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국의 주변국 외교 및 대북 전략 컨퍼런스: 신년 대담회] ⑤ 전쟁의 중층구조와 국제질서의 다극화: 러-우 전쟁의 종결 양상과 한러 관계의 전략적 복원
편집자 주
신범식 서울대 교수는 러-우 전쟁이 국제전·국가전·내전이 결합된 ‘삼중전쟁’의 중층구조를 띠고 있으며, 2026년 상반기 전후로 전략적 타협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신 교수는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가 저물고 글로벌 사우스가 부상하는 ‘세계질서의 다극화’ 현상 속에서 세계질서가 다층적이고 분산된 권력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전망합니다. 나아가 발표자는 한러 관계의 완전한 단절보다는 직항 재개와 경협 차관 등 실무적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여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전략적 관리’와 ‘점진적 복원’의 경로를 제언합니다
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0G-HTMGqu50
영상 스크립트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신범식입니다. 먼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이야기할 때마다 이 전쟁이 가진 중층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늘 말씀드립니다. 아마 다른 기회에도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전쟁은 기본적으로 삼중 전쟁이라고 하는 중층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전쟁이 간단하게 이해되기 어려운 이유는 이 삼중 전쟁이 대리전적 구조로 엮어져 있기 때문이며, 이해하기 어렵고 해법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첫 번째는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전쟁 성격입니다. 국제적 성격이죠. 사실상 유럽 국가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형태로 군사적 지원과 무기, 그리고 실제로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러시아는 이를 기반으로 이 전쟁을 국제전적인 측면으로 보고,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라고 반발하면서 이 전쟁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로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침략을 감행한 국가에서 왜 그렇게 말이 많을까 하는 부분과 관련하여, 이 부분에 대한 이해 방식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비난의 정도나 강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체가 국가 대 국가의 전쟁으로서 제대로 된 국가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측면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알려지게 된 내전적 성격입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반발했던 반란군, 즉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있었던 반란군들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의 전쟁이 이미 아시는 것처럼 2014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까지 약 8년간 돈바스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여기에 10만 가까운 사상자와 12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니, 우리가 미리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이 전쟁도 사실은 작은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러-우 전쟁의 삼중 구조와 전망
이러한 삼중 전쟁의 성격은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쉬워지겠지만, 훨씬 복잡해 보입니다. 색깔로만 봐 주십시오. 국제전은 하늘색,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은 주황색, 내전적 성격은 보라색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전쟁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반군 지원이라고 하는 대리전적 구조와 연계되면서 이 전쟁이 복잡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이 전쟁이 끝나려면 이 세 가지 차원의 전쟁이 하나씩 풀어져 나가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세 번째 전쟁, 즉 내전적 성격 부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돈바스의 해방이라는 과제를 통해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기 방식대로 해결을 관철시킨 것입니다. 이제 남은 전쟁은 1번 전쟁과 2번 전쟁인데,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뒤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는 입장이 거의 고착화되어 있어, 양측 입장이 바뀌어 전쟁이 풀릴 가능성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이 전쟁이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리며,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지도는 너무 많이 보셔서 거의 4년 가까이 비슷해 보이죠?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가 러시아에 의해 점령되었고, 러시아는 이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선언하며 영토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2025년 이후로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서쪽, 즉 주황색으로 표시된 지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집중되고 있으며, 저 지역에서 러시아 군대가 조금씩, 매우 천천히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 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2025년 후반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저는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즉, 러시아가 우세하다면 저 영토가 빨리 회복되어야 하는데, 사실 저것을 계속 러시아가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러시아가 우세하다는 이야기에도 모순이 있습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상당히 잘 막지 못하고 러시아가 전쟁을 압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만약 러시아가 압도하고 있다면 저 비슷한 지도를 3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라고 묻고 싶습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은가 하면, 현재 러시아가 전장에서 일정한 우세를 보이면서 조금씩 점령지를 확대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 역시 서방의 지원 속에서 사력을 다해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우크라이나의 사력을 다하는 방어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압도하여 전역을 다 점령할 수 있는가? 그럴 영향력은 없다는 것이 3년 동안 저 지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전쟁이 끝날 것인가? 현재 군사적 충돌과 외교적 접촉이 동시에 진행되는 병존 국면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2025년 러시아가 전쟁에서의 우위를 외교적 협상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변화의 징후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와 유럽의 지원을 바탕으로 방어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유럽과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을 선호하며 여기에 주력하면서 이 전쟁을 풀어가려는 미국의 입장 변화가, 이 전쟁의 종전 또는 휴전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변화입니다.
그런데 방해하는 요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방해하는 요소들은 유럽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고 영토를 양보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푸틴 러시아의 공격력을 강화하고 나토 결속을 약화시켜 결국 추가적인 유럽 침략을 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유럽 입장에서 내세우는 중요한 심리적 장벽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간 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트럼프 시기의 지향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에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좀 더 찬찬히 전체 합의점을 만들어내려는 것보다는 탑다운 방식의 협상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설득에 실패하는 과정이 거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어정쩡한 상태에서 휴전하거나 종전하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재무장할 기회를 주면서 결국 이 전쟁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쟁을 확실히 끝내야 한다는 고집이 있고, 젤렌스키 정권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는 안전 보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휴전하는 것 자체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위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들이 서로 부딪히다 보니, 위쪽 왼쪽에 보시면 미국의 안전 보장 문제나 평화 유지군 배치, 또는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와 관련되어진 안보 이슈에서는 접점을 찾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 경제와 동결 자산 활용에 대해서도 서로 합의점을 찾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최근 변화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 부분에서 타협적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은 해볼 수 있습니다.
종전 협상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파트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협상에 대한 적극성과 소극성, 그리고 서방의 지원을 지속할 것이냐, 축소할 것이냐, 중단할 것이냐에 따라서 크게 보면 왼쪽 제일 아래, 고강도 분쟁과 협상이 병행되었던 것이 2022년 2월부터 3월 사이 러우전의 양상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면서 협상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었죠. 그렇지만 이 한 달 정도의 협상 모색 시기가 끝나고 F 국면으로 넘어간 것이 2022년 4월부터 2024년 말, 2025년 초까지의 상황입니다. 즉, 고강도 분쟁이 진행된 것입니다. 전선의 변화는 드라마틱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희생, 거의 양측 합쳐 100만 이상의 생명이 사라지는 고강도 분쟁이 진행된 것입니다.
2025년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협상을 진행하면서 러시아가 다시 협상에 대한 적극적 입장을 가져오고, 그렇게 변화하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A 칼럼에서 종전 및 휴전 협정을 체결하는 쪽으로 지향을 한번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전쟁의 세 측면 중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에서 미국과 유럽이 같은 라인에서 움직일 때는 전쟁이 끝났어야 합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이견이 노정되면서, 유럽 입장에서 새로운 유럽의 안보 지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정 정도 자신들의 재무장을 위한 시간 벌기의 효용 가치를 심각하게 평가하는 입장들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B 정도의 저강도 분쟁입니다.
유럽 혼자서 무기를 많이 대줄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강도 분쟁과 긴 협상의 과정으로 지속되는 이런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E에서 F로, F에서 A로, 그리고 지금 B로 갈 것인가, 아니면 A가 마무리될 것인가 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정리해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속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드려야 하는데요.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작년에 있었죠. 이것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고위급 회담이 계속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선 통제, 영토 문제, 제재 완화, 안전 보장을 포함한 28개 협정 초안 등을 마련하여 교환하고 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12월 20일 푸틴 대통령의 연 기자회견을 보면, 미국과 러시아는 적어도 두 나라는 알래스카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초안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설득하는 과정,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이것들을 조정하는 과정이 여의치 않았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외교력이 일정한 한계를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종전 노력이 시도되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제한적이었고, 그래서 전쟁 관리, 교착, 협상력이 병존하는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전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러시아 국내 정치가 변수가 될까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러시아의 권력 기반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경제 관리도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자체가 변수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향후 몇 년간 중강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전쟁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여기서 중강도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러시아는 고강도로 가기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전쟁 유지라는 것 자체는 푸틴 대통령에 의해 수행되는 전쟁 수행 강도가 국내 정치 안정과 경제적 관리 가능성의 함수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 정치 안정을 깨뜨리고 경제적으로 파탄이 나는 상황까지 가면서 고강도 전쟁을 수행할 가능성은 매우 높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피로도가 누적되고 방어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이 전쟁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결국 미국이 지원을 끊는 상황에서 유럽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유럽은 국방비를 3%에서 5%까지 전반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방어적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소진되는 병력과 군수, 보급 구조가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과정을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시간 싸움에서 시간이 유럽과 우크라이나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큰 변수는 저는 미국의 중간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의 기조는 국내 정치 우선성과 대외 정치 개입 최소화이지만, 결국
이것이 종전 협상 동력의 중요한 출발점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중간 선거에서 재신임을 얻느냐 못 얻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이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만약 재신임을 얻는다면, 협상 동력을 유지하면서 시간이 최소한 중간 선거 이후 1, 2년 정도 벌어진다면,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는 힘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조건부 타협안이나 부분적인 종전 패키지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에는 러시아 대외 정책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도 생길 것이고, 협상 구조가 상당히 불안정해지면서 장기 교착 국면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볼 것은 유럽의 의지와 능력 부분인데요.
유럽의 의지와 능력을 보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은 아마 전략적 균열 가능성 정도로 이해해 볼 수 있겠습니다. 즉, 유럽 내에서도 일치된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수 있다면 저강도 저항이 지속될 수 있겠지만, 만약 유럽 내 분열이 생긴다면 분명히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쪽의 변수보다는 미국과 유럽 쪽의 변수에 의해서 아까 말씀드렸던 국제적 구조를 풀어가는 상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결론을 얘기하다가 이렇게 쓱 넘어가려고 하느냐는 표정들을 하셔서 저의 개인적인 얘기를 물으신다면, 저는 교수 학자가 배팅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올해 상반기 중에 일정한 타협점을 향한 노력이 좀 더 강하게 추진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종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상반기 중에 협상의 타결점을 찾아가고 그것이 실행되는 구조로 2026년을 조금 긍정적으로 전망해 봅니다.
탈단극화와 다극화되는 세계 질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안 될 수도 있으니 나중에 안 되더라도 저를 너무 탓하지 마십시오. 두 번째, 국제정세 변동과 러시아 외교 전략을 아주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의 단극 체제 순간이 저물고 탈단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5년 지정학적 환경은 결국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약화되면서 국제 질서가 다층적이고 분산된 권력 구조로 재편되는 분기점을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강대국 정치가 격화되고 패권국 주도 질서가 복구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국가로서 자신의 1위 강대국 지위를 수성하는 전략, 즉 패권국 지위를 회복하기보다는 1위 강대국 지위를 수성하려고 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 시기를 저는 그렇게 평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미국이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 달러 금융 체제,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1위 수성 전략을 실현하겠지만, 과거와 달리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유라시아 강대국과의 전략적 협력 및 타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급망 질서 재편으로 안보와 경제가 연계되는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 부분은 2부 세션에서 더 자세히 다뤄질 예정이므로 간단히 넘어가겠다. 세 번째는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과 구조화인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질서 변동에서 주목할 지점이다. 과거 개발도상국으로 묶여 목소리만 컸을 뿐 실질적 힘은 없었던 그룹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러시아와 미국의 가장 큰 오판은 러시아의 빠른 전쟁 종결 자신감 과대평가와, 미국이 세계가 단결하여 경제 제재로 러시아를 굴복시킬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두 오판이 결합되어 전쟁이 더욱 비극적이 된 것이다. 미국의 오판 원인을 추적해보면, 결국 글로벌 사우스가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규탄하면서도 경제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글로벌 사우스가 대단하지 않다면 동참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가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은 패권국으로서 주도 질서 유지에 방해가 되는 러시아를 제압하는 데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가 실리적 이익을 추구하는 균형적 중도 노선을 통해 지구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글로벌 사우스는 더 이상 목소리만 큰 그룹이 아니라, 함께 힘을 합쳐 한 목소리로 움직이면 지구 질서에 구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지역적 신냉전 구도 형성 위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이 원하는 신냉전 구도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지구적 수준에서 신냉전 구도로 가는 것이 크게 좋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미국과 타협할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구도에서 신냉전 구도가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러시아가 명시적으로 신냉전 구도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대립적 구도를 조용히 활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부분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외교 안보 전략 기조를 살펴보면, 지구적 차원에서는 미국과의 소통을 통해 전략적 안정성, 에너지 문제, 북극 문제 등을 논의하며 글로벌 안보 전반에서 역할을 회복하려 할 것이다. 지역 전략에서는 유라시아에 집중하며 유라시아 경제 연합, 독립국가연합, 집단안보조약기구 등을 통해 러시아의 유라시아 지역 내 위상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는 변하지 않는 러시아의 외교 전략 중 하나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 및 유라시아 국가들의 자율성이 커지고, 이들의 연대 전략이 강화되면서 러시아도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잘 대응하는 것이 러시아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세 번째로 러시아는 중국, 인도와의 전략적 삼각 협력 관계를 계속 활용할 것이다. 러시아가 어려운 시기에도 러시아-중국, 러시아-인도 간 전략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인도 간의 껄끄러운 관계를 조화시키며 러중인 삼각 협력을 성공시켰다. 그 결과 상하이협력기구와 브릭스 확장이 나타났다. 이는 미국 주도의 서방 중심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러시아는 20년 동안 진행된 러중인 전략적 삼각 협력이 가져온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 부분을 공략할 연구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이 러중인 삼각 협력을 계속 활용할 것이다. 끝으로 러시아의 동부가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며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심화하고, 단순한 군사 협력이나 편의 관계를 넘어선 폭넓은 관계 강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와 미국 간의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현안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안보 아젠다 전반을 포괄하는 조정 구조로 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러시아가 완전히 고립되지 않고 지구적 수준에서 영향력 회복을 시도하며 주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러시아-중국 관계가 지금까지의 중요한 전략 협력을 완성 단계로 가져감으로써, 일부 편의 동맹 비판을 무색하게 만들며 지구 질서 변화에 활용되고 있다는 측면과 맞물린다. 결론적으로 미중 관계가 글로벌 질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축이지만, 이제는 러시아와 미국, 중국 간의 관계, 즉 미중러 삼각 관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러시아 관계 재정립 방안
러시아와 북한은 다각적인 협력 의제를 다층적 소통을 통해 강화함으로써 전략적 협력을 보다 포괄적이고 두터운 형태로 발전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수교 35주년을 맞았지만 전쟁 등으로 주목받지 못했고, 한러 경제 협력 확대는 난망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와 경협 경험이 있는 기업의 80%가 러시아 제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어려운 시기에도 양국은 GT 국제기구와 전환 노력을 위한 모스크바 선언 채택 등 여러 차원에서 민간 협력을 유지해왔다.
그렇다면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고 러시아-북한의 협력을 다른 방식으로 견제하는 대안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한국이 가진 가능성과 자산을 활용하여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대립적 구도 형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정책적 지향이 중요할 것이다.
최소한 관계 기반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관리와 소통 구조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키는 점진적 관계 강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전쟁 기간 중에도 공식적으로는 불가능했지만, 전략적 소통을 위한 개인적, 기관적 노력들이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조건이 풀렸을 경우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신속하게 진행하자는 데 대한 일정한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러 직항 재개는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으로 중단되었던 한러 수교 시 30억 달러 경협 차관 상환 과정에서 약 2억 달러의 현금 상환을 러시아가 아직 해야 하는데, 이를 활용하여 어려운 시기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한러 간 막힌 관계를 관리하고 다시 뚫으며 확대하는 과정은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한반도의 대립적 구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적 구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러 간 전략적 소통 채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다.
■ 저자: 신범식_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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