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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남중국해 군사압박 강화와 역내 억제 동향: 투트랙 강압 외교의 구조화와 아시아 안보 질서의 재편

분류
current_watch
발행일
2026년 7월 28일

총괄 요약

중국은 대만·남중국해에서 SLBM 시험 발사, 해안경비대 순찰 확대 등 군사적 강압 행동을 제도화하며 핵삼원체계 완성이라는 전략적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는 경제 둔화와 부동산 위기 속 민족주의 결속이라는 대내적 동인과 맞물려 단기간 완화되기 어려운 구조적 긴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관계 재설정 기류를 유지하면서도 동맹 네트워크 강화를 병행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대해 외교적 유연성과 군사적 강경 노선을 배합한 투트랙 강압 외교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역내 국가들은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국 주권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수호하기 위해 억제 태세 강화와 다자 외교 채널 유지를 병행하는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남중국해 행동규범(COC) 협상 타결 여부와 미·일·필리핀 3자 협력의 심화 속도가 역내 안정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은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경유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시나리오별 비상 대응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도식화

I. 이슈 상황분석

중국의 대만·남중국해 군사압박 강화와 역내 억제 동향

이슈 상황분석

1. 이슈 배경 및 경과

중국의 인도태평양 군사 활동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일관된 전략적 방향성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여왔다. 그 핵심에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중국의 '핵심 이익' 영역으로 규정하고, 이 공간에서 미국 주도 동맹 네트워크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구단선(九段線)'을 표기한 공한을 유엔에 제출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공식화했고, 이후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살라미 슬라이싱 전략'으로 명명한 단계적 현상 변경 행보를 지속해왔다[5].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구단선 주장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를 전면 거부하며 오히려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핵전력 측면에서도 중국의 전략적 도약은 뚜렷하다. 2024년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태평양 공해상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데 이어, 2025년 7월 6일에는 핵추진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남태평양을 향해 시험 발사함으로써 육상·해상·공중을 아우르는 핵삼원체계 완성이라는 전략적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2]. 이 SLBM 시험은 호주 총리의 태평양 도서국 안보 조약 체결 일정과 의도적으로 맞물려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순수한 군사 기술 시연을 넘어 지정학적 신호이자, 경제 둔화와 부동산 위기로 내부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민족주의적 결속을 도모하는 대내적 정치 메시지라는 이중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2].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2020년) 이후 대만 내 통일 지지 여론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중국 당국의 무력 통일 선호 경향이 강화되는 구조적 흐름이 형성되어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무력 사용 포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이는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단기적 사안이 아닌 구조적·장기적 갈등임을 시사한다[8]. 일본의 경우, 2022년 3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반격능력 보유를 공식화하고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증액하는 역사적 전환을 단행했으며, 이는 중국의 전략적 경계심을 자극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15].

2. 현재 상황

2025년 중반을 기점으로 역내 군사적 긴장은 복수의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6월 대만 동쪽 태평양 해역에 해안경비대 함정을 파견해 순찰 활동을 전개했고, 수 주 후에는 남중국해에서 SLBM 시험 발사를 단행했다. 두 행동 모두 미국 동맹국들의 특정 안보 활동에 대한 대응 성격을 띠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장기적 억제 수단을 시험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1].

남중국해에서는 필리핀과 중국 간 물리적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 해군 병사를 곤봉으로 가격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12], 2024년 6월에는 중국 해경 대원들이 칼과 도끼를 들고 필리핀 선박에 강제 승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3]. 이러한 긴장 고조 속에서 필리핀은 2025년 7월 21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일본과 함께 제17차 다자 해상협력훈련(MMCA)을 남중국해에서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군함, 해안경비대 함정, 감시 항공기, 전투기 등이 참가하여 고도화된 해상 상호운용성 훈련을 수행했다[4]. 이에 대해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사령부는 필리핀이 역외 국가들을 끌어들여 이른바 합동 순찰을 실시함으로써 역내 평화와 안정을 교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7월 26일 남부전구 해군 및 공군 부대가 남중국해에서 정례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7].

한편,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은 ASEAN 외교장관 회의가 마닐라에서 개최된 시점에 맞춰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 의지를 표명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7월 21일 중국 대사를 말라카냥 궁으로 초치해 회동을 가졌으며, 이는 남중국해 충돌이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외교적 채널을 유지하려는 필리핀의 이중적 접근을 보여준다[14]. ASEAN 차원에서는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남중국해 행동규범(COC)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고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세컨드 토머스 암초와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의 충돌이 회의 분위기를 압도했다[10].

동중국해에서도 긴장이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의 대만해협 통과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으며, 중국 해안경비대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관할권 행사를 시도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중국 PLA Daily가 일본의 드론 전력 증강에 대한 공식 경고를 발령한 것은 단순한 언론 논평이 아니라, 일본의 3대 안보문서 개정이 촉발한 동아시아 안보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중국의 구조적 반응으로 해석된다[15].

3. 주요 행위자 및 각 행위자의 입장·이해관계

중국은 현재 전개되는 모든 군사 활동을 '정례적이고 합법적인 훈련'으로 규정하며 방어적 성격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A2/AD 전략의 일관된 구현이라는 공세적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핵삼원체계 완성을 향한 행보는 미국의 핵 우위에 대한 전략적 균형 추구라는 맥락에서 이해되며, 해안경비대와 해상민병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회색지대 전술은 정규군 충돌에 따른 직접 대결을 회피하면서도 실효적 통제를 확대하려는 계산된 선택이다[2][5]. 대내적으로는 경제 둔화와 부동산 위기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민족주의적 결집으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동기도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COC 협상에서 ASEAN과의 대화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역외 세력(미국·일본)의 개입을 '지역 평화 교란'으로 프레이밍하는 외교적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7][10].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FONOP)과 동맹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중 관계가 "수년 만에 가장 좋은 상태"라고 평가하는 등 대중 강경 기조에 일정한 유연성이 감지된다[9]. 이는 무역전쟁 완화와 군사적 소통 채널 복원을 동시에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접근을 반영하는 것으로, 동맹국들에게는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핵심 이익은 영유권 분쟁 자체보다는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를 통한 서태평양 패권 유지에 있으며, 이 목표를 위해 필리핀·일본과의 다자 훈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4][5].

필리핀은 마르코스 행정부 출범 이후 두테르테 시대의 친중 노선에서 벗어나 미국·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노선을 전환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과 지리적 근접성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완전한 대결 노선을 택하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관계 재설정' 발언은 이러한 이중적 압박을 반영하는 것으로, 군사적 억제와 외교적 관여를 병행하는 헤징 전략의 표현이다[14]. 필리핀 군 당국은 미·일과의 다자 훈련을 통해 실질적인 해상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여론에 대해서는 주권 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이중적 효과를 추구하고 있다[4].

일본은 2022년 안보 정책 대전환 이후 대만해협 안정을 명시적 안보 이익으로 공식화했다. 미일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언급된 것은 '52년 만'의 사건으로, 1972년 체제 이후 형성된 외교적 금기를 사실상 해체하는 의미를 지닌다[11]. 일본은 물리적으로 중국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부분적 기여를 확대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드론 전력 증강을 반격능력의 핵심 수단으로 명시한 것은 중국의 A2/AD 전략에 대한 비대칭적 대응 논리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중일 간 안보 딜레마를 구조적으로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15].

ASEAN은 COC 협상 연내 타결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유지하려는 대다수 회원국과 남중국해 당사국(필리핀·베트남) 사이의 이해관계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ASEAN의 컨센서스 원칙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으며, 중국은 이를 활용해 역외 세력의 개입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COC 협상 의제를 설정하려 한다[10].

4. 핵심 쟁점 정리

현 상황의 핵심 쟁점은 크게 네 가지 차원으로 정리된다.

첫째, 회색지대 전술의 확장과 억제 실패 가능성이다. 중국이 해안경비대·해상민병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회색지대 전술은 기존의 억제 논리가 전제하는 '군사적 충돌' 임계값 아래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어느 수준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활용하는 것으로, 억제 실패 없이도 현상 변경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축적하는 효과를 낳는다[1][2].

둘째, 핵삼원체계 완성에 따른 전략적 균형 변화다. 중국의 SLBM 능력 확보는 미국의 핵 우위에 기반한 확장억제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요소다. 이는 대만 유사시 미국의 개입 의지에 대한 중국의 계산을 바꿀 수 있으며, 역내 동맹국들의 독자 핵무장 논의를 자극하는 구조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2][8].

셋째, 다자 억제 네트워크의 실효성과 한계다. 미·일·필리핀의 다자 해상훈련은 억제 신호를 발신하는 효과가 있으나, 필리핀의 '관계 재설정' 시도와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대중 접근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동맹의 결속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은 이러한 균열을 외교적으로 활용하며 COC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려 한다[7][9][14].

넷째, COC 협상의 실질적 구속력 문제다. ASEAN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는 COC가 실제로 중국의 회색지대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실질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역외 세력 배제 조항을 관철시킬 경우, COC는 오히려 미국·일본의 역내 개입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위험성이 있다[10][5].

II. 이슈 심층분석

중국의 대만·남중국해 군사압박 강화와 역내 억제 동향

이슈 심층분석

1. 이슈의 근본 원인 분석

중국의 대만·남중국해 군사압박 강화는 단일한 원인이 아닌, 전략적·이념적·국내정치적 동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구조적 산물이다. 그 가장 근본적인 층위에는 중국이 스스로를 '부상하는 강대국'에서 '기성 강대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세력권 재획정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단순한 영토 분쟁 공간이 아니라 중화민족 부흥의 상징적 귀결점으로 규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협상 가능한 외교 의제가 아닌 체제 정당성과 직결된 핵심 이익으로 내면화했다[8]. 이러한 이념적 경직성은 외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후퇴보다 강경화로 반응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근본 원인은 미국 주도 동맹 네트워크의 점진적 강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다. 중국의 시각에서 오커스(AUKUS) 출범, 쿼드(QUAD) 활성화, 미일 방위지침 개정, 필리핀과의 군사협력 심화는 모두 중국을 포위하려는 의도적 봉쇄 전략의 구성 요소로 인식된다[13].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논리는 명확하다. 미국 동맹국들이 역내 군사 존재를 확대할수록, 중국은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더욱 가시적인 억제 수단을 전개함으로써 상대방의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2025년 7월 SLBM 시험 발사가 호주 총리의 태평양 도서국 안보 조약 체결 일정과 의도적으로 맞물려 실시된 것은 이 논리의 전형적 표현이다[2].

세 번째 원인은 국내정치적 동인이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위기와 성장 둔화라는 구조적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내부 취약성은 역설적으로 대외 강경 노선을 통한 민족주의적 결속 필요성을 높인다. "이번 SLBM 시험은 호주 총리의 태평양 도서국 안보 조약 체결 일정과 의도적으로 맞물려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순수한 군사 기술 시연을 넘어 지정학적 신호이자, 경제 둔화와 부동산 위기로 내부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민족주의적 결속을 도모하는 대내적 정치 메시지라는 이중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2]는 분석은 이 구조를 정확히 포착한다. 즉, 군사적 강경 행동은 외부를 향한 억제 신호인 동시에 내부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로 기능하는 이중 구조를 지닌다.

네 번째로는 대만 문제의 구조적 악화를 들 수 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강경 진압과 2020년 국가보안법 강행은 대만 내 통일 지지 여론을 급격히 냉각시켰다.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응답이 2018년 12.8%에서 2019년 이후 6~7%대로 낮아진 반면, 점진적 독립을 지지하는 응답은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8].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 이는 평화적 통일의 가능성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며, 이것이 군사적 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 구조적 맥락

정치적 구조

정치적 차원에서 현재의 긴장은 '72년 체제'의 점진적 해체 과정과 맞닿아 있다. 1972년 미중 공동성명과 중일 공동성명을 통해 형성된 이 체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모호하게 유지함으로써 대만 문제를 봉인하는 기능을 해왔다[11]. 그러나 2021년 미일 정상회담에서 52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공동성명에 명기되고, 일본이 2022년 3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반격능력 보유를 공식화하면서 이 체제의 전제 조건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11][15]. 중국은 이러한 변화를 72년 체제에 대한 근본적 도전으로 인식하며, 이에 대한 반응으로 군사적 강경 행동을 통해 현상 변경의 비용을 높이려 한다.

필리핀의 경우,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가 출범 초기 대중 관여 정책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컨드 토머스 암초와 스카버러 암초에서의 반복적 충돌이 양국 관계를 구조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공개적으로 희망하면서도 미국·일본과의 다자 해상훈련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적 행보는[14], 소국이 강대국 경쟁 사이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지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사령부는 미국·필리핀·일본의 다자 훈련을 "역외 국가를 끌어들여 남중국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는데[7], 이는 역내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중국의 일관된 정치적 입장을 반영한다.

경제적 구조

경제적 차원에서 남중국해는 단순한 영토 문제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 해상 교통로 통제라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전 세계 해상 무역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해역에 대한 통제권 확보는 중국의 에너지 수입 안보와 수출 경쟁력에 직결된다. 동시에 중국의 경제적 취약성은 역설적으로 군사적 강경 노선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위기와 성장 둔화로 내부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외적 강경 행동은 국내 여론의 불만을 외부로 전환하는 안전밸브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2]. 미중 무역 전쟁의 장기화 역시 이 구조를 강화한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약화될수록 군사적 억제가 상대방의 행동을 제약하는 주요 수단으로 부상하며, 이는 양측 모두의 군비 경쟁 유인을 높인다[9].

안보적 구조

안보 구조의 핵심은 중국의 핵삼원체계 완성이 역내 전략적 균형에 미치는 영향이다. 2024년 ICBM 시험 발사에 이은 2025년 SLBM 시험 발사는 중국이 생존 가능한 2차 핵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2]. 이는 미국의 핵 억제력에 대한 중국의 취약성을 줄이는 동시에, 재래식 분쟁에서 중국의 행동 자유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핵 에스컬레이션 사다리의 하단에서 중국이 더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또한 중국 해안경비대가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관할권 행사를 시도하고, 대만 동쪽 태평양 해역에 해안경비대를 파견하는 행위는 군사력 직접 사용 없이 현상을 점진적으로 변경하는 회색지대 전략의 전형적 패턴이다[1]. 이러한 회색지대 활동은 상대방이 군사적 대응을 정당화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중국의 실효 지배 범위를 확장하는 효과를 낳는다.

3.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 비교

중국의 현재 행동 패턴은 역사적으로 여러 선례와 비교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1990년대 이후 중국의 남중국해 점진적 영토 확장 과정이다. 중국은 1988년 베트남과의 충돌을 통해 남사군도 일부를 장악한 이후, 1995년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던 미스치프 암초를 점령하고, 2012년에는 스카버러 암초에서 필리핀을 사실상 퇴출시켰다. 이 과정은 CSIS가 명명한 '살라미 슬라이싱 전략'의 교과서적 사례로, 각 단계에서 상대방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현상을 변경해왔다[5]. 현재의 회색지대 활동은 이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다만 그 도구가 군사력에서 해안경비대와 해상민병대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12].

핵전력 발전 측면에서는 냉전 시기 소련의 핵삼원체계 구축 과정과 비교할 수 있다. 소련이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한 이후 재래식 분쟁에서 더욱 대담한 행동을 보인 것처럼, 중국의 SLBM 능력 강화는 재래식 충돌 공간에서의 행동 자유도를 높이는 구조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2]. 다만 소련과의 차이점은 중국이 경제적 상호의존 네트워크 속에서 이 능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으로, 이는 억제 계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일본의 사례와 관련해서는, 2022년 안보문서 개정이 1930년대 군국주의로의 회귀가 아닌 현실적 안보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맥락의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와 드론 전력 증강을 역내 안보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으로 인식하며, 이에 대한 구조적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15]. 미일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이 52년 만에 재등장한 것은 72년 체제의 균열을 상징하며[11], 이는 1970년대 데탕트 이후 유지되어온 전략적 모호성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COC 협상의 역사적 맥락도 중요하다. ASEAN과 중국은 2002년 남중국해 당사자 행동선언(DOC)을 채택한 이후 20년 이상 법적 구속력 있는 COC 체결에 실패해왔다. 중국이 COC 협상에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실효 지배를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해온 역사는, 현재 ASEAN 외교장관회의에서 COC 연내 타결 목표를 발표한 것이 실질적 진전인지 아니면 외교적 관리의 일환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뒷받침한다[10].

4. 이슈 전개의 핵심 변수

향후 이슈 전개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미국의 대중 전략 일관성이다.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미국 국방장관이 중미 관계가 "수년 내 최상"이라고 평가하며 대만 언급을 자제하는 등 대중 유화 기조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9].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심화될 경우, 역내 동맹국들의 억제 신뢰도가 약화되고 중국의 회색지대 활동에 대한 대응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강경 노선을 유지할 경우, 역내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COC 협상의 실질적 진전 여부이다. ASEAN 외교장관회의에서 COC 연내 타결 목표가 제시되었지만[10], 중국이 필리핀의 미일과의 협력을 '도발'로 규정하며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한, 실질적 구속력을 지닌 COC 체결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COC의 내용과 법적 구속력 수준이 역내 질서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셋째, 중국의 핵삼원체계 완성 속도와 역내 반응이다. "향후 중국의 군사적 강경 노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역내 동맹 네트워크가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관리된 긴장'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약 55%로 가장 높게 평가된다"[2]. 중국의 핵 능력 고도화가 가속화될수록 역내 국가들의 자체 억제력 강화 압력이 높아지며, 이는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동력으로 작용한다.

넷째, 필리핀의 전략적 선택이다. 마르코스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모색하면서도 미일과의 군사협력을 심화하는 이중 전략을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역내 세력 균형의 향방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14]. 필리핀이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반대로 대중 강경 노선으로 전환할 경우, 각각 역내 억제 구도와 ASEAN 결속력에 상이한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일본의 드론 전력 증강과 반격능력 구현 속도 역시 중국의 대응 강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양측의 행동이 상호 강화하는 안보 딜레마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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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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