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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기 EAI Academy] ④ 미국 발 세계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

분류
멀티미디어
발행일
2025년 8월 14일
관련 프로젝트
EAI 아카데미

편집자 주

전재성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가속화된 국제질서의 변화를 1945년 이후 80년간 이어져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본적 위기라는 관점에서 조망합니다. 구체적으로 전 소장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내재적 모순과 미국의 패권적 부담, 세계화와 불평등 심화, 서구 중심적 제국주의 유산 등을 구조적 요인으로 제시하면서 향후 국제질서가 다권역 체제로 분열될지, 새로운 규칙 기반 질서로 재편될지 전망합니다. 나아가 전 소장은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단기적 위기 억제와 장기적 국가 역량 축적을 병행하는 가운데 미래 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9기 아카데미] 4강_전재성 0814.png
[9기 아카데미] 4강_전재성 0814.png

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cH2F7V6hz6Q

영상 스크립트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위기와 근본적 변화

트럼프 행정부 이후 세계 질서에 큰 격변과 위기가 있다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정치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 입장에서도 많은 것이 변하고 있어, 우리가 대부분 변하고 있고 항상 어려운 시기이며 급변과 전환의 시기라는 말을 늘 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다른 변화에 비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정말로 중요한 변화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상대적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제 질서의 변화는 앞에서 흔히 말하는 변화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공부하면서 그것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매우 느끼고 있습니다. 과연 이 변화가 과거 어느 정도의 변화에 비교될 수 있는 정도의 큰 변화인지도 매우 흥미로운 논의입니다. 이 변화가 얼마나 갈지, 또 다른 안정적인 시기가 올 것인지, 이 변화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국제정치학은 매우 넓고 많은 주제를 다룹니다. 세계 인구 80억 가까이 되는 전체를 다루기 때문에, 200개 국가와 군사, 정치, 사회·문화, 이념뿐만 아니라 환경, 생태, 과학 기술까지 다룹니다. 따라서 국제정치를 공부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을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거기서 일어나는 많은 부분들의 변화를 인간의 개념으로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제정치학 공부 자체도 어렵습니다. 학문은 결국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인데, 국제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게 됩니다.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되었을 때, 1990년 또는 1991년경인데, 그전에는 냉전이었습니다. 냉전이 45년 또는 47년부터 시작되어 40여 년간 지속되었는데, 냉전만 연구했던 국제정치학자들이 냉전이 어떻게 끝날지, 언제 끝날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소련이 붕괴되고 짧은 시간 안에 냉전이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느꼈던 자괴감이 컸을 것입니다. 기성학자들에게는 더욱 그랬습니다.

트럼프 정부 1기 때의 충격이 매우 컸었고, 바이든 정부 때는 비교적 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충격이 적었습니다. 두 번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놀라웠는데, 매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습니다. 그 이후 외교 정책도 우리가 예측한 것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있었고, 전형적인 미국의 외교 정책과도 매우 달랐습니다. 그런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세계 질서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변화를 한마디로 무엇의 변화라고 해야 할지, 무엇이 변화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부터가 문제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요즘 국제학자들은 세계 질서 또는 국제 질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국제 질서라는 말을 매우 많이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비교적 정태적이었기 때문에 국제 질서 자체의 변화, 국제 질서 안에서의 여러 세력 배분 구조의 변화, 또는 전쟁의 발발 등 질서 안에서의 변화를 많이 다루기는 했지만, 질서

1945년 이후 80년 국제 질서의 변화

자체가 변화되는 것을 연구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자들의 나이 때도 있고 해서입니다. 이번 미국의 단극 체제랄까요? 우리가 지난 30년간 겪어온 국제 질서의 변화에서 가장 가까운 비교 시점은 90년 또는 91년, 냉전이 끝난 시점입니다. 벌써 30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할 정도의 시각이 있어야 지금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겠지만, 1945년경부터 시작된 80년 정도의 국제 질서의 변화입니다. 올해가 광복 80주년이기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 과정에서 출연한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우리가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고 많이 부릅니다.

그것의 변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비자유주의적인 헤게모니를 추구한다고 했을 때, 80년 질서의 변화이므로 80년 전을 알아야 변화에 대한 인식이 생길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국제 질서라고 하기도 하고, 세계 질서 또는 지구 질서라고도 합니다. 요즘에는 행성 질서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각각의 용어에 담긴 주체들이 다릅니다. 국제 질서는 국가가 중심인 질서이고, 국가 간의 질서를 의미합니다. 세계 질서는 국가가 아닌 행위자들도 포함합니다. 국제기구라든지, 국가 상위의 행위자, 또는 국가 하위의 서브내셔널한 기업, 시민 사회, 개인까지 포함합니다. 그런 비국가 행위자들의 질서 조성력을 인정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질서를 세계 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국제 질서는 주권 국가 체제가 만들어진 이후의 질서입니다. 우리가 흔히 주권 국가 질서는 17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30년 전쟁을 1648년을 상징적인 기점으로 잡는데, 만약 그런 국가 중심 질서가 송두리째 바뀌는 시점이라면, 더 이상 국가가 어떤 권능도 가지지 못하는 시대가 된다면, 비국가 행위자, 예를 들어 지난 시간에 배저 박사님 강의에서 나온 기술 하이테크 기업들은 엄청난 힘을 가집니다. AGI 시대가 온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AGI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그 기업이 만든 AGI라는 엄청난 인공지능을 국가가 국가 안보나 경제를 위해 활용하려면 기업과 국가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기술이 국가 주도로, 국가 자본으로 과학자나 기업에 맡겨 첨단 기술을 생산하는 상황이었다면, 중국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요즘 테크노폴라리티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첨단 기술 기업이 중요한 행위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기도 합니다. 그랬을 때 비국가 행위자가 포함된 질서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질서의 변화는 1648년 이후 처음 맞는 변화입니다. 그러면 200년인가요? 아니, 400년인가요? 400년 만에 돌아온 매우 거시적인 이행이기 때문에, 이제 국제 질서가 아닌 세계 질서를 논해야 합니다. 만약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생태 위기나 환경 위기로 인간의 멸종이나 자연과의 관계 설정 자체가 변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요즘 행성 질서 논의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보면 수백만 년만의 변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게 되어 처음 맞는 질서의 변화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지금 우리가 미국 발이라고 제가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이

세계 질서의 변화 또는 국제 질서의 변화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만은 아닙니다. 약 30년간 축적된 매우 많은 논리들이 응집되면서 일어난 질서의 변화이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매우 흥미롭고, 우리가 20세기에 가졌던 국제정치 이론으로는 분석할 수 없는 현상들이 21세기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은 같은 자연을 다루기 때문에 초역사적이고 시간을 초월한 법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 그런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국제정치는 사회과학이기 때문에 인간 사회는 계속 변하고 있고, 20세기의 국제 현상을 기반으로 만든 이론이 21세기를 설명하는 데 매우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현실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론이 좀 길었지만, 여러분들이 앞으로 80년 또는 그 이상 영원히 사실 수도 있고, 인류가 22세기를 보지 못하고 멸종할 수도 있는, 정말 미래를 알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지금부터 맞이할 국제 질서의 변화의 심도는 매우 큽니다. 너무나 크기 때문에 거기에 대응하려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나 정책적인 준비 자세도 매우 달라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2월에 한다고 합니다. 과연 이 두 나라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것은 국제 질서가 얼마나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정말 체감하고 아주 길게 내다보며 관계 설정을 새롭게 시작하는 정책을 해야 할 때입니다. 과거처럼 해오던 것을 보완하고 잘해 나가는 시대가 아닙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강대국들도 이 구조에서 보면 결국 한 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가는데, 우리도 그러한 세계 질서에 대한 지식과 비전을 갖추고 개별 정책에 들어가야 하는 때입니다. 그런 면에서 학술적인 작업, 싱크탱크의 정책 연구 작업, 그리고 현장의 정책을 만드는 폴리시메이커들의 작업은 보통 세 단계입니다. 미국은 이를 리볼빙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같은 국제정치라는 주제를 보더라도 관점이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잘 종합되어야 좋은 정책도 낼 수 있고 세계에 대한 좋은 지식도 가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공부하게 될 지금의 국제 질서와 앞으로의 국제 질서는 매우 도전적이고 흥미롭습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20세기 국제정치학자들의 논의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매우 창의적이고 현실의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해야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특징과 작동 방식

내용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왔던 국제 질서를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고 부릅니다. 지난 80년간의 국제 질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80년간의 질서 중 앞 40년은 냉전이었고, 뒤 30년 정도는 냉전이 끝나고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어떤 국제 체제, 로마나 근대 초 스페인 제국보다 상대적으로 가장 강력했던 단일 패권 체제를 경험하고 그 다음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의 변곡점이라고 한다면, 지난 80년을 통틀어 냉전기 자유주의형 패권 국가는 미국이었는데, 두 진영이었기 때문에 소련은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 국제 질서라는 것을 따로 만들었었습니다. 결국 소련은 망했고, 클린턴 때 '엔게이지먼트 앤 엠파워먼트'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공산권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질서 속에 30년간 들어가 있었던 매우 독특한 시기였습니다. 냉전기 자유 진영의 질서와 탈냉전기 세계 질서를 합쳐 국제 질서의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이를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고 흔히 부릅니다. 이는 97년 또는 98년경 미국 학자 아이켄베리와 듀드니가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한국에도 자주 오셨고 이번 여름에도 토론을 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뒤에 이야기할 이용이 교수님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셨는데, 1962년에 '일반 국제정치학'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 책을 보면 '자유주의 세계 질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즉, 60년대부터 자유주의 세계 질서라는 말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함의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자유라는 말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는 매우 좋은 것이고, 자유주의 국제 질서도 매우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틀어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고 지난 80년을 부릅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특징은 기본적인 이념에 동의하고 있으며, 그 이념 위에서 국제 관계를 운영할 메커니즘들이 있고, 이를 총괄하는 질서의 흐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오늘은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보통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반대되는 질서는 세력 균형이나 군사력 중심의 질서입니다.

아까 베스트팔렌 체제 이야기를 한 것처럼, 30년 전쟁 후 유럽에서 만든 국제 질서는 모든 국가가 주권 국가이고 군사력을 가질 수 있으며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질서입니다. 그것은 국제정치의 기본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베스트팔렌 주권 국가 체제에서는 전쟁이 상시적인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국가가 군사력을 갖고 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정부가 없으며, 국제법은 의미가 없고, 전쟁을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싸워서 이길 확률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질까 봐 안 하는 것이지, 그 외에는 전쟁을 하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베스트팔렌 체제에서 왜 전쟁을 할까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왜 전쟁을 안 하고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전쟁을 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모으면 대략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모습들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국가의 주권을 자유로 본다면, 모든 국가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국가의 권리, 즉 천부 인권이라는 인간의 자유주의적 권리에서 파생된 개념입니다. 모든 국가가 영토 보존과 주권의 최고성을 누릴 권한이 있다는 것을 국제 연합 헌장 등에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국가들이 시장 이외의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경제적 상호 작용을 통해 개방적인 국제 경제 질서를 이루도록 만들었고, 무력 사용을 불법화하여 무력 사용 시 반드시 국제법에 맞도록 합의하는 규칙 기반 질서를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었습니다. 그 규칙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모든 국가들이 합의하는 과정 속에서 지속적인 합의를 통해 차곡차곡 만들어진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 그리고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된 1930년대의 경쟁적인 보호 무역주의, 국제법이나 국제 기구를 무시했던 관행들을 바꾸기 위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질서를 만들었는데, 이를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고 부릅니다. 이론적으로는 민주 평화, 시장 평화, 제도 평화 등을 이야기합니다. 어쨌든 베스트팔렌 질서임에도 불구하고 군사력 사용이나 힘에 기초한 질서보다는 규칙, 타협, 또는 다자주의 제도를 통해 국제 질서를 이루려고 하는 질서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 여러분이나 그 질서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전쟁은 나쁜 것이고, 국제법도 있고 외교도 해야 하며, 국가들이 남의 나라를 전쟁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고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면서, 미국의 국력이 약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개입이 축소되어 지구적 차원의 억지 시스템이 약화되었습니다. 그것은 뒤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요. 그러면서 원래 각 지역들이 가지고 있던 라이벌리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남북한, 대만, 우크라이나, 인도-파키스탄 등이 마치 우후죽순처럼 전쟁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싸우지 하고 생각하지만, 국제정치 입장에서는 그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안 싸우고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왜 안 싸우고 있었을까? 그렇다면 지난 80년 동안을 묻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위기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위기로 가고 있지만, 국제정치의 기본 조직 원리 자체가 군사력의 상시적인 활용을 통한 위기 상황이었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본질입니다. 홉스가 그의 '리바이어던'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자연 상태 투쟁에 있다가 그 상태를 견디지 못해 리바이어던을 만듭니다. 홉스가 실제로 그렇지 않냐고 했을 때, 홉스는 13, 14장에서 국가 간의 관계가 자연 상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언제든지

국가는 순간적으로 죽일 수는 없으니까 인간 대 인간의 관계와는 달리 그런 면에서 좀 회복력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자연 상태의 조직 원리는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왔던 80년간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는 것이 매우 예외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국가 간의 합의도 있었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초강대국의 리더십도 있었습니다. 이전 유럽 강대국들보다 훨씬 강한 초강대국의 리더십이었죠. 자유 무역주의를 계속 개선하려는 노력도 있었고, 전쟁 기간부터 만들어졌던 국제법이나 국제 제도의 장치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모두 합쳐 우리가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고 불러왔고, 그것이 매우 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내재적 모순과 위기 요인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지금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송두리째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느끼는 것보다 오히려 미국의 학자들이 요즘 한두 달에 쓰는 글들만 봐도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거의 이제 사라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합니다. 트럼프가 가도 다시 원래 자유주의 질서로 오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고요.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까라는 이야기인데, 그것을 여러 번 저도 생각하고 내용도 많이 쓰고 그랬는데 이 슬라이드는 새로 어저께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정리를 해 보았는데 크게 네 가지 정도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 지난 80년의 자유주의 질서가 왜 망했느냐, 망하고 있느냐에 대해서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건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정말 내부적인 필연적인 모순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는 망하진 않아도 필연적인 모순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 자유주의

질서 외부에서 이 질서를 흔드는 그런 모순적인 여건이 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뭐냐면, 좀 어려운 이야기인데 처음부터 자유주의 정치 질서, 국제 정치 질서 말고 한 나라 안에서 자유주의 정치 질서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제 정치 철학에서도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대립 구도를 이야기하긴 하는데, 우리가 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자유주의 국가라는 것은 헌법이 있고 그 밑에 법들이 다 있어서 우리가 어떤 정치 행위를 하든지 간에 그것이 법으로 다 일단 불법적인 행위는 걸러지기 때문에 정치 활동도 정상적이고 폭력을 쓰거나 비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하는 것이 정치다, 이렇게 우리 생각하잖아요. 그 자유주의 이제 정치 철학의 기본인데, 칼 슈미트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전간기의 학자이고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래서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이제 그 후반에는 굉장히 불행한 삶이었지만, 이제 굉장히 많은 저작을 남겼거든요. 그런데 현실주의 대표적인 정치 철학자이고 또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타우라는 학자가 있거든요. 그 모겐타우와 슈미트가 교류한 역사도 있고요. 그래서 제 그 모겐타우가 슈미트한테 자기 아이디어를 줬었는데 슈미트가 그걸 도용했다고 그래서 둘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지고 뭐 그런 일도 있었거든요. 어쨌거나 슈미트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비판은 뭐냐면, 정치는 법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정치는 미리 법이란 것은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만들어 놓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막상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예전에 만든 법으로 지금 일어난 사건을 대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봐야 결국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법이 할 수 있는 거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럼 그걸 결국 누가 결정하냐?

법관이 결정한다는 거예요. 법관이 이 법을 적용해서 지금의 사태를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건지는 이 법관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런데 그 법관의 결정은 비교적 합리적이죠. 개인의 사견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특히 이제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닥치는 법적인 문제는 상당히 절차적이지만, 그런데 이제 이것이 정말 정치적인 문제일 때, 정치적으로 너무나 예민한 문제일 때는 법관의 판단 행위도 굉장히 정치적일 수 있잖아요. 우리 뭐 대법관의 그 대법원 판단이나 이런 그 정치적 판단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문제 제기를 하잖아요. 이 법적 판결 자체가 정치적이다. 좀 다른 이야기긴 한데요. 그래서 요즘 정치의 사법화, 사법부의 정치화 이런 이야기들 많이 하는데, 그거보다 더 상위의 문제, 쿠데타라든지 헌법 질서 자체를 바꾸는 문제, 또는 전쟁이 발생했을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켜야 되는데 전쟁을 일으키는 절차에 대한 법적인 문제, 또는 트럼프가 요새 그 관세를 일반 관세를 매길 때 그 내셔널 시큐리티

이야기를 가지고서 하잖아요. 국가 안보적 문제라고 이것을 규정해서 정말 비상 상태다. 우리의 국가의 비상 상태를 선포해서 기존의 법을 오버라이드 하려고 할 때, 그것을 판단할 사람은 누구냐? 판단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그것은 기존의 법적인 판단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자유주의 헌법이나 자유주의 정치 질서가 마치 정치를 법제화해서 이게 자동적으로 흘러가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아주 중요한 문제에서 그 예외 상황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때의 판단은 최고의 주권자, 보통 이제 대통령이나 수상 같은 사람이 되겠죠.

그런 사람이 정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사람은 헌법에 의해서 선출이 되었지만, 헌법 안에 있는 존재이자 동시에 헌법 밖에 있는 존재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유주의 정치 질서로 정치를 이제 뒤로 미루고 모든 것이 법적 절차로 인간사가 다스려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나이브한, 아주 아이디얼리스트한 환상이라는 거죠. 그게 이제 슈미트의 이야기인데, 그 슈미트의 이야기를 이제 국제정치적으로 하는 학자들이 좀 있긴 한데, 제 생각은 근데 국제정치라는 것은 대부분 다 비상 상황이에요. 좀 거의 다 예외 상황이죠. 물론 루틴한 것도 있지만. 그래서 만약에 우리가 국제 질서를 쭉 만들어 갈 때, 국제 질서를 만들어서 그 국제 질서를 리버럴하게 룰 베이스 오더 또는 노션 베이스 오더 이런 말 많이 쓰잖아요. 규칙 기반 질서나 규범 기반 질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국제 질서가 그때 규칙과 규범이 뭐냐? 그것은 2차 대전 이후나 그 이전에 국제법 학자들이 만든 여러 가지 절차들이에요. 결국에

약속, WTO의 뭐 조약문도 있을 거고. 그런데 지금 발생하는 현재의 문제를 과거의 굉장히 취약한, 뭐 국제법 학자들은 싫어하시겠지만은, 그래도 굉장히 그 조약의 덴시티랄까요? 이런 것이 약한 국제법으로 규정하기에는 뭐 굉장히 법적 공백이 많잖아요. 그것을 누가 채우냐? 결국은 국가들 간의 정치적 타협으로 채워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는 것이 노션 베이스 오더인 것 같지만, 사실은 매 순간 굉장히 치열한 타협과 거래에 의해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주의 정치학이 이야기하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랬을 때 요즘에 트럼프가 하고 있는 이제 그 딜, 딜, 거래, 거래 중심주의, 뭐 거래주의 이런 것을 굉장히 나쁘게 우리가 사용하잖아요. 그리고 그 젤렌스키 대통령 백악관에 왔을 때, 당신은 카드가 없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 결국 지금 질서를 이제 거래 중심적으로 아주 단기적 이익에 기초한 거래 중심의 국제 질서로 만든다고 해서 많은 학자들이나 사람들이 서운해하는데, 사실 자유주의 관점이라는 것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그런 정치적 측면을 굉장히 감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국제 질서는 45년부터의 그 대타협 또는 빅딜로부터 만들어 차곡차곡 쌓여진 질서이기 때문에 거래와 정치적 타협이 없는 국제 질서란 있을 수 없다. 그러니까 모든 질서는 기본적으로 딜 베이스 오더인 거죠.

트럼프가 하는 것과 좀 다른 의미긴 한데, 그럼 지금 자유주의 질서가 위기가 된 게 뭐냐? 규범 질서를 어기고 딜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거냐?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정말 중요한 딜과 타협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지연시켰거나 또는 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세계의 지도자들 것도 좀 다른 이야기인데, 2차 대전 이후에 뭐 드골이나 처칠, 애치슨, 트루먼, 루스벨트, 스탈린까지 굉장히 그 뭐 약간 인물 열전 같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문제를 다루고 문제를 해결했는데, 뭐 남의 나라 이야기라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 또 당선됐을 때 미국 내에서 이제 굉장히 많은 비판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리더로서의 어떤 뭐 자격이랄까 이런 것을 이제 시비를 거는 학자들이 있었는데, 평시에 제 그렇게 쭉 자라온 내셔널 리더하고 전쟁을 거치면서 전시의 리더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잖아요.

인간이 역경을 거쳐서 위대해지는지 이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2차 대전 이후에 그 뒤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해안이랄까 또는 생각의 폭 이런 것이 지금하고 다른 부분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 30년 동안 미국 주도의 패권 체제를 유지해 오다가 이게 지금 심상치 않다. 이거 굉장히 뭔가를 바꿔야 될 때다. 911도 터졌고 경제 위기도 났고 중국도 크고 큰데 이게 잘 조화가 안 되고 미중 간의 싸움이, 미중 관계가 2010년 전에는 사실 굉장히 좋았어요. 여러분 그 여러분의 라이프 사이클 좀 전이긴 한데, 2000년대에 우리가 중국을 가면 저는 그때 기성 학자였는데 한중 관계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중국이 정말 한국과 같이 발전을 이룬 국가를 배우고 싶고 정말 잘 지내고 싶다 이런 게 남아 있었거든요. 뭐 지금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그리고 미중 관계도 너무 좋았고. 그래서 그때 만약에 미중 관계를 좀 선제적으로 풀려는 노력을 두 국가나 세 개가 했더라면

지금과 같이 안 됐을 수도 있다. 문제를 미리 선점해서 그걸 그런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 딜을 했더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지금 생각해 보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큰 문제는 이게 끊임없는 타협과 정치적인 딜 또는 외교적인 활동으로 만들어졌어야 되는데, 이게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는 것이 자동적으로 규범이나 규칙에 기반해서 흘러갈 거라는 환상을 가졌던 것이 굉장히 큰 문제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하나 들고요. 두 번째는 그런 자유주의 질서, 그 자유주의 질서는 말 그대로 질서죠. 이 질서라는 것은 아주 인위적으로 고안된 질서예요. 만약에 이것을 그냥 이렇게 놔두고 놔두고 알아서 질서를 만들어라. 우리 복잡계 이론에서 이머징 창발적 질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질서는 세력 균형 질서예요. 그래서 모든 국가가 그럼 다 군사력을 받고 시작 싸워 봐라. 그럼 이제 막 서로 싸우고 죽고 막 이러다가 영토도 병합하고 그러다가 더 이상 안 싸우는 시점이 와요.

너무나 싸워 가지고 강대국 몇 개, 약소국 몇 개. 그게 18세기 유럽이에요. 그래서 자동적으로 야 우리 이제 더 이상 싸워 봐야 어렵다. 특히 이제 제국이 출연하는 것은 막아야 되고 뭐 그런 여러 가지 합의들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그 국제 사회학파들이 이야기하는 어떤 제도로서의 세력 균형이 만들어지는데 엄청난 피해를 보는 거죠. 전쟁도 많이 해야 되고. 그런데 리버럴 오더라는 것은 그렇게 싸우고 난 다음에 인위적으로 국제 연합도 만들고 GATT도 만들고 이래서 이렇게 만들어진 질서였다는 거죠. 그런데 그 질서를 그 누군가는 주도를 해야 돼요.

모든 이 질서를 만드는 행위에는 트랜잭션 코스트가 있어요. 누가 하건 주도도 해야 되고 비용도 좀 돼야 되고 그것을 통틀어서 이 질서의 실패, 우리가 보통 시장 실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질서의 실패라는 용어는 본 적은 없는데 저는 책에서 좀 쓰는데, 국제 체제의 질서가 실패한다는 것은 세력 균형으로 돌아가는 건데, 그 리틀이라는 학자가 있는데요. 세력 균형도 좀 호의적인 세력 균형이 있고 아주 적대적인 세력 균형이 있어요. 그래서 세력 균형이라는 것이 자동적으로 균형이 맞춰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떤 합의가 있어야 균형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은 이제 안보론에서 우리가 이야기 많이 하는 건데요. 어쨌거나 그래서 그런 기본적인 합의가 밑에 깔려 있어야만 세력 균형이 이루어지는데, 그것을 누가 만드냐? 그 질서의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어떤 리더십, 특히 거기에 필요한 공공제, 우리가 보통 시장의 실패를 막으려면 그레스트 리트로 돈을 빌려 주는 사람이 있어야 되고, 안보의 실패를 막으려면 마지막에 전쟁이 날 때 그것을 막아주는 그 레스트 게런터 같은 사람이 있어야 되거든요. 최종 대부자나 최종 뭐 안보의 보증자랄까.

그 역할을 한 나라가 할 수도 있고 여러 나라가 할 수도 있고 국제 기구가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였는데, 그것을 지난 80년 동안에는 미국 혼자 했어요. 미국 혼자 자기 돈을 들여 가지고 한 셈이죠. 다른 나라들이 많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이제 미국이 혼자 돈을 많이 쓰고 다른 나라들이 좀 도와주기도 하고 하다가 미국이 힘이 들면 다른 나라 막 팔을 비틀어 가지고 내놔라 돈을 더 내야 된다. 그래서 돈을 더 받기도 하고, 우리 그 85년 플라자 합의라고 여러분 들어보셨나요? 그래서 환율 조정도 하고 여러 가지가 있죠.

그 미국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은 무역 흑자를 보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려면 상대방의 지금처럼 관세를 붙이거나 상대방의 시장을 개방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도 있고, 아니면 환율을 바꿔 가지고 자기네 환율을 평가 절하해서 수출이 잘되게 하는 방법도 있고, 채권을 사도록 해 가지고 돈을 조달할 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기축 통화가 있고 그래서 미국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일국에 의해서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재정적 구조를 만들어 갔다.

80년 동안. 그래서 흑자를 볼 때도 있고 적자를 볼 때도 있는데, 점점점 적자가 쌓이죠. 여러 가지 이유로 기본적으로는 이제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군사비 지출 또는 뭐 우리 요즘 이야기한 동맹 부담.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 보면 내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세계 750개 정도의 기지가 있다 그래요. 직접 군사 기지일 수도 있고 비군사 기지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운영하는 데 당연히 돈이 들지 않겠어요? 그것을 그리고 많은 군인들이 죽었고 미국 군인들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이제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비용이 감당이 될 때도 있고 경제가 나빠지면 감당이 안 될 때가 있고. 그런데 지금 미국 같은 경우는 뭐 고령화도 좀 있고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때도 있고 사회 보장 비용이나 그런 재정 압박이 오는 것도 있고, 이번에 코로나 2008년 경제 위기 이런 것이 막 겹치면 그 국가가 대회적으로 패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겠죠. 그래서 그것이

아주 법칙적이지는 않아도 굴곡이 있게 마련인데, 지금 미국의 국가 부채 수준은 이제 굉장히 심각한 위기에 와 있다. 그래서 37조 달러거든요. 37조 달러, 37 trillion dollars인데, 그러니까 4경 3천조 원 정도 돼요. 1달러를 1,000원 기준으로 했을 때 지금 뭐 1,200, 1,300 하면은 한 얼마나 될까요? 뭐 하경 5경 원 우리 상상하기 어려워. 우리나라 뭐 예산 600조 정도니까 그것의 이자만 해도 미국은 천조국이라고 해서 그 국방비를 천조 원 넘는다고 하는데, 그것을 넘어서게 돼서 그 미국이 매년 내는 이자 비용이 이제 미국의 국방비를 넘어선 첫 해라고 해서 그것을 이제 포거슨 리밋이라고 뒤에 잠깐 나오는데, 그것을 올해 얘기 많이 하거든요.

세계화와 자유주의 질서의 충돌

그러니까 더 이상 서스테이너블 하지 않다.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야, 내가 이렇게 힘든데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계속 내가 대야 된다는 생각을 이제 하게 되는 거죠. 왜 그렇게 되느냐는 이제 다른 얘기고. 그렇게 보면 그것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단일 국가의 지출로 유지하는 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모순이다. 두 번째 이어서. 세 번째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모든 국가들이 자유롭게, 뭐 경제적으로는 우리 아담 스미스나 리카도처럼 우위설에 기반해서 자유 시장 경제를 하는 것이 모든 국제 경제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당연히 벽을 허물죠. 우리가 국제 제도도 글로벌한 차원에서 유지하고 그러다 보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지역화되기는 좀 어렵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필연적으로 글로벌라이즈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아까 얘기했던 이용이 교수님 이야기 같은 경우는 어떤 디시스가 있냐면 1차 세계 대전으로 지구화는 끝났다. 이미 전쟁을 지구적 차원에서 한번 했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국제정치라는 것은 기본 단위가 글로벌이다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이제 모든 나의 행동은 글로벌한 임팩트를 가진다는 거죠. 그런 상황이 됐다. 이제 19세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다가 이제 우리가 탈냉전 기구, 지구화 회귀를 많이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주로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세계화 때문에 그렇게 좀 더 부각된 면이 있는데, 사실 지구화나 세계화라는 현상은 1차 대전부터 상당히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측면도 있고, 안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기술적 세계화, 생태적 세계화, 이념적 세계화 등 세계화의 층위가 깊어지고 다양화되었지만, 기본 출발점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인 13세기를 보는 시각이나 고대 문명 교류사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세계화되는 현실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글로벌 거버넌스는 여전히 국가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현실은 세계화되었지만 상부 구조는 국제적이기에 그 둘 사이의 충돌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주의는 모든 국가가 주권을 갖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주의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자유주의가 극단으로 가면 엄청난 불평등이 발생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한 상황에서 능력, 유산, 혹은 타고난 운과 상관없이 그대로 두면 자유주의 사회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소수자를 보호하고 평등을 유지하기 위한 공동체적 가치가 필요한데, 이를 민주주의가 담당해야 합니다. 자유주의의 자유주의적 성향과 민주주의의 공동체적 성향을 결합한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서로 어긋나는 관계를 하나의 정치 체제로 묶을 때 건전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만들어집니다. 즉, 계속 갈등하면서도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반면 국제 질서는 어떻습니까?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자유주의적이기만 합니다.

따라서 미국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간의 불평등은 개인의 능력 차이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두 나라 모두 자유주의 질서에서는 1국 1표이기에 그대로 두면 이 불평등 구조는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모든 국가가 동등하게 참여한다는 점에서 좋은 질서일 수 있지만, 그대로 두면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주권을 부여했기에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는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똑같이 출발해서 똑같은 국가가 되었으므로 이후 발생하는 불평등과 억압 구조는 어차피 출발선이 같았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습니다.

이 국제 질서를 민주화하지 않으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억압 구조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주의 질서가 좋은 면도 있지만, 월드 파퓰러션(World Population)처럼 서로 싸우면서도 1국 1표라는 형식적 평등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형식적 주권과 내용적 실질적 주권으로 나누어 볼 때, 형식적 주권은 동등하지만 내용적 주권의 불평등은 다루지 않습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릅니다. 만약 100년, 200년 후 지구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사람들이 역사 공부를 하며 '그때는 미국과 아프리카의 못 사는 나라가 동등하다고 말은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지배 체제가 있었다더라. 왜 이런 억압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구 중심주의와 탈식민화 문제

우리는 지금 이 질서를 매우 좋은 것으로 여기지만, 미래에는 오히려 제국 질서보다 더 억압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내재적으로 안고 있는 모순, 즉 자유화되었지만 이를 운용할 자유주의적이면서 민주주의적인 원리가 없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 계속 발생합니다. 네 번째로, 현재의 자유주의 질서는 서구의 질서입니다. 19세기 자유주의 국가들이 제국주의를 통해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후 독립 과정에서 주권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은 대부분 주권 국가 체제가 아닌 제국 체제였습니다.

동아시아만 보더라도 전근대는 제국 체제였습니다. 중국의 천하 질서와 같은 제국 체제는 중심부와 주변부 간의 불평등이 존재했습니다. 현재 주권 국가 체제에서의 불평등과 비교했을 때 어느 체제가 더 불평등하고 억압적이었을까요? 당연히 제국 체제였을 것입니다. 자유주의 베스트팔렌 체제가 비서구 질서를 제국화할 때 나타난 제국주의적 폭력은 매우 컸습니다. 그 폭력을 통해 제3세계 국가들을 자유주의 국제 질서 안으로 편입시켰습니다. 서구 선진국들은 독립운동의 격화로 인해 식민지 통치 비용이 증가하자 형식적 주권은 부여하되 실질적 지배 메커니즘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서구 질서에 편입되었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국가들이 서구 질서가 약화되었을 때 자신들의 질서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입니다. 중국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 안에서 성장했지만, 그 질서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서구 중심주의적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벗어나려는 국가들의 수정주의는 기존 질서를 부분적으로 고치려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 질서 자체를 뒤집으려는 수정주의이기 때문에 다르게 불러야 합니다. 현재 서구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탈식민화되지 못했거나 불완전한 주권 국가로 볼 수 있는, 아직 자유주의 질서가 추구하는 바를 완전히 이루지 못한 국가들이 존재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전통 질서 속에서 중국의 영향 아래 있었고, 조선 시대에는 사신이 오가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근대 국가 체제로 들어서자마자 두 개로 분단되었습니다.

한국의 불완전한 주권 국가와 질서 변화 대응

따라서 우리는 근대 국가 체제 안에서 온전한 주권 국가가 되지 못했습니다. 우리 내부의 갈등과 냉전으로 인해 분단되었으며, 이는 내인론과 외인론으로 책임 공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 안에서 성장하여 훌륭한 나라가 되었지만, 여전히 불완전한 주권 국가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와 냉전 구조로 인해 주권의 불완전성이 고착화되었습니다. 이 네 가지가 지난 80년간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필연적으로 내포했던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미리 알고 잘 대처했다면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계가 있을 수도 있고, 평가에 따라서는 현재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모순에 부딪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잘 헤쳐 나간다면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대표적인 분단 국가이자 자유주의 국제 질서 안에서 성장했으며, 수출과 이념 면에서 가장 유리한 질서입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미국 내 자유주의 국제 질서 수호 세력과 미국 외부의 다른 서구 또는 세계의 자유주의 지향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외교 정책 이념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자유주의 질서가 약화되고 세력 균형이나 권역 간 투쟁의 시대가 온다면, 자유주의 이념은 사치일 뿐입니다.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념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할 기로에 서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그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이 유럽을 거의 버리다시피 하면서 안보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국방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30년간 강화된 생태 위기나 환경 위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패권 국가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써야 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 보건 위기, 기후 변화 등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부정하지만, 이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내재적 모순은 아닙니다. 산업 시대부터 이어져 온 문제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다음부터는 매우 빨라질 수 있으니 빨리 넘어가겠습니다.

미국의 역할 변화와 미래 국제 질서 전망

미국이 지금까지 해왔던, 즉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의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공공재 비용을 거의 혼자 부담하다시피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내재적, 외재적 모순을 해결할 열쇠는 상당 부분 미국에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미국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새로운 합의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기 전에 잠시 생각해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2025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8년에 끝나고, 다음 대통령은 2032년까지 임기를 할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2027년에 끝나고 2028년부터 5년, 2033년부터 또 5년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추세로 볼 때, 지도자 교체 논의가 있기에 한 번 더 연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략 2032년쯤 미국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포스트 시드가 올 수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으로 보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2030년에 선거를 치르면 2031년에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때쯤 국제 질서는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5~6년간은 치열한 혼란과 싸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와 시진핑 두 지도자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때의 조정을 통해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무역 구조를 바꾸고 금융에도 손댈 수 있으며, 방위비 분담금을 유럽 등 동맹국들이 더 많이 내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미국이 힘들었지만, 앞으로 리더십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서 유럽과 잘 지내고 동맹국을 챙기며 세계 자유주의 질서를 다시 돌보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과는 무조건 대립하기보다 내부 체제는 스스로 결정하되 질서 유지에 협조해 달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2030년대가 이렇게 정리되면, 반드시 자유주의 질서는 아니더라도 규범 기반 질서의 새로운 버전이 올 수도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도 마지못해 돈을 더 내고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국과 타협할 것입니다. 이때 미국이 하는 일은 훨씬 줄어들고, 돈도 덜 내며 동맹에 대한 기여도도 낮아지는 대신 권한도 약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체제에서 G20나 G7과 같은 집단적 헤게모니 리더십으로 바뀌어 2030년대가 온다면, 우리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감이 내재적 모순 때문에 불가피했지만 해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현재의 위기 성격을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잘 실행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실천의 영역입니다. 미중 관계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오래된 대립이 정리되고 새로운 규범 기반 질서로 나아간다면, 2030년대는 막연하게 느끼는 불안감보다 더 나은 시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인류 공동의 위기들이 훨씬 더 강화될 것입니다. 기후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AI와 같은 기술 통제 및 규제 문제도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범죄 집단이 뛰어난 인공지능을 악용할 경우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며, 사이버 안보나 AI 기반 핵무기의 위험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정학적 대립보다는 공동의 위협이 더 크게 느껴지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기에, 세계화된 시대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촉진될 수 있는 요소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느낌처럼 세계 질서가 무조건 나빠질 것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질서 유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미국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역할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거기서 나오는 특혜, 즉 기축 통화나 핵무기 독점, 국제 체제 구축 및 일방적 운영 등을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미국 연방 부채 증가라는 위험 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추진하는 전략을 보면, 자유주의 질서의 모순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만약 제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혼자 유지해 온 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재정적 부담을 해결하고, 정치적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며, 세계화 시대를 유지할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엄청난 시대적 소명입니다.

미국의 패권 강화 전략과 동맹국의 역할

이는 트럼프 1기, 바이든, 트럼프 2기에 걸친 미국 대통령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적으로 이를 인지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미국 전체가 이를 인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질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부과나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은 크게 다가옵니다. 한미 관계만 보더라도 미국은 한국의 좋은 동맹국이지만, 관세 압박이나 동맹 부담금 증액 요구는 경제 문제입니다. 즉, 돈을 더 내라는 것입니다. '쇼미더머니 외교'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GDP의 5%를 지출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로 이어집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이 강해지기를 바라는 동시에, 중국이라는 경쟁자를 견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오샤이머의 논의에 따르면, 패권 국가는 다른 지역의 패권 국가 등장을 막아야 합니다. 아시아나 중동 등에서 지역 패권 국가가 등장하면 미국에 도전하게 되므로, 이를 막고자 합니다. 중국이 그 1순위 후보이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동맹국들도 중국의 위협을 느끼지만, 패권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중국을 선제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적은 편입니다.

임기라는 것이죠. 이는 트럼프 1기, 바이든, 트럼프 2기에 닥친 미국 대통령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이를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전체가 이를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당한 국제질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는 관세 부과나 동맹국을 압박하여 재정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 GDP의 5%를 지출하라는 요구 등은 매우 크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 관계만 보더라도, 미국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동맹국이자 우방국인데, 현재 관세 압박이나 동맹 부담금 요구는 경제 문제입니다. 이는 돈을 더 내라는 것이죠. 요즘 '쇼미더머니 외교'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GDP의 5%를 지출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와 같습니다. 이는 이전에 논의된 바 없는 내용입니다.

이는 미국이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는 점도 있지만, 중국이라는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미국 스스로 강해질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패권 국가의 역할 중 하나는 동맹국을 잘 관리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경쟁자를 견제해야 합니다. 미어샤이머의 논의에 따르면, 다른 지역의 강대국 등장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패권 국가는 세계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국가인데, 아시아나 중동 등에서 지역 패권 국가가 등장하면 그 국가는 힘이 넘쳐나 미국에게 도전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영향권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다른 지역의 패권 국가 등장을 막고자 하는데, 그 1순위 후보가 중국입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동맹국들도 똑같이 중국의 위협을 느끼는지, 우리는 패권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중국을 선제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적은 편입니다.

국가에 따라서는 중국이 국경을 접한 국가들과 육로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인접국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군사적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자국의 기준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하는 요구에 우리가 꼭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미국이 추진하는 정책은 약화된 패권의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과 경쟁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두 가지 전략으로, 이는 미국 패권이 충돌하는 피할 수 없는 구조적 외교 정책의 수요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관세 인상이나 동맹 부담금 증액 요구로 다가옵니다.

동맹 부담금을 더 내라, GDP의 5%를 쓰라는 것인데, 현재 우리가 GDP의 2.6%를 쓰고 있으므로 두 배를 쓰라는 것입니다. 50조 원을 쓰고 있는데 100조 원을 쓰라는 것이므로, 남은 50조 원을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군인 월급을 올리거나 더 좋은 무기를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매년 두 배씩 지출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GDP 5% 지출 요구 뒤에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중국용 군사력을 갖추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5년간 GDP 대비 1%에서 2%로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했는데, 이는 중국을 명백한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국방비를 늘리는 것입니다. 또한, 주한미군을 북한 억제가 아닌 중국 억제 용도로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감축 논의도 있지만, 감축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때 주요 타겟을 북한이 아닌 다른 지역 안보 위협으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한국이 동의해 달라는 것입니다.

지난 8월 초 워싱턴 포스트 기사가 바로 이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는 임무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패권 강화 전략과 경쟁국 관리 전략에 한국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어 하는 미국의 입장이었다는 것입니다.

패권국과 강대국의 차이 및 트럼프 변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나중 문제이고, 미국의 입장에서 추진하는 전략에는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이 두 축은 미국 대통령이 시대적 소명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이든 바이든 대통령이든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결국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이는 단순히 물려받아서가 아니라 미국이 패권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 패권국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려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전략입니다. 패권국을 포기하고 강대국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패권국이 이익을 얻는 방식과 강대국이 이익을 얻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패권국은 세계 전체를 관리하며 막대한 비용을 쓰지만 장기적으로 매우 큰 이익을 얻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비용은 강대국처럼 쓰면서 이익은 패권국처럼 얻으려 하는데, 이는 몰라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구조적 요인과 트럼프 개인의 변수가 있습니다. 트럼프 개인과 관련해서는 정확하지 않은 여러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엔비디아 H2N을 판매하기로 했는데, 잭슨홀에서 판매하여 15%를 미국 정부에 세금으로 납부한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 비판이 있습니다. 배형제 교수는 모든 반도체를 차단하면 화웨이 등에서 반도체를 많이 만들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계속 상호 의존하면서 우리에게 의존하도록 유지시키는 것이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반도체를 팔지 말아야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15%의 이익이 정부로 간다고 해도 개인에게 여러 가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구조적 필요성과 개인적 정치 이득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이득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 금요일 알래스카에서 푸틴을 만나는데, 과연 무슨 약속을 할지 주목됩니다. 또한, 3개월간 중국과의 관세 유예가 11월 10일경 종료되는데, 이 또한 변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에 다섯 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임기 초에 전쟁을 모두 종결하고 강대국 지도자들과 타협했다는 성과를 얻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김정은 위원장과도 대화하려 할 것입니다. 이러한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중간 선거를 치르고 유산을 남기려 할 것입니다. 요즘 개헌을 통한 삼선 연임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이러한 논의는 모두 개인 변수에 해당합니다. 국정학자가 분석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구조적 변수와 개인 변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나아갈지가 중요합니다.

트럼프의 프리라이더 담론과 공공재 수요 증가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논의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자신을 계속 이용해 왔다고 주장합니다. 즉, 동맹국들이 '프리라이더(freeloader)'였다는 것입니다. 최근 '빅 푸드(big food)'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 이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내재적 모순을 트럼프는 유일 패권 국가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담론화하고 있는데, 이는 틀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으며, 실제로는 많은 국가들이 다양한 형태로 미국의 패권에 기여해 왔기 때문에, 이를 공동 질서 유지 비용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질서를 재조직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 질서를 유지하고 싶다면, 현재와 같은 강압적인 경제 제재(coercive economic statecraft)를 사용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는지에 대한 비전이 있을 때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된 것에 대한 대응책은 제시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는 명확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나오는 기사들, 예를 들어 'from the ashes'와 같은 글들은 관세로 세계를 초토화시키고 WTO를 무력화시킨 후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한 미국의 아이디어가 없음을 지적합니다.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면서 어떤 안보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기획 없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우선주의'나 'MAGA'가 자유주의 질서의 모순을 해결한 다음 단계의 계획이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트럼프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의 프리라이더 담론은 잘못되었으며, 두 번째로 기후 변화와 같이 공공재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테러, 사이버, 우주 등 옛날 1945년 미국이 구상했던 업무량보다 훨씬 늘어났습니다. 이는 미국에게 부채처럼 다가오고 있으며, 이를 분담하자는 요구에 다른 국가들이 공감은 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GDP를 늘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경제 성장률 저하, 고령화, 국방비 지출 여력 부족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방력을 늘리려면 징병제도 고려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유럽 청년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유럽이 자체 국방력을 늘리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압박과 러시아의 행동으로 인해 상황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주지 않는다는 현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질서의 실패를 막기 위해 미국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게 된 것은 일종의 특단의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잘 해결되고 미국이 다시 협력을 강조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행동을 바로잡는 '배드컵(bad cup)'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비전과 현실주의적 질서 전환 가능성

하지만 이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다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트럼프가 제시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 4개국이 '유럽 연합(Concert of Europe)'을 결성하여 프랑스를 견제했습니다. 이는 강대국 간 타협에 의한 국제 질서이며, 약소국들을 강대국이 공동 관리하는 철저히 강대국 중심의 현실주의 질서였습니다. 현재 트럼프의 행보는 동맹국들에 대한 기존의 역사성이나 공동의 이념에 대한 존중 없이,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끼리 모여 단판을 짓고 나머지 국가들은 우리가 공동 관리하면 된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깁니다. 이는 실제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많은 행동이 자유주의 질서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미국이 현실주의적 강대국 중 하나로 전락하는 질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래와 담합 중심의 자국 중심 질서는 유지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다자주의 무역 체제가 붕괴되고, 안보적으로는 동맹, 다자주의, 글로벌 규범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 비확산 규범 파괴가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1970년에 만들어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는 핵 보유국(P5)만이 핵을 갖도록 하는 불평등 조약입니다. 핵 보유국은 핵 비보유국을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직접 공격하면서 이 규범이 깨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베트남 전쟁 때도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명시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고 있어 NPT 체제의 기본 규범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축은 미국이 동맹국들의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핵은 나만 갖고 너는 못 갖는다. 대신 핵우산을 씌워주겠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못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 등은 북한의 핵 위협이나 향후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자체 핵무기 개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잠재력을 가진 20개국 정도가 핵무기를 개발하면, 현재 5개 핵 보유국과 불법 보유 4개국을 합한 9개국 체제와 비교했을 때 전쟁 발발 시 핵전쟁으로 비화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작은 규모의 전술 핵무기 하나가 터져도 지구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막대합니다. 방사능 통제가 어렵고, 설사 현대 기술로 가능하다 해도,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방독면 없이는 살 수 없는 디스토피아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더라도, 안보 분야에서 핵무기 확산을 초래하는 논의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중 경쟁의 본질: 권역 경쟁과 질서 경쟁

이것은 미중 관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중 관계는 매우 복잡하지만, 제가 쓴 책의 개념 중 하나인 '권역(권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미중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경쟁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며, 상호 생존권을 인정하면서 규칙 기반의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미중 경쟁 자체는 규칙과 규범에 기반한다면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마치 국내 정치에서 두 정당이 서로 죽이지 않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듯이, 미중이 전쟁 없이 경쟁하며 더 나은 거버넌스를 위해 노력한다면 세계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울타리, 즉 하나의 규칙과 조직 원리 안에 있어야 합니다. 현재 미중 경쟁에 어떤 수식어를 붙일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패권 경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전략 경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많은 강의에서 패권 경쟁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권역 경쟁'입니다.

중국은 베스트팔렌 체제 안에서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는 '권역' 전체를 대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좋고 나쁨을 떠나, 중국은 이 자유주의 권역에서 벗어날 능력과 동기가 충분합니다. 따라서 미중 경쟁은 미국과 서구가 만든 국제 질서 안에서 누가 1등이 되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완전히 변화된 세계 환경 속에서 어떤 질서를 만들 것인가 하는 싸움입니다. 즉, '질서 경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다질서 세계'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역'입니다. '권역'은 역사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중국은 근대 이전부터의 중국 중심 질서에 대한 노하우, 이념,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구현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말하는 '중화몽'이나 중국의 미래 질서에 대한 비전은 자유주의 질서의 후계자가 되어 더 잘해보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주의 질서의 문제점, 즉 인권, 개인주의, 전쟁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질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상적 기반은 중국의 방대한 정신문명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중국이 이 '권역 경쟁'에서 이긴다면, 이는 포스트 아메리칸 리버럴 오더가 아닌, 포스트 웨스트팔렌 질서가 될 것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생각하는 '권역'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작은 규모에 20킬로톤의 전술 핵무기 하나가 터져도 장기적으로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클 것이라고 합니다. 방사능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영화에서나 보던 디스토피아, 즉 방독면 없이는 거리를 다닐 수 없는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안보 부문에서 핵무기 확산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미중 관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중 관계는 매우 복잡하지만, 제가 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권역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미중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습니다. 경쟁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즉, 상대방도 생존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며 함께 경쟁하자는 것입니다. 규칙 기반의 경쟁을 한다면, 전쟁 없이 서로 규칙을 지키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규범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마치 국내 정치에서 두 정당이 서로를 죽이지 않고 더 좋은 정책으로 표를 얻으려 하듯이, 미중이 전쟁만 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더 나은 거버넌스를 위해 노력한다면 세계도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울타리, 즉 하나의 규칙과 조직 원리 안에 있어야 합니다.

현재 미중 경쟁에 어떤 형용사를 붙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패권 경쟁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전략 경쟁이라고 합니다. 보통 패권 경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저는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권역 경쟁입니다. 중국은 베스트팔렌 체제 안에서 미국을 대체하는 패권이 되려고 하기보다, 미국이 가진 자유주의 국제질서라는 권역 전체를 대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은 이 자유주의 권역에서 벗어날 능력과 동기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중 경쟁은 미국과 서구가 만든 국제질서 안에서 누가 1등이 되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완전히 변화된 세계 환경 속에서 어떤 질서를 만들 것인가 하는 싸움입니다. 이를 '질서 경쟁' 또는 '다질서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로카트라는 학자의 개념인데, 저는 매우 훌륭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로카트의 질서 개념보다 권역이 더 중요한 이유는, 권역은 역사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근대 이전부터 중국 중심 질서에 대한 노하우, 이념, 전략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다시 구현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말하는 중화몽이나 중국의 미래 질서 비전은 미국보다 더 나은 자유주의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주의 질서가 가진 인권, 개인주의, 베스트팔렌 체제의 전쟁 등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는 더 나은 질서를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사상적 기반은 중국의 방대한 정신문명에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만약 중국이 이 권역 경쟁에서 이긴다면, 이는 포스트메리칸 리버럴 오더가 아니라 포스트 웨스트팔렌 오더가 될 것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생각하는 권역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미국은 이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미국 학자들과 대화해 보면 한국만이 자유주의 진영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중국이 생각하는 중국 진영이 무엇인지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만큼 이 두 진영을 모두 이해하고 가장 모범적인 역할을 수행한 나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동맹국 중 가장 모범적인 국가였죠. 민주주의 확산론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한 것 같습니다. 중동 지역에서의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한국의 역할과 미중 경쟁 구도

일본 역시 사실상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지만, 일본의 전통적인 문화적 배경을 고려할 때 온전한 민주주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조공 체제에서 가장 모범적인 조공국은 베트남과 한국이었습니다. 베트남도 위대한 나라이지만, 한국이야말로 '소중화' 사상을 이야기할 만큼 두 진영의 기본 원리를 온몸으로 겪으며 발전해 온 나라입니다. 따라서 미중 경쟁을 단순한 이익과 권력의 경쟁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백악관에서 일했던 미라 랩 하퍼와 같은 인사들은 '제로베이스 외교'를 주장하며, 트럼프 이후에도 기존의 민주당 외교로 돌아가기 어렵고 국제 질서의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학문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이 해왔던 패권적 역할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입니다.

트럼프가 사라져도 민주당 외교로 복귀하기는 어렵고, 국제 질서의 근본부터 재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학문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이 해왔던 패권적 역할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입니다. 동맹국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기본적인 역할도 재고해야 합니다. 가치만을 추구할 수는 없으며, 기술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30년대가 오더라도, 트럼프 이후의 민주당 정권이라도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역 체제와 안보 전략의 재편

두 번째로 무역 체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이클 오얼린(Michael O'Hanlon)과 같은 학자들은 WTO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며, 자유 무역에 가까운 실용주의적이고 점진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플루럴리즘(pluralism)'이라고 부르며, 글로벌 차원에서 어렵다면 일단 유사한 국가들끼리 무역, 공급망, 산업 정책 조율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러한 제안들은 '제로베이스'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코언(Cohen)과 나이(Nye)의 제안도 의미는 있지만, 20세기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젊은 학자들인 스테이스 갓다르(Stacee Goddard) 등은 실용주의, 다원주의, 기술 관료주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타협과 비간섭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가 사라져도 과거의 민주당 노선으로 돌아가기 어렵고, '제로베이스'에서 창의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자체적인 구상을 가져야 합니다. 안보 전략 역시 중요한 논의 주제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안보 전략은 이미 등장했으며, 이미 7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미국의 안보 전략 변화와 동맹국의 역할

미국 정부는 매년 안보 전략 관련 문서를 발표합니다. 국가 안보 전략서, 해외 주둔 미군 배치에 관한 글로벌 주둔군 검토 보고서, 국방 전략서 등이 올해부터 발표될 예정입니다. 핵심 내용은 이미 많이 논의되었으며, 중국의 위협이 중요하고 미국 본토 방어가 최우선입니다. 이를 위해 동맹국의 협력이 중요하며, 사이버 및 우주 안보를 포함한 다영역에서의 종합적인 국방력 향상이 필요합니다. AI와 같은 신기술의 중요성과 약화된 군사 제조업 공급망 회복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동아시아 안보에 선택적으로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 유럽 및 중동 개입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해외 주둔군 재배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럽 주둔군을 절반으로 줄이고, 아시아 지역의 군대는 전방에 배치하되 미국은 후방 지원을 담당하며 첨단 기술로 중국을 억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직접 충돌은 피하면서 억제력을 확실히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영역 우주 작전 등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어 전략은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및 우주 정찰 탐지 능력을 포함하는 고효율 본토 방어를 목표로 합니다. 이는 현행 배치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너무 공격적이고 전방 집중적인 배치를 지양하고 장기적인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동맹국의 무임승차 문제도 제기되며, 한일 필리핀 등 남중국해, 대만, 한반도는 하나의 전역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일본은 동중국해 문제와 더불어 대만 전쟁 시 주일 미군 기지의 역할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은 이를 하나의 전쟁 공간으로 보고 대비해야 합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말려들지 않으려는 입장이지만,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발생하고 주한미군이 개입될 경우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으며, 수송로 차단 및 주한미군에 대한 간접적인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은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 기여할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 관련 권고 사항에는 주한미군 감축과 대북 억제 전담, 미국의 핵 억제 제공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유출되었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명시적으로 논의되지 않더라도 미군 감축 필요성 때문에 제기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미래 세계 질서의 경로와 한국의 대외 전략

미국발 국제 질서 변화의 논리와 영역을 총론적으로 살펴보면, 경제와 안보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미래 세계 질서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80억 인구가 하나의 정치 질서 안에서 살 수 있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기술 발전 수준을 고려할 때,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꿈이며, 생각보다 빨리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는 여러 권역으로 분열되어 권역 간 규범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 충돌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하나의 권역으로 유지하며 규범과 규칙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권역은 미국 주도일 수도 있고 중국 주도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유주의 권역이 유지되더라도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다원적 질서로 이어지거나, 큰 위기를 겪은 후 새로운 질서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혹은 기존 질서를 고통스럽게 업그레이드하며 공통의 위협을 인식하고 타협하여 새로운 지구 질서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성장 전망

몇 가지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를 연결하는 논리적 토대가 존재합니다. 어떤 경로가 현실화될지는 불확실합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예측을 하나로 단정하라고 말씀하시지만, 쉽지 않습니다. 두세 슬라이드만 더 하겠습니다. 우리의 대외 전략 로드맵은 국제 질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미, 대일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또한, 단기, 중기,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파악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강대국이 되어 이익을 얻을 확률은 낮다고 봅니다. 강대국 간의 충돌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힘을 축적하는 것이 향후 10년간의 과제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더 큰 위상과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 질서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핵심 목표는 이 지역에서 한국의 이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이는 미중 군사 충돌, 특히 핵전쟁으로의 비화, 한반도 전쟁, 동북아 군사 균형 붕괴, 갈등의 군사화 등을 막는 것입니다. 동시에 경제 및 기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잘 견뎌낸다면, 한국은 축적된 기술력, 군사력, 경제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정치적 성숙도를 바탕으로 2030년대에 상당한 선진국 수준의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군사력 강화와 신기술 개발이 시급합니다. 특히 기술 시대이므로, 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이 예상됩니다. 수입 증대와 지출 감소가 필요하며, 이는 사회 보장 제도 개혁 및 조세 강화 등을 포함합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과제이지만, AI와 같은 기술 발전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미국의 경제력을 회복시키고 국가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의 생산력 수준과 이를 뒷받침하는 세계 경제 체제가 관건입니다.

CNN의 파리드 자카리아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이 세계 무역 질서로부터 피해를 보고 제조업이 몰락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미국 제조업 종사자는 3억 5천만 명 중 약 1,200만 명에 불과하며, 제조업 몰락이 미국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서비스 및 신기술 분야가 중요하며, 트럼프가 생각하는 미국의 발전상은 제조업이 강했던 6, 70년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무역 체제는 미국에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었으며, 경제 성장률도 양호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담론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한국의 자체 발전과 관계 재정립

자카리아는 트럼프가 만들어내는 위기 의식과 'MAGA' 프로젝트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정보의 왜곡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자체적인 발전을 위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과 함께, 한미 관계 및 한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한미 동맹 현대화와 대북 전략

한미 관계 역시 안보뿐만 아니라 총체적인 측면에서 동맹을 재조정해야 합니다. 미국은 '동맹 현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는 대중 견제를 위한 한미 동맹의 임무 확대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한미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북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됩니다.

남북 관계의 변화와 두 국가론

북한은 현재 상황보다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전략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얻는 경제적, 군사적 이익이 크고,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남북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두 나라는 불안정한 주권 국가입니다. 만약 한국이 통일을 포기하고 두 개의 주권 국가로 남기로 한다면, 국경 분쟁이나 무역 이슈와 같은 남북 간의 충돌 요인은 거의 사라질 것입니다. 통일을 포기하면 군사적으로도 군비...

증강할 이유가 없으므로, 완전히 따로 간다면 남북이 싸울 이유가 별로 없다는 점이 매우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대신 통일을 포기해야 하는 비용이 따르는데, 우리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통일보다 평화·안정이 더 높게 나오므로, 우리 국민도 두 국가론을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우리는 평화적 두 국가론을 말하는 것입니다. 정말 통일을 포기했다는 확신만 있다면 두 나라는 별다른 갈등 없이 국제관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로 갈 것인지 아닌지는 정치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가져다줄 수 있는 편익이 엄청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분단 비용도 여전히 높고, 이를 단기적인 이유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북한의 전략 환경은 현재 나름대로 매우 좋은 상황이므로, 특히 비핵화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제 관계 환경의 변화입니다.

북한의 전략 환경 변화와 대북 정책 방향

핵무기를 만들었던 1991년 또는 1992년에 북한이 느꼈던 위기감, 즉 냉전 체제가 끝나고 미국 중심의 세상이 되었을 때 북한이 느꼈을 위기감과 미국이 약화되어 다시 두 진영 체제가 될 때 북한이 느낄 희망 사이의 격차는 매우 큽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를 북핵의 군사적 위협을 잘 관리하고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우리와 협상할 유인이 매우 적어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서 궁극적으로 자유주의 질서가 회복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즉 다권역 체제(MPT)가 유지되고 북한이 불법적인 비핵 국가로서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표를 여전히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만약 어차피 질서가 바뀌었고, 핵무기 질서도 사실상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군사적으로는 한국의 핵무장을 논할 수도 있고, 북한과의 관계 설정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남북 관계가 어떤 지형으로 갈지를 잘 관찰하면서, 가능하면 통일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시점에 맞지 않는 너무 성급한 대북 정책은 많은 레버리지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을 양보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꼭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도 약간의 정치적 부분이 있습니다.

국제 정세 변수와 남북 관계의 재설정

그런 면에서 지금의 남북 관계는 양자 관계라기보다는 국제 정세 변수가 훨씬 커졌습니다. 북한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글로벌 행위자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남북 관계에서 북한의 역할보다는 이제 러시아의 거의 유일한 동맹이자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는 중국이 공식적으로도 유일한 동맹이기 때문에,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남북 관계도 새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고요. 나머지 강의도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게 마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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