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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서태평양 공간 인식과 전략 구상 해상 자위대

사랑방의 젊은 그들 진경을 찾아 헤매다 : 사랑방의 젊은 그들 규슈를 품다

분류
EAI 사랑방 답사기
발행일
2026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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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보 자료관

박예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 정치외교학 전공

I. 서론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강대국 간 전략 경쟁이 가장 첨예하게 전개되는 공간은 서태평양 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 지역을 자국의 핵심 안보 공간으로 규정하면서,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군사적 긴장은 반복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군사훈련의 빈도 증 가, 해·공군의 근접 운용, 동맹국의 안보 관여 확대는 서태평양이 더 이상 잠재적 분쟁 지역이 아니라, 실질적 위기 관리의 무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 구도는 단순한 세력 충돌이나 군사력 비교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 다. 왜 서태평양에서의 동일한 행보가 중국에게는 ‘주권 수호’와 ‘방어적 조치’로, 미국 에게는 ‘현상 변경’과 ‘패권 도전’으로 상이하게 해석되는가?

기존 국제정치 담론은 대체로 미국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하려는 현상 유 지 행위자로, 중국을 그 질서를 수정하려는 도전자로 묘사해 왔다. 이러한 틀 속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대만 문제는 자연스럽게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되며, 미국의 군사적·외교적 개입은 동맹 방어와 질서 안정화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된다. 이 와 같은 이분법적 구도는 미·중 경쟁을 규범적 대립 혹은 패권 교체의 문제로 단순화하 는 경향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행동을 지나치게 결정 론적으로 해석할 위험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특히 중국의 대만 통일 구상이나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곧바로 아시아 전반, 나 아가 글로벌 패권 추구의 표현으로 환원하는 해석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는 충 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 스스로가 서태평양을 어떠한 주권적 의미를 지닌 공간으 로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군사 전략과 위협 인식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는 기존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이로 인해 중국의 행동은 종종 ‘공세적 의도’의 직접적 산물로 해석되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공간 인식과 정당화 논리는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서태평양이라는 공간이 각 행위자에 게 갖는 의미의 차이에 주목한다. 중국에게 서태평양은 단순한 영향력 확장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 수호, 국가 발전, 체제 안정이 결합된 ‘생존 공간’에 가깝다. 반면 미국에 게 서태평양은 동맹 네트워크의 신뢰성과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관리의 공간’

- 64 - 이며, 이 지역에서의 후퇴는 곧 글로벌 리더십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시험대로 인식된 다. 동일한 공간이 이처럼 상이하게 정의될 때, 각국의 행동은 자국에게는 방어적 조치 로 정당화되지만, 상대방에게는 공세적 위협으로 해석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인식의 비대칭성은 서태평양에서의 미·중 경쟁을 단순한 군사력 대결이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인식과 정당화 논리가 충돌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한 다. 다시 말해, 서태평양에서의 긴장은 군사력 그 자체보다도 각 행위자가 해당 공간에 부여하는 의미와 위협 인식의 방식에서 증폭되고 있다. 이 점에서 서태평양은 단순한 분쟁 가능 지역이 아니라, 인식과 해석의 차이가 전략적 불안을 구조화하는 핵심 무대 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미국과 중국이 서태평양을 어떻게 정의하고 인식하는지를 비교 분석하고, 이러한 인식이 개입과 억제의 정당화 논리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의 국방백서, 국가안보전략 등 공식 문서를 중심으로 서태평양에 대한 위협 인식과 전략 서사를 검토한다. 나아가 중국 위협을 강조하는 시 각과, 경쟁을 관리 가능한 범위로 인식하려는 신중·절제적 접근을 비교함으로써, 서태평 양 문제를 인식과 해석의 비대칭성이 만들어낸 전략 공간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서태평양에서의 미·중 경쟁을 패권 교체의 결정론적 틀에서 벗어나 보 다 절제되고 분석적인 시각에서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II. 미·중 서태평양 인식 및 전략 비교

1. 미국의 서태평양 인식 및 전략 미국의 서태평양 인식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서태평양은 미국 본토 의 안보 및 경제 이해가 직결된 공간이다. 둘째, 미국은 서태평양을 규범 기반 질서가 유지되거나 도전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며, 중국은 그 질서를 점진적으로 변경하 려는 행위자로 규정한다. 셋째, 이러한 인식을 실행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미국은 단 독 개입이 아닌 동맹과 파트너의 집단 대응과 억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미국의 서태평양 인식과 전략을 살펴본다.

(1) 미국 본토 이해와의 직접적 연계 미국은 서태평양을 미국 본토의 안보와 경제적 이해가 연계된 공간으로 인식한다. 2022년 발표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번영을 좌우하는 인태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 한다. 미국 스스로를 지역 질서를 주도하는 태평양 연안 국가로 정의하며, 그 범위를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확장험으로써 서태평양을 포함한 인태 지역 전반을 자국의 핵심

- 65 - 지역으로 편입한다.

이러한 인식은 역사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경 험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안보 불안정이 본토 위협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학습했다. 이 에 미국은 전후 75년간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등과 조약 동맹 구축하며, 서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동맹 체제를 미국 안보 전략의 제도적 기반으로 삼아왔다.

미국 인태 전략의 핵심은 자국의 이익과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동일시하는 데 있다. 자유롭고 열린 인태(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질서가 유지될 경우, 이는 역내 국가들의 주권과 자유를 보장할 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직접적 으로 기여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동시에 중국의 부상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인태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권을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하려 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강압(coercion)과 공세적 행 위(aggression)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양상과 강도가 서태평양을 포함한 인태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인식된다. 미국은 이러한 행위가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에 실질적 비용을 전가하고, 인권, 항행의 자유와 같은 국제 규범을 훼손한다는 점을 문제 시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미국 전략의 목표는 중국 자체의 변화가 아닌, 중국이 활동 하는 전략적 환경을 자국에 유리하게 설계하는 데 있다. 이는 중국의 부상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거나 봉쇄하기보다는 경쟁의 구조와 조건을 관리하려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이 전면적 제로섬 대결로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인태 전략 문서는 기후 변화, 핵 비확산과 같은 초국가적 문제에서 중 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함을 인정하며, 양자 간 갈등이 실존하는 글로벌 차원의 문제 해 결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는 양국의 관계를 경쟁과 제한적 협력 이 병존하는 구조로 관리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미국이 오늘날의 인태 국면을 결정적인 10년(decisive decade)으로 규정하는 이 유 역시 이러한 복합적 도전에 있다. 중국의 부상과 기후 위기, 팬데믹과 같은 도전이 동시에 중첩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단일 국가의 대응이 아니라 집단적 역량(collective capacity)의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향후 이 지역을 규율하는 규칙과 규범이 중국식 질서로 대체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규범 기반 질서가 유지될 것인지는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공동 대응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안보 차원에서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인태 지역의 평화를 유지해 온 핵심 행 위자임을 강조하며, 21세기에도 이러한 역할을 지속하고, 현대화할 것을 천명한다. 미국 서태평양 안보 전략은 자국 이익 보호, 군사적 공격 억제, 그리고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에 대한 강압 대응에 초점을 맞추며, 이를 위해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와 강 압 대응(counter-coercion)을 주요 수단으로 제시한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을 유지하는 동 시에, 대만관계법과 기존의 약속을 근거로 대만의 자위 능력 강화를 지원하는 장기적 일관성을 강조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2025)』은 인태, 특히 서태평양 지역을 미국의 핵심 전략 공간으로 재확인하며, FOIP 질서의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다. 동 문서는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목표를 ‘경제 적 미래의 확보’와 ‘군사적 대결의 예방’이라는 두 축으로 제시하며, 인태 지역을 21세 기를 넘어 다음 세기의 핵심 전장으로 규정한다.

이와 같은 인식 속에서 미국은 서태평양에서의 안보 전략을 ‘힘에 기반한 억지 (deterrence through strength)’로 설명하는데, 이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 다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억지의 핵심 요소로 군사력뿐 아니라 미국이 보유한 경제적·기술적 우위 역시 명시적으로 강조한다 는 점에서, 서태평양 안보 인식이 군사 영역을 넘어 포괄적 국가 역량에 기초하고 있음 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만은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 구상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 다. 대만은 제1도련선과 제2도련선을 연결하는 관문에 위치하며, 전 세계 해상 물동량 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해상교통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미국은 특정 행위자 가 대만해협을 통제하거나 봉쇄할 경우 발생할 통행 제한, 경제적 비용, 공급망 교란을 심각한 전략적 위험으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책 목표는 분쟁 발생 이후의 대 응이 아니라, 분쟁 자체의 예방과 현상 유지의 보장에 놓여 있는 것이다. 미국은 대만 해협에서 어느 한쪽이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명확히 반대하며, 제1도련 선에서의 침략을 거부(denial)할 수 있는 군사 능력 구축을 강조한다. 다만 이러한 거부 전략은 미군 단독으로 수행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하며, 일본, 한국, 인도 등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의 집단적 방위 체제 강화가 억지 신뢰성의 핵심 조건으로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2) 대중 인식과 규범 기반 질서의 유지 미국의 서태평양 인식의 두 번째 축은 이 지역을 규범 기반 질서의 유지 여부가 결정 되는 공간으로 파악하고, 중국을 그 질서를 점진적으로 변경하려는 도전자로 규정한다 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세력 균형의 문제를 넘어, 서태평양에서 어떠한 규칙과 규범 이 작동할 것인가라는 질서 차원의 질문을 중심에 놓는 인식이다. 미국은 FOIP를 단순 한 가치 선언이 아니라, 항행의 자유, 주권 존중, 국제법 준수라는 기존 국제질서의 작 동 원리를 지역 차원에서 유지하기 위한 핵심 틀로 이해한다.

이러한 질서 인식 속에서 중국은 단기적 위협이 아닌 장기적으로 기존 질서의 성격을 재편하려는 수정주의적 행위자(revisionist actor)로 규정된다. 미 국방부가 매년 발간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군사 및 안보 개발(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 67 -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보고서는 이러한 인식을 가장 직접적으 로 드러낸다. 2024년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단순히 부상하는 강대국으로 묘사하지 않고, 국제 및 지역 질서를 점진적으로 변경하려는 행위자로 명시한다. 특히 중국이 제 시하는 ‘세계 수준(world-class) 군사력’ 목표는 미국식 군사 모델의 모방이 아니라, 중 국의 국가이익과 전쟁 양상의 변화에 부합하는 독자적 군사 현대화 경로를 통해 장기 적으로 미국과의 동등성 또는 우월성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대중 인식에서 중요한 특징은 중국의 의도보다 역량 분석에 초점을 둔 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미국이 관여(engagement)를 확대하며 중국이 국 제 규범을 수용하는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중 국의 공세적 행동이 인태 지역 전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이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할 의지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으며, 특히 해양 질서와 군사 영역에서 이러한 인식이 강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이 는 미·중 관계를 ‘기대와 실망’의 서사로 설명하면서도, 현재의 전략 환경을 중국의 선 택이 아니라 중국이 이미 구축한 역량과 행동 패턴의 결과로 해석하는 접근이다.

해군력과 관련해서 미국은 이중적인 평가를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역외 지역에서 해군 활동을 확대하는 것을 상업 및 해양 이익 보호라는 차원에서 일정 부분 인정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해외 군사 거점, 항만 접근권, 군수 보급 네 트워크가 단순한 방어 목적을 넘어 미군의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전진 배치 인프라로 활용될 가능성을 강하게 경계한다. 미국의 시각에서 중국의 대양해군화는 단 순한 함정 수 증가가 아니라, 전구 외 작전(operations beyond the theater)과 장기적 힘의 투사(power projection)를 염두에 둔 구조적 변화로 인식된다.

대만 문제에서 이러한 질서 인식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 국방부 보고서 는 중국의 회색지대(gray-zone) 전략을 현상 유지적 긴장 관리가 아니라, 무력 사용 가 능성을 점진적으로 고조시키는 신호 체계로 해석한다. 군사훈련, 정치적 압박, 정보전이 결합된 중국의 행동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로 규정되며, 이는 오히려 무력 사용 의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작동한다고 평가된다. 이와 같은 인식은 중국의 행동을 단발적 도발이 아닌, 질서 변경을 향한 단계적 접근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태평양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지목하는 중국의 구조적 취약점 역시 질서 인식과 연결된다. 보고서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해상 수송로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통제 능력에 취약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한 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 중앙아시아와의 육상 파이프라인 확대와 에너지 수송 경로 다 변화를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로 해석되며, 미국은 이를 중국이 전쟁 지속 능력과 후방 안정성까지 포함한 종합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이해한다. 또한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중국 군사 현대화 분야는 군수 및 조선 산업의 자립이다. 중국이 함정용 엔진 과 같은 핵심 구성 요소를 국내 생산 체계로 통합하고 있다는 점은, 서태평양에서 유지 되어 온 미국의 해군력 우위가 중장기적으로 도전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구조적 변 화로 인식된다.

- 68 -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첫 해인 2025년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더욱 강화된다. 미국은 중국의 서태평양 군사 활동을 단기적 전술 움직임이 아니라, 장기적 전략 전환 의 일부로 해석한다. 보고서는 현재 중국의 군사적 초점이 제1도련선에 집중되어 있음 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군사 및 경제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경우 그 영향력이 인태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 수준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 (People’s Liberation Army Navy, PLA)을 중국의 세계 최강국 지위 대체 야망을 실현 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규정함으로써, 중국의 군사 현대화를 단순한 방어적 조치로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거나 굴욕을 주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 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미국의 목표는 서태평양에서 어느 국가도 미국이나 동맹국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침략이 고려 대상조 차 되지 않을 정도의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인식은 중국의 군사적 의도를 단정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중국이 이미 구축하고 있는 역량·산 업·전구 전략의 결합 자체를 위협의 핵심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3) 동맹과 파트너를 통한 집단 대응과 억지

미국의 서태평양 인식의 세 번째 축은 앞선 두 축에서 형성된 공간 인식과 질서 인 식을 어떻게 실행 전략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미국은 중국을 서 태평양 질서의 도전자로 인식하고 서태평양을 핵심 전략 공간으로 규정하는 만큼, 그 대응 방식에서도 단독 개입이나 일회적 군사력 투사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 국가를 결합한 네트워크형 집단 대응을 서태평양 전략의 핵심 실행 원 리로 설정한다.

이러한 접근은 미국이 서태평양 안보를 더 이상 고정된 블록 대 블록의 대결 구도로 관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2022년 인태 전략 문서는 이 지역의 안보를 동맹 중심의 경직된 구조가 아니라, 유연하고 중첩적인 연합의 그물망(latticework of coalitions)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명시한다. 이는 미국이 역내 국가들에게 동일한 수준 의 군사적 헌신을 요구하기보다는, 각국의 역량과 이해에 맞는 역할 분담을 통해 집단 적 억지력을 축적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실행 전략의 중심 개념이 바로 통합 억지(integrated deterrence)이다. 미국은 군사력만으로 억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외교, 경제, 기 술, 정보 영역을 결합한 다차원적 억지를 강조한다. 통합 억지는 미군 단독의 전력 우 위를 전제로 하지 않으며, 동맹국의 군사력, 경제적 영향력, 기술적 강점이 상호 보완적 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이 단일 전구나 단일 영역에서 결정되지 않으며, 서태평양 전체의 전략 환경 속에서 누적적으로 형성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 69 - 이와 함께 미국은 강압 대응(counter-coercion)을 핵심 실행 수단으로 제시한다. 이는 중국이 무력 충돌 이전 단계에서 활용하는 회색지대 전략과 경제적, 정치적 압박에 대 응하기 위한 개념으로, 군사적 충돌을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현상 변경의 비용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은 서태평양에서의 전략 경쟁이 전면전보다는 저강도 압박과 규범 침식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고 인식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 능력, 정보 공유, 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을 택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러 한 실행 방식은 유지되며, 일부 영역에서는 더욱 명시화된다. 『미국 국가안보전략 (2025)』은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책임 및 비용 분담을 강조하며, 서태평양에서의 안보 부담을 공동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하고자 한다

2. 중국의 서태평양 인식 및 전략↵ 중국의 서태평양 인식은 국방백서와 전략 문서를 통해 비교적 일관된 논리 구조 속에 서 발전해 왔다. 연도별로 강조점에는 변화가 존재하나, 중국은 자국의 군 현대화와 해 군력 확대를 패권 추구가 아닌 방어적 정당화와 국가 발전 보호의 논리로 구성해 왔다 는 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의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 다. 첫째, 중국에게 서태평양은 국가 발전 환경과 체제 안정이 직결되는 공간이며, 둘 째, 군 현대화의 정당화를 반패권, 적극적 방어 담론을 통해 체계화하고, 셋째, 역내 안 보 불안정의 원인을 동맹 정치와 블록화 논리에서 찾고 이에 대응해 총제적 국가안보 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1) 국가 발전과 생존의 교차 『2010 중국 국방백서(China’s National Defense in 2010)』 (Information Office of The State Council, 2011)는 군 현대화를 국가 발전에 종속된 과제로 설정하며, PLA의 발전이 국내 경제 성장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지역 안정에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이 시 기 중국은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특히 서태평양을 중국의 발전 환경을 유지하고 보호해야 할 핵심 공간으로 인식하며, 군사력 강화의 목적을 외부로의 영향력 투사가 아닌 안정적 발전의 보장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eople’s Liberation Army Navy, PLAN)의 역할은 연안 방어에 머물지 않고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2010년 백서는 PLAN의 핵심 임무를 해상 방위와 억제력 유지로 규정하면서도, 원해 작전 능력과 비 전통적 안보 위협 대응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킨다. 다만 이 시기의 원해 능력은 공세적 전력 투사가 아니라, 해상교통로(Sea Lanes of Communications, SLOC) 보호와 전략 적 완충 공간 확보라는 방어적 논리로 정당화된다..

- 70 - (2) 반패권 담론과 적극적 방어 전략 『2015 중국의 군사 전략 (China’s Military Strategy)』(Xinhua, 2015) 은 중화 민족 의 위대한 부흥(중국몽)의 실현과 평화발전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국이 결코 패권 이나 확장을 추구하지 않음을 선언한다. 동시에 강건한 국방과 강군 건설을 국가 발전 과 평화 수호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규정함으로써, 군사력 강화의 불가피성을 제도적으 로 정당화한다. 이 문서에서 PLA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된 전쟁 대비(Preparation for Military Struggle, PMS)와 민군융합(Civil-Military Integration, CMI)은 중국의 서태 평양 전략이 한 단계 진전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은 아태 지역 안보 악화의 원인 을 자국의 팽창이 아니라, 미국의 재균형 전략, 일본의 안보 정책 변화, 남중국해에서의 외부 개입 등 외부 요인으로 구성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해양 권익 수호는 장기적 국가 과제로 격상되며, PLAN의 임무 역시 연안 방어와 원해 보호를 결합하는 방향으 로 재정의된다.

『2019 중국의 새 시대 국방백서 (China’s National Defense in the New Era)』(The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of the PRC, 2019)에서는 이러한 반패 권 담론이 더욱 강화된다. 백서는 중국이 역사적으로 패권을 추구한 적이 없음을 반복 적으로 강조하는 동시에, 아태 지역의 불안정을 미국의 군사 활동 확대와 동맹 강화의 결과로 규정한다. 이때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 개념은 중국 군사전략의 핵심 원칙 으로 제시되며, “공격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되, 공격받으면 반드시 반격한다(不犯我 者我不犯, 犯我者必犯)”는 공식은 방어성을 강조하면서도 능동적 대응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한다. 특히 해양 안보와 대만 통일 문제는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의 문제로 격상되며, 원해 능력 확대와 해양 대비태세 강화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된다.

(3) 동맹 정치 비판과 총체적 안보관 중국의 서태평양 인식의 세 번째 축은 역내 안보 불안정의 원인을 동맹 정치와 블록 화 논리에서 찾고, 이에 대응해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제시하는 데 있다. 『중국의 새 시대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 in China in the New Era, 新时代的中国国家安 全)』(Xinhua, 2025)는 아태 지역이 이미 대국 경쟁의 중심이 되었으며, 일부 국가들이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배타적 소집단을 형성함으로써 지역 긴장을 구조적으로 고조시키 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프레이밍은 서태평양에서의 안보 문제를 중국의 팽창이 아닌, 미국 주도의 동맹 정치가 초래한 결과로 전환시키는 담론 전략과 연결된다.

이 문서에서 제시되는 총체적 국가안보관은 군사 영역을 넘어 정치, 경제, 기 술, 데이터, 사회, 생태 영역까지 안보의 외연을 확장한다. 중국은 고품질 발전과 고수 준 안보의 선순환을 통해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서태평양 전략 역시 단순한 군사 대응이 아닌 체제 안정과 발전 지속을 위한 종합 전략으로 위 치시킨다. 동시에 중국은 중미 관계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의 원칙 아래 관리되어야 한

- 71 - 다고 강조하며, 신냉전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서사를 명시적으로 거부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할 때, 서태평양은 미·중 간 단순한 세력 경쟁의 무대라기보 다 상이한 안보 인식과 정당화 논리가 충돌하는 전략적 공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미국 에게 서태평양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유지, 동맹 네트워크의 신뢰성 확보, 그리고 역 내 세력 균형 관리를 통해 안정적으로 통제되어야 할 질서 관리의 공간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은 규칙과 규범, 동맹과 파트너십, 통합 억지와 전방 배치를 핵심 축으로 구성되며, 중국의 부상은 기존 질서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인식된다. 이로써 서태평 양은 미국에게 글로벌 리더십과 동맹 및 파트너에 대한 신뢰성이 시험되는 전초 무대 이자,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해야 할 핵심 전략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반면 중국에게 서태평양은 단순한 영향력 확장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발전과 주권, 체제 안정의 수호에 직결되는 생존적 전략 공간에 가깝다. 중국은 군 현대화와 해군력 확대를 패권 추구가 아닌 방어적 정당화와 국가 이익 보호의 논리로 구성하며, 역내 안보 불안정의 주요 원인을 미국 주도의 동맹 정치와 군사적 개입에서 찾는다. 이 러한 인식 속에서 서태평양은 중국의 해양 주권과 안보 이익이 연속적으로 투사되는 핵심 공간이 된다. ↵

결국 중국이 서태평양을 자국의 주권과 안보가 직결된 생존적 전략 공간으로 인식하는 반면, 미국은 동맹의 안정과 지역 질서를 매개로 개입의 필요성을 구성하며 이를 관리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인식의 비대칭성과 정당화 방식의 차이는 단순 한 전략 선택의 차이를 넘어, 동일한 행위에 대한 해석과 평가의 간극으로 확장된다. 즉, 동일한 군사 활동이나 전략적 조치가 중국에게는 방어와 주권 수호로, 미국에게는 현상 변경과 규범 기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읽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다음 장 에서는 이러한 해석의 간극이 양국의 서태평양 전략에 대해 상이한 평가를 낳는 동시 에, 특정 부분에서는 수렴으로 이어지는 논의를 살펴본다.

III. 미·중 전략 인식의 비대칭과 수렴

1. 중국 위협 강조 시각 중국을 공세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은 미·중 경쟁을 미국이 주도해 온 지역 질서를 구조 적으로 약화시키고 이를 대체하려는 장기적 전략 경쟁으로 인식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다. 이 관점에서 중국은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방어적 행위자가 아니라, 점진적이고 단 계적인 방식으로 질서 전환을 시도하는 수정주의 행위자로 규정된다. 이러한 시각은 대 체로 다음의 세 가지 주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 72 - 첫째, 공세적 시각은 중국의 전략 목표를 단기적 영향력 확대가 아닌, 아시아에 서 미국을 대체하는 패권국으로의 부상으로 규정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동맹 체제는 중국의 목표 달성을 제약하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2021)는 중국의 국력 증대 그 자체보다, 그 부상이 아시아에서 새로운 패권적 세력균형 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핵심 우려는 중국이 역내 국가 들과 결집해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잠식하고, 결과적으로 미국에 불리한 역내 질서를 형성하는 시나리오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전략의 목표는 중국이 지역 패권국으로 부상 하는 과정을 사전에 차단하는 ‘거부 방어(denial defense)’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한편,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2021)는 중국이 항상 수정주의적 목 표를 지니고 있었음을 지적하며, 중국의 성장을 허용한 것 미국의 가장 큰 실수라고 비 판한다. 러시 도시(Rush Doshi, 2021) 역시 중국의 부상을 지역 질서 약화를 넘어 세 계 질서에 도전하는 단계적 전략으로 분석하며, 대양해군 건설을 그 핵심 수단으로 꼽 는다. 이러한 시각에서 중국의 행동을 단순한 방어적 대응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과소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중국의 방어적 담론은 실제 공격적 의도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 된다. 이러한 해석은 대만 문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여기서 대만은 단순한 주권 분쟁지를 넘어 질서 전환의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된다. 케빈 러드(Kevin Rudd, 2025)는 중국을 통일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력 사용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행위자로 분석한다. 그는 전쟁은 선호되는 선택이 아닐 수 있으나, 성공 가능성과 비용 이 감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국 지도부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 다고 경고한다.

매튜 포팅거(Matthew Pottinger, 2024) 또한 대만 통일을 중국 전략의 종착점 이 아니라, 더 큰 권력 투사의 출발점으로 해석한다. 그는 시진핑 지도부가 대만 통일 을 중국몽의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으며, 대만 장악 이후에는 중국이 동아시아 지배력 을 바탕으로 군사 자원을 더 광범위한 지역으로 투사할 것이라 전망한다.↵

셋째, 미국의 미온적 대응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현상 변경을 돕고 있다는 비판 이다. 로버트 블랙윌(Robert Balckwill, 2020)은 과거 미국이 경제적 통합을 통해 중국 이 현상유지 세력으로 포섭하려 했던 기대를 전략적 오판으로 규정한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역내 패권 출현을 방지하려는 전통적 지정학적 목표를 스 스로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너선 친과 마티아스 알리(Jonathan Czin & Matthias Allie, 2025)는 중동 및 유럽에서의 전쟁과 보호주의 강화 등으로 인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집중력 분산을 틈타 서태평양에서 군사 및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미국이 일관된 억지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무대응의 축적은 중국의 점진적 현상 변경 전략인 ‘살라미 전술’을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중국의 공세성을 더욱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는 미국의 확실한 개입 없이는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가 더욱 확대되고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 73 - 2. 신중·절제적 접근 중국을 공세적으로 규정하는 시각과 달리, 미국 내에서는 미·중 경쟁을 불가피한 충돌 이나 패권 전쟁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경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신중한 접근이 제기 되어 왔다. 이 시각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해양 활동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지만, 이를 곧바로 패권 도전이나 전쟁 불가피성으로 연결하는 결정론적 시각을 경계한다. 핵심 관 심사는 중국의 의도 그 자체보다, 미·중 양측이 상대의 행동을 최악의 경우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누적되는 오판(misperception)이며, 이러한 오판이 오히려 충돌 가능성을 증폭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서 미국의 전략은 중국을 굴복시키거나 봉쇄하는 데 있지 않고, 경쟁을 관리하고 위기를 통제하며, 불필요한 군사적 비약을 방지하는 데 초 점을 둔다.

이 시각의 핵심 주장은 첫째, 중국이 자신의 군사적·경제적 제약을 명확히 인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서 중국의 군 현대화는 패권 장악을 위한 공격적 수단이 라기보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선택적으로 추진되는 장기적 역량 축적 과정에 가깝다. 에릭 헤긴보담(Eric Heginbotham)은 중국이 미·중 간 군사력 격차의 축소를 인지하면서 도 이를 절대적 우위로 과신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 내부에서는 여전히 기술 적 한계와 구조적 결함에 대한 경계심이 존재하며, 시진핑 지도부가 반부패를 포함한 강 도 높은 군 개혁을 지속해 온 것 역시 이러한 비판적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중국 이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전면적인 군비 경쟁이 경제 성장과 체제 안정에 초래할 부담을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국의 ‘2050 년 세계 수준의 군대’ 목표는 미국을 전면적으로 압도하려는 의도보다는, 특정 영역에서 의 질적 동등성과 효율성 확보를 지향하는 선택적 경쟁의 산물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을 무조건적인 패권 추구자로 간주하는 단순한 공세 담론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둘째, 미·중 경쟁을 필연적 충돌로 상정하는 결정론적 프레임 자체가 문제의 본 질을 가린다는 인식이다. 이 관점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미·중 관계에 기계적으로 대 입하는 접근을 비판하며, 경쟁의 결과는 구조적 숙명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과 상호 인 식에 의해 좌우된다고 본다. 중국 학자 링 성리와 뤼 휘이(Ling Shenli and Lv Huiyi, 2019)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제기한다. 이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단순히 신흥국 아테네에 대한 스파르타의 공포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국제체제와 국가 전 략, 지도자의 선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음을 강조한다. 이를 현대 미·중 관계에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은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제체제 차원에서 중국은 아직 미국과 대등한 패권적 역량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국가 수준에서도 아태 지역 국 가들이 안보에서는 미국과, 경제에서는 중국과 협력하는 모호성을 유지하며 오히려 양 국의 긴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에게 미·중 경쟁은 필연적 전쟁이 아니라, 관리되고 조절될 수 있는 경쟁인 것이다.

- 74 - 마이클 오핸런(Michael O’Hanlon, 2021) 역시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곧 미국 패권의 붕괴로 직결된다는 담론을 경계한다. 그는 중국 스스로도 대만 침공과 같은 선택을 “우주적 규모의 도박”이자 국제사회의 강력한 응징을 부르는 극단 적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미국 당국이 과도한 위협 수사를 자제하고 신중 하고 절제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중국의 군사적 실체보다 미·중 양측의 오판과 과잉 위협 인식이 더 큰 실 존적 위험이라는 점이다. 마이클 스웨인과 앤드루 에릭슨(Michael Swaine & Andrew Erickson, 2023)은 미국의 대중 전략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제로섬적 위협 인 식에 경도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책임 있는 절제(responsible restraint)’를 대안으로 제 안한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존립을 위협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으며, 핵무기 또한 공격 수단이 아니라 억지 수단으로 운용하고 있다. 재래식 군사력 역시 서태평양 일부에서 제한적 우려를 야기할 수는 있으나,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치르며 지역 패권 을 장악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가장 중대한 위험은 중국의 공격 의지 그 자체보다, 상호 불신 속에서 누적되는 오판의 가능성이다. 이는 중국을 필연적인 질서 전환의 주체로 규정하는 공세적 시각과 근본적으로 대비되며, 서태평양에서의 미·중 갈 등이 힘의 대결을 넘어 해석과 정당화의 싸움임을 보여준다.

3. 미·중 군사 관계의 변화와 인식의 수렴 지난 20년간 미·중 간 군사력 관계는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를 겪어왔다. 특히 냉전 종 식 이후 지속되어 온 미국의 압도적 군사 우위에 대하여 중국의 군사 현대화는 실질적 인 도전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군사력 격 차의 축소라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불안정성을 관리해야 할 필 요성에 합의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수렴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미·중 군사력 격차의 실질적 축소에 대한 인정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군사비 지출이 많은 국가로 자리 잡았다. 2013년 시진핑 주석 취 임 이후 2024년까지 중국의 국방 예산은 약 두 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2024년 기준 공 식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2,310억 달러이나, 실제 총 국방지출은 약 3,040억~2,770억 달러로 추정된다(The White House, 2025). 2012년 미국의 약 1/6 수준이었던 중국의 국방비는 2024년 약 1/3 수준까지 따라잡았다(Funalole & Hart, 2025). 이는 국방비 기준 미·중 간 격차 역시 지난 10여 년간 현저히 축소되었음을 의 미한다.

한편 중국 국방부는 군사력 격차 축소라는 주장 자체를 정면으로 부인하지 않 는 대신, 군사력 증강의 동기를 방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25년 미 국방부의 중 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의 군사적 의도를 왜곡하고 그 위협을 과장한다고 비판했다(Xinhuanet, 2025). 이러한 서술 방식은 군사 능력의 증대라는 객관적 사실은 수용하되, 그 성격이 방어적임을 강조함으로써 국제적

- 75 - 비난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격차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전 지구적 차원의 절대적 우위 를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비 는 약 9,970억 달러로 중국(약 3,140억 달러)의 약 3.2배에 달한다. 크리스토퍼 키비스 (Christopher S. Chivvis, 2024)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가 미국의 세계적 차원의 군사력 에 제기하는 위협이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맞먹는 전투 역량을 갖 춘 글로벌 해군을 건설하고 기지망을 확충하는 데는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해군이 성장하더라도 미국이 지난 75년간 구축해 온 수준에 도달하기는 단기간 내에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벨퍼 센터(Belfer Center) 또한 미국 우위의 핵심을 구조적 요소에서 찾는다. 미국은 전 세계 50개 이상의 동맹국과 집단방위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독보적인 전 력 투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핵탄두 수량에서 미국은 약 3,700기로 중국(약 600기)을 압도한다(Alison & Unterman, 2021). 따라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세계적 차원의 군사력 역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으며, 이는 미국의 우위가 지역적으로는 도 전 받을 수 있지만 체계 전반에서는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다.

셋째, 중국의 핵 전력 확대 및 제1도련선 내 영향력 증대이다. 전 지구적 우위 와 별개로, 서태평양 지역 수준에서의 군사 균형은 중국에 유리하게 재편되고 있다. 미 국방부 2025년 보고서는 중국의 핵탄두 수가 2020년 약 200기에서 2024년 약 600기 로 급증했으며, 2035년에는 1,500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림1. 중국 핵탄두 비축량 현황 및 전망]↵

사진

(출처: CSIS(2025))↵

- 76 - 중국은 군사력의 양적 팽창과 더불어 미국 및 동맹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반접근/ 지역거부(A2/AD) 역량과 합동작전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PLA의 훈련이 대만 유사시를 중심으로 전개됨에 따라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 내에서의 실질적 영향 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위기 시 미국의 개입 비용을 상승시켜 서태평양 일대의 군사 균형을 중국에 유리하게 이끄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로스타드(Grostad, 2025)는 제1도련선 내 중국의 A2/AD 역량 강화가 지역 내 미국의 작전 수행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2022년 일본의 국방비 증 액 결정의 간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의 2024 아시아 파워 지수(Asia Power Index)에 따르면, 중국은 아시아 지역 군사 태세에 서 처음으로 미국을 상회하였으며, 아태 지역 내 미국의 군사력 우위는 2012년 대비 2025년 기준 2/3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Lowy Institute, 2024).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중국 군사 전문가 존 컬버(John Culver) 또한 서태평 양에 주둔한 미군 전력이 더 이상 중국 견제에 대한 안정적인 자산으로 기능하기 어려 운 지점에 도달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Culver & Czin, 2025). 이는 서태평양에서의 군 사 균형이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우위에 기반한 안정 상태가 아니라, 비용과 위험을 동반한 경쟁적 균형 국면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리하면 중국 위협을 강조하는 시각은 미·중 경쟁을 질서 전환을 둘러싼 충돌 로 이해한다. 이 관점에서 중국은 단순히 현상을 방어하는 행위자가 아니라, 단계적이 고 계산된 방식으로 미국이 주도해 온 지역 질서를 약화시키고 이를 대체하려는 수정 주의 행위자로 규정된다. 중국의 군 현대화, 해군력 확대, 대만 문제에 대한 강경한 태 도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장기 전략의 일부로 해석되며, 특히 대만은 질서 전환의 분기 점이자 미국의 전략적 신뢰성을 시험하는 핵심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시각은 중국 의 방어적 담론을 실제 의도를 숨기는 것으로 간주하며, 미국의 미온적 대응이나 전략 적 모호성이 오히려 중국의 점진적 현상 변경을 용인해 왔다고 비판한다. 결과적으로 이 접근은 강력하고 명확한 억지와 개입 의지를 통해서만 중국의 공세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정책적 함의로 이어진다.

반면 신중·절제적 접근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해양 활동을 과소평가하지 않 으면서도, 이를 곧바로 전쟁 불가피성이나 패권 전쟁으로 연결하는 결정론적 해석을 경 계한다. 이 관점은 중국이 자신의 구조적 제약과 비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전면 적인 군사 충돌이 초래할 정치·경제적 부담을 감내할 의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 주목한 다. 특히 중국 내부의 군 개혁, 제한적인 국방비 운용, 핵 전력의 억지적 성격은 중국이 무제한적 패권 추구보다는 관리 가능한 경쟁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요소로 해석 된다. 이 시각에서 미·중 경쟁의 핵심 위험은 중국의 공격 의지 자체보다, 양측이 상대 의 행동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누적되는 오판과 과잉 위협 인식이다. 따라서 전략의 목표는 상대를 굴복시키거나 봉쇄하는 데 있기보다, 경쟁을 관리하고 위 기를 통제하며, 군사적 비약을 방지하는 데에 놓인다.

- 77 - 중요한 점은 이 두 시각이 단순히 낙관과 비관의 대립이 아니라, 각각 상이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위협을 강조하는 시각은 중국의 능력과 의도를 과소평가할 위험을 경계함으로써 억지의 중요성을 환기하지만, 동시에 과잉 대응과 안 보 딜레마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반대로 신중·절제적 접근은 오판과 우발적 충돌의 위험을 줄이려는 장점을 지니지만, 중국의 점진적 현상 변경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할 경우 전략적 기정사실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즉, 두 시각은 상호 배타적이라기보다, 각기 다른 차원의 위험을 조명하는 경쟁적 해석 틀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중 군사 관계에서는 일정한 수준의 인식 수렴이 관찰된다. 양국은 지난 20여 년간 군사력 격차가 실질적으로 축소되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미국이 전 지구적 차원의 절대적 우위를 여전히 유 지하고 있다는 현실 역시 공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의 핵 전력 확대와 제1도련선 내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증대는 서태평양이라는 지역적 맥락에서 군사 균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게는 개입 비용 상 승과 억지 신뢰성 약화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중국에게는 방어적 조치의 필요성 을 강화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결국 본 장의 분석이 시사하는 바는 서태평양에서의 미·중 경쟁이 단순한 군사 력 대결이나 패권 교체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점이다. 양국은 모두 스스로를 방어 적 행위자로 인식하면서도, 상대의 행동을 공세적으로 해석하는 공통된 인식 구조를 공 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비대칭성은 위기 상황에서 오판과 관리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며, 동시에 군사력 격차의 변화라는 구조적 현실 속에서 양 측이 일정 부분 인식을 조정하고 수렴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IV. 결론 및 전망

본 연구는 서태평양에서 전개되는 미·중 경쟁을 단순한 군사적 대치나 패권 경쟁의 결 과로 환원하기보다, 양국이 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정당화하는지에 주목하였다. 분 석 결과, 서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양보하기 어려운 핵심 전략 공간이라는 점 에서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그 의미와 기능은 서로 다른 논리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동일한 공간을 둘러싼 경쟁임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서태평양 을 전혀 다른 문제의식과 전략적 언어로 이해하고 있었다.

중국에게 서태평양은 해양 주권, 국가 발전, 체제 안정이 결합된 ‘생존의 공간’ 에 가깝다. 이 인식 속에서 군 현대화와 해군력 확대는 대외적 팽창이나 세력 확장의 수단이라기보다, 국가의 안전과 발전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정당화된다. 대만 문제 역시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중국에게 대만은 단순한 전략적 요충지가 아니라, 미완의 통일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주권적·역사적 문제로 구성되며, 이는 외부

- 78 - 개입이 용인되기 어려운 핵심 이익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서사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스스로에게는 불가피하고 정당한 선택으로 의미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미국에게 서태평양은 동맹 네트워크의 신뢰성과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작 동 여부가 시험되는 ‘관리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안정이 단지 역 내 질서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리더십과 국제 규범의 유지와 직결된다고 본다. 이러 한 맥락에서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개별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질서 전반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해석된다. 그 결과 억제와 개입은 선택 가능한 정책 옵션이 아니라, 질 서 유지를 위한 필수적 대응으로 정당화된다. 이처럼 미국의 서태평양 인식은 중국의 행 동을 보다 넓은 질서 차원에서 의미화하며, 위협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공간 인식의 비대칭성은 미·중 전략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로 연결된다. 중국 위협을 강조하는 시각은 중국의 부상을 기존 질서를 전환하려는 장기 전략으로 해석하며, 대만 문제를 미국의 전략적 신뢰성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 관점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단순한 지역 현상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질 서 전반을 잠식할 수 있는 구조적 도전으로 읽힌다. 반면 중국 위협의 과장된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은 중국이 직면한 구조적 제약과 제한된 전략 목표에 보다 주목한다. 이 들은 중국의 행동이 반드시 전면적 패권 추구로 귀결된다고 보기보다는, 경쟁을 관리 가능한 범위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안보 딜레마가 증폭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중요한 점은 이 두 시각이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 상이한 위 험을 내포한다는 사실이다. 중국 위협을 강조하는 접근은 상대의 능력과 의도를 과대 해석함으로써 오판과 과잉 대응의 가능성을 동반할 수 있다. 반대로 위협의 과장을 경 계하는 접근은 중국의 군사적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구조적 영향을 과소평가할 위험 을 안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평가 방식은 미·중 경쟁을 둘러싼 정책 선택의 불확실성 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중 간 군사 관계에서는 일정 한 수준의 인식 수렴이 관찰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국은 지난 20여 년간 군사 력 격차가 실질적으로 축소되었다는 점을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동 시에 미국의 전 지구적 차원의 우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 역시 공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의 핵 전력 확대와 제1도련선 내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증대 역시 더 이 상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경쟁의 존재 자체보다는, 변화된 군사 환경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공통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태평양의 본질적 문제는 중국의 ‘패권 추구’ 여부나 미국의 ‘과잉 대응’ 여부를 가르는 이분법적 판단에 있기보다, 양측이 스스로를 방어적 행위자 로 간주하면서도 상대의 행동을 공세로 해석하는 구조가 어떻게 오판과 위기 관리 실 패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위기의 원천은 단일 행위자의 의도라기보다, 상호 인식과 해석이 축적되며 만들어내는 구조적 긴장에 가깝다. 이 점에서 최근의 전 략적 안정성 논의와 군사적 소통 채널의 복원은 경쟁의 종식을 의미하기보다는, 변화된

- 79 - 현실을 관리 가능한 범위로 통제하려는 현실적 대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서태평양 문제는 군사력 격차의 축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미·중이 상 호 인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미·중은 스스로를 방어적 행위자 로 규정하면서도 상대의 행동을 공세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 구조가 위기 상황에서의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점차 인식하고 있다. 경쟁 은 불가피하지만, 그 경쟁의 양상과 결과는 상호 인식의 관리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서태평양은 미·중 간 전략 경쟁의 전선인 동시에, 양국의 인식이 부분적으로 수렴되고 조정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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