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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 정상회의와 유라시아 결속 구도의 재해석: 반서방 블록인가 비동조 헤징인가

분류
current_watch
발행일
2026년 9월 1일
삽화

총괄 요약

8월 31일~9월1일 비슈케크 SCO 정상회의는 중국이 중심이 된 다자외교 무대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회의를 통해 확인된 것은 단일한 반서방 블록의 결성이 아니라 러-중, 이란, 인도 세 축의 비동조적 결속이다. 러시아-중국 축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구조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자체 동력으로 심화시키고 있고, 이란은 미국 제재 국면에서 SCO의 정치적 방어막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반면, 인도는 미국의 50% 관세 압박에 대한 반작용으로 헤징 폭을 넓힌 것에 가깝다. 축별 결속 속도가 다른 현재 구도가 향후 6개월~1년간 지속될 확률이 가장 높으며, 러시아-이란 원전협정과 시베리아의 힘2 파이프라인의 실질 진전 여부, 중국-인도 국경협상 이행 상황이 핵심 관찰 변수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이를 단일 블록으로 오판하지 말고 축별 차등 모니터링과 트리거 기반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특히 인도 축은 위협보다 협력 확대의 기회 요인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식화

I. 이슈 상황분석

SCO 정상회의: 중·러·인·이란 유라시아 반서방 결집

1. 이슈 배경 및 경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다[1][4]. 올해는 SCO 창설 25주년이다[1][13]. 이번 회의는 단독 이벤트가 아니다. 작년 톈진에서 SCO 정상회의가 열렸다. 베이징에서 중국 전승절 열병식도 개최됐다[2][5]. 톈진회의는 SCO 창설 이래 최대 규모로 20여 개국 정상과 10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했다[5]. 비슈케크 회의는 이 다자외교 연쇄의 세 번째 무대였다[2].

비슈케크에는 시진핑, 푸틴을 비롯해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 인도 모디 총리, 파키스탄 샤리프 총리 등 10여 개국 정상이 집결했다[4][9]. 회의는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침공 4년 반, 미국-이란 전쟁 6개월이라는 시점에 열렸다[9]. SCO는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과 중앙아시아 4개국, 모스크바 동맹국 벨라루스로 구성된다[13].

이 구도의 원형은 새롭지 않다. 러시아는 2017년부터 동방경제포럼을 통해 중국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 각국과의 원자력·에너지 협력을 확대해온 '대유라시아' 전략을 추구해왔다[12]. 다만 당시 러시아의 대아시아 접근은 간헐적·기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12]. 현재 국면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대아시아 의존이 구조화됐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2. 현재 상황

시진핑과 푸틴은 회의 참석 전 별도 양자 회담을 가졌다[4][16].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세계가 갈수록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평화·발전·협력·상생' 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15]. 중러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를 재확인했다[15].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회의를 "이란에 대한 미국의 신규 제재라는 그늘 아래" 열린 것으로 평가한다[11]. SCO의 최신 회원국인 이란이 미국 제재 국면에서 이 다자체제에 어느 정도 실질적 보호막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가 이 매체의 관전 포인트다[11]. 모디 총리는 이 자리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2년 만에 첫 회동을 가졌다. 인도는 서아시아 정세 안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14].

독일 도이체벨레(DW)는 이번 모디-푸틴 회동을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여파와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미국의 대인도 관세 압박이라는 이중 배경 속에서 조명한다[7].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기존 관세와 합쳐 총 50%에 달한다[5]. DW는 인도가 SCO에 계속 참여하면서도 이를 반서방 블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는 저항해왔다고 평가한다[7].

3. 주요 행위자 및 입장

중국은 이번 연쇄 외교의 기획자다. 톈진 SCO, 비슈케크 SCO, 베이징 전승절로 이어지는 3단 무대를 통해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대안 서사를 구축하려 한다[2][5]. 다만 중국의 실질 관심사는 다자 명분보다 개별 양자 채널에 있다. 러시아와의 '시베리아의 힘2' 파이프라인 협상이 대표적이다[2]. 인도와는 국경협상에서도 별도 진전을 만들고 있다. 8월 25일 베이징 특별대표 회담에서 8개항에 합의했고, 시진핑의 9월 뉴델리 방문 가능성이 거론된다[8][10]. 다만 중국 외교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으며, 실질통제선(LAC)에 대한 서부·동부 구역 인식 차이는 해소되지 않았다[8].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비서방권 파트너십을 사실상 생존 전략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란과의 원전 협정, 중국과의 파이프라인 협상 모두 서방 제재로 봉쇄된 대체 시장·자금원 확보라는 실리적 목적이 뚜렷하다[2]. 푸틴은 모디와도 별도 회동을 가졌는데, 이는 인도 시장이 러시아산 에너지의 핵심 구매처라는 현실을 반영한다[7].

이란은 SCO 최신 회원국으로서 미국 제재 국면의 돌파구를 다자 무대에서 찾으려 한다[11]. 러시아와의 원전 협정은 이 구도의 실질적 성과물이다[2]. 페제시키안의 모디 회동은 서아시아 정세에 대한 우군 확보 시도로 읽힌다[14].

인도는 이번 회의에서 가장 복합적인 위치에 있다. 모디는 톈진 SCO에는 참석했지만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에는 불참했다[5]. 이는 인도가 쿼드(Quad) 참여국으로서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역사 해석에서 중국과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5]. 비슈케크에서도 인도는 SCO 다자 틀 자체보다 우즈베키스탄 등과의 양자관계 프레임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2]. 미국의 대인도 관세 압박이 모디의 대러 밀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5][7], 인도는 동시에 중국과의 국경협상도 별도 트랙에서 진전시키고 있다[8][10]. 이는 인도의 행보가 반서방 블록 편입이 아니라 미중러 사이의 선택적 헤징임을 시사한다.

미국은 이번 구도에서 직접 행위자는 아니지만 압박의 진원지다. 대이란 신규 제재, 대인도 관세, 쿼드를 통한 대응 다자체제 구축이 이 회의의 배경 조건을 형성한다[3][11]. 쿼드는 2021년 첫 정상급 대면회의 이후 인프라 협력을 전략적 의제로 격상시켜왔으며, 이는 SCO 결집에 대한 대칭적 대응 축으로 기능한다[3].

4. 핵심 쟁점

첫 번째 쟁점은 SCO가 실질적 반서방 블록으로 결속되고 있는지 여부다. 회의의 다자 명분과 달리 실질 성과는 러시아-이란 원전 협정, 시베리아의 힘2 협상 등 개별 양자 채널에서 나왔다[2]. 이는 SCO가 통일된 전략 실행체보다 양자 협상의 정치적 무대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 쟁점은 인도 변수다. 인도의 참여는 반서방 블록의 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그 결속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도는 대러 에너지 협력과 대중 국경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지렛대로 SCO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5][7][8].

세 번째 쟁점은 과거 러시아의 '대유라시아' 구상과의 연속성과 단절이다. 2017년 당시의 접근이 기회주의적·간헐적이었다면[12],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 제재가 러시아-중국-이란 협력을 구조적으로 고착시켰다는 점에서 결속의 강도와 지속성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인도라는 변수가 여전히 이 블록의 완결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II. 이슈 심층분석

SCO 정상회의: 중·러·인·이란 유라시아 반서방 결집

1. 근본 원인 분석

이번 비슈케크 회의에서 러시아, 중국, 이란 세 축은 각기 다른 압박 요인에서 SCO를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인은 명확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반째 이어지면서 유럽 시장 상실이 구조화됐다[9]. 이 공백을 메울 대안이 필요하다. 시진핑-푸틴 회담에서 재확인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는 수사가 아니라 대체 시장·대체 안보 파트너 확보라는 실리적 요구에서 나온다[15][17].

중국의 동인은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다. 시진핑이 밝힌 "세계가 갈수록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진단은 워싱턴발 관세·기술 통제 압박에 대한 우회적 대응 논리다[15]. 중국은 이 압박에 단독으로 맞서기보다 다자 무대를 통해 부담을 분산시키려 한다.

이란의 동인은 가장 절박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회의가 "SCO의 최신 회원국인 이란에 대한 미국의 신규 제재라는 그늘 아래" 열렸다고 짚는다[11].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열린 이 회의는 이란에게 사실상 유일한 외교적 산소 공급원이다[9]. 이란이 러시아와의 원전 협정, 파이프라인 협상 등 개별 양자 채널로 실리를 추구하는 것도 SCO라는 다자 틀 자체가 안보를 담보해주지 못한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다.

인도의 동인은 앞의 세 나라와 결이 다르다. 인도를 비슈케크로 이끈 것은 반서방 연대 의지가 아니라 미국의 대인도 관세 압박이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부과된 25% 추가 관세는 기존 관세와 합쳐 총 50%에 달한다[5]. 이는 이념적 선택이 아니라 통상 압박에 대한 반작용이며, 모디 정부는 이를 지렛대 삼아 러시아·이란과의 채널을 열어두는 헤징을 택했다[7].

2. 구조적 맥락

정치적 구조: SCO는 창설 이래 합의제 원칙과 회원국 간 이질성이라는 태생적 제약을 안고 있다. 러시아·중국의 반서방 지향과 인도의 비동맹 전통, 파키스탄과 인도의 적대 관계가 한 기구 안에 공존한다[13]. 이번 회의에서도 이 이질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톈진에서 채택된 톈진선언이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대항 성격을 띠었음에도[5], 인도는 별도로 이란 대통령과의 양자 회동에 무게를 두고 "서아시아 정세 안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14]. 다자 선언과 개별 국가의 실제 행보 사이의 괴리가 SCO의 구조적 한계로 남아 있다.

경제적 구조: 러시아와 이란은 서방 제재 아래 대체 에너지·금융 채널이 절실하다. 이 필요가 러-이란 원전 협정,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 같은 양자 프로젝트로 구체화됐다. 반면 중국은 이미 러시아산 에너지의 최대 구매자로서 추가 협력의 한계효용이 낮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할인 수입이라는 경제적 이익과 미국 관세라는 비용을 동시에 안고 있어, SCO 경제협력에 전면적으로 편입되기보다 선택적 참여를 이어가는 구조다[7].

안보적 구조: 중국-인도 국경 문제가 이 구도 전체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2020년 갈완 계곡 충돌 이후 장기화된 실질통제선(LAC) 대치는 2024년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 계기 모디-시진핑 회동을 전환점으로 완화 국면에 들어섰다[8][10]. 8월 25일 베이징 특별대표 회담에서 8개항 합의가 나왔지만, 이는 수문 데이터 공유·국경관리 개선 등 절차적 진전에 그친다[8]. 서부·동부 구역에 대한 인식 차이는 해소되지 않았다[8]. 국경 문제가 근본적으로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SCO 안에서 진정한 안보 공동체로 결속하기 어렵다.

3.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 비교

러시아의 '대유라시아' 구상은 2017년 동방경제포럼 시기부터 존재했다[12]. 당시 러시아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 인도, 동남아 각국과 원자력 기술 교류를 포함한 경제협력을 확대하려 했다[12]. 그러나 이 시기 러시아의 대아시아 정책은 "간헐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측면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12]. 미국의 주요 국제문제 연구기관들도 러시아를 기본적으로 유럽 국가로 인식해 이 행보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12].

현재 국면은 이 2017년 선례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당시 러시아의 동방정책이 유럽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시아를 '추가' 옵션으로 개척하는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유럽 시장 상실을 전제로 한 '대체' 전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구조적 단절이 러시아의 아시아 의존도를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시진핑-푸틴이 회의 계기 별도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관계 심화는 2017년의 기회주의적 접근과는 결이 다른, 장기 고착화된 파트너십 성격을 띤다[15][16].

인도의 헤징 행보 역시 선례가 있다. 2024년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의 국경 데탕트가 시작된 이후, 인도는 미국과의 쿼드 협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러와의 채널도 열어두는 이중 노선을 일관되게 취해왔다[8][10]. 톈진 회의에 모디 총리가 참석하면서도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에는 불참한 것이 이 이중 노선의 상징적 장면이다[5]. 인도가 역사 해석에서 중국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점, 쿼드 참여국으로서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전승절 불참의 배경으로 꼽힌다[5]. 비슈케크에서도 이 패턴은 반복됐다. 모디 총리는 SCO 다자 세션보다 이란·러시아와의 개별 양자 회동에 실질적 무게를 뒀다[14][7].

4. 이슈 전개의 핵심 변수

첫째 변수는 중국-인도 국경 협상의 실질 진전 여부다. 8개항 합의는 절차적 관리 메커니즘일 뿐 근본 해결이 아니다[8][10]. 시진핑의 9월 뉴델리 브릭스 정상회의 계기 방인이 성사되고 정상회담에서 실질 합의가 나온다면, 인도가 SCO 틀 안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로 이동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방인이 무산되거나 회담이 의례적 수준에 그치면 인도의 선택적 참여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둘째 변수는 미국의 대인도 통상 압박 강도다. 50%에 달하는 관세가 완화되지 않고 지속되거나 추가된다면[5], 인도가 러시아·이란과의 협력을 확대할 유인이 커진다. 이는 이념적 전환이 아니라 압박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점에서, 워싱턴의 대인도 정책 변화가 오히려 SCO 결속력을 높이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셋째 변수는 이란에 대한 미국 제재의 실효성이다[11]. SCO가 이란에 실질적 경제·안보 완충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란은 러시아와의 개별 양자 채널—원전 협정, 파이프라인 협상 등—에 더 의존하게 된다. 이 경우 SCO는 다자 플랫폼이라기보다 양자 거래의 명분을 제공하는 무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넷째 변수는 러시아의 유럽 관계 향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진전돼 러시아와 유럽 간 관계 정상화 논의가 재개된다면, 2017년식 기회주의적 대아시아 접근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밀착이 구조적으로 고착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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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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