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K 특별 논평 시리즈] 빅터 차 ‘차가운 평화(Cold Peace)’ 비평
편집자 주
최근 빅터 차 박사는 『Foreign Affairs』 기고문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026년 4월 기고문 "있는 그대로의 북한: 차가운 평화를 위한 변론(North Korea as It Is: The Case for a Cold Peace)"에서 차 박사는 한미 동맹이 이제 사실상(de facto)의 핵보유국으로써 북한을 '용인(accept)'하고, "차가운 평화(Cold Peace)"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차 박사의 이러한 주장은 강경한 대북정책을 지지해 온 그의 기존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한국과 미국이 동북아 지역 역학에 대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전제와 정책의 전면적인 개편을 제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아시아연구원의 본 논평 시리즈는 한국의 외교 정책 및 안보 관점에서 차 박사의 "차가운 평화" 프레임워크를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이를 통해 본 시리즈가 심화되는 미·중 경쟁과 북한의 외교 전략 변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안적 경로를 모색하는 거시적 차원의 안내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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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① 이란 전쟁의 좌절과 미국의 대북 '차가운 평화' 구상 – 전재성 (EAI 원장, 서울대 교수)② 차가운 평화: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가? -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③ ‘차가운 평화’ 방안 추진에 앞서 고려해야 할 변수 –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 |
이란 전쟁의 좌절과 미국의 대북 '차가운 평화' 구상
전재성 (EAI 원장, 서울대 교수)
이란 전쟁이 100여일의 커다란 혼란을 거쳐 종전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 전쟁의 목적을 다양하게 제시했지만 결국 이란의 비핵화를 위한 전쟁으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군사적 공격이 이란을 완전히 비핵화시키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엄청난 좌절과 비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완전하고 효과적인 종전이 될지, 지루한 협상으로 이란의 비핵화를 둘러싼 다음 단계의 혼란이 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열전(hot war)으로는 비핵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이번 전쟁이 남긴 커다란 교훈이다.
이러한 좌절을 겪으면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생각과 접근법을 재고하고 있다. 북한과의 열전은 승전의 가능성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이미 엄청난 핵무기를 실전 배치한 북한과의 전쟁은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강력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한 국가였지만 북한은 이미 50기의 핵탄두와 미 본토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보유국이다.
그렇다고 온전한 평화(hot peace)를 이루기도 어렵다. 북미 간에 존재하는 엄청난 불신 뿐 아니라 미국의 외교전략에서 북핵의 우선순위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핵강대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새로운 핵억제전략의 국면에 들어섰고,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조약 역시 올해 2월에 만료되어 이제 핵강대국들 간의 핵무기 통제마저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빅터 차 박사가 최근 『Foreign Affairs』에 발표한 '있는 그대로의 북한: 차가운 평화를 위하여(North Korea as It Is: The Case for a Cold Peace)'는 이러한 정세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미국 외교전략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이 가장 핵심 임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안보전략에 북한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방전략(NDS)에서도 북한은 미국 본토 안보를 위한 핵억제 차원에서만 다루어지고 있다. 차가운 평화 구상은 열전으로도 온전한 평화로도 나아갈 수 없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미국의 안보전략이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차가운 평화 구상의 핵심은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남겨두되,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을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로 막아내고, 핵전쟁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위기관리를 통해 정세를 안정시키며,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공세적 억제는 최대한 자제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외교적 협상, 그리고 북중러 연대 속에서 북한이 점차 이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전략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식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차가운 평화 구상은 확정된 구체적 정책이라기보다 국제정세의 대변환 속에서 고려해야 할 대북정책의 주요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미국 내에서 일정한 공감대를 가지고 상당기간 동안 논의되어 온 흐름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논의가 한국에 주는 함의는 첫째, 미국의 북핵 전략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지고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특히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만 초점을 맞춘 북미 합의는 정작 한국을 직접 겨냥하는 단거리, 전술핵 전력을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는 한국의 대북전략이 보다 자율적으로 형성되고 제시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측면도 있다. 지금 미국은 변화무쌍한 국제정세와 패권전략의 한계 속에서 전략적 구도를 재정비하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나누어 역할을 재조정하는 과정에 있다. 대북정책 역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속에서 한국이 어떠한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가에 따라 한국의 자율성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 한미 간에 대외전략 전체에 관한 역할 분담을 둘러싸고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북정책에서도 이러한 공간이 열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차가운 평화 구상은 아직 구상 단계이기 때문에 그대로 정책에 적용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설사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북한은 핵국가 지위 인정을 요구할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미관계 개선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울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상당 기간 동안 교류협력을 제한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외교를 통한 위기관리, 북한 핵능력의 동결, 북중러 연대의 약화 전략 등은 단기간에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끈질기게 추진해야 할 전략이다.
한국은 앞으로 추진할 대북전략의 시간적 프레임을 재설정하고, 미국의 차가운 평화 구상과 한국의 평화공존 전략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 남북교류협력, 평화공존, 그리고 통일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국제환경 속에서 서로 모순관계에 처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요소들을 하나씩 조율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략 전체를 시야에 넣고 미국의 대북 정책의 변화를 보면서 한국의 자율적 정책 공간을 찾아 미국과 협력하는 구체적 정책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직시하기 시작했다면, 한국 또한 있는 그대로의 미국, 있는 그대로의 한반도 상황 속에서 대북 전략을 세워야 할 때이다. ■
차가운 평화: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가?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북한과 미국은 모두 북핵 문제의 전개 과정에 대한 책임을 공유한다. 지난 30여 년간의 핵 외교를 돌이켜보면, 성찰과 아쉬움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적지 않다. 2002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둘러싼 갈등 당시 워싱턴과 평양이 각각 소폭의 양보를 통해 제네바 합의의 붕괴를 막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빅터 차(Victor Cha)가 주창한 '차가운 평화(Cold Peace)' 구상을 제안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이러한 반사실적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이는 북미 협상의 역사를 관통해온 수많은 기회의 상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6자회담에 직접 참여했던 빅터 차가 대북 정책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에는 단순한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원인이 존재한다. 워싱턴의 협상 제안이 달라진다고 해서 평양의 반응까지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빅터 차 자신도 인정하듯,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면 어떤 합의도—그 설계가 어떠하든—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차의 글은 30년에 걸친 미국의 대북 외교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야심찬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제안하는 '차가운 평화' 구상이 과거의 실패를 딛고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북한은 이미 이 제안의 전제가 되는 상황을 훨씬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은 평양이 더 이상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는 외교적 해법을 계속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 시점에서 북한은 차가운 평화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고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 우려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러한 합의가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할지 불분명하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통해 김정은과 합의에 이르더라도, 행정부가 교체된 이후에도 그 합의가 유지될 수 있을까?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의 전철은 정당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북미 관계는 이미 유사한 순환을 경험한 바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체결된 제네바 합의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폐기되고 말았다. 소위 '불량 국가'에 대한 워싱턴의 뿌리 깊은 시각은 역사적으로 외교적 유연성을 제약해왔으며, 그러한 제약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둘째, 북한이 차가운 평화 구도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불투명하다. 평양은 현재 핵보유국으로서의 인정을 요구하며,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차의 제안이 이러한 목표와 양립 가능한가? 더욱이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해왔다. 차가운 평화 구도가 이 오래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셋째, 한국에 대한 함의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차가운 평화 전략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워싱턴이 직면한 적대적 관계의 수를 줄임으로써 미국 본토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한국의 안보 이익과 완전히 부합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국 정부 역시 동결·감축·완전한 비핵화라는 단계적 접근법을 한반도 평화 공존의 경로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평양은 최근 남북 관계를 '두 적대 국가 간의 관계'로 재규정하고, 대남 대결 기조와 수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미 협상의 진전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빅터 차 자신도 지적하듯, "동맹국들이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미국의 안보 공약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지역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새로운 핵 도미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차의 제안은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있다. 더 유연하고 능동적인 미국의 대북 접근법은, 지난 30년간 워싱턴의 외교를 특징지어온 경직된 정책보다 분명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행정부들이 그러한 접근을 택하지 않았던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과거 미국의 정책을 제약했던 정치적·전략적 구조는 2026년에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결국,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국의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 모두가 협소한 국익의 틀을 벗어나 상호 조정과 협력의 과정에 기꺼이 나서려는 의지가 함께 요구된다. ■
‘차가운 평화’ 방안 추진에 앞서 고려해야 할 변수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
북한 비핵화를 장기적 과제로 상정하고 직면한 위기 관리를 위한 과도적 전략으로 북한과의 차가운 평화안은 중단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될 수는 있다. 다만 이 대안을 전개하기 앞서 깊이 고려하고 해결해야 하는 두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첫째, 차가운 평화안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필요 조건의 하나로 동맹 강화, 특히 한미일 삼국간 ‘집단 방위 선언’ 합의 등 강력한 동맹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강력한 한미일 동맹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미국이 동맹국들으로 부터 확고하게 두 가지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첫째, 차가운 평화안이 결코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고한 신뢰가 동맹들간에 선제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미국의 차가운 평화 방안이 미국 본토 방어에 우선하고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게 핵확장억제와 안전 보장 의지가 확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하고 일관성이 없는 관세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동맹국의 신뢰가 크게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북미 대화에 대해 기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과의 대립적 관계를 고착화할 수 있는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하는 것에는 유보적이다. 요컨대 동맹들간의 확고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차가운 평화안은 자칫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에 잠재되어 있던 핵무장 논의를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하게 하면서 동북아 전체, 나아가 국제사회의 핵 질서에 큰 혼돈을 초래하면서 새로운 위기 국면이 전개될 우려가 있다.
둘째. 차가운 평화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어렵고 복잡한 중국이라는 허들을 넘어서기 위한 정교한 분석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가 사실상 인정될 우려가 있는 현상 변경 시도가 실제 전개될 경우 중국 역시 자국의 안보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일련의 영향력과 역할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북미 협상을 촉진하는 중재자 역할에는 유보적이지만 자국의 국익에 반하는 또는 자국이 소외된 상태에서의 북미 직접 협상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심지어 훼방꾼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의 경쟁과 대립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날로 고조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 비핵화보다는 북한이라는 중요한 전략적 완충지를 유지 관리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의 차가운 평화를 통한 협상과 병행하여 중국 견제를 상정할 수 밖에 없는 한미일 동맹 구축이 진행될 경우 중국은 북핵보다는 오히려 ‘한미일 동맹’을 더 급박하고 강력한 위협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북중러 삼각 연대를 모색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북미협상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이 위기에 직면하는 것도 저지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배제된 채 북미간 협상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대응해 왔다. 예컨대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개최되자 중국은 2011년 이후 7년간 중단되었던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매우 이례적으로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에 4회 연이어 개최하였다. 중국은 사실상 북미관계의 급진전과 한반도의 현상 변경 시도에 개입하고 제동을 걸고자 했다. 반면에 중국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예상밖의 ‘노딜(no deal)’로 끝난 직후에 마치 예상했던 것처럼 담담하고 원론적인 공식 반응을 내놓은 채 ‘조용한’ 행보를 했다. 북미간 군축 등 위기 관리 협상이 순조롭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미중간의 긴밀한 전략적 소통이 필요하다. 아울러 협상 과정에서도 중국 변수가 작용할 수 있는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한미일 동맹 강화가 대북 억지 보다는 중국 견제에 우선하거나 또는 병행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경우 오히려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도가 강화되고 안보 불안도 가중될 우려가 있다.
요컨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위기 관리를 시도하는 방안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약화된 동맹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고 아울러 북핵 해법을 위한 새로운 접근에 대한 미중 양국간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이해도 전제되어야 한다. ■
■ 전재성_EAI 원장,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황지환_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동률_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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