왔다. 2026년도 조사 결과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좋은 인상은 2020년 최저점인 12.3%에서 2026년 54.3%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나쁜 인상은 71.6%에서 38.5%로 하락했다. 일본의 경우 좋은 인상은 2019년 최저점인 20.0%에서 2026년에는 35.3%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나쁜 인상은 49.9%에서 44.1%로 하락했다.
시점을 좁혀 지난 1년 변화를 본다면, 한일 양국은 트럼프 2기 정권의 관세 및 투자 압박, 막대한 방위비 증액 요구,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참전 요청, 중국의 경제 위협 등 여러 외부 충격에 직면했고, 국내적으로도 양국은 정권 교체란 커다란 정치변화를 겪었다. 이렇듯 한일관계를 교란할 만한 변수들이 줄이어 돌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여론 조사 결과는 전반적으로는 기존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양국 간 상호 인상의 차이도 드러났다. 2026년 현 시점에서 한국의 대일 인상 상승세가 견조한 반면 일본의 대한 인상 개선은 등락을 거듭하며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이래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인상 개선의 동력은 무엇인가? 양국 간 동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 글은 동아시아연구원과 국제문화회관(International House of Japan)이 2026년 7월 20-21일 공동 실시한 한일 국민 상호 인식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두 차례 회귀분석을 실시하고, 여기서 도출된 변수를 중심으로 상호 인상의 개선 요인을 분석하였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한국국민의 일본에 대한 인상, 일본에 대한 신뢰도,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는 2020년 이래 견고한 상승 추세이다. 일본의 경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2025년 대비 10.5% 포인트 증가를 기록하였으나 전년도 낙폭을 만회한 수준으로서, 전반적으로는 등락을 거듭하는 불안정한 상승세라 할 수 있다. 한국에 비해 일본의 경우 인상 개선의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2. 인상 상승 요인으로서 첫째는 bottom-up 요인인 양국 민간 수준에서의 직간접 접촉(상대국 방문과 대중문화 소비)을 통한 호감도 상승이다. 한일 양국 공히 여행과 쇼핑, 식(食)문화와 대중문화 소비를 많이 할수록 상대국에 대한 긍정 인상이 상승한다. 둘째는 top-down 요인으로서 상대국 지도자 인상이 주요 변인이다. 양국민 공통으로 상대국 정부 지도자에 대해 긍정적 인상을 가질수록 상대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이 상승한다.
3. 이상 세 변수로 양국의 상대국 인상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일 인상 호전의 동력이 일본의 대한 인상 호전 동력보다 강한 이유는 상대국 방문과 대중문화 소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고, 국가 지도자에 대한 인상도 상대적으로 호전된 데 있다. 한편,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나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양국 국민이 가지는 인상의 혼란은 상대국 인상 개선을 지체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II. 한일 상대국에 대한 인상 추세
한일 공동여론조사 과거 10년을 돌이켜 보면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2020년을 예외로 하면 견고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표 1]). 2017년 56.3%에서 2019년 49.9%로 하락하였으나, 2019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통제로 촉발된 무역분쟁과 안보갈등으로 한일관계가 국교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태에 빠지면서 부정적 인상이 급증했다. 그러나 2020년 71.6%를 정점으로 부정적 인상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 2026년 38.5%에 이르렀다. 반면, 긍정적 인상 즉, 호감도는 2017년 26.9%에서 2019년 31.7%까지 상승한 후 2020년 급락하였으나(12.3%),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2026년도에는 54.3%를 기록했다. 불과 6년 만에 42% 포인트나 증가하는 엄청난 변화를 이루었다.
일본의 경우,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2017년에서 2021년까지 46-49% 정도로 작은 변동폭을 기록한 후, 2023년 32.6%까지 하락하였다. 2025년에는 51%로 급상승하였으나 올해 44.1%로 하락하였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의 경우, 2019년 20%에서 꾸준히 상승하여 2023년에는 37.4%를 기록하여 긍정적 인상과 부정적 인상의 골든 크로스를 이루었다. 그러나 작년에 24.8%로 8% 포인트 급락한 후 올해 35.3%로 10.5% 포인트 급등하여 하락폭을 만회했다([표 2]).
[표 1] 한국 국민의 일본에 대한 인상, 2017-2026.
[표 2]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상
[표 3] 한국과 일본의 상대국에 대한 인상 비교, 2013-2026
[표 3]은 과거 14년간 한국과 일본의 상대국 인상 추이를 함께 대조하였다. 양자를 비교해 본다면 두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2013년 조사 실시 이래 2023년까지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전반적으로 한국의 일본 호감도 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가 2024년 이후 역전되어 한국의 일본 호감도가 상위에 놓이게 된 점이다. 상대국에 대한 ‘좋은 인상’은 2018-19년을 제외하면 일본이 한국보다 줄곧 높았으나 2025-26년 역전되었다.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인상’은 2023년까지 10년간 일본이 줄곧 낮았으나 2025-26년 역전되었다.
둘째, 한국과 일본 사이 상대국에 대한 인상 개선의 흐름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경우 2020년 이래 일본 인상 개선이 뚜렷한 추세로 자리잡은 반면, 일본의 경우는 한국 인상 개선 추세의 기울기가 완만한 데다 다소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에 비해 일본의 경우 인상 개선의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가? 보다 구체적으로 2026년 현 시점에서 한국의 대일 인상이 일본의 대한 인상을 따라잡은 요인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2020년 이래 대일 인상 개선의 동력은 무엇인가? 한편, 일본의 대한 인상이 기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III. 2026년 양국 응답자의 상대국 인상 분석
1. 한국 여론의 일본 인상 분석
이 글은 한국 응답자의 일본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식별하기 위해, 일본 인상을 종속변수로 놓고 독립변수를 네 가지 하위 모형으로 분류(일본에 대한 개인적 접촉과 소비, 일본 지도자 및 정부 태도, 일본과의 기능적 협력, 주변국 요인)하여 로짓회귀분석(logit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표 4]), 일본 방문 경험, 일본 지도자 인상, 일본 대중문화 소비, 현재 한일관계 평가가 5% 유의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수들은 모두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인상과 정(+)의 관계를 보였다. 한 단위 변화에 따른 평균한계효과는 일본 방문 경험이 가장 크며, 방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없는 응답자보다 긍정적 일본 인상 확률이 평균 23%포인트 높았다. 변수의 전체 척도 범위에서 나타나는 예측 확률 변화는 일본 지도자 인상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지도자 인상이 1에서 5로 높아질 때 긍정적 일본 인상의 예측 확률은 31.8%에서 82.5%로 50.7% 포인트 증가하였다.
미국 인상과 중국 위협 인식 변수는 소규모 모형에서는 높은 수준의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으나, 다른 변수들을 모두 포함한 전체 모형에서는 10% 유의수준에서만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소규모 모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 전체 모형에서는 유의성을 상실하였다. 이는 해당 변수들의 설명력이 전체 모형에 추가된 다른 변수들과 일부 중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표 4] 2026년 한국 응답자의 일본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 | 로짓계수 (Logit Coefficient) | 평균한계효과 (Average Marginal Effect) | 해석 |
| 일본 지도자 인상 (척도: 1-5) | .811*** (.09) | .117*** (.012) | 1단계 긍정적으로 변화할 때 긍정적 일본 인상 확률이 평균 11.7%p 증가. 최저→최고 수준에서 31.8%→82.5%(+50.7%p). |
| 한일관계 평가 (척도: 1-5) | .621*** (.12) | 0.09*** (.016) | 1단계 긍정적으로 변화할 때 긍정적 일본 인상 확률이 평균 9.0%p 증가. 최저→최고 수준에서 36.4%→73.4%(+37.0%p). |
| 일본 대중문화 소비 (척도: 1-5) | .509*** (.06) | 0.074*** (.008) | 1단계 증가 시 긍정적 일본 인상 확률이 평균 7.4%p 증가. 최저→최고 수준에서 43.4%→74.2%(+30.8%p). |
| 일본 방문 경험 (척도: 0-1) | 1.508*** (.178) | 0.23*** (.026) | 방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없는 응답자보다 긍정적 일본 인상 확률이 평균 23.0%p 높음. |
주: 괄호 안은 강건 표준오차임. *** p<.01, ** p<.05, * p<.1
표에는 주요 설명변수 가운데 5% 유의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만 제시하였다.
2. 일본 여론의 한국 인상 분석
2026년 일본 응답자의 한국에 대한 인상을 분석한 결과, 한일관계 평가, 한국 대중문화 소비, 한국 지도자 인상, 한국 방문 경험이 5% 유의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유의 변수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과 정(+)의 관계를 보였다. 한 단위 변화에 따른 평균한계효과는 한국 방문 경험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없는 응답자보다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질 예측 확률이 평균 12.0%포인트 높았다. 변수의 전체 척도 범위에서 나타나는 예측 확률 변화는 한일관계 평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한일관계 평가가 1에서 5로 높아질 때 긍정적 한국 인상의 예측 확률은 13.3%에서 65.4%로 52.1%포인트 증가하였다. 또한, 한일 안보협력 강화는 소규모 모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변수들을 모두 포함한 전체 모형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이 감소하여 10% 유의수준에서만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5] 2026년 일본 응답자의 한국 인상에 대한 로짓회귀분석 주요 결과
|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 | 로짓계수 (Logit Coefficient) | 평균한계효과 (Average Marginal Effect) | 해석 |
| 한일관계 평가 (척도: 1-5) | 1.111*** (.166) | .118*** (.016) | 1단계 긍정적으로 변화할 때 긍정적 한국 인상 확률이 평균 11.8%p 증가. 최저→최고 수준에서 13.3%→65.4%(+52.1%p). |
| 한국 대중문화 소비 (척도: 1-5) | .65*** (.075) | .069*** (.007) | 1단계 증가 시 긍정적 한국 인상 확률이 평균 6.9%p 증가. 최저→최고 수준에서 24.4%→58.6%(+34.2%p). |
| 한국 지도자 인상 (척도: 1-5) | .55*** (.129) | .058*** (.013) | 1단계 긍정적으로 변화할 때 긍정적 한국 인상 확률이 평균 5.8%p 증가. 최저→최고 수준에서 25.9%→51.0%(+25.1%p). |
| 한국 방문 경험 (척도: 0-1) | 1.057*** (.213) | .120*** (.025) | 방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없는 응답자보다 긍정적 한국 인상 확률이 평균 12.0%p 높음. |
주: 괄호 안은 강건 표준오차임. *** p<.01, ** p<.05, * p<.1
표에는 주요 설명변수 가운데 5% 유의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만 제시하였다.
미국 인상과 중국 위협 인식 변수는 소규모 모형에서는 높은 수준의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으나, 다른 변수들을 모두 포함한 전체 모형에서는 10% 유의수준에서만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소규모 모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 전체 모형에서는 유의성을 상실하였다. 이는 해당 변수들의 설명력이 전체 모형에 추가된 다른 변수들과 일부 중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IV. 상대국 방문, 상대국 대중문화 소비, 상대국 지도자 인상
흥미롭게도 한일 양국 국민의 상대국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거의 동일하다. bottom up 요인인 상대국 방문 경험과 상대국 대중문화 소비, top down 요인으로서 상대국 지도자 인상과 현재 한일관계 평가가 공통적으로 꼽혔다. 이 가운데 현재 한일관계 평가 변수는 종속변수(=상대국 인상)와 상호인과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하고 나머지 세 변수들로 양국의 인상 변화 및 양국 간 인상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상대국 방문 경험
상대국 방문 경험은 상대국에 대한 직접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경우, 기성 미디어 매체나 기성 교육 체계 속에서 재생산되는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식민지 경험에 따른 일본에 대한 열등감과 굴욕감, 도덕적 우월감이 일본에 대한 경쟁적, 비판적, 부정적 감정이나 태도를 형성하고 역사문제 갈등을 통해 증폭되는 경로다(이용희 1970). 이에 반해 일본의 직접 경험은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하는 통로가 된다. 한국 국민은 직접 방문 혹은 뉴미디어를 통한 간접 방문을 통해 일본인의 ‘친절, 청결, 질서를 중시하는 국민성’에 호감을 표시하고 ‘매력적인 식문화와 쇼핑, 여행’을 즐기며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표 6]). ‘상대국 방문 후 좋은 인상으로 변했다’거나 ‘좋은 인상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라고 답한 비율이 84.3%로 압도적인 것은 직접 경험의 영향력을 방증한다.([표 7]).
[표 6] 상대국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된 이유
[표 7] 상대국 방문 후 인상 변화, 2021년과 2026년 비교
일본의 경우도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선진국으로서 한국에 대한 우월감과 식민지 지배관계에 따른 후견주의적 사고, 그리고 한국의 추격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여 형성된 부정적 인상이 존재한다. 배외주의에서 나오는 ‘혐한’은 그 극단이다(석주희 2023). 그러나 직접 방문이나 뉴미디어를 통한 간접 방문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한국 방문 후 좋은 인상으로 변했다’거나 ‘좋은 인상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라고 답한 비율은 79.6%에 이르렀다([표 7]). 그 이유로 일본 국민 역시 ‘식문화, 쇼핑, 관광 등 여행지로서 매력’을 1위로 꼽았고, 근소한 차이의 2위로 ‘K-Pop,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의 매력’을, 3위로 ‘한국인의 친근한 모습에 호감’을 꼽았다([표 6]).
2. 대중 문화 소비
직접 방문과 함께 대중문화 소비도 주요 요인이다. 일본에서 드라마, 영화, K-Pop, 패션, 뷰티 등의 인기, 한국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J-Pop, 소설 등의 인기가 상호 인상 향상에 기여하고 있음은 이미 몇몇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손열, 이하연, 2021; 최은미 2025). 2026년 여론 조사도 기존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대중문화가 상대국 인상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반응은 한국에서 82.5%, 일본에서는 87.4%로 압도적이다([표 8]). 또한 주 소비층이 20-30대란 점에서 이들이 양국 사회에서 상대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주 동력이라는 점도 확인된다.
[표 8] 대중문화 소비와 인상 변화, 2022년과 2026년 비교.
이렇듯 민간 수준에서의 방문 및 대중문화 교류가 상호 인상 개선에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양국 사이 상호 교류와 소비의 폭은 대칭적이지 않다. 상대국 방문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개방 첫 해인 2022년 기준으로 ‘상대국 방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한국은 38.7%, 일본은 27.6%로서 양국 간 격차가 존재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한국이 71.6%, 일본이 28.8%로서, 한국은 4년 사이 32.9% 포인트로 대폭 증가한 반면 일본은 2.2% 포인트로 미미한 증가를 보였다. 이에 따라 양국 간 격차는 2022년 22.1% 포인트에서 2026년 42.8% 포인트로 확대되었다([표 9]). 이러한 수치를 고려하면 상대국 방문에 따른 인상 개선 효과는 일본보다 한국에 월등하게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표 9] 상대국 방문 경험, 2022와 2026년 비교
대중문화 소비의 경우는 방문의 경우와 다소 다른 패턴이 드러나고 있다. 2022년의 경우, 응답자 중 ‘상대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비율은 한국이 18%, 일본이 34.5%로서 일본이 많았다. K-Pop과 K-드라마 등의 인기가 일본에서 지속 확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026년에는 한국이 42%, 일본이 29.7%로 한국이 앞질렀다([표 10]). 한국에서 지난 4년간 24%의 신장을 기록할 정도로 일본 대중문화는 붐을 맞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J-Pop이 결합한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체인소 맨> 등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일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공동선언을 계기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이루어진 이래 전례 없는 호황기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대중문화에 따른 인상 개선 효과는 한국측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표 10] 상대국 대중문화 소비, 2022와 2026 비교
3. Top down 요인: 지도자 인상
상대국 방문과 대중문화 소비는 주로 상대국에 대한 인상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 요인이지만, 상대국 지도자 인상은 인상 개선 효과나 인상 악화 효과를 동시에 가져오는 요인이다. [표 11]에서 보듯이 한국 국민의 일본 총리에 대한 인상 추세와 일본에 대한 인상 추세는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일본 총리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아베 신조 총리 집권기 절정에 이르렀다가 2020년 그의 퇴진 이후 하락하였고, 아베 신조 집권기 극도로 낮은 수준이었던 긍정적 인상 역시 그의 퇴진 이후 꾸준히 상승하였다. 이와 함께 한국 국민의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상 추이 역시 2020년을 정점으로 하여 꾸준히 하락하는 한편 긍정적 인상은 꾸준히 상승하였다. 긍정적 인상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서 최고점을 찍었고(32.5%),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로 이어지며 27.3%로 하락했다.
[표 11] 일본 지도자에 대한 인상
일본 총리에 대한 부정적 인상 요인은 대체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상 요인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표 12]에서 보듯이 ‘상대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게 된 이유’로 한국 국민은 ‘한국을 침탈한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기 때문’ 혹은 ‘위안부나 강제동원과 같은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여기서 일본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는 대상은 일본의 일반 대중이라기보다 일본의 지도자이다. 따라서 아베 총리와 같이 일본 지도자가 수정주의적 역사인식을 표출하는 경우 강한 거부감을 보내는 반면, 이시바 총리처럼 전향적 인식을 보일 때 긍정적 인상을 갖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 12] 상대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된 이유, 2026
[표 13] 한국 지도자에 대한 인상
한편, 일본 국민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상의 이유로 ‘일본에 대한 비판이나 반일감정’을 표출하거나 ‘강제동원이나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일간 합의나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를 꼽는다. 역사 인식 자체보다는 역사 문제를 다루는 태도에 부정적 또는 긍정적 인상을 갖는다는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형해화되고 반일 시위가 거리를 휩쓸었던 시기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 그리고 대일 유화적 접근을 견지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이런 까닭이다.
이렇게 볼 때, 2025년 일본 국민의 대한(對韓) 인상이 급격히 악화된 원인(부정 인상은 32.8%에서 51%로 급상승)은 한편으로 한국 정정의 불안 즉, 계엄과 탄핵의 혼란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인상이 확산된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새 지도자로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의 야당 당수 시절 일본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도 여론조사는 이 대통령 취임 불과 2개월 후인 8월 18-20일 실시되었기 때문에 야당 시절 이미지가 주로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39.2%로 2023년 전임 윤석열 대통령이 기록한 4.1%에서 무려 35.1% 포인트 급등한 수치를 기록했다. 긍정 인상도 32.1%에서 10.5%로 급락했다.
2026년 조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 인상은 15%로 반등에 성공했고, 부정적 인상도 29.6%로 하락했다. 이는 2025년 8월 23일 일본 방문을 필두로 이시바 총리와 3차례, 다카이치 총리와 5차례 정상회담 등 정상외교를 통한 여러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용외교를 강조하면서 위안부 합의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국가 간의 약속을 뒤집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고, 역사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협력을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발언으로 일본의 조야(朝野), 나아가 국민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손열 2025). 이번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일본 국민은 이 대통령에게서 대일 강경론자 이미지와 실용주의자 이미지의 혼재 속에서 다소 인상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부정적 인상은 이시바 총리의 32.5%에서 43.7%로 상승했고, 긍정적 인상은 32.5%에서 27.3%로 하락했다. 2025년 10월 집권한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 대표적인 매파 정치인이고 아베 신조의 후계자를 자처한 인물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고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나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 국민은 다카이치 총리에 부정적 이미지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대중 관계 악화 속에서 한일 관계의 안정화를 위해 역사문제나 영토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관리하는 실용주의적 행보를 견지했고 셔틀 외교를 통해 한국 국민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인상 악화가 소폭으로 이루어진 것은 이러한 외교적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경우와 유사하게도 한국 국민들은 다카이치 총리로부터 우익 강경론자 이미지와 실용주의자 이미지가 혼재되어 일종의 인상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V. 나오며
한국과 일본 국민은 상호 인상 개선을 목도하고 있다. 2020년을 전후로 양국 정부가 불신의 소용돌이에 빠져 역사 갈등, 무역 분쟁, 안보 대립을 겪은 결과 국민간 상호 인상 역시 최악의 상태에 빠졌으나, 빠르게 인상의 호전을 이루어 오늘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아래로부터의 요인(bottom up)인 상대국 방문과 대중문화 소비 증가가 견조한 상승을 견인했다. 다른 한편으로 위로부터의 요인(top down)으로서 상대국 지도자 인상은 상대국 인상 개선을 촉진하기도, 지연 혹은 악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지도자 인상은 이념적, 정치적, 국제정치적 요인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한일관계 개선의 이미지에 맞게 지도자 인상 요인들이 구성되었을 때 상대국 인상의 개선을 견인했고 그렇지 않고 인상의 혼란(혹은 불안정)이 일어난 경우 개선이 지연되거나 후퇴했다. 2020년대 한국과 일본 사이 인상 개선의 양상과 속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상대국 방문과 대중문화 소비의 정도의 차이, 그리고 지도자 인상의 혼란 정도의 결과라 볼 수 있다.
한편, 2026년 시점에서 국제정치 변수로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 한미일 안보협력, 한일경제관계, 중국 위협 요인 등은 회귀 분석에서 소규모 모형에서는 유의성을 보였으나 전체 모형에서는 유의성을 잃었다. 그러나 한미일 협력이 궤도에 올랐던 과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상대국 인상에 유의한 설명변수인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고, 트럼프 2기 동맹 불안을 겪고 있는 한일 양국에게 상호 협력 유인이 증대하는 경우 상호 인상 변화가 일어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상대국에 대한 인상 개선이 단순히 관심과 주의의 끌림을 넘어 긍정적, 협력적 태도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은 상호 인상 개선을 위한 전략적 구상을 모색해야 한다. 상대국 방문 기회와 대중문화 교류 기회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간 인적교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과제는 양국의 정치 지도층이 기성 세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시대가 요청하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인상 요인들을 구성해 가는 일이다. ■
참고문헌
석주희,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③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로 바라본 혐오 현상과 한일관계.” 2023. 11.
손열, [EAI 이슈브리핑] “한일관계, 역사문제 해결보다 미래지향적 협력을 원한다: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결과 분석. “ 2025.
손열, 이하연, [EAI 이슈브리핑] “대중문화 소비가 이끄는 한일 상호 호감도: 경색된 한일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2021.
이용희, “한일관계의 정신사적 문제: 변경문화의식의 갈등에 대하여,” <신동아> 1970년 8월호.
최은미, [EAI 이슈브리핑] “20·30세대가 견인하는 한일관계의 미래: 제1회 한미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로 본 한일관계의 새로운 여론 지형” 2025.
■ 손열_동아시아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이아림_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박사과정.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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