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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특별 논평] ③ 이란 전쟁과 AI 전장 혁명: ‘속도의 역설’과 한국의 과제

분류
논평이슈브리핑
발행일
2026년 7월 2일
관련 프로젝트
미국-이란 전쟁

편집자 주

김양규 국방대 교수는 2026년 미국-이란 전쟁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져온 전술적 속도 혁명과 그로 인한 전략적 실패, 즉 '속도의 역설'을 분석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전쟁 양상의 변화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재편이 한반도 안보 환경에 미치는 중대한 파급효과를 조명합니다. 김 교수는 한국군이 단순한 타격 속도 경쟁을 넘어, 지휘통제의 회복탄력성과 확실한 보복 능력을 갖춘 신중한 AI 억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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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특별 논평 시리즈
동아시아연구원(EAI)은 2026년 미국-이란 전쟁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지형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총 5편으로 구성된 특별 논평 시리즈를 발간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탈패권 이행기와 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대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정치, 군사안보, 중동, 중국, 정치경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다양한 시각이 융합된 이번 논평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안보 및 경제의 불안정성을 평가하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이 나아가야 할 능동적인 외교·안보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① 전재성, 이란 전쟁 이후의 국제질서와 한국: 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대와 탈패권 이행의 시험대 [논평 읽기]② 김강석, 안소연, 2026년 이란 전쟁 이후 중동 질서: 구조적 불안정성과 안보전략의 전환 [논평 읽기]③ 김양규, 이란 전쟁과 AI 전장 혁명: ‘속도의 역설’과 한국의 과제④ 이승주, 이란 전쟁: 우주 정보전과 군산 복합체 2.0의 부상 [논평 읽기]

※ 본 보고서는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1. 2026년 대격변: 이란 전쟁의 충격

“탈냉전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post-Cold War era is definitively over)”(Whitehouse 2022)는 선언이 나올 만큼 충격적이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 이후 4년 만에 국제질서는 다시 한 번 중대 기로에 섰다. 2026년 1월 3일 카리브해에서 벌어진 마두로(Nicolá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과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을 상대로 개시한 “장대한 분노(Epic Fury)”와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 작전은 작게는 앞으로의 전쟁 양상을, 크게는 향후 세계질서의 향방을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한 공격이 미국 외부에서부터 가해진 사건이었다면, 2026년 이란 전쟁은 동 질서를 설계한 미국 스스로가 의회 승인 없는 군사행동, 민간 피해 책임에 대한 불명확한 태도, 국제법적 기준의 묵시적 폐기 등을 통해 규칙 기반 질서와 충돌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막이 열렸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00년 뒤 역사가들의 평가는 다를 수 있으나, 이란 전쟁이 기존 국제정치 질서에 가한 충격은 2022년보다 더 근본적인 수준의 문제라고 판단된다.

특히 이번 이란 전쟁은 국제체제 내 가장 강력한 행위자인 미국이 전술에서부터 전략까지 의사결정 전 과정을 인공지능(AI) 결심지원으로 압축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에 더욱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물론 2022년 러-우 전쟁과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AI 기술은 다방면에서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26년 미국이 이란 작전에서 구현한 수준의 군사 AI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1415년 아쟁쿠르 전투(Battle of Agincourt) 당시 영국의 장궁병이나 1917년 캄브레(Cambrai)에서 영국군의 ‘예측 사격(Predicted Fire)’이 당대 전쟁 수행 방식의 규칙을 바꾸었듯,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교리 혁신으로 평가될 수 있다.

개전 후 100여 일 만인 6월 14일 종전 양해각서(MOU)가 서명되었으나, 핵심 쟁점을 둘러싼 최종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전쟁으로 가시화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한반도 맥락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엄중하다. 2023년 말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 공식화 이후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군사 밀착 공고화에 이어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8일 7년만에 방북하며 북중 전략적 관계 복원 및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는 시점에서 한국은 미국 주도 글로벌 동맹체제 약화와 전작권 전환이라는 전례 없는 안보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본 이슈브리핑은 우선 이번 이란 전쟁 경과를 통해 드러난 AI 기술의 군사적 사용이 군 의사결정체계 지원에서 가져온 근본적인 변화를 ‘속도의 역설’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이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는지 전술 및 전략 차원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그 이유를 분석한다. 이어서 올 1월 23일 발표된 미국의 국방전략서(National Defense Strategy: NDS)를 통해 미국 국방전략의 밑그림이 공개된 이후 트럼프와 시진핑이 처음으로 만난 5월 13-15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향후 미국의 인태지역 전략 방향을 간략히 살펴본다. 끝으로 본 보고서는 이러한 기술적·지정학적 차원의 변화를 고려할 때 한국이 취해야 할 국방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2. 이란 전쟁 평가: 속도의 혁명과 그 역설

(1) 미국의 이란 전쟁 목표와 현 상황 평가

이번 이란 전쟁의 특징에 대해 폰테인(Richard Fontaine)은 걸프전 전후 확립된 미국의 군사력 사용 원칙이 180도로 뒤집어진 “반(反) 파월 독트린(anti-Powell Doctrine)”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1) 명확한 목표와 뚜렷한 출구 전략 대신 ‘목표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2) 비폭력적 수단의 소진과 최후통첩 없이 “모호성과 기습(Ambiguity and Surprise)”을 통해 우위를 추구하며, (3) 의회의 무력 사용 승인과 대중의 확고한 지지 확인을 생략한 채, (4)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군사작전(Short, sharp military actions)”으로 “적당히 좋은(good enough)” 성과를 추구하고, (5) 사후 수습 책임(“Pottery Barn rule”)은 무시하는 방식으로 요약된다(Fontaine 2026).

군사작전의 성패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목표’에 대해 트럼프는 마치 매일 변하는 과녁을 제시했기에 그 자체가 매우 독특한 현상이라고 평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결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대체적인 수준이라도 미국의 공식적 목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설정할 필요가 있다. 본 고는 미 전쟁부의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 3월 10일 공식적으로 제시한 미국의 4대 핵심 군사 목표를 기준점으로 삼는다(U.S. Department of War 2026c). 첫째,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드론 역량 파괴(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발사대, 지휘통제(C2) 노드, 비축물자 파괴), 둘째, 이란 해군력 궤멸(호르무즈 해협 등에서의 전력 투사 및 상선 위협 능력 완전 제거), 셋째, 이란 국방 산업 기반(DIB) 파괴를 통해 미사일, 드론, 무기 등을 향후 몇 년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재건할 수 없도록 제조 시설 파괴, 넷째, 이란 핵무장의 영구적 차단이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미국은 이 중 어떤 목표를 달성했으며 앞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를 평가하기 위해 전술(군사작전 수행)과 전략(군사작전 목적) 차원으로 구분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2) 전술적 성공: 속도 혁명

이번 전쟁에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의 군사작전 진행 속도였다. 3월 5일 미 중부사령부(CENTCOM) 현지 브리핑은 72시간 동안 테헤란 주변을 포함해 이란 깊숙한 지역의 표적 약 200개를 타격했고, 그 결과 24시간 만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은 1일차 이후 90% 감소했고, 드론 공격은 1일차 이후 83% 감소했다고 밝혔다(U.S. Department of War 2026b). 3월 10일에는 누적 타격이 5,000개 이상 표적에 이르렀고(U.S. Department of War 2026c), 3월 13일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이스라엘 공군이 합쳐 15,0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으며 하루 ‘1,000개 이상’의 속도로 공습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U.S. Department of War 2026d). 4월 8일 휴전 시점에 헤그세스 장관은 40일도 안 되는 기간 안에 “미국 전체 전투력의 10%도 안 되는 전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군대 중 하나를 해체했다”고 공언했다.

전술적 차원에서 미국 군사작전의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4월 8일 휴전 이전까지 작전에 대한 케인(Dan Caine) 합참의장의 보고 내용이 중요하다. 38일간의 주요 전투에서 미군 단독으로 13,000개 이상 표적을 타격했고, 그중 4,000개 이상이 실시간 정보를 반영한 “동적 표적(dynamic targets)”이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방공체계의 약 80%를 파괴했으며, 1,500개 이상의 방공 표적, 450개 이상의 탄도미사일 저장시설, 800개의 일회용 공격 드론 저장시설을 타격, 2,000개 이상의 지휘통제 노드를 파괴했고 이란 정규 함대의 90% 이상을 격침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란 무기 공장의 약 90%를 공격했고 미사일 시설의 80% 이상을 제거했으며, 이란 핵 산업 기반의 거의 80%가 타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Hosseini Khamenei) 포함 대부분의 주요 리더십(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최고지도자 군사실장, 국방장관, 이란혁명수비대사령관, 군 총참모장, 정보장관 등)이 제거되었다(U.S. Department of War 2026e).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전술적 승리로 볼 수 있다. 특히 작전 속도, 38일 동안 평균 4분에 표적 1개 수준의 타격을 감행한 전무후무한 수준의 작전 속도가 가능했던 것은 AI 기반 결심지원 도구의 광범위한 활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팔란티어가 펜타곤과의 협력하에 개발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이 위성 이미지, 드론 영상, 레이더 데이터, 신호정보, 사이버 정보, 공개출처 정보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융합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표적을 분류, 적합한 무기체계 추천, 타격 패키지 생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대규모 언어모델(LLM) 역시 동 시스템에 내장되어 정보를 요약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과거에는 몇 시간 또는 며칠이 걸리던 작업을 몇 분으로 축소시키고, 관찰-지향-결정-행동(observe, orient, decide, act)으로 이어지는 OODA 루프를 획기적으로 압축했다(Lee 2026; Klare 2026). 이는 2026년 1월 미 전쟁부가 선언한 “인공지능 가속화 전략(AI Acceleration Strategy)”에 따라 기존의 관료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프런티어 AI 역량의 최첨단을 모든 임무 영역에 통합하여 “전례 없는 미국 군사 AI 지배의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 실제 전장에서 실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U.S. Department of War 2026a).

최근 실험연구도 이러한 속도 혁명을 잘 보여준다. 두마나스(Dimitrios Doumanas) 연구팀이 식별정보를 제거한 역사적 전투 시나리오로 인간 장교와 최신 LLM의 작전 수립 능력을 비교한 결과, 인간 장교가 1~3시간 걸린 분석을 AI 모델은 수 분 내에, 가장 빨랐던 Claude 3.7은 평균 56초 만에 완료해 인간보다 99% 이상 빠른 속도를 보였다. 다만 세부적으로 지형 제약 등 현실적인 전장 역학 등 차원의 분석에서는 인간 장교가 앞서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술적 결심의 다차원적 파급효과 분석과 병과 간 충돌 조정 영역에서는 AI가 인간 장교를 압도하였다(Doumanas, Soularidis, and Kotis 2026).

(3) 전략적 실패: 전쟁 수행의 정치적 목적 달성 실패

이처럼 화려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이란 전쟁 결과를 놓고 ‘미국의 압도적인 승리’나 ‘군사 AI 혁신사례’로만 결론 내리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는 미 전쟁부가 제시한 작전 목적, 곧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드론 역량 파괴, 이란 해군력 궤멸, 이란 국방 산업 기반 파괴, 이란의 핵무장 영구 차단 측면에서 비춰보면 자명하다(Azad 2026; Khan 2026; Cancian and Park 2026).

첫째, 미사일 및 드론 역량의 경우 미군의 가장 강력한 벙커버스터(GBU-57 MOP)조차 화강암반 400~1,500피트 아래에 구축된 이란의 지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지 못했다. 미군 정보당국은 터널 입구의 77%를 파괴했다고 자평했으나, 실제 이란은 전쟁 전 탄도미사일 무기고의 70%를 보존했고, 실제로 굴착 장비를 이용해 발사대를 밖으로 꺼내 수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유지한 점이 확인되었다.

둘째, 전통적 의미에서 이란 해군은 궤멸시켰으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작고 빠른 소형 고속정과 무인 수상정 떼로 구성된 이른바 “모기함대” 전력과 지상발사 미사일 체제를 활용하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데 성공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일부 선박들은 중국 위안화로 통행료를 지불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미국을 우회해 이란과 직접 협상하는 등 미국의 통제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직접적인 전쟁 비용은 25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전 세계 글로벌 GDP에 끼친 손실액은 5,900억 달러에서 최대 3조 5,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셋째, 이란 국방 산업 기반 파괴의 경우 일정 수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핵무장의 경우는 긍정적 평가가 쉽지 않다. 복수의 보고서는 미국의 타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단지 6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고 본다. 지하시설 기지에 대한 직접적 타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인해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종교적 칙령(Fatwa)이 사라졌고, 핵심 리더십이 붕괴한 자리에는 강경파 혁명수비대(IRGC) 인사들로 채우게 되어 핵무장을 추진할 정치적 명분은 더 강하게, 그리고 앞으로 훨씬 더 강경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훨씬 높여버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물론, MOU에서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기로 재확인”한 것은 사실이나,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까지 우려하는 바와 같이 이란이 농축 프로그램 종료나 핵능력 폐기를 ‘선의’로 협상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매우 어렵다.

넷째, 앞서 제시한 4가지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면서도 작전 수행을 위해 치러야 했던 군사적 비용의 문제다. 직접적인 것은 무기고 고갈 문제이다. 2만~5만 달러짜리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미국은 400만 달러짜리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소진하는 ‘114 대 1’의 극단적인 비용 비대칭을 감내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총량 수준에서도, 헤그세스는 미군 전력의 10퍼센트만을 사용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미사일 재고는 전체적으로 30% 이상 소진되었으며, 특히 신형 지대지 미사일(PrSM)은 거의 전량, 대체재가 없는 사드(THAAD)와 패트리어트(Patriot)는 절반 이상이 소진된 상태인 것으로 평가된다(Cancian and Park 2026). 미 방산업체의 생산 역량 한계로 인해 이렇게 소진된 미사일을 재건하는 데는 최소 1년에서 최대 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억지할 수 있는 미국의 핵심 전략에 심각한 구조적 취약성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군사적 비용을 넘어 정치적 비용의 문제다. 유럽 동맹국들과 사전 협의 없이 전쟁이 개시되면서 나토(NATO)와의 심각한 외교적 균열이 발생했고, 이는 실제 전쟁 수행과정에서 영공 통과 및 기지 사용 관련하여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동맹국들의 비협조를 유발했다. 반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으로 이어지는 반미 연대는 공고화되고,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조치와 무기 체제 재건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 효과 급증으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입지는 크게 강화되었다. 국내정치적으로도 치솟는 유가와 전쟁 장기화로 인해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으며 국정 지지율이 30%대까지 폭락했다.

(4) 속도의 역설

아자드(Tahir Azad)는 이번 전쟁을 기점으로 미국이 1991년 이후 누려왔던 “전략적 풍요(Strategic Abundance)”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이제 미국이 “전략적 파산(Strategic Insolvency)” 상태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결국 전술적 성공이 전략적·정치적 목표 달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베트남전의 교훈이 AI 시대에도 반복되는 셈이다. 혹자는 이번 전쟁이 “베트남전 실패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고 심각할 것”이라고 평가한다(Musgrave 2026). 그렇다면 왜 인간의 인지능력을 아득히 넘어서는 속도의 혁명과 이로 인한 엄청난 전술적 성공이 전략적 수준에서는 참사 수준의 결과로 이어진 것일까?

루트왁(Edward Luttwak)은 전략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일상적인 선형적 논리가 아닌, 상반된 것들이 결합하고 역전되는 “역설 논리(paradoxical logic)”의 지배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적이 절대로 예상할 수 없도록 기습 작전이 성공하려면 평탄한 기동로를 포기하고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험로를 통과하는 군수적 측면에서는 재앙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성공은 정점(culminating point of victory)을 지나면 그 반대로 전환”되기 마련이고, “전술적으로 좋은 길이 전략적으로는 나쁜 길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모스크바를 향해 무리하게 진격했던 독일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루트왁의 ‘역설 논리’는 군사 AI 혁명 시대에도 큰 함의를 준다. 본 이슈브리핑에서 강조하는 ‘속도의 역설’이다. 첫째,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인간의 실질적 통제력을 약화시킨다. 급박한 속도로 작전이 전개되는 전장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다종·다차원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AI 권고를 듣게 되면, 충분히 숙고해서 식별 표적의 정확성과 군사적 타당성, 민간 피해 가능성, 전략적 비례성 등을 면밀하게 따져보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AI의 그것보다 더 낫다는 확신을 갖기 매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AI 기반 ‘의사결정의 압축(AI-enabled compression)’으로 감지-분석-타격에 이르는 전 과정이 고속화되면 절차적으로는 인간 감독자가 존재하더라도 그 감독 기능이 실질적으로 무의미해질 수 있다(Csernatoni 2026). 이스라엘 라벤더(Lavender) 시스템은 심지어 인간 분석관이 AI 추천 표적 하나를 검토하는 데 평균 20초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초의 시간 동안 어떤 수준의 신중함(prudence)이 발현될 수 있겠는가?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이란 전쟁 수행 과정에서 인간 감독자는 항상 의사결정 루프 안에 있다(human-in-the-loop)고 강조했지만, 하루 수천 건의 동적 표적을 처리했다고 강조한 점을 미루어, 속도의 혁명 속 실질적 인간 통제력 유지는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둘째, AI 모델의 구조적 한계다.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의 편향과 오류에서 자유롭지 않고, 기계 학습의 특징상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시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의 판단 과정은 여전히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특히 2월 28일 이란 남부 미나브의 여자 초등학교 피격 사건은 AI 표적화 체계의 오류 가능성을 시사하는 비극적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AI 기반 표적화의 과도한 활용은 기계의 통계 모델에 기반한 방책이 의미 있는 인간 통제 없이 집행되는 가운데 의도치 않은 치명적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Amaral 2026). 특히 전쟁은 정치적 목표, 민간인 피해, 적의 비대칭 대응이 뒤섞인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에, 속도나 정확도 중심 지표로는 AI 기반 군사작전의 성공 여부를 작전 수행 이전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셋째,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이 만들어 내는 심각한 오류이다. 인간의 뇌는 정보의 질이나 진리 여부와 무관하게 단순히 더 많은 정보에 대해 “과도한 확신(fallacy of overconfidence)”을 부여한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집된 수많은 정보를 모두 분석한 기계가 다양한 수치와 확률, 시각화된 화면을 통해 방책을 제안하면 인간은 과신의 오류에 빠져 그것이 자신의 제한적인 판단보다 훨씬 더 신뢰할만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이것이 위기나 전쟁과 같이 시간의 제약을 받는 의사결정 환경과 만나면 그 결과는 재앙적일 수 있다. 첫 번째 문제가 두 번째 문제를 심화시키고, 두 번째 문제가 첫 번째 문제를 강화하는 악순환의 피드백 고리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러한 속도의 역설은 6월 14일 서명된 종전 양해각서(MOU)에서 문서로 확인된다. 13,0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하고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도 미국이 받아든 조건은 전 제재의 단계적 해제,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 지원, 봉쇄 해제와 철군, 그리고 핵 농축 능력의 사실상 존속이었다. 전술적 정점이 전략적 양보로 귀결된 것이다(Foreign Policy 2026).

3. 미국의 전략 재편과 한국의 과제

앞서 살펴본 종전 양해각서(MOU)는, 미국에게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 전략적 본질은 미국이 다시 ‘우선순위 기반 전략’으로 회귀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의 군사적·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인도·태평양 및 대중(對中) 견제에 자원과 관심을 재배분하려 할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23일 발표된 국방전략서(NDS)가 제시한 방향, 곧 본토·서반구 방어, 제1도련선에서의 거부적 억지를 통한 대중 견제, 동맹의 부담 분담 확대, 방위산업기반 강화의 맥락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귀결이다(김양규 2026a; 2026b).

다만 이란 전쟁이 드러낸 속도의 역설은 이 재편 구상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란 전쟁으로 소모된 탄약·미사일방어·항모전력의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종전 국면은 미국의 즉각적 전력 회복이 아니라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재집중하려는 의지와 실제 가용 군사력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일정 기간의 ‘취약성의 창(window of vulnerability)’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은 이러한 구조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 유가 부담, 중간선거 이전 외교적 성과 필요성, 탄약 소진이라는 전술적 부담을 안고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 핵심광물, 공급망, 대만해협 주변 군사활동 역량 강화 등 주요 레버리지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협상에 임했다. 그 결과 미국은 에너지·농산물 구매 등 영역에서 몇 가지 가시적 성과를 얻었지만, 대만·반도체·북한 문제는 사실상 의제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중국의 강력한 요구에 대해 미국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은 현재 미중간 협상력의 우위가 어느 쪽에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란 전쟁을 통한 압도적 군사력의 과시가 곧 대중 협상 레버리지의 증대로 전환되지는 못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미동맹은 ‘방위비 분담’에서 ‘역량 분담’으로 논의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한국에 단순한 비용 부담을 넘어 조선, 함정 정비(MRO), 탄약 생산, 미사일방어, 정보 공유, 후방기지, 나아가 대만 유사시 지원 등 보다 폭넓은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한반도 방위가 아니라 미국의 대중 전략을 보조하는 주변 전구(戰區)로 기능하게 될 위험이다. 한국은 한미동맹 현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그 목적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억지력 보조’가 아니라 ‘한반도 전략 안정성 강화’로 명확히 설정하고, 감당해야 할 군사적 위험과 그에 상응하는 전략적 보상 사이의 균형을 요구해야 한다.

종전 국면은 북한 문제에도 양면적 함의를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이후 자신을 ‘전쟁종식자’이자 ‘평화중재자’로 부각하고 중간선거 이전의 외교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다시 활용하려 할 수 있다. 그러나 2026년의 북한은 2018년의 북한과 다르다. 북한은 핵무력을 고도화했고,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화했으며,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정의한 가운데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는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상당한 핵잠재력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한 이란조차 미국의 대규모 군사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켜본 북한은, 앞으로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력의 생존성과 분산성, 전술핵 운용 능력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배제된 채 진행되는 북미 간 ‘안정적 공존(stable coexistence)’ 논의(Aum and Panda 2025)는 한국 입장에서 ‘위험한 거래(dangerous bargain)’로 변질될 수 있다. 한국은 북미대화와 리스크 완화 조치 자체를 반대할 필요는 없으나,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거나 한미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제재완화, 종전선언 등을 한국과의 사전 조율 없이 미국이 대북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결국 이란 전쟁이 한반도에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속도의 우위가 그 자체로 전략적 성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표적화, 감시정찰, 결심지원, 킬체인 체계에 통합하는 길로 이미 들어섰고, 그 방향 자체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종심이 짧고 판단 시간이 극단적으로 압축되는 한반도에서, 북한은 한국군의 AI 기반 킬체인 역량 강화를 자국 핵자산에 대한 선제 무력화 시도로 이해할 수 있고, 상호 불신 속에서 양측은 먼저 쏘아야 유리하다는 ‘사용하거나 잃거나(use-it-or-lose-it)’의 압박을 느낄 수 있다(Kim 2025). 따라서 한국군의 AI는 ‘먼저 때리는 능력’이 아니라 ‘맞아도 살아남고, 빠르게 지휘통제를 회복하며, 확실히 대응하는 능력’에 우선 기여해야 한다. 지휘통제의 회복탄력성과 보복의 확실성을 강화하고, 한미가 AI 기반 표적화·결심지원이 북한에 보내는 신호와 의도치 않은 확전의 경로를 공동으로 평가·관리하는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제도화할 때, 비로소 AI 시대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이 가능해진다(Kim 2025; 김양규 2026c). 속도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속도 경쟁에서의 우위가 아니라, 신중함을 내장한 확고한 억지 체계이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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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규_국방대학교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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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김양규_이란 전쟁과 AI 전장 혁명_260702_EAI특별논평.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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