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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통일에서 점령으로: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론

분류
논평이슈브리핑
발행일
2026년 5월 18일
관련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Global NK Zoom & Connect)

편집자 주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론' 선포가 기존 평화통일 담론을 폐기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 점령 노선을 전면화한 배경과 그 전략적 의미를 분석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노선 변화가 한국을 핵 공격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핵 사용을 정당화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로 재구조화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박 소장은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상수로 전제한 다층적 억제체계를 정교화하는 동시에, 우발충돌 방지와 위험감축을 위한 중장기적 대북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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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2023년 12월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선포하였다.[1] 이어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여 공화국의 영토에 편입하는 문제를 군사전략의 기본 과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변하였다.[2] 2026년 3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가며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하였다.[3]

이 글은 이러한 일련의 발언을 ‘적대적 교전국론’이라는 틀로 묶어 파악하고,[4] 첫째, 평화통일·연방제 통일 담론의 폐기와 대남 무력 점령 노선의 전면화, 둘째, 대남 핵 공격 정당화와 남북관계의 적대적 재구조화라는 두 축에서 그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론이 한반도 군사위기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이 억제·관리·위험감축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해 중·장기 대북전략을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평화통일 담론의 폐기와 무력 점령 노선의 전면화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론은 기존의 평화통일·연방제 통일 담론을 폐기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 점령과 영토 편입 논리를 전면화한다. 과거 북한은 남북관계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면서도,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조국통일’, ‘민족대단결’, ‘연방제 통일’과 같은 통일 담론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후반 들어 북한은 남북관계를 더는 통일 지향의 민족 내부관계로 보지 않고, 대한민국이라는 별개의 국가를 군사적으로 점령·평정·편입할 수 있는 대상으로 규정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앞서 언급한 김정은이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사용한 표현들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김정은은 이 연설에서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하는 문제를 언급하였다.[5] 북한 최고지도자가 ‘점령’, ‘평정’, ‘수복’, ‘편입’이라는 표현을 동시에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승리나 정권 교체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제거하고 북한 체제 아래로 흡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북한의 무력통일 개념은 기본적으로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틀 속에서 이해되었다. 북한은 전쟁을 통해 남한을 ‘해방’한 뒤 남북 및 해외 대표들이 참여하는 전민족회의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연방제 통일국가를 건설한다는 시나리오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기존의 무력통일론은 민족·통일 담론과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였다.[6] 이 과정에서 북한은 남한 내부의 진보세력이나 통일운동 세력이 전쟁 이후 새로운 지역정부 형성에 참여할 가능성까지 상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이 제시하는 노선은 과거의 ‘조국통일대전’ 개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더는 연방제 통일이나 전민족적 통일국가 건설을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별개의 교전 국가로 규정하고, 이를 군사적으로 점령하여 공화국 영토에 편입하는 방식을 상정하고 있다. 이는 남북 간 통일의 문제를 민족 내부 문제로 접근하던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국가 대 국가 간 전쟁과 영토 병합의 문제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북한은 통일을 ‘민족 재결합’이 아니라, 적대 국가에 대한 군사적 승리와 영토 완정의 문제로 재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대남 핵 공격 정당화와 남북관계의 적대적 재구조화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 노선은 한국을 향한 핵 사용 가능성을 제도적·이념적으로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재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과거 북한은 핵무기의 목적을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억제와 자위권 확보 차원으로 설명하면서도, 남한에 대한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는 남북이 비록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동족’이라는 최소한의 민족적 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로 재정의하면서, 한국을 핵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독립적 적대국으로 규정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여정은 2022년 4월 5일 담화를 통해 북한 핵무력의 사명이 단순 억제에 있지 않으며, 유사시 남한 군사력을 조기에 제거하기 위한 실전적 수단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였다. “[핵무력의] 사명은 타방의 군사력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이며,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7]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미국 본토 억제용 전략무기에 한정하지 않고, 한반도 전구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음을 표상한다.

이어 김정은은 2022년 4월 30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되고 가증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철저히 제압 분쇄”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선제 핵사용 가능성을 공식화하였다.[8] 특히 여기서 언급된 ‘적대세력’에는 미국뿐 아니라 한미연합체제로 결합된 한국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사실상 핵 억제와 핵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교전국 관계로 재정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후 전술핵의 실제 운용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2022년 6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는 “전선부대들의 작전임무를 추가 확정하고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는데, 이는 저위력 전술핵무기의 전방배치와 이른바 ‘서울 불바다’ 전략의 현실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9] 북한은 이후 초대형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전술핵 운용수단’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공격 체계를 전면화하였다.

특히 2022년 9월 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법령은 한국을 향한 핵 사용 가능성을 사실상 제도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 법령에서 핵 사용 조건을 다섯 가지로 규정하면서, 비핵국가라도 핵보유국과 공모하여 북한에 대한 침략이나 공격에 가담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10] 이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제공받는 한국을 사실상 핵 타격 대상에 포함시키는 논리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한미동맹과 확장억제 체제를 근거로 한국을 미국과 동일한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핵 사용을 ‘자위권 행사’로 정당화하려는 논리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23년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김정은은 2023년 군 지휘훈련과 작전회의에서 남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부 목표가 표시된 지도를 공개하였으며, 8월에는 남반부 점령을 가상한 ‘전군지휘훈련’을 실시하였다.[11] 이어 2023년 말과 2024년 초에는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서, 한국을 더 이상 동족이 아닌 교전 대상 국가로 공식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핵 사용의 심리적·이념적 장벽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진다. 북한은 남북을 동일 민족이 아니라 상호 적대적 국가로 규정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을 ‘동족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주권국가 간 전쟁행위’로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최근 헌법 개정 역시 이러한 방향과 연결된다. 2026년 공개된 북한 헌법은 통일과 민족 개념을 삭제하는 대신 ‘령토완정’과 핵무력 지휘체계를 강조하였다. 특히 국무위원장의 핵무력 지휘권 및 위임 가능성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은 유사시 핵 사용의 자동성과 실전성을 더욱 강화한 조치로 평가된다.[12] 이는 단순한 핵보유 선언을 넘어, 핵무기를 실제 전쟁 수행 수단으로 제도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론은 단순한 통일 포기 선언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핵 대 핵의 적대적 국가관계로 재편하는 과정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북한은 한국을 독립된 적대 국가로 규정함으로써 대남 핵 사용의 정치적·이념적 부담을 제거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 핵능력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자신들에 대한 ‘핵위협’으로 규정함으로써, 핵무력 증강과 핵 선제사용 독트린을 ‘주권국가의 정당방위권’ 차원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남북관계를 단순한 군사적 대치를 넘어 핵위기가 상시화된 체제로 전환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 노선은 한국으로 하여금 기존의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와 평화공존 담론에만 머무를 수 없게 만들며, 억제·관리·위기대응 전략을 병행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한국은 북한의 대남 핵·미사일 위협과 무력점령 담론을 상수로 전제하는 다층적 억제체계를 정교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확장억제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토대로 북핵·대량살상무기·재래식 전력에 대한 통합 억제 태세를 강화하되, 위기 시 오판과 우발 충돌을 차단할 수 있는 위기관리·교전규칙 체계를 병행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남북관계를 단순한 ‘통일·대결’ 이분법이 아닌 장기적 관리 대상으로 재규정하는 전략적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북한의 적대 담론을 그대로 수용해 상호 배제의 질서를 고착화하기보다는, 정전체제 안정과 우발충돌 방지, 인도적 교류 등 위험감축과 최소한의 기능적 협력 채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셋째, 국내적으로는 북한의 적대적 교전국론이 의도하는 남남갈등과 통일 피로감 심화에 말려들지 않도록, 대북정책에 대한 초당적 합의와 사회적 컨센서스를 꾸준히 형성해 나가야 한다. 억제와 방어를 강화하면서도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과 핵전쟁을 막는 것을 최우선 국가이익으로 설정하고, 그 틀 안에서 억제·관리·대화·위험감축을 조합하는 중·장기 대북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이 직면한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1]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전원회의 사업총화 보고,” 『로동신문』, 2023년 12월 31일

[2] 『조선중앙통신』 2024년 1월 16일.

[3]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시였다” 『조선중앙통신』 2026년 3월 24일.

[4] 북한이 선포한 노선을 국내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다수가 사용한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적대’를 강조하거나 ‘두 국가론’에 방점을 두는 행태도 확인된다. 따라서, 본문에서 동어반복의 문제에도 북한의 의도를 최대치로 담기 위해 ‘적대적 교전국’으로 명명한다. 교전국은 이미 적대성을 포함함에도 각각의 단어가 북한의 의도를 충분히 표출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김정은도 한국과의 관계를 “두 교전국 관계”로 명명한 바 있다.

[5] 『로동신문』, 2024년 1월 16일.

[6] 김일성,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 보고, 1980년 10월; 김정일,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3).

[7] 『조선중앙통신』, 2022년 4월 5일.

[8] 『조선중앙통신』, 2022년 4월 30일.

[9] 『조선중앙통신』, 2022년 6월 22일.

[10] 『조선중앙통신』, 2022년 9월 9일.

[11] 『조선중앙통신』, 2023년 8월 31일.

[12] 연합뉴스, “北 헌법, ‘통일’ 삭제하고 핵지휘권 명문화…‘두 국가론’ 반영, 2026년 5월 6일.

■ 박원곤_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첨부파일

  • 박원곤_통일에서 점령으로_260518_GlobalNK논평.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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