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
격동의 동아시아에서 중심을 찾다 : 사랑방의 젊은 그들 규슈를 품다
규슈국립박물관 · 김민정 · 이화여자대학교
들어가며
19세기 후반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부분이 서구 열강의 식민지 또는 반식민지로 전락하였지만 20세기 들어서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지 않은 조선과 청, 그리고 일본에 대한 서구 세력의 관심이 증대되었다.
동양삼국연대론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지식층들이 조선과 중국, 일본 등 삼국의 연대를 통하여 서구 세력의 침탈을 막아내자는 것으로, 동양 전국의 위기를 자각하면서 발생한 시국관이자 정치이론이었다. 삼국의 연대는 일본이 주장하고 있던 아시아주의와 아시아연대론에 영향을 받았다. 일본 측의 아시아연대론은 종전의 정한론과는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이를 외관상 부드럽게 재포장한 것이었다.
일본이 주장한 ‘아시아연대론’은 한·중·일 삼국이 문화적, 지리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서양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침략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하자는 것이었다. 조선의 조사시찰단 인사들은 아시아연대론의 위험성을 간파하지 못했기에 지식층 일각에서는 동양 삼국이 문화적 언어·역사·독특한 감정·지리적 공간 등 삼국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70년대를 전후하여 일본 정계에서 강력하게 대두된 조선에 대한 공략론(攻略論)인 정한론과 1894년 청일전쟁이라는 일본의 당시 국내 분위기와 역사적 사건을 고려했을 때, 아시아연대론의 진의를 고찰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수립된 현대 일본 정부의 대對아시아 정책의 함의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아베 정부 시기의 공식 자료 및 담화 등을 통해 일본몽을 분석하고 아베 정부의 다이아몬드 안보동맹 구상은 부서지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 이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21세기 중국의 시진핑 정부의 대국굴기 ‘중국몽’과 비교하였을 때, 일본은 일본몽을 적극적으로 선언하고 있지 않다. 인도-태평양이라고 하는 하나의 질서 건축(architecture)을 만들겠다고 주장하며 일대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등 구체적 구상을 내놓고 있는 중국에 비해 일본은 그들의 야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본의 꿈’이 미국과 중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하여 일본의 꿈이 그들의 것보다 더 작거나 일본이 미국의 꿈에 편승하여 그대로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좇아간다는 사실은 아니다.
19세기 말 범아시아주의(Pan-Asianism), 아시아연대론을 주장했던 일본 정부를 살펴보면, 그들의 심상에 일본몽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극히 자명하다. 일본은 당시 조선, 청, 일본의 동양 3국 중 가장 과감하게 자신들의 야망을 펼쳐보였다. 그러나 21세기 중반 일본은 비교적 조심스러운 단계를 밟고 있다.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를 생각해보았을 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본의 태도로 그 이면에 일본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아베 정부의 담화와 방위백서 및 일본의 공식 자료를 분석하면서 일본의 꿈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혼네라고 불리는 일본의 심상에 어떤 일본몽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이 일본 정부의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해보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질서 건축학개론의 변화가능성에 일본몽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예측해보고자 한다.
일각에서는 중국몽과 미국몽보다 일본몽이 더 작은 꿈이라고 해석한다. 동맹을 잘 활용하는 일본으로서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는, 이른바 미국행 편승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아베 정부의 “21세기 구상간담회” 보고서(2015)와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비교분석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혼네에는 어떤 꿈이 자리 잡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 이 연구는 일본이 보다 강렬한 꿈을 그들의 심상에 품고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일본 총리 교체로 인한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으로 국제무대에서의 일본의 행보에 더욱 주목할 것을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아베 정부의 꿈: "21세기 구상간담회" 보고서(2015) 를
중심으로
아베 정부는 2015년 8월 14일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했다. 총리 자문 회의로 구성되었던 ‘20세기를 되돌아보고 21세기의 세계질서와 일본의 역할을 구상하는 지식인 간담회’(이하 21세기 구상간담회)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아베 신조는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했다. ‘전후’ 70주년 기념 담화라는 명목 하에, 작성된 보고서는 20세기가 주는 교훈, 전후 일본의 발자취, 동아시아 지역과의 화해 및 협력 등에 논점을 맞춰 구성되었다. 아베 총리는 전후 70주년 담화를 통해 전후 세계 번영과 평화를 확립하기 위한 일본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였다. 또한 동아시아 지역과의 화해 및 협력 부분에서도 일본이 주도적으로 이를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앞장서서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을 이끌어낼 것을 약속하였다.
“21세기 구상간담회” 보고서(2015)는 아베 정부의 국제주의적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시각을 강조하지만, 여기서 그들의 꿈을 조심스레 분석해볼 수 있다. 첫째로, 일본이 아시아의 독립을 이끌었다는 대목이다. 구상간담회 보고서 5장에서는 일본의 제 2차 세계대전 패망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독립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독립이 이후 자립(自立)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하며 일본에 있어서 제 2차 세계대전은 아시아의 해방을 위한 전투였다고 주장한다. 군국주의로 인한 패권 확장이 그들을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이끈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독립’을 위한 목표로서 참전했다는 것을 피력한다. 또, 이들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국가들의 식민지 지배 실패 원인에는 일본이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일본의 덕으로 아시아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Whether or not Japan intended to liberate Asia, it did wind up
promoting the independence of the colonies in Asia.”
이것은 제 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을 아시아 국가의 독립과 인과관계 혹은 선후관계로 연결 지으며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역할을 제고하려는 혼네(ほんね)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고서 5장의 세 번째 대목이다. 여기에서 일본은 자신들의 심상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와 세계의 번영을 위한 일본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지식인 간담회 패널은 첫 번째로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것”을 답하고 있다. 패널은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으니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안정성(stability)을 위해 해온 역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져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즉, 일본이 아시아 지역에서 세력 균형(the Balance of Power)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본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 획득’이라는 꿈은 단순히 심상 속에서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할이 아시아라는 공간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이 국제 질서의 안정화에 있어서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역할을 다해냈다며 주장한다. 또한 1990년대 후반 이후 평화를 위한 일본의 주도적인 역할에 국제 사회가 그 공을 인정했으며, 앞으로 지구적 규모의 안보 분야에서 전과는 더 많은 역할을 해낼 일본의 잠재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 구상간담회 보고서 5장 세 번째 대목에서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과는 협조하되, 아시아 대륙으로 눈을 돌려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일본의 심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First, we would like to turn our eyes to Asia.”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21세기 구상간담회 보고서 5장에서의 일본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이다. ‘Turn eyes to Asia’는 언뜻 미국 힐러리 클린턴의 ‘Pivot to Asia’를 연상케 한다. 구상간담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2015년 전후 70주년 아베 신조의 담화(2015)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명확한 표현은 없다. 그러나 2014년 5월에 제출된 안보법제간담회의 최종 보고서를 반영하여 아베 정권은 2014년 7월 1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각의 결정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베 정부는 2016년 3월 자위대의 해외 활동을 확대하는 개정안이 발효되어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했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의 변경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약속한 평화헌법과 공식적으로 발표한 담화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21세기 구상간담회 보고서와 아베 담화(2015)에서 일본은 자신들이 깨달은 20세기로부터의 교훈을 나열하면서, 강제력으로 교착 상태를 깨려고 했던 지난날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We will engrave in our hearts the past, when Japan attempted to break
its deadlock with force.”
여기에는 1947년 시행된 일본의 평화헌법에는 국가 간의 교전권(交戰權) 포기와 어떠한 전력도 가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일본 헌법 제 2장 9조에 명시되어 있는 ‘3대 원칙’에 따라 전력(戰力)의 포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평화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평화헌법의 정신과는 배치되는 형태로 1950년대 이후로 계속해서 자위대의 전력을 확충하였다. 1990년대부터는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집단자위권 행사 등의 명목으로 헌법을 바꾸면서까지 명실상부한 일본의 군대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자위대는 무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일본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지리적 제한 없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2015년 “21세기 구상 간담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발표한 아베 담화의 내용과는 상반되는 법률안이 이듬해인 2016년 곧바로 개정된 것은 아베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모순점이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국내외 군사·안보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던 일본의 심상에는 아시아 지역의 이웃국가들의 경제적 영향력에 대한 견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아베 정권은 2013년 2월 ‘안전 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安全保障の法的基盤の再構築に関する懇談会, 이하 안보법제간담회)’를 출범시켰다. 아베 정권은 2014년 5월에 제출된 안보법제간담회의 최종 보고서를 반영하여 2014년 7월 1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각의 결정을 하였다. 이는 2015년에 발표한 보고서 및 담화보다 먼저 결정된 것으로, 이전의 2010년대 초의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의 경제 성장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상황을 고려한 결정임을 보여준다. “21세기 구상간담회” 보고서(2015) 이전의 일본의 군사적 동향과 구상간담회 보고서에 나타난 수사학적 표현에서 일본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세력 확장과 더 나아가 국제무대에서의 주도적 역할(proactive role)의 연기를 수행하는 주인공(actor)을 꿈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2017년 일본 정부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이하 FOIP)을 외교청서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지전략적(geo-strategy) 관점에서 일본의 지역구상이 아시아- 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지역구상에 있어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016년 8월 케냐에서 열린 제 6차 아프리카 개발회의(TICAD VI: Sixth Tokyo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frican Development)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의 대외정책기조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태평양과 인도양이라는 두 대양, 아시아와 아프리카라는 두 대륙이 교차하는 해양 공간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경제를 중요시하는 공간’이라고 특징지었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갖는 중요성은 일본의 지역구상의 구심점의 변화라는 것이다. 기존의 일본 지역구상의 구심점이 동아시아라는 ‘대륙’이었다면,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함으로써 지역구상의 구심점을 육상 공간에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양’ 공간까지 확대할 것임을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다. 일본이 외교 안보전략의 새로운 방향을 ‘해양’으로 설정한 데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권 경쟁이 그 배경이 된다. 그러나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단순히 인태지역 질서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목적으로만 형성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신(新)안보동맹과 안보 체제의 강화로 인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과의 협조가 더욱 그 중요성을 갖게 되었지만, 일본 정부의 행보는 그들의 새로운 지역구상의 이면을 분석하게 한다.
2019년 일본국 방위성은 ‘신방위계획대강’의 내용을 포함한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일본국 방위성의 일본 방위정책 개관에 따르면, 방위계획의 대강은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환경에 비추어 일본의 방위력 정비, 유지 및 운용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나타내는 것이다. 2019년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방위백서에 따른 ‘신’방위계획대강은 일본 둘러싼 안전보장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힘의 균형의 변화는 가속화, 복잡화되고 기존 질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신들의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을 근거로 일본의 방위력을 강화하는 데 일차적인 목표를 두고 있는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신방위계획대강을 정당화한다. 특히 일본은 우주, 사이버, 전자파 등 새로운 영역에 있어 ‘일본으로서의 우위성을 획득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방위력 증가를 생존의 문제와 결부한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의 육, 해, 공의 기존 영역에서의 능력 강화와 신 新영역에서의 군사 활동 확대 및 활발화와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양극 체제 속 중국과 미국의 군사력 확대에 따른 일본의 대응 조치다. 특히, 2020년 방위대강에서는 ‘해양안전보장의 확보’를 이유로 해상자위대의 활동을 확대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린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2017년 이후 매년 이즈모(いずも) 가가(かが)라는 대형 호위함을 포함한 함정에 의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장기 파견 행동을 실시하고 있다. 해상자위대의 훈련 강화와 우호국과의 공동 훈련 등은 자신들의 인도-태평양 구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측면의 강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다른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R, 2017)의 지역전략 부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가장 먼저 다루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사시 적을 억지하고 이길 군사적 능력을 유지할 것임을 군사 안보 영역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국과의 군사적 협력과 방어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할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에는 하드파워(hard power)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뿐만 아니라 2021년 1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로버트 오브라이언(Robert O’Brian) 수석보좌관이 공개한 『2018년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PSR)에 대한 전략적 프레임워크』에서도 ‘힘을 통한 평화 보존’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안보 목표로 정의하였다. 이 문서에서 나타난 미국의 국가안보 목표 4가지는 그들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경제적 압박을 견제하고 그들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을 수호하기 위함이 주요 목표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국가안보전략보고서(2017)에서
“States throughout the region are calling for sustained U.S. leadership.” 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자신들의 리더십을 확인하고 정당화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은 늑대며 그들의 연기(performance)의 중심에는 힘이 자리 잡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연기에 힘의 측면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일본은 규범외교의 측면 역시 강조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일본은 비군사적인 무대가 크게 작동한다.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2017)에서 민주주의, 법의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지배,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중동과 아프리카에까지 확장할 것임을 이야기하며 대륙 간의 “연결성”의 제고를 주장한다. 2018년에 발표된 외교청서에서는 연결성의 제고를 위해 양질의 인프라 사업(Quality Infrastructure Development Programme)을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퍼시픽을 위한 일본의 노력(Japan’s effort for a free and open Indo-Pacific)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 고속도로, 항구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대륙 간의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성을 위한 지역전략은 소프트파워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 무대(stage)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전략은 인도-태평양 전략뿐만 아니라 일본 일본 참의원 국제 경제 및 외교활동에 대한 보고서(Research Report on International Economy and Foreign Affairs, 2019)에서도 나타난다. 보고서에는 일본의 ‘주도국’으로서의 역할은 명시적으로 강조되면서, “자유, 민주주의 및 인권과 같은 기본 가치를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다른 국가와 협력함으로써 평화에 주도적 기여(Proactive Contribution to Peace)를 할 것이다”라며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앞장설 것이라고 선언한다. 또한, 일본 참의원 보고서에는 힘의 각축을 바탕으로 연기하는 근대국제질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제무대에서 연기할 것을 요구한다. 일본 참의원 보고서에는 ‘일본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 문화를 전 세계에 더 많이 보급하고 일본어를 전파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문화적 전략은 가치외교의 측면을 강조하고자 하는 일본의 심상을 보여준다. 일본의 문화를 더욱 보급하여 세계적으로 일본 문화를 통해 연결성(connectivity)을 향상시켜 평화를 달성할 목적으로, 힘을 통해 안보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과는 확실히 대비된다. 일본 참의원 보고서를 통해 주장된 일본 문화 이니셔티브는 단순한 언어 사용 증가가 아닌 문화로써 소프트파워를 축적하여 주도적 역할을 하고자 하는 진의(眞意)가 담겨 있다.
일본 2050의 꿈 :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보고서
(2019)를 중심으로
일본의 미쓰비시 종합연구소는 2019년에 『Future Society 2050』을 제목으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보고서는 2050년을 향한 두 세계와 여섯 동향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들이 꿈꾸는 2050년의 세상의 모습은 “풍부하고 지속가능한 세계”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다자간의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쓰비시 연구소는 2050년에 다극화가 더욱 진전될 것으로 예상하며, 미중 이외에도 인도 등 신흥 경제권과 기존 강대국 간의 패권 다툼이 치열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풍부하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여섯 동향에 있어서는 특히 두 번째 동향과 네 번째 동향이 주목할 만하다. 두 번째 동향은 ‘패권 국가가 없는 국제질서’로 국제사회에서 절대적인 패권국이 없는 세상의 도래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는 약 2030년까지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2050년에는 미중 경제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인도의 경제력이 부상하고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일본 행정 부처들의 계획, 특히 일본 정부와 외무성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퍼시픽 구상에서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인도를 견제하는 새로운 전략들이 추가될 것이다. 네 번째 동향은 ‘변화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는 디지털 공간과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경제의 부상을 가져오는 동시에 정부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한다. 방위기술(defense technology)의 변화로 인한 디지털 공간에서의 안전망(safety- nets)형성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는 디지털 기술이 불평등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잘 다루면 높은 수익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이는 “뒤처지면 안 된다.”는 함의를 나타낸다. 이들은 이러한 조류의 변화에 대해 수동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회로 보고 일본만의 장점과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와 기업, 개인에 의한 적극적인 도전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일본인의 도전정신을 고취한다. 『미래 사회 구상 2050』을 통해 일본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기술력을 향상시킬 것이며, 국제 사회의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보고서는 앞선 장에서 살펴본 군사, 경제, 사회 문화적 동맹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동맹 형성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군사, 경제, 문화, 디지털 공간으로 구성된 보다 복합적 무대에서의 주인공 일본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역시 일본의 소프트파워의 역할을 인정하고 소프트파워를 통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는 <세계에서의 일본의 역할>의 장에서 세계의 파편화와 디지털 경제의 확대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파워는 국제 사회에 대한 일본의 공헌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소프트파워의 측면에서 일본이 더 진보할 수 있는 방법은 1. 국제 협력의 틀을 만들고, 2. 성장과 안정을 모두 만족하는 사회적 모델을 제시하고, 3. 기술을 통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 협력과 국제질서의 형성을 주장하는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의 『미래 사회 구상 2050』보고서를 통해 일본몽은 정치·군사의 측면에 방점을 찍은 중국몽, 미국몽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나가며
혹자는 세계대전의 경험으로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을 따라 일본의 야심이 가득 찼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또 다른 이는 중국의 대국굴기처럼 대(大)의 모습이 아니니 꿈을 꾸기는 하는 건가,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일본몽은 분명히 존재한다. 21세기 일본몽은 제 2차 세계대전 전후의 힘의 무대에서 그들의 야심을 마구 펼쳐보였던, 그런 모습이 아니다. 정치군사적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은 채, 문화, 디지털, 소프트파워의 삼박의 합으로 구성된 새로운 무대에서의 주연으로서 연기하고자 하는 꿈이다.
일본 정부는 지역전략에서의 방향을 대륙에서 해양으로 재설정하면서 국제무대로 더욱 뻗어나가려는 원심력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대 초 아베 정부는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을 발표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본몽은 상대적으로 움츠러든 것처럼 보이지만,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았다.’ 일본은 공식 문서나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꿈이 있음을 드러냈다. 21세기 구상간담회 보고서, 방위백서와 외교청서에서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의원 보고서,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보고서까지 명백히 일본몽이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자위대의 헌법 해석을 변경한 후 해상자위대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의 양질의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는 등 일본의 행보에는 아시아 지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심상이 존재한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의 보고서에서는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여 방법은 협력, 기술력 등에 기반한 것으로, 단순한 정치군사적 무대가 아닌 복합적인 무대 위에서 연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일본몽이 군사, 경제적 분야에서의 우위가 아닌 문화, 과학 기술, 정보 등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가치외교, 규범외교적 측면의 강조를 통해 일본이 국제정치의 무대(stage)를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알 수 있다. 복합무대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꿈꾸는 일본은, 앞으로도 주변국과 많은 국가들과 함께 또 다른 다이아몬드를 계속해서 구상해나갈 것이다. 6.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_규슈국립박물관 참고문헌 황보가람, 박창건. 2020. “지전략으로서 일본의 지역구상: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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