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21세기 사랑방, 격동의 동아시아를 준비하다 : 사랑방의 젊은 그들 규슈를 품다
규슈 국립박물관 · 이예린 · 서울대학교
들어가며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경쟁, 그리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공세적인 정책들의 여파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과연 이 경쟁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고 어떠한 결말을 맺게 될지 빠르고 예리하게 읽어내야만 하는 현실이 흡사 격변하던 세계 질서 앞 우왕좌왕하던 구한말 때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새롭게 불어 닥친 바람이라기보다는 이전 오바마 행정부 때의 pivot to Asia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최근 급진적이라 여겨질 만큼 상호 공세적인 행태는 미국이 이제 중국을 향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내어 들었다는 신호이다.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인공지능 경쟁
무역에서 시작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이제 첨단기술과 기술 표준 선점이라는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경쟁과 대치 국면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데에는 재고가 필요할지 모른다. 흔히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중의 경쟁 양상을 두고 이전의 미소 냉전 구도를 떠올리지만, 인공지능 분야는 성격과 양상 측면에서 이전의 그 어떤 경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구도의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의 기술들은 대부분 국가의 기밀이었고 때문에 각국이 기술을 독점했었던 반면, 인공지능은 널리 사용이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범용 기술’이며, 전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동인 기술’이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이것은 다른 기술들의 기초가 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특정한 구분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이 미소 냉전 시기의 핵무기 개발이나 우주 경쟁 등과 같이 동일하게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킴에도 이들과 동일한 선상에 둘 수 없게 된다. 인공지능 분야에는 결승선이 없고, 달려야 하는 길도 뚜렷하지 않으며, 그 길은 대체로 명확하지 않고 서로 중첩되기 때문이다(Christine Fox,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기술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며 서로 간 대치 국면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데,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술 전반과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끊임없는 강조와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천명하고 있다. 이는 모두 4 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산업 국면을 맞이한 지금, 핵심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글로벌 패권을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기인한다. 혁명적인 기술적 변화는 단순히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혁명적인 정부 정책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Allen and Chan, 2017). 인공지능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연구, 투자, 사업 등을 통틀어 중국의 ‘스푸트니크 모먼트(sputnik moment)’라고 칭하기도 한다(Lee Kai Fu, 2018). 미국도 마찬가지로 현재 시기가 인공지능과 기술 전반에 있어 변곡점에 있음을 자각한다 1 . 그러나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보며 다소 뒤늦게 국가적 차원에서의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지원과 지도를 꾀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인공지능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SCAI)는 현재 미국이 인공지능 혁명이 사회, 경제, 국가 안보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안보, 번영, 민주적 가치 보호를 위하는 관점에서 인공지능 혁명을 봐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NSCAI, 2021). 앞으로 미중의 인공지능 및 기술 경쟁 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각국이 이 경쟁에 어떻게 돌입하고 있으며 경쟁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4 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국제정치 지형이 1 Robert Work, Deputy Secretary of Defense reported at the Reagan Defense forum.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살펴보는 것은 이후의 국제정치가 제공하는 선택지를 파악하는 데에 유용할 것이다.
경쟁의 대응
미국의 decoupling 시도
미국은 현재 탈냉전 시대가 분명히 끝났고 다음에 올 것을 형성하기 위한 강대국 간의 경쟁이 진행중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NSS, 2022). 또한 인공지능의 어렴풋한 영향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역사에서 중대한 결정 시점에 접근하고 있는 시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미국을 유지하는 데에 들인 여러 노력을 되새기고 이를 새로이 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확신할 수 없으며, 이를 포기할 위험에 처해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현재 미국이 자신 있게 앞서 나가거나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반도체 등 주요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를 시행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공세적인 조치들을 기술 전쟁이라 할 때, 이는 무역 전쟁과 거의 유사한 성격을 띠면서도 더 광범위한 대상이 주체가 되어 움직인다는 점에서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정책적 개입이나 상품, 서비스, 자본, 정보 등의 흐름의 통제와 같이 여타 경쟁의 국면과 비슷한 경쟁의 수단을 사용하지만, 무역 전쟁 등은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잘 조직된 어떠한 주체에 의해 동인되는 반면 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민관 등 모두가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는 측면이 강하다. 즉, 정치적 어젠다를 지닌 조직화된 주체들 뿐만 아니라 산업과 학술 영역에서 나아가 일반 시민의 참여, 그리고 그들의 의식 수준까지를 아우른다고 간주할 수 있겠다.
미국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기술 경쟁, 그리고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기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제와 함께, 기술의 여러 분야에서 중국의 가파른 강세에 비해 미국의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과, 미국 내 대중국 무역 적자 등으로 인해 초래된 국내정치적 이유이다. 먼저 기술 관련 여러 지표에서 미국의 약세와 중국의 강세의 두드러짐이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등 기술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에는 여러 지표가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특허, 데이터, 인재, R&D 수준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인공지능 특허와 관련해서 중국은 미국과 비슷하거나 앞서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특히나 인공지능의 주요한 하위 분야인 딥러닝(deep learning) 분야에서는 중국이 6배 정도 더 많은 특허 출판물을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특허 출판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인공지능의 주요 자산인 데이터 측면에서도 양질의 데이터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중국 사회는 이미 대부분 디지털화 되어서 개인이 일상에서 양산하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아주 높다고 평가된다.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이렇게 압도적인 수의 내국인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일관된 양질의 데이터는 중국의 인공지능 역량에 끊임없이 공급되는 석유와도 같다. 인재 측면에서도, 중국의 STEM 분야의 학위를 소지한 학사 졸업자는 미국보다 4배나 더 많고, 박사 졸업자는 2배정도 더 많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국제 대회에서도 중국 팀은 1위를 포함하여 상위권을 다수 장악하고 있다(Belfer, 2021). 또한, R&D 수준에서도 중국은 점차 강세를 띠는 반면 미국 수준은 지속적으로 약해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양자 과학, 생명 공학 기술, 그린 에너지 기술 등 다른 기술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게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양자 정보 과학 분야(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감지 등)에서 중국의 양자 통신은 미국을 능가하였으며, 그린 에너지 기술에서도 지난 20년간의 주요 발명가였던 미국을 제치고 독점권을 확고히 하고 있다. 생명 공학 기술에 있어서도 미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처럼 가파른 속도로 여러 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중국을 두고 미국이 더 이상 글로벌 과학기술 헤게몬이 아니라는 의견이 응집되기에 이른 것이다.
다음으로, 국내 정치적 이유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른바 ‘China Shock’으로 불리는 중국발 무역충격으로 미국의 경제가 큰 손상을 입었다는 데에 국민 전반적인 합의가 형성된 것이다(Autor et al., 2016). 특히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와 경제적 손실 등을 두드러지게 경험한 곳으로, 경제 문제가 정치와 이념 문제로 양극화되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중국으로 인한 무역 충격 등의 원인으로 미국은 국내적으로 지역 간 큰 편차, 그리고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이 심각한 갈등의 봉합을 과제로 직면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제조업이 쇠퇴하는 동안 중국은 미국과 겨룰 만큼 크게 성장한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 관계의 비대칭성이 심각해져 중국에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미국 전체가 적어도 경제, 기술 등의 방면에서 간첩 활동을 하는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손실을 경험했으며, 이러한 손상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겠다는 데에 대한 합의로 확대된 것이다.
요컨대, 지금까지의 궤적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은 경제 및 안보에서 중국이 이제 ‘완전한 경쟁 상대’가 되었음을 시인하고(Eric Schmidt, 2021),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의 추격을 늦추기 위한 결론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많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중국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미국을 앞설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분명하다(NSCAI, 2021). 인공지능이라는 신흥 기술이 경제, 군사, 안보 등 사회 전반을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경쟁에서 앞서 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경제나 군사 측면에서도 버거운 경쟁이 될 수 있겠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셈법으로 미국은 상호의존성이 높은 현재 글로벌 가치 망에서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단기적으로는 자국에 피해가 있더라도, 리쇼어링과 자국 기술 발전에의 심기일전 등을 통해 핵심 기술의 의존도와 취약성을 줄이고 현재 질서를 재편하려는 것이다. 이는 영구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중국과 decouple하려는 시도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이용한 바이오 기술 분야 등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제조, 인력 등에 크게 기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이 같은 분야에서의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고려하는 모습도 확인해볼 수 있다(Rob Carlson, Rik Wehbring, 2020). 마찬가지로 인적 자원 분야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을 찾을 수 있다. 천인계획과 같은 중국 정부의 미국 학계 침투 노력이 기만, 절도, 강압, 보상과 다름없다는 위협을 인지하고 이를 방지하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국내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데에 다수가 동의하고 있다(Rory Truex, 2020).
기술의 변화가 예상보다도 더 빠르고 급진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미국의 국가 안보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결코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다. 미국은 현대적이고 핵 능력까지 갖춘 중국 및 러시아를 동시에 억지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부상하는 중국을 막고 세계 1위를 굳건히 하는 것만으로도 단순하지 않은 여정인데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로 인해 발발한 고조된 지정학적 경쟁 등의 안보 위협까지 억지해야 하는 복합 안보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Department of Defense, 2022). 이 두 국가가 신기술을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임을 고려할 때, 기술의 급진적인 변화는 안보 지형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관련하여 미국은 현재 국방에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활용하겠다는 선언쪽으로의 변화가 포착된다(NSCAI, 2021). 미국의 국방 문제에서의 주요 이슈는 이제 9.11 테러 이후 중동에서의 대테러 작전에서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논의로 그 중요성이 옮겨졌다. 이른바 강대국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 GPC)로 안보 핵심이 변화하면서 지정학과 대전략에 대한 중요성이 새로이 강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Global Posture Review에서도 인도 태평양 지역이 우선순위가 됨은 말할 것도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이 자유민주적 가치를 필두로 여러 자원을 집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AUKUS, Quad와 같은 파트너십과 첨단 기술 협력을 강화함은 물론, 군사 영역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파트너십의 확대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DOD News, 2021).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집결시키는 행보가 더욱 두드러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DOD, 2022). 이는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결별을 요구하고 미국 편에 제대로 정렬되라는 ‘미국의 재세계화’의 한 부분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미국의 Quad 동맹체제 편입 요구와 이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인 적대감 표출 사이에서 곤란함을 겪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국산 5G 장비 사용 금지 요구로 화웨이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사태 등 전세계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최근에 귀추가 더욱 주목되고 있는 중국산 반도체 및 배터리 사용 금지, 핵심 기술 공장 이전 등의 요구 모두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도이자 미국식 재세계화의 단편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도 재세계화의 일부로 간주해볼 수 있겠다. 현 세계 패권국이자 화폐 발행국으로서 갖는 압도적인 무기인데, 극심한 국가 부채 수준인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단기적인 인상이 아니라 표면적으로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점은 이것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싸움임을 암시한다.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자국의 손실을 감내하고서라도 GVC를 재편하고, 핵심 기술 공장 등을 중국에서 이전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해 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질서를 재건하려는 것이다. 한편 최근 미국의 2022년 10월 국가 안보 전략(NDS)를 참고해볼 때 중국과의 갈등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가피하지도 않다고 언급하며 속도를 조절한다는 내용이 담기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과의 갈등을 피한다거나 대중 공세 수위를 낮추겠다는 의미보다는, 지금 당장은 전략 경쟁을 관리하고, 협력을 추구하는 동시에 변화가 너무 급진적이지 않기 위해 완급을 조절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그러나 금리 인상 계획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미국이 단순 1-2년의 단기간의 계획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플랜으로 움직일 것임을 감안할 때, 대중 공세 전략 자체는 변화 없이 지속될 것이다.
중국의 대응
현재 중국이 벌이고 있는 기술 굴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의 꿈’과 두 개의 100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2012년 총서기로 취임한 시진핑은 주요 계기 때마다 ‘중국의 꿈(중국몽)’을 천명해왔는데 그 요체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다. 물론 중국 내에서의 ‘중국몽’에 대한 논의는 시진핑 시기부터 새롭게 떠오른 것은 아니다. 연구자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지만, 이미 후진타오 시기에도 존재했다. 분명한 것은 이전에는 ‘중국의 꿈’이 중국공산당에 제기된 당에 대한 의문을 지우고, 그 정당성과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내적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면, 중국 인민의 생활 수준 향상 등과 더불어 이제는 그 개념이 확장되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홍건식, 2018). 단순히 자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제도, 문화, 기술 등 소프트 파워를 포함한 전세계적 네트워크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자신감을 과시하고자 한다. 즉, 지금의 ‘중국몽’은 대내적 의미와 더불어 국제정치적인 함의를 띠는 대전략 차원의 개념이다.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요컨대 현재 시진핑 지도부가 강조하는 ‘중국몽’은 중국식 사회주의의 발전, 샤오캉 사회 건설, 그리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중국몽’의 완수에 대한 의지는 구체적으로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그동안 중화민족이 겪은 좌절과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금 위대한 부흥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제시되는 로드맵으로 두 개의 100년이 있는데, 첫 번째 100년은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을 뜻하며 두 번째 100년은 신중국 건국이 100년째 되는 2049년을 의미한다. 그리고 두 개의 백년이 완성되는 2049년에 비로소 국가부강, 민족부흥, 인민행복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목표를 달성하고, 대국의 지위 회복을 이루어 내겠다는 다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 공산당은 대략 30년 주기로 큰 변화를 맞아왔는데 2 , 시진핑이 2049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동안의 30년 기간은 ‘중국의 꿈’으로 응축된 대전략을 향해 국력의 모든 요소를 투입해가며 여러 가지를 실행하는 테스트 기간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즉, 2049년까지 약 25년 동안의 기간을 견인할 동력으로써 중국은 기술을 필두로 한 ‘혁신 주도형 성장’을 강조한다. ‘혁신 주도형 성장’이란 전통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대전환을 2 첫 번째(1921-1949)는 당 창립 후 혁명과 건국을 위한 투쟁 시기, 두 번째(1949-1978)는 마오쩌둥식 사회주의 이상 시도와 실패, 세 번째 (1979- 2012)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추진으로 볼 수 있다(김영진 외, 2013). 의미하는데, 이전의 고속 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성장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이를 타개하고자 4차 산업혁명을 구심점 삼아 성장률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전 초고속 성장 시대와 달라진 현재 시대를 새로운 정상상태 ‘신창타이(New Normal)’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이를 이전 양적 성장 중시에서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로의 진입이라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현재를 새로운 정상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여전히 고속 성장이 필요한 중국의 경제 구조와 성장 동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 초고속 성장에 강력한 통치의 정당성을 두었던 당국이 이를 지속 할만한 새로운 논리로써 ‘신창타이’ 개념을 도입하고 정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 사활을 걺으로써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기존의 성장을 지속하여 정권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종국에는 2049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보조하는 데에 제조업 분야가 핵심임을 인식하고 ‘중국제조2025’를 필두로 한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전통적 제조업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제조 강국에 비해 상대적 열세였던 중국은 지난 산업혁명 기회들을 놓친 시간을 만회하고자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은 신기술 분야를 역전의 기회로 인식한다. 즉,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정책으로 13차, 14차 5개년 계획기간(2016-2025)의 발전 전략이다3. 이 모든 목표는 기존의 산업발전 정책과 다른 ‘시스템 전환’을 의미하며,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및 자동화 공작 기계 등의 핵심기술에서 국산화율을 높임으로써 중국 중심의 GVC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중국제조 2025’ 이후 제시되는 수많은 각종 업종별 후속 조치들 또한 기술 발전의 요인을 발굴하고 유니콘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것으로, 정부는 명확한 단계별 목표 및 실행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하위 구성요소들의 일사불란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 19 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방역 현장에 접목하는 것을 국가적으로 적극 지원하였다. ‘차세대 정보 기술 지원 감염병 방역 및 업무 복귀 서비스에 관한 통지’ 등을 통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신기술을 적용해 감염병 확산을 관리하는 것을 정책화한 것이다. 이때 인공지능을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과 질병 진단 및 백신 개발에 사용함은 물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미착용자를 적발하고 거리에서 체온을 측정한 뒤 자동으로 발열인 3 중국 국무원은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9 대 목표와 함께 10 대 전략산업육성과 5 대 중점 프로젝트를 정하고, 발전 전략을 3 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1 단계인 2015-2025 에는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2 단계인 2025-2035 에는 글로벌 제조 강국 중간 수준에 도달하며, 3 단계인 2035-2045 에는 제조업 분야 제 1 강국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덧붙여 2025 년까지 10 대 전략 산업에서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된다. 정보 연동을 하는 안면인식 등의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디지털 감시 시스템이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중국의 인민해방군(PLA)는 재래식 병력 확장은 물론, 공간, 대공간, 사이버, 전자 및 정보전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통합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총체적 접근 방식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해외 및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노력과 동시에 핵 능력을 현대화하고 확장하는 시도도 가속하고 있다. 이 때 인공지능은 중국이 미국의 전통적인 군사 우위를 넘기 위한 경로로써 인식되고 있다. 이에 중국 인민해방군(PLA)는 인공지능 관련 광범위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군 관련 연구 기관에서 연구개발을 추구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Horowitz, 2018).
중요한 점은, 중국이 이러한 시도들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진행한다는 것이다.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하는 개념인데, 미국의 동진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서진 전략이다.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는 육지와 해상, 그리고 우주와 디지털 분야를 잇는 데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남아시아, 아세안,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인프라 연결을 포함한 협력 체계를 추진하고 있는데, 철도, 도로 등 기반 시설 건설, 국제적으로 연결되는 철로와 파이프라인, 통신 인프라, 국가 간 물류 운반 시설 확충 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때 중국은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디지털 실크로드(DSR)’ 4 를 결합시켜 인공지능 기술, 통신 기술 등을 일대일로 연선국가에 전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체 역량이 부족한 앙골라, 짐바위, 우간다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국가 전역에 안면인식 카메라 설치와 같은 안면인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지원하며 정부 차원의 정치적 통제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맞물리며 중국의 기술 인프라 보급과 표준 확산은 더욱 고도화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이러한 인프라 제공을 조건으로 군사적 목적으로 항구를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내고 있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함반토타항과 과다르항, 방글라데시의 치타공항구, 탄자니아 바가모요 항구, 예멘과 아덴항 등이 해당된다. 동시에, 일대일로 벨트와 중국산 무기 수출 위치가 상당히 겹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는 1980년대와 비교해 현재 2배 정도가 증가하였으며, 중국은 2013-2017년 세계 3위의 무기 수출국이 되었다(「국방과 기술」, 2018). 이는 남중국해 해양 패권 쟁취 및 해양 패권국 달성을 위한 해외군사기지 건설과 에너지 확보의 노력인 것이다.
4 디지털 실크로드(DSR)는 1 단계에서 통신 기반시설 구축, 2 단계에서 위치정보시스템(베이더우), 양자컴퓨팅 협업, AI, 그리고 3 단계에서 디지털 자유무역지대 및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요컨대, 위의 시도들 모두 미국의 제해권이 미치지 않는 자원 수입 경로 및 정치적 세력 규합 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자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공유하는 인접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질서로 편입하기를 주저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는 시도다. 최근 동남아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두고 동남아에서 세력 균형이 중국 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Graham Allison, 2020).
인공지능 시대 유력한 국제질서 시나리오
디커플링 또는 협력
무역에서부터 시작하여 미국과 중국 간 몇 십년 간의 긴 역사의 상호관계를 끊으려는 시도들이 포착되고 있다. 이는 기술 분야, 공급망, 시장 등 곳곳에서 발견된다. 주의할 것은 이러한 정책은 한 번 시작되면 양자간 정치적 불신 등이 쌓여 이전으로 돌이키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완전한 디커플링을 이루고, 시장을 양분하게 된다면 세계는 국가적 표준 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여러 기술의 상호운용이나 호환의 편의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또한 그동안 구축된 네트워크 안에서 참여하던 국가들이 누리던 혁신과 비용 감소 등의 혜택도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두 국가의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경쟁이 전방위적인 파급 효과를 낳으며 기술 전 영역에 걸쳐 무수한 싸움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Paul Triolo, 2020).
한편 중국을 능력과 기여 가능성에서 동등한 파트너로서 협력의 대상자로 인식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중국이 인공지능 그물망에서 기여할 수 있는 정도가 크다고 판단하며, 인공지능의 성격이 국경을 넘나드는 기술이기 때문이며, 새롭게 시작된 분야로 아직 미지의 것이 많은 기술이기 때문이다(Christine Fox, 2020). 먼저 중국과의 협업이나 교환 등에서 아예 발을 빼버리고 외면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기존 무역과 안보 파트너들을 포함하는 세상의 중요한 부분, 큰 면적에서 아예 발을 빼는 것과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다. 동시에 긴밀한 네트워크 안에서, 개방에 대한 가치를 유지하며 중국이 주는 이익을 누리고 신흥 분야에서의 협업을 통해 미국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한다(Remco Zwetsloot, 2020). 중국인 유학생 등을 막는 것은 인공지능이라는 신흥 분야에서 국제적 협업을 통한 거대한 지적 유익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미 vs 중의 결과
인공지능 및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지식이 풍부한, 오히려 범람하는 시대이다. 단순 지식의 양이 국력의 요소가 되는 시기는 지나갔다는 의미이다. 물론 인공지능 자체의 발전만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특색이 유리해 보일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여러 요인이 관여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물질 요소로는 데이터, 인공지능에 필요한 칩 등이 있으며, 무형 요소로는 기초 연구, 응용 능력, 신뢰도 등이 있다. 이 중 데이터는 인공지능이라는 자동차를 굴리기 위해 필요한 석유에 빗대어 이해되는데,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막대한 인구가 쏟아내는 데이터 양을 생각했을 때 압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Lee Kai Fu, 2018). 또한 응용 분야에서도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상업화에 엄청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인구와 내수시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강력한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시중에 나와있는 기존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베끼는 것에서 나아가 중국인 유저들에 알맞게 최적화함으로써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토록 공격적으로 여러 상업화 시도를 하는 이유 중에 중국 내 존재하는 수많은 이윤에 목마른 스타트업(profit-hungry startups)들, 즉 궁극적 목표가 돈을 버는 것에 있는 기업들이 있다. 미국이 순수한 혁신 정신에 기반해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문화적으로 베끼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오직 시장에 맞춤형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발견의 시대’가 끝나고 발견한 것들을 현실에 적용하는 ‘실행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중국은 자국이 나아가 기초연구와 혁신에 있어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기도 한다(Lee Kai Fu, 2018).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다가오는 시대를 조망해볼 때, 최근 공개된 Chat GPT만 보더라도 힘들이지 않고 몇 번의 타이핑만으로도 대부분의 지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때이다. 따라서 양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이전의 공식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앞으로의 지식이 풍부하다 못해 포화상태인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승부수는 창의성일텐데, 중국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중국적 특색’과는 사뭇 결이 달라 보인다. 중국의 인공지능 개발은 대다수 이윤이 고픈 스타트업들이 피상적인 적용일 뿐이며, 단순한 응용과 실행만 끝없이 찍어내는 것으로 보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Christine Fox, 2020). 인공지능과 연관된 근본적인 혁신들은 기초 연구·개발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생성, 전략 게임, 언어 이해와 생성 등은 피상적인 적용이나 도구적 시행이 아닌 기초 연구에서 파생된다. 게다가 인공지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은 본질적으로 국경 내에 가둬둘 수 없는 기술이다. 창의성과 개방성이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이 지배하는 이 시대와 중국이 궁극적으로 align되기 힘든 이유이다. 오늘날 중국이 강조하는 중국식 발전 경로, 중국 특색, 중국 고유의 가치 등이 권위주의 국가나 유교문화 담론이 통하는 일부 국가들에서는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사회 체제, 이념, 사회 분위기, 정치적 민주화, 지적 능력, 문화 등의 무형자산이 사회를 이끄는 요소임을 고려할 때 자유민주주의 문화를 공유하는 많은 국가들에는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각국이 형성하려는 네트워크의 참여국들에 공공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관리 비용을 부담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등을 통해 미국에 대항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인프라 건설 등을 대가로 제공하는 고금리의 구속성 원조는 참여국들의 위기 상황을 증폭시킬 확률이 높다. 일대일로 참여국들 중 경제적 또는 정치적으로 그 자체가 일단 불안정한 국가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참여국 재정이 이미 열악한 상황이었던 데다가 일대일로 차관의 상환 만기가 도래하면서 유동성이 경색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이 긴급 구제금융 신청을 했던 것처럼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체력이 부실한 많은 국가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 때 참여국에 유동성 자금을 공급하는 등의 관리 비용을 부담하려는 의지 및 능력이 중국식 네트워크 유지에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장기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이러한 능력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 자국의 국가 부채 등조차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면 일대일로로 구축한 중국식 네트워크 내의 국가들을 관리하기란 역부족일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의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체제는 단기간 형성된 것이 아니다. 양차 대전과 냉전기 및 그 후까지 오랜 시간 동안 7. 인공지능 시대 인태지역 질서 전망 자국의 네트워크로 포섭한 국가들에 공공재를 제공함과 동시에 위기 관리 및 해결, 불만족도 조절과 같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해왔기 때문에 굳혀진 것이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이루어진 정보 등의 이동과 속도가 더욱 빨라진 시대에서 미국에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관리비용 부담의 의지와 능력이 필수적임은 자명하다.
나가며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은 이전 전통적 국제정치 경쟁 양상과는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동인기술이자 범용 기술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이 단선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분야에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더욱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재구성되는 국제정치 현실, 미국이 짜 나가려고 하는 미국식 재세계화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살펴보는 것이 충돌의 여파가 극심한 인태지역 국가들이 전략적 태세를 준비하는 데 필수적이라 하겠다. 인공지능 기술이 본질상 개방적이라는 점에서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의 특성이 이와 정렬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만리방화벽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체주의를 고집하는 중국의 경우 쉽지 않은 경쟁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라는 점에서 양으로 승부하려는 중국의 이전 공식 또한 들어맞기 어렵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 조치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의 중진국 함정을 피하고, 일대일로 참여국에 대한 관리 비용 부담의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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