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특별 논평] ⑤ 미국–이란 전쟁 이후 국제질서, 중국의 구상과 전략
편집자 주
이동률 EAI 시니어펠로우(동덕여대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이 미국 주도의 단극 질서와 동맹 체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적 셈법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중국이 미국의 약화를 틈타 다극화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담론을 주창하고 있으나, 실제 분쟁 중재나 국제 공공재 제공과 같은 실질적 비용 부담에는 매우 소극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이 교수는 중국이 당장 전면적인 패권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국내 경제 회복과 체제 안정에 집중하면서 점진적이고 선택적인 관여에 머무르고 있는 한계를 지적합니다.
| 미국-이란 전쟁 특별 논평 시리즈 동아시아연구원(EAI)은 2026년 미국-이란 전쟁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지형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총 5편으로 구성된 특별 논평 시리즈를 발간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탈패권 이행기와 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대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정치, 군사안보, 중동, 중국, 정치경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다양한 시각이 융합된 이번 논평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안보 및 경제의 불안정성을 평가하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이 나아가야 할 능동적인 외교·안보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① 전재성, 이란 전쟁 이후의 국제질서와 한국: 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대와 탈패권 이행의 시험대 [논평 읽기]② 김강석, 안소연, 2026년 이란 전쟁 이후 중동 질서: 구조적 불안정성과 안보전략의 전환 [논평 읽기]③ 김양규, 이란 전쟁과 AI 전장 혁명: ‘속도의 역설’과 한국의 과제 [논평 읽기]④ 이승주, 이란 전쟁: 우주 정보전과 군산 복합체 2.0의 부상 [논평 읽기]⑤ 미국–이란 전쟁 이후 국제질서, 중국의 구상과 전략 |
I. 서론
미국–이란 전쟁은 미국의 기대와 달리 장기화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을 넘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동맹 체제, 세계 에너지 공급망 및 핵 비확산 체제에 복합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시진핑 정부도 이 전쟁을 단순한 지역분쟁이 아니라 미국 패권의 작동 방식과 한계를 드러내면서 전환기 국제질서에 중대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 하반기 이후 미국 패권의 쇠퇴를 언급하는 한편, 미국을 향해 대등한 위치에서 실용적 차원의 거래와 협상을 통해 안정적인 공존 관계 구축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연히 터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어진 호루무즈 해협의 봉쇄는 중국에게도 분명 예상치 못한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전쟁 초기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에너지와 물류 공급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에 치중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내세우며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역설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질서와 미중관계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초래하고 이에 따라 중국도 매우 복잡한 전략적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글은 첫째,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평가를 정리하고, 둘째, 전쟁 이후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중국의 기대와 예상을 분석하며, 셋째, 이를 토대로 중국이 모색하려는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한 외교 구상과 전략의 특징과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평가
1. 미국의 이란 전쟁 실패, 구조적 원인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과 테러리즘 지원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주장을 전쟁의 근본 원인이라기보다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로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전쟁을 통해 이란의 군사적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란 정권의 변화를 통해 중동 질서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고자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란 공습이 이란의 강력한 저항과 전쟁 장기화 대비, 유럽 및 중동의 동맹국과의 사전 협의, 그리고 정치, 군사적 출구전략을 결여한 이른바 ’3무(三無)’의 무모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廖百智 唐志超 陈文鑫 陆如泉 陈庆鸿. 2026). 이러한 평가는 왕이 외교부장이 2026년 3월 양회(兩會) 기자회견에서 미국-이란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전쟁’ 이라는 언급과도 맥을 같이 한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6). 요컨대 미국은 이란의 저항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자국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함으로써, 짧고 강력한 군사행동으로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이른바 ’베네수엘라 모델’을 이란에 적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장기소모전에 매몰되었다. 그 결과 국제정세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은 고조되고 국제질서에도 큰 혼돈과 충격을 주고 있다고 중국은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준비 부족과 오판이 단순히 전술적 차원이 실패가 아니고 미국 패권의 작동 방식과 한계를 드러낸 구조적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동안 미국을 직접적으로 지칭하지 않은 채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여 비판해왔던 일방주의, 보호주의, 패권주의 행태가 결국 이러한 실패한 전쟁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오히려 미국의 국제적 신뢰와 동맹 네트워크가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노출시켰고 미국 주도의 단극 질서가 약화되면서 중국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국제질서의 다극화가 촉진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기다렸다는 듯 6월에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 중국의 이념·제안·행동」 이라는 제하의 이른바 글로벌 거버넌스 백서를 발간했다(The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6). 백서에서는 현재 국제사회의 위기가 일방주의, 보호주의, 패권주의 및 배타적 소그룹 정치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백서는 강대국이 힘을 앞세워 약소국을 압박하고 주권국가에 무력을 사용하며 자국 우선주의와 이중 잣대로 국제적 정의를 훼손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경제,무역 문제의 정치화,도구화,무기화, 일방 제재와 역외 관할권의 남용을 세계적 혼란의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록 미국을 직접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사실상 미국의 이란 공격과 전쟁 실패라는 국면을 놓치지 않고 미국 패권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패권 쇠퇴에 대한 희망적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2. 미국 패권의 신뢰와 동맹 네트워크의 약화
중국은 전쟁의 가장 중요한 결과로 미국 패권의 물질적 손실보다 신뢰성의 훼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중동에서 영향력을 유지, 강화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패권에 대한 신뢰 상실과 동맹 결속 약화라는 결정적 손실을 입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영국,프랑스,독일은 군사공격과 호위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고, 프랑스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미국 무기 수송기의 영공 통과를 거부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미국이 자국 기지를 이란 공격에 사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미국은 국제적 신뢰와 동맹 동원력이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과 인도·태평양에 배치된 군사력을 중동으로 전환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하려던 세계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걸프 국가들은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해 왔음에도 전쟁 과정에서 오히려 이란의 우선 공격 목표가 되었다. 걸프 국가들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군사,경제, 인도주의적 차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자국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칠 군사행동에 관해 미국이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불만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서도 공격 목표와 최종 목적을 둘러싼 이견이 확대되면서 전쟁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심한 혼란에 직면하게 되었다. 중국은 결국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가 안보 우산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동맹체제의 역기능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는 정밀타격, 무인기 및 인공지능 기반 전쟁이 전개되면서 동맹의 연루와 확전 위험은 더 증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 군사동맹을 통해 절대적 안전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걸프 국가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우호국이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고 대외관계를 다변화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전쟁 실패로 인해 미국 패권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쇠퇴하지는 않겠지만 미국 안보 공약의 신뢰성과 동맹 관리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 패권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음을 이번 전쟁을 계기로 확인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국가에서 국제질서를 전복하고 위험을 생산하는 국가로 변하고 있고,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국제공공재를 제공하는 질서의 수호국이 아니라 에너지,공급망,식량,과학기술,사이버 영역에서 새로운 위험을 창출하고, 그 비용을 동맹국과 국제사회에 전가하는 약탈적 패권국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묘사하기도 한다. 중국 학계에서는 세계질서와 평화를 보장한다는 패권안정론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설득력이 약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전쟁으로 한층 훼손된 패권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현재보다 더 큰 규모의 군사,경제,외교적 비용을 투입하여 패권을 재건하거나,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패권적 역할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은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력, 광범위한 동맹 네트워크, 금융·기술·제도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장기간에 걸친 미국 중심의 단극 질서의 상대적 약화와 다극 국제질서의 점진적 진전에 방점을 두고 대응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III. 중국 국제질서 구상과 전략의 특징
1.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담론 주도권 강화
중국은 미국-이란 전쟁에서의 미국의 실패를 중국의 글로벌 규범과 담론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기회로 포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패권정치와 군사동맹 중심 질서가 쇠퇴하고, 자신이 제안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서에 제시된 중국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은 주권평등, 국제법 준수, 다자주의, 인간 중심, 실효성 중시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핵심으로 내세우면서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자국 이익을 우선하고 일방주의를 강행하는 무모한 패권국으로 묘사하는 반면에, 자신은 안정과 질서를 중시하고 다자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신뢰할 수 있는 관리자로 대비시키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와 유엔 중심의 다자 체제를 유지하고, 평화와 발전 및 국제질서 수호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임을 적극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양자관계에서는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제안하여 직접적인 세력 충돌을 지연 또는 우회하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식 국제질서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 담론과 비전을 공세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2. 미국 동맹 네트워크의 균열 도모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자국의 부상을 제약하는 핵심 구조로 인식해 왔다. 중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동맹 및 긴밀한 우호국이 제한적이고, 미국이 동맹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전개하는 군사·기술·경제적 견제에 대응할 수단이 많지 않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불신과 간극은 중국에게는 결코 놓칠수 없는중요한 전략적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결속이 약화될 경우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같은 핵심 안보 영역뿐 아니라 첨단기술, 경제통상 및 글로벌 거버넌스 영역에서도 대중 견제가 완화되고 중국의 전략적 공간이 확대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중국이 다극화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강조하는 이유도 규범적 차원의 대안 제시 의미도 있지만, 미국 중심 동맹 구조의 응집력을 약화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을 직접 겨냥하여 대립,과 경쟁을 고조하기 보다는 유럽, 아세안, 글로벌 사우스, 다자 제도에 외교력을 집중시켜서 이른바 ‘중국이 주도하는 다극 질서’ 를 구축하기위해 전방위의 광폭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 12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시작으로 2026년 연초에 연이어서 미국의 전통 동맹과 우방국인 한국, 아일랜드, 캐나다, 핀란드, 영국, 우루과이, 독일 등 정상을 초청하여 연쇄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일방주의의 반사이익을 기민하고 적극적으로 추수해 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다극 질서를 진전시키기 위해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실질적 연대도 강화해 가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중재 방식으로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최초의 정부 간 국제기구인 국제중재원(国际调解院)을 2025년 5월 30일 공식 출범했고, 8월 29일 설립 협약이 발효됐다. 국제중재원은 중국 주도로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글로벌사우스' 국가 간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거버넌스 사각지대인 인공지능(AI), 디지털 경제, 녹색 저탄소 발전 등 미래 첨단 산업 영역에서의 산업 표준과 규범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AI협력기구(世界人工智能合作组织)’ 설립도 제안했다. 중국은 이러한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사실상 미국을 견제하고 대응해가는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3. 에너지 안보와 물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해양력 확대 모색
호르무즈해협의 봉쇄와 운송 중단,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경기 침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도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다. 중국은 석탄을 기초 에너지이자 최종 안전망으로 보유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석유·가스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전쟁 초기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장기적으로 원유 수입선의 다변화, 주요 해상 요충지와 물류 이동의 안정적 확보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은 육상 에너지 수송망 확충과 해상교통로 보호 역량을 병행하여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의 산업 경쟁력을 활용하여 전쟁 이후 가속될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전략적 이익을 확보하고자 한다.
3월 16일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서 “중국 특색의 해양 강국의 길을 걸어야 할 것”(《求是》杂志编辑部. 2026) ,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연결 국가들과 협력 메커니즘을 완비해야 할 것” (习近平. 2026) 등 2025년 7월 중앙 재경위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해양 관련 발언문을 미국-이란 전쟁 발발이후 다시 게재하였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인 2012년 ‘해양강국’을 중요한 국정 의제로 제시했지만 그 이후 해양에서의 미국의 견제와 갈등이 고조되면서 공개적 언급이 줄어들었는데 최근 미국-이란 전쟁중에 다시 이 의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최근 항공모함 등 해군력이 빠르게 신장하고 있어 그동안 지부티와 아덴만에 제한적 순환 배치에 그쳤던 해외 항만 시설의 군사력 투사를 더 적극화 할 가능성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중국이 해양 제해권을 강화하려는 일련의 조치가 진행되고 이것이 해양에서의 군사력 경쟁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있다.
IⅤ. 중국 국제질서 구상과 전략의 한계
1. 중국의 중동 외교와 중재 역량의 한계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을 주창하는 등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지만 정작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일대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할과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노출되었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란 전쟁에서도 평화와 협상을 촉구하는 규범적 외교 수사를 발신하는 외에는 실질적인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서 지속적으로 즉각적 군사행동 중단, 대화·협상 복귀, 일방주의 행위 반대, 전쟁 확산 방지라는 4대 원칙을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실질적 중재자로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다.
중국은 기대를 모았던 중재 역할에 나서기 보다는 분쟁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사실상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러우 전쟁에서도 유럽을 의식하여 러시아와의 실질적 군사 협력은 최소화해던 것처럼, 미국 및 중동의 친미 걸프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중동지역의 전통 우방인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도 조심스럽게 우회적으로 진행하였다.
중국은 기존에 중국이 일관되게 역설해왔던 유엔 정신, 내정불간섭, 그리고 주권 및 영토 존중이라는 원론적 대의명분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이란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미국‧이스라엘의 유엔 안보리 승인 없는 이란 군사 공격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임을 지적하고, 동시에 무고한 민간인과 비군사 목표를 무차별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규탄했다. 그리고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데 대해서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헌법에 따른 결정이라며 외부세력의 내정간섭 반대와 이란의 주권·안전·영토 완전성 존중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이란 전쟁 등으로 미국과의 마찰 요인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공세도 최소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관세, 기술 통제, 대만문제 등 난제들을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쟁 문제로 미국을 자극하고 갈등 전선을 확대하지 않고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책임강국’ 이기 보다는 자국의 국익 수호에 집중하는 강대국이라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중국은 외교전략에서 여전히 관계의 균형, 대외 위험관리, 해외시장 확충을 우선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어 전면적인 질서 주도국의 외교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규범과 담론 중심의 국제질서 주도의 한계
중국은 국제질서의 다극화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에 관한 주장과 담론을 적극적으로 발신하고 있지만, 실제 대안적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구체적인 행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제시하고 있는 규범과 외교 담론 역시 그 이면에는 중국 체제 안전과 부상에 적합한 국제환경을 조성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 일관되게 강조해 오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규범이자 비전인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개방적, 포용적, 포괄적인 경제 세계화’는 사실상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우회하거나 돌파하면서 대외 경제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국제분쟁의 해결, 항행 안전의 보장, 에너지 시장 안정 및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처럼 질서 주도국이 제공해야 할 국제공공재 영역에서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6월에 발표한 백서에서는 중국이 책임강국으로서 국제 공공재 제공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의식한 듯 중국이 제공하는 공공재들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제시한 국제 공공재는 AI, 사이버, 해양, 극지, 우주, 기후변화 등 사실상 중국의 미래 국가 경쟁력 강화와 주도권 선점에 중요한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서 국제사회에서 온전하게 공공재 제공 사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고 차별적 규범을 제시하는 것 만으로는 중국식 국제질서의 정당성이 확보되기는 어렵다. 중국이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책임 있는’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국제사회에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칙과 규범의 제시를 넘어 실제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 제도적 투명성, 비용 부담 및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중국은 아직 미국의 쇠퇴에서 전략적 이익을 챙기려 하면서도 그 공백을 메우는 데 필요한 비용 부담은 최소화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3. 미국 패권 역량의 상존과 패권 경쟁에 대한 경계
중국의 글로벌 구상은 미국 패권의 상대적 쇠퇴를 전제로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적 군사 투사력, 동맹 네트워크, 달러 중심 금융체제, 첨단기술 생태계 및 국제 제도에 대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비록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첨단 기술, 군사력 등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발전을 통제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패권의 약화라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략적 자원을 세계적 확장에서 패권 유지에 필수적인 핵심 영역에 집중하고, 주요 전략 경쟁국에 대한 ‘표적 봉쇄’을 시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특정 전쟁 실패가 곧바로 중국 중심 질서의 성립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패권 비용을 높이고 동맹의 결속을 약화하며, 다극화 담론을 확산하는 가운데 자국의 경제·기술·외교적 역량을 축적하고자 한다. 중국의 이러한 장기 전략은 신중하고 현실적이지만, 국제사회의 신뢰와 제도적 지도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일부 지역과 분야에 한정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4. 국내적 제약과 선택적 관여
중국의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대외적 역할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 현재 시진핑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성장 둔화, 청년 고용 불안, 내수 부진 및 부채 증가는 대외정책 자원의 지속적 투입을 어렵게 한다. 시진핑 정부는 내부적으로 경제 구조개혁과 활성화, 그리고 기술 자강에 집중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와의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무역 및 기술 통제를 돌파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2027년 21차 당대회를 통해 4연임을 강행하는 중대한 정치 과제를 안고 있다. 현 상황에서 시진핑의 4연임 강행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기왕이면 경제회복과 발전을 실현하여 큰 지지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연임을 이루어 내어 장기집권의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요컨대 2026년 착수하는 15.5 규획의 안정적 출범과 성패는 시진핑 체제의 4연임과 안정화 가도와 연계되어 있는 만큼 국내 경제 회복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 전선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자국의 안전과 발전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관여하고자 한다.
이러한 선택적 관여는 단기적으로 비용과 위험을 줄이는 합리적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주장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를 확대할 수 있다. 특히 중동에서 모든 주요 행위자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결정적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은 외교적 유연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의 안보 공약과 중재 능력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V. 결론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쟁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가 초래한 부당한 군사행동이며, 미국의 중동 질서 재편 시도는 결과적으로 오판과 준비 부족으로 실패했다. 둘째, 전쟁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미국 패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동맹 네트워크가 약화된 현실을 노출시키고 더 가속화시켰다. 이로 인해 국제질서의 다극화와 각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촉진할 것으로 희망적 전망을 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변화는 중국에 외교적 공간을 제공하지만, 중국은 직면한 국내외 제약으로 인해 패권 비용을 전면적으로 부담하기보다 저비용의 담론 경쟁과 선택적 관여를 통해 기회를 활용하려 한다.
중국이 미국 패권의 쇠퇴를 포착하고 있지만 곧바로 자국 주도의 국제질서 구축 기회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 패권의 취약성과 약화를 강도높게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 스스로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다극화, 유엔 중심주의와 국제법 준수 및 주권 평등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차별화된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지만, 분쟁 중재와 국제 공공재 제공, 안보 비용 부담에는 여전히 신중하다. 이는 국내 정치 경제의 취약성, 미국의 패권 역량, 본격적인 패권경쟁으로의 조기 진입에 대한 경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창출하는 공간을 저비용 외교와 담론 경쟁으로 활용하면서도, 에너지 안보·공급망 안정·대만 문제 등 핵심 사안에서는 위험을 관리하는 점진주의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의 장기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내적 역량 강화. 즉 체제 안전과 국내 발전에 우선 집중하고자 한다. 향후 중국이 실제 국제질서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지는 미국의 추가적 쇠퇴 여부 뿐 아니라, 중국이 국제공공재를 제공하고 위기를 중재하며 자국의 규범적 주장을 일관된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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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6. More Just and Equitable Global Governance: China’s Principles, Proposals and Actions. June.
■ 이동률_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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