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K 논평] 시진핑 7년만의 방북과 대북 전략의 새로운 모색
편집자 주
이동률 EAI 시니어펠로우(동덕여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7년 만의 방북을 중국의 세계 전략 및 대미 전략의 변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저자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변동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북한을 자국의 세력권 내에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새로운 대북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정세 속에서 한국이 대북 문제에 관한 중국의 역할을 섣불리 기대하기보다는, 양국 간 신뢰 회복과 관계의 내실화를 우선적으로 다져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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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진핑 7년 만의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의 의미
시진핑 주석이 2026년 6월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중 정상회담은 2025년 9월 초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9개월 만이다. 북중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개최 시기, 이유와 배경, 그리고 회담 내용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북한과 중국은 상호 방문의 방식이 아니면 정상회담을 갖기 어려운 특수성 때문에 정기적인 상호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고 북중 ‘혈맹관계’를 상징했다. 그런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북중 정상회담이 줄어들었고 특히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사실상 정기적인 상호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의 전통은 사라졌다.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은 집권 후 7년 만인 2019년에 처음 있었다. 2005년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의 14년만의 북한 방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7년이 지난 2026년에야 비로소 두 번째 방문이 성사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역시 불규칙하게 진행되었다. 김정은 위원장도 2011년 권력을 승계한 이후 7년간 중국을 방문하지 않다가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 사이에는 4회 연이어 방문했다. 그리고 다시 근 7년이 지난 2025년 80주년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방중했다.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북중 정상회담이 거의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되던 관행이 사라지고 횟수도 크게 감소하면서 특별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북중관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과거 혈맹임을 과시하던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
둘째, 최근 북중 정상회담은 정례적이지 않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2010~2011년 김정은의 3대 세습,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2025년 80주년 전승절 행사 등이 계기가 되어 중단되었던 정상회담이 재개되었다. 따라서 이번 7년 만의 방중을 통한 정상회담도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5월 14~15일 미중 정상회담과 그리고 일주일 뒤인 19~20일 중러 정상회담 있고 곧 이어서 시진핑의 북한 방문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방문 이유와 배경에 대해 많은 질문과 논란이 있다.
시진핑 주석이 올해 유난히 정상회담 일정이 촘촘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연쇄 정상회담이 애초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북러 군사협력 강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일본의 재무장화, 그리고 미중관계의 불안정 등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인접한 북한이 자신의 영향권에서 멀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사실 시진핑의 북한 방문 그 자체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 충분히 예상되었다. 김정은의 2025년 전승절 행사 참석은 특별한 것이었기에 7년이나 중단되었던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답방의 형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2025년 APEC 정상회담 계기로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이어서 2026년 1월에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으로 두 달 사이에 연이어 한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남북한에 대한 균형 외교 차원에서도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필요했고 특히 올해가 북중 우호 협력 및 상호 원조 조약(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상징성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이번 시진핑의 방북은 북중 양자 차원에서 중요하고 긴급한 현안이나 새로운 의제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세계 전략과 대미 전략을 새롭게 재구성해 가는 과정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한 전략과 북중관계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요동치는 상황에서 인접한 사회주의 전통 우방국인 북한을 자신의 세력권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중국이 세계 전략 및 대미 전략을 전개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주변 환경 조성을 위해 북한 방문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호조약 65주년에 시진핑 주석의 7년 만의 방문으로 이루어진 정상회담인 만큼 최고 수준의 국빈 의전을 준비했고 전략적 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북중 관계 발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이에 화답하면서 "새로운 정세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대적 함의를 갖는 북중관계를 추진하는 데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라고 밝혔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6b).
비록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단계로의 발전’에 대한 합의를 밝혔지만 전체적으로 주목할 만한 새로운 협력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정상회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전통적 친선 관계를 회고하고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특별히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의제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이전과 유사하게 전통 우의를 역설하고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이념적 연대를 내세우고 있다. 시 주석은 북중 혈맹관계를 상징하는 중조우의탑과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방문을 통해 전통 친선 관계를 강조했다. 사실상 북중관계가 미래를 향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북중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내용 가운데 향후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민감한 의제도 있다. 첫째. 북핵과 유엔 제재 관련된 부분이다. 둘째, 유엔 제재 문제와 관련된 양국 간 전면적 경제 교류와 협력이다.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
셋째. 군대 교류이다. 군대 교류가 새롭게 언급되고 양측 국방부장이 정상회담에 배석하여 북중간에도 북러간 처럼 군사협력을 추진하려는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북중간에는 혈맹을 과시하던 시기에도 실질적인 군사협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북핵 문제로 양국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더더욱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은 물론이고 교류도 언급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록 교류라고는 하지만 군대가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군대 교류는 시진핑 주석이 북중관계 발전을 위한 4개의 제안 가운데 첫째 고위급 교류를 통해 양국 간 정치적 신뢰의 기반을 충실히 하자는 부분에서 구체적인 교류 영역으로 외교, 법과 함께 제시된 것이다. 중국은 유엔 제재를 의식해서 북한과의 비군사적 교류와 협력에도 소극적인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군사협력을 제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이 북한에 군 고위급의 교류와 소통 강화를 통해서 군사 안보 분야에서의 상호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중국이 경계하고 있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파악하고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정치, 경제, 문화 분야 교류 확대와 전략적 소통 강화, 국제·지역 문제 공조 등은 중국과 동일하게 언급하면서도 정작 중국 측이 공개한 군대 교류 관련 내용은 제외하고 있어 북한이 이에 대해 오히려 소극적이라는 메시지도 주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관행대로 전통 우의와 사회주의 국가간 연대를 재확인했다. 그렇지만 북중관계는 이제 더 이상 이념과 역사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고 실익과 전략적 고려가 우선 작동하는 관계로 변화하였다. 중국은 이제 세계 전략과 대미 전략 차원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 평가하고 이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를 조정하고 관리해 가고자 한다. 반면에 북한은 인접한 강대국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관리하는 한편, 상대적 약소국으로서 대중국 지렛대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여 때로는 견제, 압박하면서 지원과 지지를 끌어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양국은 한편으로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관계를 유지 관리해야 하는 상호 상이한 전략적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북중관계는 대외적으로는 전통적 우의와 사회주의 연대를 내세우면서도 미중관계를 비롯한 국제 정세의 변화에 영향 받으면서 상호 견제, 밀고당기기, 선택적 협력 등을 병행하면서 관계 소원, 복원, 개선의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 유동성을 보이게 될 것이다.
2. 중국의 세계 전략, 대미 전략과 대북 전략의 연계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정작 한반도는 언급되지 않은 반면에 국제정세와 질서에 대한 논의가 새로이 부각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세계 전략과 외교 담론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에 지지하고 화답하였다. 예컨대 김정은 위원장은 “공동으로 관심을 갖는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폭넓게 의견도 교환했다.”라고 밝혔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6b). 비록 논의한 구체적인 국제 및 지역 문제가 무엇인지는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양국 정상이 한반도를 제외한 국제 문제와 국제질서에 대해 논의했다는 자체가 이전과는 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4개 제안을 통해 북중관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6a). 고위급 교류를 통한 상호 정치 신뢰의 기반 충실, 실질적 협력 수준 제고, 민심 소통 및 유대 강화, 그리고 전략적 협력의 내실화이다. 시진핑 주석의 4개 제안은 큰 틀에서는 기존에 중국이 북한에 지속적으로 제의해 왔던 실질적 교류협력과 전략 소통의 강화를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그 자체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넷째, 전략적 협력을 내실화하자는 부분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내용이 등장한다. 기존에 중국이 북한에 전략적 협력을 제의한 것은 사실상 북한 체제와 한반도의 불안정과 위기관리를 위한 전략적 소통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는 아예 제외된 반면에 그 자리에 중국의 글로벌 비전과 세계 전략으로 대체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 정세와 질서에 대한 논의가 중심 의제가 되었다.
예컨대 중국이 2023년 12월 5년 만에 개최된 중앙 외사 공작 회의에서 글로벌 구상으로 제시한 이후 외교 무대에서 일관되게 강조해 오고 있는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개방적, 포용적, 포괄적인 경제 세계화’가 이번 정상회담에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시진핑 정부의 대표적인 글로벌 비전인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GDI, GSI, GCI, GGI)와 인류운명공동체론도 제시되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당연히 핵심 의제였어야 하는 한반도 문제는 배제된 채 중국의 세계 전략과 글로벌 구상이 주요 의제로 제시되었다는 것은 중국의 대북 인식과 전략에 새로운 전환이 모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국, 주변, 개도국, 그리고 다자외교로 외교 대상을 분류하여 상황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외교 기조와 방향을 조정하는 패턴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중국은 2023년 이후 기존의 외교 패턴을 탈피, 전 세계를 단일 외교 무대로 상정하고 글로벌 구상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 역할과 영향력을 확장하는 본격적인 강대국 외교 전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북 전략도 기존의 한반도에 국한된 좁은 시야에서 탈피하여 중국의 세계 전략과 연동하여 새롭게 접근하는 변화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은 중국의 세계 전략의 한 축인 다극화 주장에 동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의 다극화 구상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는 아니다. 그리고 중국이 경제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도 북한은 중요한 협력 대상이 아니다. 반면에 북한은 핵무기의 고도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 그리고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 등 다양한 지렛대를 갖고 중국에 대한 의존을 관리하고 영향권에서 벗어나 중국의 세계 전략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이 비록 세계 전략 구상에 중요한 협력 대상은 아니지만 사회주의 인접국인 동시에 전통 우방국인 북한을 중국이 주도하려는 새로운 세계질서와 세력권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외교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요컨대 시진핑 주석은 이번 방북을 통해서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중국의 세계 전략과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여 북한이 이를 수용케 하고 자신의 영향권 내에서 관리하고자 전면적 협력과 전략적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
3. 중국의 새로운 대북 전략의 과제: 북핵과 유엔 제재
중국은 북한을 자신의 세력권 내에 두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현재는 북한이 오히려 중국을 견인, 견제할 수 있는 더 많은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 일단 중국은 후원국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에게 가장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핵보유국 승인과 유엔 제재 해제이다. 두 가지 요구는 현실적으로 중국이 수용하기 어렵다. 북중관계에서 북핵과 유엔 제재 문제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현안이자 장애물이다. 북중 정상회담을 한다면 이 두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관련 발표 그 어디에도 두 문제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만큼 두 문제는 북중간에 접점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지대하여서 논의했다고 해도 드러내기 어려운 매우 민감한 현안이다.
첫째, 그 중에서도 북핵 문제는 북중 관계에 내재한 가장 민감한 현안이다. 그런데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예상대로 양측의 공식 발표에는 북핵은 물론이고 한반도조차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은 이미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미중 정상회담 이래로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발표문에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거론하지 않거나 원론적 차원에서 최소한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북중 정상이 회담했는데 한반도 문제 자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의도적이다. 중국이 비핵화를 포함해서 한반도 이슈 자체를 공론화하지 않는 것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 등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진핑의 북한 방문이 6월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전후로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연이은 군사 행보를 이어가면서 핵무력에 대한 자신감과 불포기 입장을 과시했다. 3일에는 신규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고, 4일에는 김주애와 함께 5천 톤급 신형 구축함 강건호의 항해 시험을 참관했으며, 6일에는 탄도미사일 생산공장을 방문하였다. 특히 김여정은 6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에 동의했다는 미국 국무부의 팩트시트에 대해 "미국의 상투적인 거짓 유포 놀음"이라고 강도 높게 비방하였다.
북한이 시진핑의 7년 만의 방북을 목전에 두고 극진한 예우의 환영 행사를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하여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중국은 미 국무부의 팩트시트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북한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국이 비핵화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동시에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보유국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북핵을 인정할 경우 초래될 동아시아 지역의 파장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인접한 한국, 특히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그리고 대만으로까지 핵무기 개발 논의가 거세게 확산할 수 있다. 최소한 역내 미국의 핵 확장 억제력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게 되면서 중국의 주변 지역에서의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가 고조되고 주변 안보 환경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특히 올해 15.5 규획을 착수하면서 경제회복과 첨단 기술 자강에 총력을 기울이며 4연임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시진핑 정부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아예 한반도 문제 자체를 논외로 하는 방식으로 파장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둘째, 북핵 문제와 연계된 유엔 대북 제재 문제가 북중간의 또 하나의 민감한 쟁점이다. 중국이 자국의 세력권 내에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카드는 북한 체제에 대한 정치적 지지와 경제 지원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지와 경제협력 의지를 더욱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발전 전략을 더욱 긴밀히 조율하고 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보건 등 전면적으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하고 국경의 완전한 재개방과 민항기 및 국제 여객 열차 운행 재개를 계기로 인적 교류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북중간 경제협력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 북중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유엔 대북 제재 문제가 먼저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유엔 제재를 돌파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는 없다. 중국은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외교적 고립과 경제 제재, 무력 압박 등으로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데 반대” 한다며 간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6c). 그런데 정작 중국은 당사자인 북한과의 회담에서는 북한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유엔 대북 제재를 앞장서 완화 또는 해제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전면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상충된 행보를 보인다. 2025년 김 위원장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이루어진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였다. 북한은 당시 방중단에 경제관료를 대거 포함했고 김 위원장은 양국 간 호혜적인 경제 무역 협력의 심화를 제안했다(이동률 2025). 이후 양국 간에 철도 및 항공 운항 재개 등 교류 협력 활성화를 위한 일부 조치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다. 중국 해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북중 무역액은 약 27.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4%로 증가해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최장호 최유정. 2026). 그렇지만 제재 이전인 2016년 58.2억 달러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북중간 무역 등 경제협력은 양국 관계 회복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유엔 제재라는 구조적 제약으로 진전에 한계가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북핵을 인정하지 않고 유엔 제재도 지키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영향력 범위에 두고 관리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향후 유엔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경제 지원을 제공하면서 자신의 세력권에 포섭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향후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교류와 지원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과 경로를 통해 진행하는지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핵과 유엔 제재라는 첨예한 현안에 대해 내면적으로 어떤 방식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4. 한국에의 정책 함의
한국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와 남북한 대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북핵문제에 중국 역할을 견인하려는 시도는 한국외교의 오랜 과제이다. 작금의 현실은 이러한 외교 과제를 수행하기에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전제에서 정책의 우선순위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첫째, 중국의 외교 전략이 지역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전략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상대적으로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거나 세계 전략의 하위 변수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핵 이슈는 오히려 자칫 한반도에서의 미국과의 갈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둘째, 중국의 세계 전략의 진화와 연동되어 대북 전략에도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가 중단기적으로 실현할 수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현성 없는 비핵화를 고집하면 오히려 북한이 자신의 세력권에서 이탈하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은 현실성이 없는 비핵화 문제에 매몰되기보다는 북한을 자신의 세력권에 묶어 두고 관리하는 것이 세계 전략을 추진하는데 더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 중재 역할을 하는데 매력을 갖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자신이 배제된 북미대화는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셋째, 한중관계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매우 예민하고 어려운 두 가지 과제를 놓고 중국의 역할을 설득하고 견인하기에는 아직 충분히 신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실제 한국이 기대하는 ‘중국 역할’과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역할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전략적 이해와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역할을 주문하고 기대하다 오히려 한중관계 마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특히 한중관계의 발전이 곧바로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조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역사적 경험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중관계 회복의 초기 단계에서는 한중 양자 차원의 상호 이해 증진과 관계 내실화에 우선하여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북핵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물밑 소통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현시점에서는 우선적으로 한중이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민감도가 낮은 사안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대화를 모색해 점차 난이도가 높은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확보해 가야 한다. 예컨대 북중 정상회담이후 한중간 다양한 층차에서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한반도 안정이라는 원론적 차원에서 협의를 시도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상호 이해와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한중관계는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구조적으로 외생변수에 취약한 특성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여 이에 대한 사전 대비도 필요하다. 특히 미중관계가 ‘건설적 전략 안정관계’ 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잡하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일본의 재무장화가 맞물리면서 한중관계는 다시 원하지 않은 소용돌이에 빠질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도발과 위협은 상수이고 언제든 한중관계에 큰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단 한중관계의 회복과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양국간 한반도 문제에서의 전략적 소통을 모색할 수 있는 대전제이다. 따라서 한중관계가 의도치 않게 외부 변수에 의해 다시 갈등 및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갈등과 위기 시에 신속 대응하고 관리할 수 있는 소통 창구와 제도를 만드는 데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6a “习近平同金正恩举行会谈.” 06-08 https://www.mfa.gov.cn/zyxw/202606/t20260608_11939783.shtml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6b “习近平出席金正恩举行的欢迎宴会.” 06-08. https://www.mfa.gov.cn/zyxw/202606/t20260608_11939903.shtml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6c. “中华人民共和国和俄罗斯联邦关于进一步加强全面战略协作、深化睦邻友好合作的联合声明.” 05-21. https://www.mfa.gov.cn/zyxw/202605/t20260521_11914932.shtml
이동률. 2025. “전승절에서 APEC, 북중관계의 새로운 모색과 도전.” GLOBAL NK (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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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률_EAI 시니어펠로우,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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