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과 ADMM-Plus 해양안보 연합훈련: 분석과 한국에 대한 함의
총괄 요약
9월 24~25일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 휴전 연장과 AI 위기소통 채널이라는 상징적 성과를 낸 것과 별개로, 같은 주 서필리핀해에서는 필리핀·일본 주최 ADMM-Plus 해양안보 연합훈련이 진행됐다. 8개국 11척이 참가한 이 훈련에서 중국은 개막식에만 참석하고 해상 훈련 단계는 회피했으며, 스카버러 암초와 세컨드 토마스 숄에서는 필리핀과의 대치가 병행됐다. 이는 아세안 중심 다자 틀이 중국을 배제한 채 역내국과 역외 파트너 간 상호운용성을 축적하는 장으로 기능이 변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은 미국의 자원 제약에 따른 동맹국 부담 전가, 미일호 축 훈련 확대와 한미 축 훈련 상대적 축소라는 비대칭 재편과 맞물려 있다. 한국은 참여 여부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느 층위에서 어떤 명분으로 결부될 것인지를 기준으로, 기본 시나리오를 전제한 단계적 대응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I. 이슈 상황분석
이슈 상황분석: 필리핀 주도 ADMM-Plus 해양안보 연합훈련과 서필리핀해 긴장
1. 배경 및 경과
서필리핀해에서의 다국적 해양안보 연합훈련은 돌출적 행사가 아니다. 마르코스 정부 출범 이후 필리핀이 지속해온 '군 현대화'와 안보 파트너십 확대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4].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은 9월 30일 체결 75주년을 맞았고, 이 시점을 전후해 필리핀은 미국·일본을 비롯한 역외 파트너와의 훈련 빈도와 접근 기지 수를 늘려왔다[4]. 올해 5월 발리카탄 훈련에서 일본이 자국 영토 밖에서 처음으로 12식 지대함미사일을 실사격한 사례도 이 흐름 속에 있다[7].
같은 기간 스카버러 암초와 세컨드 토마스 숄(런아이자오) 인근에서는 필리핀 해경·해군과 중국 해경·인민해방군 해군 간 대치가 반복됐다. 9월 18일에는 필리핀 선박과 중국 해경선 산저우아오호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환구시보는 이를 필리핀 측의 "고의적 도발"로 규정했다[8]. 필리핀 국내에서는 이런 충돌이 팔라완 군사기지화 계획과 맞물린 중국의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5]. ADMM-Plus 전문가작업반 해양안보(EWG-MS) 연합훈련은 이런 양자 마찰이 누적된 국면에서, 아세안이라는 다자 틀을 빌려 진행됐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2. 현재 상황
라플러(Rappler) 보도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8개국 11척 함정이 참가했고, 훈련 초점은 역내 해군 간 상호운용성, 의료후송, 수색구조, 좌초 선박 지원 등에 맞춰졌다[1]. 중국은 개막식에는 참석했지만 실제 해상 훈련 단계(sea phase)에는 참여하지 않았다[1]. ADMM-Plus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 해상 협력에서는 스스로 빠진 셈이다.
훈련이 진행되던 것과 거의 같은 시점에 필리핀 해경은 세컨드 토마스 숄 좌초 군함에 대한 재보급 임무가 중국 측 위험 기동으로 방해받았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해경 대변인 제이 타리엘라 준장은 "충돌은 없었고 부상자도 없었지만 중국 해경의 위험한 기동이 심각한 충돌 위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3]. 필리핀 해경은 중국 해경과 인민해방군 해군이 "합법적인 인도적 지원·보급 작전을 방해했다"고 규정했다[3]. 반면 환구시보는 같은 사안을 반대로 서술한다. 중국 해경이 필리핀의 "불법적인" 재보급 시도를 사전 승인 없이 이뤄진 것으로 규정하며 이를 저지했다고 보도했다[6]. 같은 사건에 대한 마닐라와 베이징의 사실 구성 자체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3. 주요 행위자 및 입장
필리핀은 이번 훈련의 주최국이자 최전선 당사국이다. 마닐라는 ADMM-Plus라는 아세안 중심 다자 틀을 활용해 자국의 남중국해 입장에 지역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 동시에 대만과의 경제·문화 협력도 병행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은 "일관되고 명확하며 변함없다"는 입장을 유지한다고 외교부가 밝혔다[11]. 이는 안보 파트너십 확대와 대중 관계 관리를 동시에 시도하는 이중 노선으로, 베이징의 반발을 자초하는 요인이기도 하다[9].
중국은 이번 훈련과 필리핀의 대외 행보 전반을 봉쇄 시도로 규정한다. 환구시보 사설은 일본의 필리핀 지원을 "평화헌법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는 야심"이자 미일동맹에 봉사하는 "지역 대리인" 역할로 묘사했다[8].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 주펑롄은 대만 민진당 당국의 필리핀과의 해상 협력을 "매우 경멸스러운" 행위로 비판했다[10]. 중국은 개막식 참석이라는 최소한의 형식적 관여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해상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ADMM-Plus 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필리핀에 대한 지원을 안보 파트너십 다변화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이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과 반격능력 보유 결정 이후 나타난 일본 안보정책 제약 완화의 연장선이다[4]. 미국은 상호방위조약 75주년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필리핀과의 관계를 다자 네트워크로 결속시키려 하지만, 환구시보는 이런 "공동방위"가 필리핀에 실질적 회복력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4].
필리핀 국내 여론은 정부의 대중 강경 노선과 결을 달리하는 지점이 있다. SCMP가 인용한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8~34세 필리핀인의 47%가 중국에 호의적인 인식을 보였고, 일부는 남중국해 충돌을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면서도 고물가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12]. 정부 차원의 안보 파트너십 확대와 청년층 여론 사이의 이런 간극은 마르코스 정부의 대중 노선이 국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4. 핵심 쟁점
첫째는 사실 구성 자체의 충돌이다. 세컨드 토마스 숄 재보급 임무를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의 발표는 같은 사건을 정반대로 규정하고 있어, 제3자 검증 없이는 어느 쪽 서사도 단독으로 신뢰하기 어렵다[3][6].
둘째는 ADMM-Plus라는 아세안 중심 틀의 기능 변화다. 중국이 개막식에만 참석하고 해상 훈련에서 빠진 것은, 이 틀이 아세안과 역외 파트너 간 해양 협력 제도화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관찰과 부합한다[1].
셋째는 필리핀의 이중 노선이 낳는 마찰 확대 가능성이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면서 대만과의 실질 협력을 병행하는 방식은 중국 측 반발을 구조적으로 예고하고 있다[9][10][11].
넷째는 국내 여론 기반의 취약성이다. 정부의 대중 강경 노선이 청년층 여론과 괴리를 보이는 만큼, 장기적인 정책 지속성은 선거 국면에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12].
II. 이슈 심층분석
이슈 심층분석: 필리핀 주도 ADMM-Plus 해양안보 연합훈련의 구조적 함의
1. 근본 원인 분석
이번 연합훈련이 '중국 없는 해상 협력'의 형태로 귀결된 근본 원인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법리적 교착에 있다. 필리핀은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 판정을 근거로 자국 배타적경제수역 내 해상 활동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중국은 이 판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근본적 간극은 양자 대화로 좁혀지지 않았다. 세컨드 토마스 숄 재보급을 둘러싼 마닐라와 베이징의 사실 구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상이 이를 보여준다. 필리핀 해경은 중국 해경의 기동을 "위험한" 방해 행위로 규정했다[3]. 반면 환구시보는 같은 재보급 시도를 사전 승인 없는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중국 측 저지를 정당한 법 집행으로 서술했다[6]. 사건의 사실관계 자체에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양자 채널의 신뢰 구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교착 속에서 필리핀이 선택한 경로는 문제를 다자화하는 것이다. 마닐라는 ADMM-Plus라는 아세안 중심 다자 틀에 자국의 남중국해 입장을 얹었다. 이는 양자 마찰을 지역적 정당성의 문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중국이 개막식에는 참석하되 해상 훈련 단계에는 불참한 것[1]은 이 다자화 시도에 대한 소극적 거부 반응으로 읽을 수 있다. 참석과 불참을 동시에 선택함으로써 회원국 지위는 유지하면서 실질적 협력에는 선을 긋는 이중 신호를 보낸 셈이다.
2. 구조적 맥락
안보 구조: 아세안 중심성의 변형
ADMM-Plus는 원래 아세안이 역내 강대국을 포용하며 균형을 잡는 틀로 설계됐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이 틀의 실제 작동 방식이 설계 의도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8개국 11척이 참가한 해상 훈련에 정작 남중국해 최대 이해당사국인 중국이 빠지면서, 아세안 다자 틀은 중국을 배제한 채 역내국과 역외 파트너가 상호운용성을 축적하는 장으로 기능이 바뀌었다[1]. 이 변형은 필리핀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일호 3국 합동훈련 '오리엔탈 실드 26'의 확대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 일본·호주·인도 축의 훈련은 확대되는 반면 한미 축은 단축되는 비대칭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자원 제약을 동맹국 부담 전가로 메우려는 선택의 산물이다[4]. 남중국해 방면에서 미-필리핀 방위협정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것[4]도 이 구조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정치 구조: 마닐라의 이중 노선과 국내 여론의 간극
필리핀 외교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일관되고 명확하며 변함없다"고 재확인하면서도 대만과의 경제·문화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11]. 이 이중 노선은 대만 해안경비청이 퇴역시킨 순시선을 필리핀 법 집행 함정으로 전환한 사례[10]에서 보듯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측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대만판공실 대변인이 직접 비판 성명을 냈다[10]. 중국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대만 접근이 남중국해 문제에 새로운 마찰 요인을 추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9].
그러나 이런 안보 파트너십 확대가 필리핀 국내 여론 전체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8~34세 필리핀 청년층의 47%가 중국에 우호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일부 응답자는 남중국해 충돌을 "실망스럽다"고 여기면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12]. 안보 엘리트의 대미·대일 밀착과 청년층의 대중 인식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은, 마닐라의 다자 안보 노선이 국내 정치적으로 무조건적 기반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경제·정체성 구조: 팔라완 군사기지화와 자원 압박
필리핀 국내 안보 전문가는 최근 중국 해경의 민간 선박 위협 증가를 팔라완 군사기지화 계획과 연결지어 해석한다. 팔라완을 요새화하려는 계획이 진행되는 데 따른 반작용으로 중국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5]. 이 해석이 맞다면 해상에서의 충돌은 남중국해 자원·항로 확보라는 장기적 경제·전략 이익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의 표면적 발현이다. 단기적 사건 대응으로 해소될 성격이 아니라는 의미다.
3.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 비교
이번 사례는 아세안 다자 틀에서 중국이 선택적으로 발을 빼는 첫 사례가 아니다. 다만 이번 경우는 개막식 참석과 실질 훈련 불참이라는 형태로 이원화되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신호가 더 명확하다. 중국은 다자 틀 자체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으면서, 실질적 협력 콘텐츠에서만 선을 긋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완전 이탈보다 관리 비용이 낮은 전략이다.
같은 시기 인도네시아의 행보는 이와 대비되는 패턴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대만 동쪽 해역에서 인민해방군 해군과 합동 항행훈련을 실시했고, 이후 양국은 군사협력 확대와 5개년 행동계획 착수에 합의했다[2]. 이 패턴은 니켈 다운스트리밍 정책에 따른 대중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 "조건화된 헤징"으로 평가된다[2]. 프라보워 정부는 비동맹 수사를 유지하면서 실리를 극대화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2]. 이는 필리핀의 대미·대일 밀착 노선과 정반대 방향의 헤징이다. 같은 아세안 회원국이면서도 대중국 관계 설정에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가 상반된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아세안이 단일한 대중 전선을 구성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남중국해 당사국인 필리핀·베트남 등으로 인도네시아식 헤징이 균질하게 확산될 가능성은 낮고, 확산은 국가별로 속도가 다른 파편화된 방식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는 평가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2].
또한 대만 해협에서 진행 중인 회색지대 압박의 상시화 패턴과도 비교할 지점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훈련함이 러시아·베트남·브루나이 순방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입항하는 원양훈련이 반복되고 있으며[2], 이는 아세안 국가와의 군사적 유착을 대만 인근 해역 상시 진입과 결합시키는 패턴으로 지적된다[2][8].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이라는 서로 다른 지리적 무대에서 중국이 구사하는 전략의 문법이 유사한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4. 이슈 전개의 핵심 변수
첫 번째 변수는 미국의 대중 접근 방식과 지역 안보 아키텍처 재편 속도 간의 간극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은 아시아 동맹국들로 하여금 독자적 안보 태세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7]. 미국이 워싱턴에서 관리된 안정을 추구하는 동시에 동맹국·파트너국의 자체 훈련 부담이 늘어나는 비대칭이 계속될 경우, 필리핀을 포함한 역내국의 자구적 네트워크화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필리핀 국내 정치와 여론의 향배다. 안보 엘리트의 대미·대일 밀착 노선과 청년층의 대중 우호 인식[12] 사이의 간극이 향후 선거 국면에서 어떻게 표출되느냐에 따라 마닐라의 다자 안보 노선 지속 가능성이 달라진다.
세 번째 변수는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의 연계 심화 여부다. 필리핀-대만 간 협력이 확대될수록 중국의 반발 강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9][10]. 이 연계가 굳어지면 남중국해는 독립적 영유권 분쟁을 넘어 대만해협 전략 구도의 연장으로 재정의될 소지가 있다.
네 번째 변수는 아세안 회원국별 헤징 전략의 분화 속도다. 인도네시아식 조건화된 헤징이 다른 회원국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아세안은 대중국 문제에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2]. 이 분화가 고착될 경우 ADMM-Plus와 같은 다자 틀은 갈수록 '중국 없는 소다자 협력체'로 실질적 성격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