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앙아시아 첫 정상회의 평가: 협력 실질화의 국가별 비대칭과 대응 과제
총괄 요약
9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다자 본회의보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과의 개별 양자 채널에서 실질 성과가 도출된 이원 구조로 귀결됐다. 우즈베키스탄은 기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AI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고, 카자흐스탄은 관계를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며 190억 달러 규모 상업 계약과 12건의 문서에 서명했다. 반면 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과는 선언적 수준의 합의에 그쳐, 5개국을 하나의 협력 패키지로 다루는 접근은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이 방한 직전 브릭스 계기 인도·미국·UAE와 잇달아 회담한 사실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을 다변화 외교의 한 축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향후 협력 설계에서 상수로 고려해야 할 구조적 조건이다. 정부와 기업은 다자 성명 이행과 국별 양자 채널을 분리 관리하고,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두 축에 자원을 집중하는 차등 전략과 분기별 집행 점검 체계를 조속히 갖출 필요가 있다.
I. 이슈 상황분석
한-중앙아시아 첫 정상회의: 이슈 상황분석
1. 배경 및 경과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간 협력 틀은 2000년대 중반 장관급 대화 채널로 출범했다. 우즈베키스탄 매체 가제타uz는 이 형식이 가동된 지 거의 20년이 됐다고 짚었다[12]. 그간 정치적 대화의 장으로 기능해왔고 여러 공동 이니셔티브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 현지 평가다[12]. 이번 정상급 격상은 이 틀이 "부문별 조율 단계에서 전략적 의사결정 단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것이 우즈베키스탄 현지 시각이다[12][3].
9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5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했다[4].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상회의를 앞두고 연합뉴스 기고를 통해 전략자원, 공급망, AI 등 미래지향적 분야에서의 협력 심화를 강조했다[9]. 이재명 대통령은 중앙아시아를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으로 평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6].
주목할 대목은 실질 협상의 무대가 다자 본회의가 아니라 개별 양자 채널이었다는 점이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정상은 정상회의 하루 이틀 전인 9월 14~15일 각각 별도로 방한해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8][10][13]. 카자흐스탄의 경우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인도, 미국, UAE와 잇달아 회담한 바 있다[3]. 이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을 배타적 파트너가 아니라 다변화 외교의 한 축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3].
2. 현재 상황
우즈베키스탄과의 관계는 이미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설정돼 있고, 이번 계기로 협력 범위가 교통·인프라 중심에서 첨단산업과 AI까지 확장됐다[8]. 이재명 대통령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중앙아시아 중 유일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자 "핵심 파트너"로 지칭했다[8].
카자흐스탄과는 9월 15일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가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10]. 양국 외교장관은 공식 각서를 교환했고, 정부 간·기관 간 문서 12건에 서명했다[16]. 토카예프 대통령은 서울 방문 계기에 190억 달러 규모의 상업 계약에 서명했다고 아스타나 타임스가 보도했다[17]. 알라타우 시티의 67개 프로젝트(69억 달러 규모)와 51개 합작 산업 프로젝트가 사전 조율된 상태로 정상회의에 반영됐다[14]. 토카예프 대통령은 서울 비즈니스 서밋 연설에서 한국의 기술과 카자흐스탄의 생산을 결합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안했고, 양국 교역액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11][18].
정상회의 공동 결과로는 이재명 대통령과 5개국 정상이 핵심광물, 에너지 등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 연합뉴스의 보도다[4]. 조현 장관은 이를 "실크로드를 넘어선 새로운 길"로 표현하며 AI와 핵심광물에서의 협력 심화를 강조했다[9].
3. 주요 행위자 및 입장
한국 정부는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라는 경제안보 어젠다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의 회담에서 "국익과 실질적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외교"를 공통분모로 제시했다[10]. 우즈베키스탄에 대해서는 이미 구축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인프라에서 첨단산업으로 협력 지평을 넓히려 하고 있다[8].
카자흐스탄은 에너지·자원 부국이자 첨단산업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며, 한국을 경제안보 협력의 중요 파트너로 명시했다[10]. 토카예프 대통령은 무역·투자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고[11], 자국을 유라시아 환적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지향을 갖고 있다[3]. 동시에 브릭스 정상회의를 통해 인도·미국·UAE와도 회담을 가진 데서 드러나듯, 대한국 협력을 다변화 외교의 한 갈래로 관리하고 있다[3].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협력 심화 속도가 빠르다[8]. 가제타uz는 이번 정상급 격상을 전략적 의사결정 단계로의 진입으로 의미를 부여했다[12].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3개국은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나[4], 양자 채널에서의 개별 성과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는 협력 심화의 속도가 국가별로 뚜렷하게 갈릴 것임을 시사한다.
4. 핵심 쟁점
첫째, 다자 정상회의라는 형식과 양자 채널 중심의 실질 협상이라는 실제 이행 구조 사이의 괴리다. 공동선언 수준의 다자 합의와 국가별 실무 이행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3].
둘째,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헤징 외교다. 카자흐스탄이 브릭스 정상회의 계기 인도, 미국, UAE와 순차 회담을 가진 사실은 한국과의 협력이 배타적 파트너십이 아니라 다변화 포트폴리오의 일부임을 보여준다[3].
셋째, 국가별 협력 편차 문제다. 우즈베키스탄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AI까지 협력 범위를 확장했으나[8],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여타 국가는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3].
넷째, 카자흐스탄이 표방하는 유라시아 환적 허브 전략의 실효성이다. 대규모 투자 계약이 체결됐음에도[17][14], 물류·인프라 병목이 해소되지 않으면 계약이 실제 공급망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관찰 변수로 남아 있다[3].
II. 이슈 심층분석
한-중앙아시아 첫 정상회의: 이슈 심층분석
1. 근본 원인: 다변화 외교와 자원 무기화의 접점
이번 정상회의가 20년 만에 장관급에서 정상급으로 격상된 배경에는 단순한 외교 의전 상향 이상의 동력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매체 가제타uz는 이번 격상을 "부문별 조율 단계에서 전략적 의사결정 단계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12]. 이 표현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실무 협의 수준에서 다룰 수 없는 사안, 즉 자원 개발권과 대규모 자본 배분 문제를 정상 간 정치적 결단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근본 원인은 두 갈래다. 한국 쪽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경제안보 절박성이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략자원과 공급망 협력을 "실크로드를 넘어선 새로운 길"로 표현했다[9]. 이는 기존 교역 중심 관계로는 광물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정부 내부 인식을 반영한다.
중앙아시아 쪽 근본 동인은 다르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자원 수출국에서 벗어나 가공·제조 역량을 국내에 축적하려는 산업고도화 의지를 갖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서울 비즈니스 서밋에서 "한국의 기술, 카자흐스탄의 생산"이라는 구도를 직접 제시했다[11]. 이는 원자재를 그대로 수출하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자국 영토 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아스타나 타임스 역시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가 "현지 가공과 생산 확대"였다고 짚었다[1].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와 중앙아시아의 산업고도화 수요가 맞물린 지점에서 이번 협력틀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2. 구조적 맥락
정치적 구조: 헤징 외교의 제도화
중앙아시아 5개국의 대외 정책은 특정 강대국에 편중되지 않으려는 헤징을 기본값으로 삼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서울 방문 직전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인도, 미국, UAE와 잇달아 회담한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3]. 이는 일회성 외교 일정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대외정책의 구조적 패턴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서울에서도 "전 세계적인 고강도 지정학적 긴장이 세계 무역과 경제 안정에 전례 없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과의 협력을 이 압력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15].
이 구조에서 한국은 중국, 러시아, EU, 미국, 인도, 튀르키예 등과 병렬적으로 경쟁하는 파트너 중 하나다. 우즈베키스탄만이 예외적으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상위 지위를 부여받았다는 점은[8], 역으로 다른 4개국과의 관계는 이보다 낮은 층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카자흐스탄과의 관계도 이번에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지만[10], 우즈베키스탄의 "특별" 등급과는 명목상 구분된다. 정상회의라는 다자 무대와 개별 양자 채널이라는 이원 구조가 나타난 것은 이 헤징 구조가 자연스럽게 투영된 결과다.
경제적 구조: 물류 병목과 자본 배분의 비대칭
카자흐스탄이 제시하는 유라시아 환적 허브 구상은 물리적 인프라 제약에 크게 좌우된다. 알라타우 시티의 67개 프로젝트(69억 달러)와 51개 합작 산업 프로젝트가[14] 실제 가동되려면 카자흐스탄 국내 철도·항만 연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서울에서 서명된 190억 달러 규모의 상업 계약[17]은 이행 단계에서 상당 부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자본 배분의 비대칭도 구조적 요인이다. 카자흐스탄과의 협력은 원유, 원전, 자동차 제조, 도시개발 등 다수 분야에 걸쳐 양적으로 방대하게 설계된 반면[13][14],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은 인프라·광물에서 AI로 이어지는 특정 축을 중심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8]. 이는 두 국가의 경제 규모와 개혁 속도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5개국을 동일한 협력 속도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구조적으로 시사한다.
안보적 구조: 경제안보 프레임의 확산
핵심광물 협력이 정상급 의제로 오른 배경에는 이 사안이 순수 통상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 문제로 재정의된 국제적 흐름이 있다. 미국이 쿼드 차원에서 인프라 협력을 전략 의제화한 사례[2]나, SCO 회의에서 러시아-중국 축이 자원·에너지 협력을 안보 서사와 결합시킨 사례[7]는 핵심광물이 더 이상 시장 논리만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공통 흐름을 보여준다.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도 이 흐름 안에 있다. 다만 한국은 쿼드나 SCO처럼 명시적 안보 동맹 색채를 띠지 않고, 어디까지나 산업·공급망 협력이라는 경제적 외피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의 차이가 있다.
3.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 비교
이번 정상회의는 한일중 정상회의 재활성화 사례와 비교할 지점이 있다. 2019년 이후 중단됐던 한일중 정상회의가 2024년 재개됐을 때도, 삼자 공동선언과는 별개로 양자 채널에서 실질 현안이 다뤄지는 구조가 나타났다[5]. 다자 정상회의가 상징적 합의를 담당하고 양자 채널이 실무적 이행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은 동아시아 다자외교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본회의는 핵심광물·에너지 협력이라는 포괄적 합의를[4] 담았고, 실제 계약과 관계 격상은 양자 정상회담에서 처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CO 비슈케크 정상회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EAI 분석은 SCO를 단일 반서방 블록이 아니라 러-중, 이란, 인도 세 축이 각자 다른 속도로 결속하는 "비동조 헤징" 구도로 규정했다[7]. 이 개념은 한-중앙아시아 관계에도 적용 가능하다. 우즈베키스탄 축과 카자흐스탄 축이 각기 다른 속도와 깊이로 한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5개국을 하나의 블록으로 묶어 접근하는 시각은 현실과 괴리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의 환적 허브 전략은 과거 일대일로 구상 초기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자본을 받아들이면서 인프라 연결성 확보를 우선시했던 패턴과 유사하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 단일 자본이 아니라 한국, 인도, EU, 걸프 국가 등 복수의 자본원을 동시에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 정교한 다변화 시도로 볼 수 있다.
4. 이슈 전개의 핵심 변수
첫째 변수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두 축의 이행 속도 격차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미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상위 제도를 갖추고 AI까지 협력을 확장한 반면[8], 카자흐스탄은 이번에 관계를 막 격상시킨 단계다[10]. 두 국가의 이행 속도가 벌어질 경우, 한국의 대중앙아시아 정책이 사실상 대우즈베키스탄 정책과 대카자흐스탄 정책으로 분리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변수는 카자흐스탄의 물류 인프라 개선 여부다. 알라타우 시티 프로젝트와 51개 합작 산업 프로젝트가[14]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철도·환적 인프라의 병목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 이 부분의 진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19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은[17] 서류상 합의에 머물 위험이 있다.
셋째 변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대외 헤징 폭이다. 카자흐스탄이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인도·미국·UAE와 병행 협상을 진행한 패턴이[3] 앞으로도 유지될 경우, 한국이 확보할 수 있는 협력의 배타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각각 어느 정도까지 한국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지가 향후 협력의 실질적 깊이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