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세계] 한미 확장억제의 목표와 도전 과제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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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의 중요성과 북한 핵 사용 시나리오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을 사용했을 때, 미국이 본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응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확장억제가 제도화되면 한미가 함께 기획하고 움직이는 것이므로, 미국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원곤의 북한과 세계를 시청해 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한미가 갖고 있는 확장억제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앞서 제가 말씀드린 것은 결국 김정은이 한미의 막강한 대응 능력을 통해 스스로 자멸할 생각이 없다면 전쟁 자체를 일으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미가 최대한 이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어떻게 보면 심리 싸움이기도 합니다.
억제에는 매우 심리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상대방은 쉽게 공격할 수 없다는 단순한 심리가 전쟁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억지 이론이 발전했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북한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입니다. 저는 한국과 미국이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북한이 핵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이 저위력 핵은 사용하되, 그 이상으로 확전을 막는 것입니다. 이는 많이 논의되는 내용인데요. 저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이든 절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한미의 핵심적인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북한이 저위력 전술핵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전면전은 불가피합니다. 북한의 핵이 저위력이든 고위력이든 사용했을 때 우리에게 매우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남북한은 한반도가 매우 좁습니다. 군사적 용어로 전장 환경이 매우 좁은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쓴다는 것은 전체가 다 전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가 가져야 할 핵심적인 최우선 순위는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한미는 계속해서 북한이 어떤 핵무기를 사용하든 확실하게 응징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 4월 워싱턴 선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명백하게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은 정권의 종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며, 2022년 미국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도 북한이 핵을 사용했을 경우 정권의 종말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미는 연말에 한미 안보 협의회(SCM)를 개최합니다.
작년 55차, 재작년 54차 회의에서 국방장관 공동성명에 똑같은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쓰면 정권의 종말이라는 것입니다. 정권의 종말은 북한에게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북한의 핵 사용 시 미국이 핵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정권의 종말이라는 것이 북한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아시다시피 1인 지배 체제입니다. 결국 김정은의 안보가 국가 안보보다 훨씬 우선합니다. 안타깝게도 북한이 핵을 쏴서 미국이 핵으로 대응하고 북한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김정은만 멀쩡하면 북한 체제는 전쟁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핵 사용 억제를 위한 제언
그렇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노리고 정권 종말을 목표로 하는 것이 억제 효과가 큽니다. 이는 북한 스스로도 인정했습니다. 연말 연초, 그리고 그전에도 여러 차례 정권 종말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김정은 스스로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은 작년 연말 올초 회의에서 “정권 종말까지 공개적으로 운운한다”며 “정권 종말이라는 막말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역으로 억지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작동한다고 생각하지만,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한미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북한이 저위력이든 고위력이든 한 발만 쏘면 확전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막기 위해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북한이 먼저 사용하지 않는 한, 미국이 핵을 선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미국은 핵을 보유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핵 선제 사용을 부인한 적이 없습니다. 이는 영어로 ‘No First Use’ 원칙인데, 항상 모호성을 갖고 있습니다. 핵을 선제적으로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을 쓰지 않으면 미국도 핵을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확전을 통제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런 의미가 됩니다. “북한이 핵을 쓰면 미국도 핵을 쓰겠다.” 따라서 “북한 너의 핵을 쓰면 미국의 막강한 핵으로 응징 보복이 되니 핵을 쓰지 마라”는 매우 강력한 억제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핵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는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국내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저는 이에 대해 조심스럽습니다. 만약 미국의 핵, 즉 한반도에 갖고 오는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한다는 것은, 북한이 저위력 전술핵으로 한국을 공격했을 때 미국이 저위력 전술핵으로 응징한다는 일종의 비례적 제한적 대응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거듭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만약 이것이 아까 말씀드린 두 번째 선택지입니다. 확전을 방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을 쏘는 것 자체를 막는 데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이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것 없이 “북한이 핵을 쓰면 정권의 종말”이고 “핵으로 응징한다”고 하면, 북한은 미국의 막강한 핵이 정권의 종말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게 핵을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핵 사용을 적절히 억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확장억제 제도화 현황
그렇다면 한미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한미는 이른바 확장억제를 제도화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작년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만들었고, 올 한 해에도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민감한 내용이 많고 외부 공개가 잘 안 되어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NCG 출범 이전과 이후에 분명한 차이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정보 공유, 협의,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NCG 이전보다 이후에 훨씬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정보 공유 측면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국에 들어올 때 이전에는 한국이 사전 협의를 하거나 요청해도 미국과 거의 협의가 잘 안 됐습니다. 그런데 NCG 이후에는 한국과 사전에 협의하고, 한국이 요구했을 때 미국이 동의해서 오는 상황들이 있다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공동 기획이라는 것은 작전 계획까지는 아니지만, 작전 계획의 전 단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핵 문제는 미국이 전적으로 독점적 권리를 가졌기 때문에 아무리 가까운 우방국이라도 계획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구체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상당한 수준의 공동 기획까지 갔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공동 기획이 있으면 공동 실행입니다. 한미가 연합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공개된 내용인데, 올해 6월까지 한미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하반기 한미 연합 훈련을 통해 이를 실질 이행한다고 확인되었습니다.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맞춤형 억제 전략(TDS)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에 대해 한미가 함께 만들어 놓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미국의 고도화된 핵 능력을 포함하여 어떤 자원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에 다시 개정되었는데, 이는 10년 만의 개정입니다. 2023년 10월에 발표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10년간 북한의 고도화된 핵에 대해 한미가 함께 대응하는 맞춤형 핵 전략인 TDS가 개정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핵·재래식 통합 작전’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한국의 삼축 체제에 더해 미국의 핵 전력을 합쳐 북한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논의가 한미 간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당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확장억제에 대한 시험, 즉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을 사용했을 때 미국이 본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응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은, 확장억제가 제도화되면 한미가 함께 훈련하고 기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므로 미국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이 공격할 수준까지 온다면 미국은 오히려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여기까지가 한미가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확장억제입니다.
트럼프 재선 시 확장억제에 대한 도전 과제
이제 마지막으로 드려야 할 말씀은 트럼프의 귀환입니다. 11월 대선 결과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여 백악관으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 것이냐, 확장억제에 국한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전 요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확장억제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미가 북한 핵 위협 시나리오를 갖고 구체적으로 대항하는 연합 훈련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막강한 핵 전력 자산이 한반도에 투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두 가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지난 4년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비용 문제를 계속 제기합니다. 연합 훈련이 매우 비싸고, 전략자산 전개도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비용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따지면 이 비용은 한국이 낼 수는 없습니다. 한미는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을 맺어 미군 주둔 비용의 일부를 보존해주지만, 그 안에는 연합 훈련 비용이나 전략자산 전개 비용 항목이 없습니다. 즉, 우리가 지불할 근거가 없습니다. 트럼프는 근거가 없으면 더 좋아합니다. 우방국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확장억제에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많은 도전 요소들이 있는데, 한국 정부가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더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드리는 말씀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핵을 사용하는 순간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수밖에 없기에,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이라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 한미 확장억제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김정은 정권의 종말” 위협에 더불어, 북한이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 선제적으로 핵 공격을 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계기로 미국의 확장억제가 더욱 발전된 수준의 제도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직면하게 될 리스크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박지수,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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