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K 논평] 북한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 의미와 영향
편집자 주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북한의 금강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북한 민족유산 보호 정책의 변화와 그 내재적 의미를 분석합니다. 저자는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이 물질적 유물뿐만 아니라 비물질 및 자연유산까지 보호 대상을 확대하며 국제협약에 맞춘 유네스코 등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전 교수는 이러한 북한의 행보가 내부적으로는 인민들의 애국심과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대외적으로는 남북이 공유하는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독자적으로 규정하려는 전략적 의도라고 평가합니다.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1. 금강산 세계유산 등재
남북 교류의 상징이었던 금강산은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의 하나이다. 북한은 2025년 금강산의 자연과 문화를 포함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으로 등록하였다. 북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은 2004년 고구려 고분군, 2013년 ‘개성역사유적지구’에 이어 세 번째였다.
동명왕릉을 비롯한 고구려의 고분군과 개성역사유적지구는 민족의 역사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반면 금강산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금강산 관련 문화유산을 동반하여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은 사례이다. 금강산은 2018년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등록하였었다. 2025년에는 자연유산에 더하여 금강산의 불교문화, 사찰과 암자, 금강산을 주제로 한 그림과 시 등의 복합적인 문화예술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단지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루어진 당연한 결과로만 평가할 수 없다. 북한이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정책의 결과이다. 북한은 2012년부터 민족유산(역사유산, 자연유산, 비물질문화유산)을 적극 발굴하여, 국가유산으로 등록하여 관리하고, 우수한 민족유산에 대해서는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2. 북한의 문화유산 보호 정책
민족문화 보호는 북한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문화정책 과제이다. 북한의 문화정책은 ‘사회주의적 민족문화 건설’이 목표이다. 사회주의 제도를 유지하면서, 민족적 특색의 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족문화 유산을 ‘주체성의 원칙, 역사주의 원칙, 과학성의 원칙’에서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사회주의 현실에 맞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지키고 이어온 것은 김일성의 업적으로 평가하였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문화 전통의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 민족은 고조선 시기부터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중앙집권제 국가를 이루었고, 오랜 역사 속에서 우수한 민족문화를 이루었다. 민족문화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완전히 단절될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김일성이 민족문화를 지켜냈고, 새로운 시대를 맞으면서 다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민족문화 정책은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정권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동하였다.
북한의 민족문화 보호 정책은 유형(물질)문화재, 무형(비물질)문화재 사이에 차이가 있다. 궁궐이나 성, 탑, 서적과 같이 형태가 있는 문화재는 원형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이 기본이다. 반면 <아리랑> 같은 전통 음악이나 무용, 신화 등과 같이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원래의 형태 그대로 보존하기보다는 현대적인 형태로 개량하여 이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민족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과거에 머물거나 과거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승 방식은 원형 보존을 원칙으로 하는 남한의 무형문화재 보존과는 차이가 있다.
해방 이후 문화유산 보호를 규정한 첫 규정은 1946년에 임시인민위원회에서 발표한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이었다. 하지만 정작 민족문화 발굴과 보호를 규정한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94년이었다.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1946년 이후 1994년까지의 민족문화 보존과 관련한 정책은 최고지도자의 현지 지도와 교시로 진행되었다. 1994년 「문화유물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민족문화 보호를 법제에 따라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문화유물보호법」은 법의 명칭에서 확인되듯이 ‘유물’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1994년 「문화유물보호법」은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2012년 「문화유산보호법」으로 개정되었다. ‘문화유산’은 기존의 보호 대상이었던 ‘유형문화재’에 ‘무형문화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전승의 대상이었지만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었던 ‘전설이나 설화, 민담’, ‘전통예술’, ‘민속놀이’, ‘전통의술’ 등도 보호 대상이 되었다.
「문화유산보호법」은 2015년에 다시 「민족유산보호법」으로 대체되었다. 「문화유산보호법」을 제정하게 된 계기는 김정은의 담화였다. 김정은은 2014년 10월 24일에 민족유산과 관련하여, “민족유산보호사업은 우리 민족의 력사와 전통을 빛내이는 애국사업이다”는 제목의 담화문을 내놓았다. 20년 전 김정일이 단군릉을 현지 지도 했던 것을 기념하여,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과 나눈 담화였다.
이 문건은 김정은 시대의 민족유산 정책의 기준이 되었다. 김정은이 강조한 내용은 한마디로 ‘민족유산 보호 사업’은 “민족의 력사와 전통을 고수하고 빛내이기 위한 애국사업”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민족문화 유산 보호 사업을 구체적인 원칙과 방향에 진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중 하나가 외국 및 국제 기구와의 교류와 세계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록이었다.
김정은의 담화를 기반으로 새로 제정된 「민족유산보호법」은 「민족유산보호법」에서 규정한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에 자연유산까지 포함하였다. 민족의 모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법적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였다.
2015년에 제정된 「민족유산보호법」은 2018년 11월 24일에 개정되었다. 개정된 규정에서 민족유산에 대해서는 “‘물질유산’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제3조 민족유산의 구분)을 명시하였다.
또한 민족유산의 국제 교류와 유네스코 등재를 법으로 규정하였다. 국제 교류에 대해서는 제9조(민족유산보호사업에서의 교류와 협조)에는 “다른 나라, 국제기구들과의 교류와 협조를 발진시킨다.”고 명시하였다. 세계유산 등록에 대해서는 제30조(민족유산의 세계유산등록)에는 중앙민족유산보호지도기관은 ‘우수한 민족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계획’을 ‘전망성 있게 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제33조(력사유적보호구역)에 “력사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경우에는 력사유적보호구역을 해당 국제협약의 요구에 맞게 정한다.”고 하였다.
민족문화의 발굴과 보호 사업을 북한 내로 규정하지 않고, 다른 나라 혹은 국제 기구와 적극적인 교류를 추진하고, 국제협약에 맞추어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며, 국제 협약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어 보호조치를 하겠다고 규정한 것이다.
3. 유네스코 등재 추진과 민족문화의 정체성
적극적인 민족 유산 발굴과 유네스코 등록에 맞추어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되었다. 먼저 보호 대상이 되는 민족유산에 대한 목록화 사업을 진행하였다. 2012년 「문화유산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보호해야 할 ‘비물질문화유산’을 ‘국가비물질문화유산’과 ‘지방비물질문화유산’으로 나누어 목록화를 시작하였다.
2012년 8월 민요 <아리랑>이 ‘비물질민족유산국내목록’ 제1호로 등록하였고, 이어 ‘김치 담그기 풍습(제2호)’, ‘막걸리 담그기(제3호)’, ‘장 담그기(제4호)’, ‘조선치마저고리 풍습(제5호)’을 연이어 등록하였다. 이후 비물질문화유산의 범위에 ‘전통의술’, ‘설화’ 등도 포함하여 확대하였다.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목록에서 주목되는 것은 먹거리 문화이다. ‘김치만들기’, ‘막걸리 담그기’, ‘장 담그기’, ‘평양랭면’, ‘쑥떡만들기’, ‘록두지짐풍습’, ‘명태매운탕’, ‘숭늉’, ‘오갈피술 양조방법’, ‘단군술 양조기술’, ‘건뎅이젓 담그기’ 등을 등록하였다. 이 외에도 ‘인삼재배’, ‘썰매타기’, ‘비단생산기술’, ‘연띄우기’, ‘팽이치기’, ‘나전공예’ 등을 목록으로 지정하였다.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중 일부는 유네스코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하였다. 김정은 시기 이전까지 북한은 민족문화의 국제 교류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012년 이전까지 유네스코에 등재한 민족유산으로는 2004년에 등재한 ‘고구려 고분군’이 전부였다. 자연유산을 포함하면 ‘백두산’(1989), ‘구월산’(2004), ‘묘향산’(2009) 등 네 가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이후로는 유네스코 등재는 크게 늘었다. 북한의 유네스코 등재 현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유산이다. 2004년 고구려고분군에 이어 2013년 ‘개성역사유적지구’가 두 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2025년에 금강산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으로 등록하였다.
둘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아리랑 민요(2014)’, ‘김치만들기 전통(2015)’, ‘씨름(2018)’, ‘평양냉면풍습(2022)’, ‘조선 옷차림 풍습 ; 전통 지식·기술 및 사회적 관습(2024)’ 등 다섯 개를 등록하였다. 씨름은 남북이 각각 단독으로 제출하였다가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2018년 공동으로 등재하였다.
셋째, 세계기록유산이다. ‘무예도보통지(2017)’, ‘혼천전도(2023)’ 두 개가 있다.
넷째, 생물권 보존지역이다. ‘백두산(1989)’, ‘구월산(2004)’, ‘묘향산(2009)’, ‘칠보산(2014)’, ‘금강산(2018)’ 등 다섯 지역이다. ‘백두산’은 1989년에 생물권보존 지역으로, 2025년 유네스코 집행위사회 제221차 회의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김정은 시기부터 북한은 적극적으로 민족 유산의 발굴과 보호, 세계유산 등록 사업을 추진하였다. 민족 유산 보호법을 정비하고, 전시회, 경연대회를 통한 발굴과 보존에도 적극적이다. 그리고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규정에 맞추어 등재를 위한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족유산의 발굴과 유네스코 등재는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에 맞게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인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과 애국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이다.
남북은 오랜 역사와 민족을 공유한 한민족이라는 공통성이 있었다. 하지만 공유한 민족문화에 대해서도, 해석과 의미에서는 차이가 있다. 민족유산에 대한 인식과 해석 차이는 남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동 등재한 씨름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씨름은 2015년 3월 북한이 먼저 ‘씨름(Ssirum)’이라는 타이틀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단독으로 신청하였었다. 유네스코는 북한이 제출한 신청서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였고, 북한은 2017년 3월에 신청서를 수정하여 다시 제출하였다. 그 사이인 2016년 3월에 남한이 ‘씨름(Ssireum)’으로 단독 신청하였다.
남한에서 제출한 신청서에는 씨름의 지역 공동체와 생활문화, 공동체 참여를 강조하였고, 북한의 신청서는 민족 전통성과 국가 차원의 계승·보급 체계를 강조하였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유네스코도 남북의 씨름을 별개의 문화유산으로 심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남북의 씨름이 ‘전승 방식, 사회적 기능, 공동체적 의미’ 등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문화유산으로 판단하였다. 마침 2018년을 맞이하여, 남북 관계도 화해 무드로 이어지면서, 유네스코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동 유산으로 등재하였다.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민족문화는 ‘씨름’처럼 남북이 공유한 문화유산이다. 북한의 적극적인 유네스코 등재 추진은 남북 공유의 민족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새로 규정하고, 국적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
■ 전영선_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