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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북전략]② 증거기반 북한 연구: 김정은 시대 국가전략 전환과 엘리트 동학

분류
멀티미디어
발행일
2026년 7월 23일

편집자 주

김택빈 국방대 교수는 북한 연구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증거 기반 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북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엘리트 집단의 역할과 동학을 체계적으로 추적하며, 기존의 수령 결정론을 넘어선 시각을 제시합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분석이 향후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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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P1oqqpEIHCc&si=lXQAj5uwVklHS-YD

영상 스크립트

증거 기반 북한 연구의 필요성

안녕하십니까. 국방대학교 김택빈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주제는 북한 연구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증거 기반 북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것이 대북 정책의 주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탐색적인 연구를 시도했습니다. 증거 기반 북한 연구 교재는 '김정은 시대 국가 전략 전환과 엘리트 동학'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적대적 도발을 선언했고, 남북 관계는 매우 경색되어 있습니다. 지난 70년 이상 남북 관계는 단절과 해빙을 반복하는 진동 운동 속에 있었습니다. 적대적 도발을 통한 남북 관계 단절이 연구적으로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반드시 변곡점은 다시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갖춰야 할 준비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러한 변곡점의 순간을 선제적으로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북한 분석 방식은 대체로 수령의 교시, 최고 지도자의 말씀, 당의 공식 문헌 위주였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전제는 북한 정책 결정이 모두 수령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즉 수령 결정론적 관점이 지금까지 북한 연구 및 분석의 대세였다는 것입니다.

엘리트 집단과 정책 결정의 관계

하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무리 뛰어난 예지력이나 지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국가를 통치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엘리트 그룹의 지지와 지원이 있어야 통치가 가능할 것입니다. 결국 북한의 국가 정책 전환 역시 지도자와 엘리트 사이의 관계 속에서 산출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김정은 시기의 중대한 국가 전략적 전환들이 김정은의 독단적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특정 엘리트 집단의 영향력 하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는지를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령 결정론에 따라 북한을 생각할 때, 지도자가 결정하면 그대로 이행될 것이고 수령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수령이 정책을 결정하면 사람들을 그에 맞춰 끼워 맞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엘리트들은 수동적인 집행자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만약 수령 결정론적 관점이 북한의 실제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면, 정책 발표 이후 엘리트 구성이 변화하고 수령이 엘리트 집단을 재편하는 하향식 모델이 나타날 것입니다.

반면 상향식 모델, 즉 권력 분점 또는 엘리트 행위자론은 반대입니다. 특정 집단이 먼저 부상하여 의제 선정에 영향력을 미치고 수령의 결정을 견인하는 것입니다. 이는 특정 정책 결정 이전에 엘리트 집단의 구성이 변화하고 그것이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크게 이 두 가지를 비교해 보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저변에는 증거 기반 북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연구는 담론 분석이나 단편적 정보 해석 중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폐쇄성 속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검증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탐색적인 차원에서 보여드리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대다수의 연구에서는 엘리트를 지도자의 전략에 의해 조정되고 통제되는 수동적인 대리인으로 묘사했습니다. 최근 연구 트렌드는 엘리트를 능동적인 행위자로 조망하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엘리트 유형이 국가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엘리트 행위자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들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어느 정도 정보가 공개되는 권위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북한을 대상으로 엘리트 행위자로서의 가치에 주목한 연구는 매우 적었습니다.

몇 가지 예외적인 연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특정 시점에 대한 기술적인 수준의 연구였습니다. 정책 전환 국면 전후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특정 엘리트 집단의 변동을 통시적으로 본 연구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이것이 기존 연구의 빈 공간이며, 본 연구는 이러한 빈 공간을 메우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권위주의 체제에서 지도자가 처한 가장 큰 딜레마는 지도자와 대중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지도자와 엘리트 사이의 갈등입니다. 밀란스 볼리의 연구에 따르면, 권위주의 체제 독재자의 약 67%가 엘리트 집단의 배신으로 축출됩니다. 즉, 독재자 교체 시 약 70%는 민중 봉기가 아닌 측근의 배신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지도자는 이러한 위협에 대비하고 막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일정 부분 엘리트 집단과 공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 전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책이 전환되면 엘리트 집단 내에서 인센티브를 얻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발생합니다. 정책 전환은 엘리트 집단에 대한 통제 요소, 즉 누군가에게는 혜택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처벌을 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엘리트 집단 입장에서도 정책 전환은 지도자를 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 집단은 수동적으로 통제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전환을 통해 자신의 기득권이나 영향력을 극대화하거나 잃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엘리트 집단은 지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나 정책 제안을 통해 의제 설정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북한 엘리트 연구의 홍전 갈등 프레임

이것은 정책 발표 이전과 이후의 엘리트 집단 구도 변화를 통해 측정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개념은 '홍전 엘리트'의 개념으로, 중국 정치에서 나온 이론적 프레임입니다. 무디의 연구에 따르면 지배 엘리트 경쟁은 크게 홍 엘리트와 전 엘리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특정 시기에 어떤 엘리트가 우위에 있는지에 따라 체제의 정책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홍 엘리트들은 뼈 속까지 붉은 엘리트로, 혁명성, 이념적 정통성, 체제 보위를 중시합니다. 커리어적으로는 당직, 선전, 사상 분야, 보안 분야, 군부에 해당됩니다.

반면 전 엘리트들은 테크노크라트로, 경제적 효율성, 전문성, 과학 기술 성과에 중점을 둡니다. 커리어적으로는 내각 경제 부서, 과학 기술, 산업 부서 등 전문 부서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홍전 갈등 개념이 중국 정치에서 착안되었지만 북한에서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북한의 경험적 사례를 보면 홍전 엘리트 간의 갈등이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경제 개혁 당시 곽봉주 내각의 시장 자유화 정책과 이에 반대하는 당의 견제 시도, 그로 인한 경제 정책의 후퇴 사례가 있었습니다. 김정은 시기에도 2022년 전원회의에서 경제 간부들의 대회 협력 기술 선호에 대해 회배주의, 기술 신비주의로 질타하는 홍전 갈등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홍전 갈등을 보기 위해 김정은 동행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공식 지위 변화는 확정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현지 동행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현지 지도를 할 때 누구와 함께 갔는지, 누구를 곁에 두는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현지 지도는 장시간 장거리 이동을 수반하므로 정책 논의 기회나 의제 설정 권력이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통일연구원의 김정은 공개 활동 보도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기타 자료를 교차 검증했습니다. 코딩은 홍 엘리트와 전 엘리트로 나누어, 실제 커리어적으로 수행해 온 기능과 전문성, 그리고 당시 주된 직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발표 시점 기준 전후 6개월, 총 13개월의 패널 데이터로 홍 엘리트들의 비중을 추정했습니다.

이는 완벽한 통계적 엄밀성을 가진 결과라기보다는 탐색적인 패턴으로 이해해 주시면 됩니다. 가설은 첫째, 하향식 결정으로 정책 발표 이후 엘리트 변동이 수반되는지 보는 것입니다. 둘째, 발표 이전에 엘리트 집단의 홍전 비율이 바뀌는지 보는 상향식 가설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이 두 가지가 혼합된 형태로, 연속적인 권력 분점이 존재하는지를 보는 가설입니다.

주요 정책 결정 국면별 엘리트 동학 분석

결론적으로, 크게 네 가지 북한의 주요 정책 결정 국면을 살펴보았습니다.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 정면 돌파전, 핵무력 법제화입니다. 각각의 정책에 따라 패턴이 다양하게 달라집니다. 빨간 선 위쪽 그래프는 홍 엘리트 비율이 높다는 것을, 마이너스 부분은 전 엘리트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핵무력 병진 노선은 전 구간에 걸쳐 홍 엘리트 비율이 높게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정책 발표 6개월 이전부터 발표 후 3개월까지 홍 엘리트 비중이 전 엘리트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에서는 흥미롭게도 정책 발표 6개월 이전부터 전 엘리트 비중이 유의미하게 높았고, 정책 결정 이후 약 3개월부터는 홍 엘리트 비율이 높아지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이는 2018년 경제 집중이 남북 및 북미 정상 외교와 맞물려 노선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였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면 돌파전의 경우, 정책 발표 이전에 전 엘리트가 다소 우세하다가 발표 후 3개월부터 홍 엘리트 쪽으로 비중이 높아지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협상 동력기에는 테크노크라트인 전 엘리트가 의제를 주도했고, 교착 국면이 시작되자 체제 결속을 위해 지배 세력이 재편되면서 홍 엘리트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핵무력 법제화의 경우, 발표 전후 뚜렷한 유의미한 변동이 통계적으로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두 가지 포인트는 첫째, 전체적으로 홍 엘리트들의 우위가 구조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전 엘리트들이 홍 엘리트들을 역전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며, 대체로 홍 엘리트들의 비중이 훨씬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의 학술적·정책적 함의

다만 경제 지향 국면이나 경제 집중 국면에서는 전(全) 엘리트들의 부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학술적인 차원에서의 함의를 보면, 단순히 수령 결정론만으로는 북한 체제의 행동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체제는 양상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수령 결정론을 넘어서는 엘리트들의 행위자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국면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또한, 정책의 성격이 동학을 가른다는 것은 정책의 성격에 따라 홍(洪) 엘리트든지, 전(全) 엘리트든지, 혹은 양측 모두 영향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증거 기반 접근과 전문가 양성 제언

정책 발표는 북한 행동 변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제언을 드리자면 세 가지 포인트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증거 기반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이 소위 희망적 사고에 근거하여 북한을 이해하고 분석했다면, 이제는 객관적인 신호 분석에 근거하여 실체로서의 북한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대북 정책 측면에서 드리고 싶은 제언입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신호들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이라는 지역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계량적이고 질적인 방법론에 숙달되고, 이러한 정보들을 식별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점이나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대북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데이터 인프라 확충이라는 측면입니다. 제가 공개 활동 분석을 했는데, 이러한 공개 활동 분석 데이터뿐만 아니라 인사, 매체, 교육과 관련된 데이터들을 계속해서 표준화하고 축적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연구 기관, 정부 기관, 학계에서의 공조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연구에서는 좀 더 타임 윈도우를 확장하여 이번 연구에서 찾았던 결과를 엄밀하게 정리할 수 있는 연구들을 계속 추진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남북 관계가 현재로서는 영원히 단절 관계가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단절의 겨울은 길 수 있어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다가올 봄의 변곡점을 먼저 읽고 그것을 대비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선제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며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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