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버러 숄 상공전: 중국의 공역 통제, 어디까지 넓어지나
총괄 요약
스카버러 숄 상공에서 벌어진 중국 J-16과 필리핀 C-208의 근접 조우는 2012년 해상 실효 지배, 2024년 영해기선 선포에 이어 중국이 통제 영역을 수면에서 상공으로 넓히는 단계적 강압 확대의 최신 국면이다. 9월 JL-10 무장 훈련기 축출, 바탄스 해역 조사선 대치와 함께 놓고 보면 중국은 해경이 물리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는 공역이라는 우회로를 군용 자산으로 틀어막는 동시에, 남쪽 거점을 넘어 대만해협에 가까운 북쪽 해역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해경 중심에서 군 자산 전면 노출로 대응 수위가 격상되면서 확전 문턱은 해상 완충지대보다 훨씬 좁은 공중 조우로 이동하고 있다. 헤이그 판정의 법적 우위에도 집행력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세안 행동강령 협상의 정체와 맞물려 회색지대 긴장은 당분간 구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역내 해상·항공 운항과 공급망에 노출된 기업은 돌발 조우의 상시화 가능성을 전제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I. 이슈 상황분석
남중국해 상공, 또 다른 전선이 열리다
10월 3일 바호데마신록(스카버러 숄) 인근 상공에서 필리핀군 C-208 항공기가 중국 J-16 전투기와 근접 조우했다. 필리핀군은 이를 "근접 조우"로 표현하며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기동이었다고 밝혔다[4]. 중국 남부전구는 같은 사안을 정반대로 규정했다. 필리핀 항공기가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 황옌다오 영공에 불법 진입"했고, 자국 군이 "법과 규정에 따라" 경고 후 축출했다는 것이다[7]. 하나의 공역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두고 양측 발표가 정면으로 엇갈리는 양상 자체가, 이 사건이 단순 돌발 조우가 아니라 누적된 구조적 갈등의 연장선임을 보여준다.
2012년에서 상공으로, 단계적으로 좁혀온 통제선
바호데마신록은 루손섬 서쪽 240km, 필리핀 EEZ 내에 위치한 산호초 지형이다[4]. 중국 본토에서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2012년 양국 함정 대치 이후 중국이 현장 실효 지배를 이어온 곳이다[4].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구단선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베이징은 이 판정을 인정하지 않았다[1]. 올해 9월에는 PL-5 미사일을 장착한 JL-10 훈련기가 투입돼 스카버러 암초 상공의 필리핀 경항공기 세 대를 축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수면 위 실효 지배, 영해기선 선포에 이어 상공 통제까지 단계적으로 영역을 넓혀온 흐름 속에 이번 J-16 조우가 놓여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러한 움직임을 "주권과 지역 안정 수호를 위한 상시 경비 순찰"로 표현한다[14]. 같은 주 해경과 해군이 황옌다오 주변에서 동시에 순찰을 수행했다는 보도도 이 프레임을 뒷받침한다[14]. 베이징 입장에서 이번 J-16 대치는 돌발 사건이 아니라 정례화된 "법 집행" 활동의 연장선이라는 메시지다.
지금, 바탄스까지 번진 전선
긴장은 스카버러 숄에 국한되지 않는다. 필리핀 최북단 바탄스 인근 해역에서는 중국 조사선 지아하커7호가 나흘간 체류하며 필리핀 해경과 대치했다. 필리핀 해경은 최대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이를 몰아냈고, 마닐라 정부는 중국이 주장한 해당 수역 "주권적 권리" 관할권 자체를 공식 거부했다[9]. 스카버러 숄 중심의 남쪽 전선에 더해, 대만해협에 가까운 북쪽 해역까지 중국 측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유엔총회 기간 미국 외교가에서도 이 흐름은 감지됐다. 브루킹스연구소 토론에서는 "시진핑 방미 직후 며칠 사이 남부전구가 스카버러 숄 주변 군사훈련을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는 "워싱턴이 이런 개념에 동의하는 한 베이징은 열린 문을 밀고 있다고 느낀다"는 평가로 이어졌다[5]. 미 외교협회(CFR) 행사에서도 필리핀 측 인사는 중중 교역 관계를 "견고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안보 측면에서는 해상 조우가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2]. 같은 자리에서 아세안의 남중국해 행동강령 제정 작업이 "자제의 정의" 같은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2].
세 개의 시선, 세 개의 계산
중국 남부전구는 이번 사건을 법 집행 프레임으로 일관되게 유지한다. 영공 침범을 주장하고, 경고와 축출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7]. 해경과 해군을 동시 노출시키는 순찰 패턴은, 상대의 저비용 정찰 자산에는 저비용 억지 수단으로 맞선다는 비대칭 대응 논리와 맞물려 있다.
필리핀군과 해경은 "위험 행동의 패턴"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쓴다[4]. 개별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행위 패턴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국제 여론과 아세안 내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필리핀은 역내 다자 틀에서 발언권을 극대화하려 하지만, 정작 남중국해 사안에서는 회원국 간 입장 차로 집단 대응을 끌어내지 못하는 역설에 놓여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 구도에서 제3의 이해관계자로 등장한다. 발라박 섬의 미군 지원 필리핀 기지가 사바 주와 가깝다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쿠알라룸푸르는 역내 충돌의 "스필오버" 가능성을 우려한다. 말레이시아 국방장관 칼레드 노르딘은 사바 지역을 특정하며 예방 차원의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10]. 아세안 내부에서도 당사국과 비당사국 간 위협 인식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는 뜻이다.
정작 접점이 없는 이유
양측 주장의 근본적 간극은 공역의 법적 성격 자체에 있다. 중국은 황옌다오 영공을 자국 영토의 연장으로 규정하고, 사전 승인 없는 모든 진입을 불법으로 간주한다[7]. 필리핀은 해당 수역이 자국 EEZ 내에 있다는 전제 위에서 자국 항공기의 활동을 통상적 정찰로 규정한다[4]. 2016년 헤이그 판정이 스프래틀리 군도 지형물의 EEZ·대륙붕 보유 자격을 부인했음에도, 판정에 집행력이 없다는 사실이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 행동강령 협상이 "자제"의 정의 같은 기초적 쟁점에서부터 막혀 있다는 점도[2] 구조적 공백을 보여준다. 규범의 공백 속에서 현장 물리력의 우위가 사실상의 규칙을 대신하는 상황이, 이번 항공기 대치를 포함한 일련의 회색지대 사건들이 반복되는 배경이다.
II. 이슈 심층분석
공역 다툼 뒤에 숨은 셈법: 왜 지금 하늘인가
바호데마신록 상공에서 J-16과 C-208이 마주친 장면 하나만 보면 우발적 근접 비행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우를 9월 JL-10 무장 훈련기 축출 사건, 바탄스 해역 조사선 대치와 나란히 놓으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7][9]. 세 사건의 공통점은 중국이 물리적 통제 범위를 수면에서 상공으로, 남쪽 거점에서 북쪽 해역으로 동시에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왜 하필 해상이 아니라 공역이, 그것도 지금 이 시점에 핵심 전선으로 떠올랐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경이 막을 수 없는 공간, 그래서 선택된 공역
스카버러 숄 일대 해상 통제는 이미 2012년부터 중국 해경이 상시 배치로 완성한 상태다[3]. 필리핀 어민과 함정의 접근은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차단돼 있다. 문제는 이 통제가 '수면'에만 국한된다는 데 있다. 필리핀 공군과 해경 항공기는 해경 선박의 저지선을 우회해 상공으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9월 JL-10 투입과 10월 J-16 조우는 이 우회로를 막기 위한 대응으로 읽힌다.
EAI 이전 보고서는 이 전환을 "2012년 현장 실효 지배, 2024년 영해기선 선포에 이어 상공 통제까지 이어지는 단계적 강압 확대의 최신 국면"으로 규정한 바 있다[3]. 주목할 부분은 수단의 선택이다. 전투기 대신 저속 터보프롭 상대에 맞춘 JL-10 훈련기를 투입한 것은 "저비용 지속가능한 그레이존 전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3]. 이번 J-16 조우는 그 뒤를 이어 전투기 자산까지 공역 통제에 동원됐다는 점에서, 수단의 다변화가 아니라 수단의 격상으로 봐야 한다.
세컨드토머스에서 확인된 패턴, 그대로 하늘로
이 격상의 논리는 지난달 세컨드토머스 암초 사건에서 이미 한 차례 드러났다. 9월 24일 재보급 임무 저지 과정에서 중국은 해경 단독 대응에서 "인민해방군 해군의 동시 개입"으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8]. EAI 분석은 당시 이를 "해경·해상민병 중심 운용에서 해군 자산 전면 노출 단계로 이동"한 사례로 짚었다[8]. 공역에서 J-16이 등장한 것은 이 노출 단계 이동이 해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해경이 다루기 어려운 영역, 즉 항공기 대 항공기 조우에서는 처음부터 군용 자산이 전면에 나선다.
이 패턴이 중요한 이유는 확전 문턱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해경 선박 간 물대포 다툼과 전투기 근접 비행은 우발적 충돌의 물리적 결과가 다르다. 대만 해협 인근에서 중국 어선에 물대포를 쏜 사건처럼[16] 해상에서는 완충의 여지가 있다. 공중에서는 그 여지가 훨씬 좁다. 필리핀군이 "항공 안전 위협"을 강조하며 사건을 공식화한 배경도 여기 있다.
헤이그 판정이 만든 비대칭, 그리고 그 비대칭이 못 바꾸는 것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 판정은 중국의 구단선 주장과 스프래틀리 지형물의 EEZ 권원을 모두 부정했다[1][3]. 법적 구조만 보면 필리핀의 우위는 명확하다. 그러나 판정에는 집행력이 없다. 중국은 판정을 "무효이며 구속력이 없다"고 선언한 뒤[6], 현장 물리력 구축으로 대응해 왔다. 법적 정당성과 현장 실효 지배가 괴리된 이 구조는 10년 넘게 그대로다.
이 비대칭은 스카버러 숄 '자연보호구역' 지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영유권 주장을 직접 내세우는 대신 환경 관리 명목으로 접근을 통제하는 방식은, 국제법 위반 시비를 우회하면서도 실질적 배제 효과를 거두는 수법이다. 법적 다툼의 장을 주권 문제에서 행정 관리 문제로 옮겨버리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공역 통제 역시 유사한 논리를 따른다. 베이징은 이번 조우를 영유권 분쟁이 아니라 "법과 규정에 따른" 국내 법 집행으로 규정했다[7]. 분쟁을 분쟁으로 호명하지 않는 것 자체가 전략의 일부다.
왜 아세안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가
아세안 차원의 통일된 대응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결속력 부족이 아니라 각국의 이해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사바 주 인근 발라박 섬에 미국이 지원하는 필리핀 기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역내 충돌이 자국 영토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10].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예기치 못한 사건"의 전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국방력 강화 방침을 밝힌 것도 이 맥락이다[10]. 즉 말레이시아의 관심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시시비비가 아니라 자국 안보로의 파급 차단에 있다.
동시에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자국이 당사자인 남중국해 사안 외에도 미얀마 라카인주 공습 같은 역내 현안에 의장국 자격으로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다[11][12][13]. 분쟁 당사국이자 의장국이라는 이중 지위는 필리핀의 운신 폭을 넓히기보다 오히려 제약한다. 남중국해 문제를 아세안 의제로 밀어붙이면 중립적 의장국 역할과 충돌한다는 인식이 역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행동강령 협상이 "자제의 정의" 같은 기초적 쟁점에서 교착된 배경에도 이런 각국의 서로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2].
미국의 '열린 문' 발언이 가리키는 것
브루킹스연구소 토론에서 나온 "베이징은 열린 문을 밀고 있다고 느낀다"는 평가는[5] 이번 공역 대치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준다. 시진핑 방미 직후 남부전구가 스카버러 숄 군사훈련을 발표한 시점 자체가, 미중 정상 차원의 외교 일정과 현장 군사 행동이 서로 다른 트랙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워싱턴이 공역·해상 조우에 성명 수준으로만 대응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베이징 입장에서는 이런 대응이 행동의 제약이 아니라 여지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CFR 행사에서 필리핀 측 인사가 중국과의 교역 관계를 "견고하다"고 평가한 대목도 같은 구조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2]. 안보 전선에서는 공역 대치가 이어지는 동시에 경제 관계는 별도로 유지되는 이중 트랙이, 남중국해 분쟁을 전면전으로 비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장기화시키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다음 국면을 가를 변수들
이번 사안이 저강도 공역 대치로 수렴할지, 아니면 수위가 더 올라갈지는 몇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첫 번째는 중국이 JL-10 훈련기에서 J-16 전투기로 투입 자산을 바꾼 것이 일회성 대응인지, 공역 통제의 새로운 기준선인지 여부다. 두 번째는 바탄스 해역처럼 스카버러 숄 바깥으로 번진 전선이 북쪽에서도 공중 대치로 이어질지 여부다. 조사선 대치가 해경 간 대치에 그쳤던 전례와 달리[9], 만약 이 해역에서도 항공 자산이 동원된다면 공역 통제 전략이 황옌다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세 번째는 세컨드토머스 암초 사례에서 나타난 "구두 양해가 현장 물리력의 우위에 따라 재해석된다"는 패턴이[8] 공역에도 적용될지 여부다. 항공 안전과 관련한 암묵적 관행이나 신호 교환 절차가 존재한다면, 그 절차 역시 해상에서의 양해와 마찬가지로 문서화되지 않은 채 현장 우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공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리스크는 해상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가 된다.
참고출처
[1] [Channel News Asia] China, Philippines trade accusations over South China Sea aircraft encounter
[2]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World Leaders at CFR: Highlights From UNGA 2026
[3] [EAI 동아시아연구원] 스카버러 암초 상공 중국군 무장 훈련기 사건: 남중국해 그레이존 경쟁의 공역 확장
[4] [Rappler] PH military says ‘close encounter’ with China fighter plane near Bajo de Masinloc
[5] [Brookings Institution] What’s next for US-China relations after Xi Jinping’s state visit?
[6] [EAI 동아시아연구원] 남중국해 중국-필리핀 해양분쟁 격화: 지정학 리스크 분석
[8] [EAI 동아시아연구원] 세컨드토머스 암초 재보급 저지와 회색지대의 군사화: 분석과 함의
[11] [Daily Sabah] Philippines urges ASEAN talks after 50 killed in Myanmar airstrike
[12] [Bangkok Post] Philippines voices concern over Myanmar airstrike deaths
[13] [Al-Monitor] Philippines voices concern over Myanmar airstrike deaths, injuries
[15] [Channel News Asia] Philippines voices concern over Myanmar airstrike deaths, injuries
[17] [DW (Deutsche Welle)] What China's Laos foothold means for the region
[18] [Bangkok Post] China widens military footprint with Laos air base
[21] [Al Jazeera] Taiwan Coast Guard confronts Chinese fishing boats in Dongsha waters
[25] [Rappler] SC junks petitions vs conviction voting threshold | The wRap
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