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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세계] 불발된 회동, 북미가 주고받은 메시지의 속뜻

분류
멀티미디어
발행일
2025년 11월 13일
관련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Global NK Zoom & Connect)

편집자 주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은 APEC 기간 중 추진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동이 불발된 배경과 함의를 트럼프의 발언과 북한의 대응 메시지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박 소장은 트럼프가 대화 재개의 신호를 보냈음에도 북한이 기존의 비핵화 협상 구도를 거부하고, 핵 군축과 제재 문제를 매개로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그는 이번 불발된 회동이 북미 양측 모두에게 외교적 주도권과 협상 전략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북미 관계의 새로운 협상 국면을 열 것으로 전망합니다.

[1106] 북한과 세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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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X1Vc8YFOVzQ

영상 스크립트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회동 제안과 북한의 반응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에서 대화의 여지가 시작되었고, 이번에도 그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향후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에 나설 것으로 판단됩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원곤의 북한과 세계를 시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의 주제는 지난번 순방 기간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불발된 만남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어떤 이유로 결국 만남이 불발되었고, 그렇다면 앞으로 북미회담이나 남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그리고 지난 대선 기간 동안에도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얼마만큼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월 29일, 30일 한국 방문 과정에서 꽤 구체적이고 이전과는 다른 매우 전향적인 입장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연속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형태는 아니었고, 주로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이 질문하면 거기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했던 발언들이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발언들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순방 직전부터 계속해서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연락한다면 만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2019년 6월의 깜짝 회동 가능성과 겹쳐 이번에는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중 가장 의미 있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는 말레이시아에서 호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이 물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위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핵보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것을 북한의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발언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순방 기간 연장도 가능하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 도쿄로 가는 에어포스 원 비행기에서 비슷한 질문이 나왔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심지어 순방 기간 연장도 할 수 있다.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큼 내가 성의를 보일 수 있다. 또 어디든 갈 수 있다. 나는 한국에 있으니, 북한과 가까운 한국에 있을 테니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정해지면 바로 만날 수 있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가능성을 여는 발언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제재 해제에 대한 발언도 했습니다. "Well, we have sanctions that's pretty big to start off with"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데 제재 해제에 대해서도 이건 굉장히 큰 것이고, 이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뒤에서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 제재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이 듣고 싶어 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한 셈입니다. 물론 공식적인 발언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받았을 때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입니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여러분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10월 2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10월 28일에는 서해 지대함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것은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이고요. 아까 말씀드린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KN-23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도 저위력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입니다. 트럼프가 만나자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김정은 입장에서는 북한식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한국을 바라보는 연구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방식인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미사일을 쏘거나 도발을 하는 식으로 시의응답을 했습니다.

북한의 외교적 메시지와 장외 공방전

거기에 더해서 북한은 외무상을 절묘한 시기에 러시아와 벨라루스로 방문시켰습니다. 10월 26일 출국해서 28일까지 체류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은 만약 깜짝 회동에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한 명이 반드시 배석해야 한다면, 미국에서는 국무장관, 북한에서는 외무상이 같이 있는 것이 맞습니다. 이번에 깜짝 회동이 이루어졌다면, 그 회동에서 뭔가 결정되거나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는 있었겠죠. 이번 만남을 통해 앞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를 할 수 있는 하나의 시작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대화를 실무 차원에서 이끌어갈 외무상과 국무장관이 같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맞다고 판단됩니다. 최선희 외무상을 한반도 바깥으로 보낸 것은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죠. 전반적으로 해석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일단 매우 치열한 장외 공방전이 이루어졌습니다.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물밑 접촉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밑 접촉이 있었다면 공식적인 발언이나 공개 발언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의 회동 거부 배경과 협상 전략

북한은 정확한 답을 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치열한 장외 공방전이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고요. 또 이런 의미도 있습니다. 누가 이 협상의 주도권을 잡느냐? 누가 이 협상의 의제를 끌어가느냐? 이미 이전 영상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일종의 협상이 시작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북한이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아까 말씀드린 트럼프가 이 정도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니까 가능성이 1에서 10까지로 하면 한 2 정도까지는 조금 올라갔습니다. 거기에 두 가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표현이 좀 거칩니다만 트럼프의 뒤끝을 김정은이 걱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특징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매우 성의를 보여서 끊임없이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이야기를 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발언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신의 체면이 깎이고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갑자기 돌변해서 2017년에 했던 이른바 '화염과 분노', 북한을 완전히 부숴버리겠다던 최대 압박 캠페인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북한의 김정은 입장에서는 그것을 충분히 걱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김정은 입장에서도 이번에 어떤 형식으로든 트럼프를 만나는 것이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김정은의 정치적 업적으로서 성과를 과시하는 데는 도움이 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올해 푸틴도 만났고 시진핑도 만났습니다. 여기에 트럼프까지 만난다면 미국, 중국, 러시아, 세계 강대국 지도자들을 다 만난, 나름대로 자신의 위상이 높아진 세계적인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했다고 선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식의 회담을 할 때 늘 북한은 이른바 '백기론'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한국이나 미국이 적성국인데 백기를 들고 대화를 구걸했다. 그래서 우리 지도자가 가서 만나줬다, 그렇게 해서 북한 내부에서 선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가 8차 당대회 마지막 해입니다. 북한의 경제가 매우 안 좋거든요. 내년 9차 당대회를 해야 하는데, 올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적을 최대한 선전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가능성으로 좀 만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거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안 만났냐? 제가 처음부터 만날 가능성이 없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9월 21일 김정은이 했던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약 40분간 대남, 대미 정책을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메시지는 두 개입니다. 본인이 트럼프를 만날 수 있다. 정확하게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추억 절대 없거든요. 2018년, 2019년에 김정은의 입장에서 트럼프에게 뒤통수 맞았고, 트럼프의 함정에 빠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북한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결코 좋은 감정이 있을 수는 없죠. 그럼에도 이런 표현을 했다는 것은 만날 의지나 의도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고요. 그런데 그냥 만나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두 가지 정도의 조건을 아주 명백하게 제시했는데, 첫 번째는 이전과 같이 비핵화 협상은 하지 않겠다. 그것이 한반도 비핵화든, 조선반도 비핵화든 비핵화 협상은 안 한다. 대신에 핵군축 협상을 해라. 일종의 새로운 사고를 가져라. 이것은 7월 29일 김여정의 담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새로운 사고를 가져라." 정확한 표현은 이겁니다. "기존의 집착을 미국이 버리면 우리는 그 현실을 인정한 기초에서 진정한 평화 공존을 위한 대화가 가능하다." 그런 표현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이 매우 오랜 기간 계속 주장해 온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 그 적대시 정책의 대표적인 것이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의 중단입니다. 연구 중단을 이야기합니다. 미국이 성의를 먼저 보여라는 것이 대화의 전제 조건이고요. 결정적으로 이전과 같이 탑다운 방식의 대화가 아닌 바텀업 방식의 대화. 왜냐하면 트럼프가 지나가는 말로 하지 말고 정말 공식화, 선언적 의미로 핵군축 협상을 하라는 얘기를 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조건이 안 맞았습니다. 이것은 공식적으로 나타난 김정은의 발언에서 나온 것이고요. 김정은의 속마음은 만날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렸던 2019년 6월의 깜짝 회동에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에게 매우 당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때 만나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첫 발언이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의 중단을 약속해 놓고 왜 하느냐? 그 당시 8월에 한미 연합훈련을 하기로 이미 결정되어 있었거든요. 거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더니 트럼프가 "우리 그런 연합훈련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50 몇 분간을 당시 트럼프와 김정은이 사실상 정상회담을 한 것입니다.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안 한다고 하니까 아마 다른 이야기들을 했겠죠. 그런데 그때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고, 10월 말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이번에는 북한이 이 회담을 깨고 나가고, 그의 12월 7차 전원회의에서 정면 돌파전을 선언하면서 이제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시켜 버리는 그 1년의 과정에 거기서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분명히 그 기억을 갖고 있고 또 경험했기 때문에 깜짝 회동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비추어 봐도 이런 깜짝 회동의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냐? 저는 향후 미국과 북한 모두 서로 만날 동기와 의지는 있다고 판단됩니다. 트럼프의 의지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요. 트럼프는 공명심 차원이 매우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참 불편한 이야기인데, 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안보의 핵심 의제입니다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본인이 그간 오랫동안 30년이 넘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남북한 문제는 70년이 넘은 이 문제를 본인이 해결했다는, 일종의 평화의 해결사로서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 싶은 생각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간 잘 알려진 것처럼 지난 몇 달 동안 자기가 전쟁을 다 해결했고, 당연히 노벨 평화상을 타야 되고, 이제 그런 공명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이번에도 관심을 보여줬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다시금 협상을 유인해 나올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판단됩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및 제재 해제 요구

북한의 입장에서도 역시 나올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사실상 만날 의지가 있다고 김정은이 표출한 것을 보면, 나름대로의 단판의 필요성을 북한도 분명히 느끼고 있다는 것인데요. 북한이 정말로 본인들이 원하는 것처럼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냐? 저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북한과 그렇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조차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1968년 이후에 구축된 비확산 체제, 다섯 개 국가만 핵을 보유하도록 인정을 했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그리고 당시 소련, 지금은 러시아. 그들의 핵 독점권이 무너지게 됩니다. 핵 독점권이 무너지게 되는 그 순간 한국이 핵 보유를 하겠다고 할 것이고, 어떻게 보면 일본도 가능성이 있고, 대만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도 핵 보유로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 핵에 대한 독점권이라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거든요. 그것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북한의 김정은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돌파할 것이냐? 결국은 제재 해제입니다. 이것이 인도와 파키스탄 모델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NPT에 아예 서명도 하지 않았지만 불법 핵실험을 하고 핵보유를 했기 때문에 제재를 받고 있다가, 9.11 테러 이후 전쟁, 또 인도와의 관계를 통해서 점차적으로 제재가 해제되고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등극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경로를 북한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트럼프와 만나서 제재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요. 그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실질적으로 북한도 제재 해제가 필요합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와의 협력, 또 중국이 그렇게 제재를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충분히 제재를 피해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2016년과 2017년에 UN에서 포괄적 대북 제재가 통과되었죠. 그 즈음에 미국이 단독 제재로 제재 현대화법에 따른 매우 강력한 제재들이 연속으로 통과되었습니다. 만약 제재의 효과가 없다면 2016년 이전에 북한이 대외 무역을 했던 그 수준이 지금 수준과 비교해 볼 때 비슷해야죠.

정치적 업적으로서 성과를 과시하는 데는 도움이 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올해 푸틴도 만났고 시진핑도 만났습니다. 여기에 트럼프까지 만난다면 미국, 중국, 러시아, 세계 강대국 지도자들을 다 만난, 나름대로 자신의 위상이 높아진 세계적인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했다고 선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식의 회담을 할 때 늘 북한은 이른바 '백기론'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한국이나 미국이 적성국인데 백기를 들고 대화를 구걸했다. 그래서 우리 지도자가 가서 만나줬다, 그렇게 해서 북한 내부에서 선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가 8차 당대회 마지막 해입니다. 북한의 경제가 매우 안 좋거든요. 내년 9차 당대회를 해야 하는데, 올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적을 최대한 선전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가능성으로 좀 만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거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안 만났냐? 제가 처음부터 만날 가능성이 없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9월 21일 김정은이 했던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약 40분간 대남, 대미 정책을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메시지는 두 개입니다. 본인이 트럼프를 만날 수 있다. 정확하게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추억 절대 없거든요. 2018년, 2019년에 김정은의 입장에서 트럼프에게 뒤통수 맞았고, 트럼프의 함정에 빠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북한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결코 좋은 감정이 있을 수는 없죠. 그럼에도 이런 표현을 했다는 것은 만날 의지나 의도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고요. 그런데 그냥 만나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두 가지 정도의 조건을 아주 명백하게 제시했는데, 첫 번째는 이전과 같이 비핵화 협상은 하지 않겠다. 그것이 한반도 비핵화든, 조선반도 비핵화든 비핵화 협상은 안 한다. 대신에 핵군축 협상을 해라. 일종의 새로운 사고를 가져라.

이것은 7월 29일 김여정의 담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새로운 사고를 가져라." 정확한 표현은 이겁니다. "기존의 집착을 미국이 버리면 우리는 그 현실을 인정한 기초에서 진정한 평화 공존을 위한 대화가 가능하다." 그런 표현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이 매우 오랜 기간 계속 주장해 온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 그 적대시 정책의 대표적인 것이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의 중단입니다.

연구 중단을 이야기합니다. 미국이 성의를 먼저 보여라는 것이 대화의 전제 조건이고요. 결정적으로 이전과 같이 탑다운 방식의 대화가 아닌 바텀업 방식의 대화. 왜냐하면 트럼프가 지나가는 말로 하지 말고 정말 공식화, 선언적 의미로 핵군축 협상을 하라는 얘기를 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조건이 안 맞았습니다. 이것은 공식적으로 나타난 김정은의 발언에서 나온 것이고요. 김정은의 속마음은 만날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렸던 2019년 6월의 깜짝 회동에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에게 매우 당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때 만나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첫 발언이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약속해 놓고 왜 하느냐? 그 당시 8월에 한미 연합훈련을 하기로 이미 결정되어 있었거든요. 거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더니 트럼프가 "우리 그런 연합훈련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50 몇 분간을 당시 트럼프와 김정은이 사실상 정상회담을 한 것입니다.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안 한다고 하니까 아마 다른 이야기들을 했겠죠. 그런데 그때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고, 10월 말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이번에는 북한이 이 회담을 깨고 나가고, 그의 12월 7차 전원회의에서 정면 돌파전을 선언하면서 이제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시켜 버리는 그 1년의 과정에 거기서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향후 북미 관계 전망과 협상 동기

김정은이 분명히 그 기억을 갖고 있고 또 경험했기 때문에 깜짝 회동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비추어 봐도 이런 깜짝 회동의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냐? 저는 향후 미국과 북한 모두 서로 만날 동기와 의지는 있다고 판단됩니다. 트럼프의 의지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요. 트럼프는 공명심 차원이 매우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참 불편한 이야기인데, 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안보의 핵심 의제입니다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본인이 그간 오랫동안 30년이 넘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남북한 문제는 70년이 넘은 이 문제를 본인이 해결했다는, 일종의 평화의 해결사로서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 싶은 생각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간 잘 알려진 것처럼 지난 몇 달 동안 자기가 전쟁을 다 해결했고, 당연히 노벨 평화상을 타야 되고, 이제 그런 공명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이번에도 관심을

보여줬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다시금 협상을 유인해 나올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판단됩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역시 나올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사실상 만날 의지가 있다고 김정은이 표출한 것을 보면, 나름대로의 단판의 필요성을 북한도 분명히 느끼고 있다는 것인데요. 북한이 정말로 본인들이 원하는 것처럼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냐? 저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북한과 그렇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조차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1968년 이후에 구축된 비확산 체제, 다섯 개 국가만 핵을 보유하도록 인정을 했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그리고 당시 소련, 지금은 러시아. 그들의 핵 독점권이 무너지게 됩니다. 핵 독점권이 무너지게 되는 그 순간 한국이 핵 보유를 하겠다고 할 것이고, 어떻게 보면 일본도 가능성이 있고, 대만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도 핵 보유로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 핵에 대한 독점권이라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거든요. 그것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북한의 김정은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돌파할 것이냐?

결국은 제재 해제입니다. 이것이 인도와 파키스탄 모델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NPT에 아예 서명도 하지 않았지만 불법 핵실험을 하고 핵보유를 했기 때문에 제재를 받고 있다가, 9.11 테러 이후 전쟁, 또 인도와의 관계를 통해서 점차적으로 제재가 해제되고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등극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경로를 북한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트럼프와 만나서 제재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요. 그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실질적으로 북한도 제재 해제가 필요합니다.

대북 제재의 실효성과 북한의 경제적 고통

일부에서는 러시아와의 협력, 또 중국이 그렇게 제재를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충분히 제재를 피해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2016년과 2017년에 UN에서 포괄적 대북 제재가 통과되었죠. 그 즈음에 미국이 단독 제재로 제재 현대화법에 따른 매우 강력한 제재들이 연속으로 통과되었습니다. 만약 제재의 효과가 없다면 2016년 이전에 북한이 대외 무역을 했던 그 수준이 지금 수준과 비교해 볼 때 비슷해야죠.

제재가 효과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추정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의 연간 총무역액은 60억에서 76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2024년 현재 기준으로 30억 달러가 안 됩니다. 이는 무역액이 약 10분의 1로 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20~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러시아가 상당 부분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을 도왔음에도 이 정도 수준이었다면 제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유효하다고 판단됩니다. 북한 김정은이 경제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생각은 분명히 있습니다. 자기 체제 유지를 원하든, 북한 주민의 삶의 향상을 원하든, 경제 발전에 진심인 것은 맞습니다.

지금과 같은 제재 하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시장과 투자가 들어올 수 없습니다. 북한은 한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맺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중국과의 보다 본격적인 경제 협력이나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위해서도 이 제재는 해제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양국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또 하나, 북한이 제재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를 말씀드리면, 9월 21일 김정은의 신년사 연설에 '제재'라는 단어가 다섯 번 나옵니다. 자신들은 제재에 전혀 개의치 않고 제재가 자신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정말 제재가 고통스럽지 않고 문제가 없다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만큼 북한이 제재에 대해 고통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인 11월 6일, 북한 외무성 김은철 미국 담당 부상의 담화에 따르면, 11월 초 미국이 유엔 제재를 다시 한번 강화하고 독자 대북 제재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그간 미국이나 유엔에서 제재에 관해 행동을 취하면 북한은 바로 반박하거나 비난하는 발언을 해왔습니다. 이것 역시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북미 회동 가능성과 비핵화 협상 전망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이번에 하나의 이벤트가 될 뻔했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만, 결국 미국과 북한 지도자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만날 것이냐, 여러 변수가 있어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내년 어느 때쯤 미국과 북한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만나서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된 협상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중심으로 있었던 미국과 북한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자: 박원곤 _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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