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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기 국면

분류
논평이슈브리핑
발행일
2026년 6월 24일
관련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Global NK Zoom & Connect)

편집자 주

박형중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이후 동북아 다극화와 남북 간 힘의 균형 변화 속에서 북한이 '적대적 2국가'론을 내세우며 남북관계가 새로운 장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합니다. 저자는 북한이 정권의 영구적 생존과 대내외적 운신 공간 확대를 위해 단순한 방어적 억제를 넘어 강압적 억제를 목표로 핵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강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박 박사는 이러한 남북 간의 영구적 적대 병존 상태가 결국 전면전도 평화도 아닌 '핵화된 냉전'의 지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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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1. 머리말과 요약

이 글의 핵심 주장은 다섯 가지이다. 첫째, 남북관계는 2018년 이후 새로운 장기 국면에 진입해 있다.[1] 새로운 국면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기본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둘째, 새로운 국면의 진입은 동북아 강대국관계의 변화, 남북간 힘의 관계의 변화, 그리고 그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적응을 배경으로 한다. 셋째, ‘적대적 2국가’론은 북한이 변화된 생존 조건의 구조 변화를 감안하여 전열을 정비한 것으로, 생존조건의 구조가 유의미하게 변화하지 않는한 장기 지탱 가능하다. 넷째,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은 남북관계를 영구 적대 병존 관계로 재설정함으로써, 북한의 대외 대내 전략적 운신공간을 확대한다. 다섯째, ‘적대적 2국가’론 하에서 진행되는 핵능력의 “기하급수적” 증강 정책은 북한이 단순 정권 생존 보장을 넘어서서 그 이상의 공세적 확장적 목표를 추진함을 보여준다.

이 글은 다음의 네 가지 주제를 분석한다. 첫째, 2018년 시작된 새로운 국면의 탄생 배경이 무엇인지? 둘째, 그 안에서 북한이 ‘적대적 2국가’론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셋째, ‘적대적 2국가’론 하에서도 공세적인 핵전략이 추구되는 이유는? 넷째,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의 기본틀은 무엇이고, 왜 그것이 장기 지속할 수밖에 없는가?

2. 2018년 이후 남북관계 새로운 국면 진입의 3가지 배경

새로운 국면을 성립시키는 핵심 구조 변수는 세 가지이다. 첫째, 동북아에서 미국 일극 패권의 상대화,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에 따른 다극화이다. 둘째, 북한이 핵능력을 증강하고 핵보유를 영구화한 것이다. 셋째, 북한이 ‘적대적 2국가’론을 표방한 것이다.

동북아 강대국 세력관계

이 글의 주제와 관련 가장 중요한 변화는 두 가지이다. 2018년 이래 북-중-러 연대가 점진적으로 강화되었고,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핵보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 또는 소극적으로 비언급하는 추세가 진행되었다. 러시아측의 선도에 이어 2026년 6월 시진핑의 북한 방문은 중국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보다는 핵보유한 북한을 대미 대결에서 자산임을 더 중시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핵보유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으면서 장기 존속할 수 있는 환경이 공고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능력 증강과 ‘적대적 2국가’론 간의 관계

북한은 2023년말 ‘적대적 2국가’론을 공표하기 이전, 특히 2022년초부터 그 환경 조성에 나섰다. 북한은 2022년 1월 핵 및 미사일 실험 잠정유예를 종결했다. 아울러 2022-2024년간 특히 한국을 대상으로 전술억제력의 전략적 신뢰성을 고양하고 과시하는 정책을 집중 추진했다. 북한은 2022년 9월 핵무력법을 제정하고, 2023년 헌법에 ‘핵무력 강화정책’을 명기했다. 또한 2023년 1월 1일 제8기 6차 전원회의는 남북관계를 ‘대적관계’로 규정했다. 만약 이러한 선행 조치와 분위기 조성이 없었다면,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 김정은의 발언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 또는 ‘대사변준비’ 그리고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 등의 발언은 위협으로서의 신뢰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3. ‘적대적 2국가’론 채택의 세 가지 배경

첫째, 한국 우위 및 그에 따른 전통 통일서사의 전략적 기능 상실, 둘째, 북한의 입장에서 그간의 대남/대미 관여정책의 실패, 셋째, 핵능력 증강과 핵보유의 영구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요소이다.

통일서사의 효과성 역전

북한의 통일서사는 북한의 대남우위라는 인식이 가능한 시절 탄생했다. 그러나 늦어도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이 북한에 비해 경제력, 외교력, 내부 안정, 재래식 군사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북한식 통일서사는 그 설득력을 상실했다. 뿐 아니라, 남북한이 동일민족이고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관념은 통일의 주역이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어야 할 것이라는 인식의 강화를 촉진하였다. 과거 북한식 통일서사가 북한의 영향력 증폭 기제였다면, 역으로 이제는 오히려 한국의 영향력 증폭 기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북한 전략 담론으로서, 통일서사를 대신하여 핵억제 서사가 북한에게 점점 더 중요해졌다.

북한의 대남/대미 관여정책의 실패

1990년대 이래 북한의 대남/대미 관여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핵심 요구 관철에는 실패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취했던 관여정책은 한미의 대북 압박 제어, 한미로부터 자원획득, 북한 내정 안정 및 핵능력 완성 때까지의 시간벌기, 한국과 미국간의 갈등 확대, 핵능력을 지렛대로 한반도 안보구조를 북한식으로 변경과 같은 목표를 추구했다. 북한은 이런 목표추구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1990년대 초중반과 비교할 때, 2010년대에 들어서면, 북한 정권의 입지는 현저히 상승되었다. 즉 북한은 내정안정, 핵능력 획득, 외교적 특히 대남 자율성 유지와 같은 목표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반도 안보구조를 북한 정권의 안정적인 영구 생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수정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결정적 패착은 2018-2019년 대미 관여정책의 실패였다. 추가적으로 북한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목적으로 굳이 한국이나 미국과 관여와 협상을 해야할 필요가 감소했다. 그 이유는 핵무기 보유 자체가 북한정권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능력 증강

핵능력 증강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북한이 통일서사를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첫째, 핵능력 증강을 배경으로 둔 통일서사 폐기 및 남북 적대 영구 병존 노선의 선포는 북한의 노선 전환이 북한의 역사적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2017년 ‘국가핵무력완성’ 뿐 아니라, 2022-2024년간 지속된 특히 대남 전술핵능력 증강의 위협적 배경음악은 북한이 취약해서 통일서사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또한 이는 통일서사 폐기로 기회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추가적 압박 가능성을 예방적으로 억제했다.

둘째, 핵능력 증강은 북한이 통일을 통해 자신에 대한 안전보장을 확보하려 했던 노선 대신에, 핵억제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영구 적대 병존한다는 노선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핵무기가 없었다면 북한이 한국과 적대적으로 병존하는 것은 위험스러웠을 것이다. 강한 적을 상대하는 취약한 국가인 북한은 과거 화해, 통일 제안, 또는 연방제를 활용하여 압박을 감소하고 운신 공간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핵억제력은 영구적 적대 병존 아래서도 북한의 안전을 보다 확실하게 보장받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핵무기가 뒷받침하는 적대적 병존은 대남 핵무기 사용의 도덕적 정서적 장애를 제거함으로써 억제력을 강화하며 또한 내부 정치를 한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차단하고 있다.

4. 남북 영구 적대 병존 하에서 북한의 안보전략

북한이 계속 직면하는 안보 도전

그런데 핵억제력확보와 대남 차단에 기초한 남북 영구 적대 병존 전략이 북한의 생존을 영구히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남북 영구 적대 병존의 틀 속에서도 북한은 여전히 수많은 도전으로부터 자신을 지속적으로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남 차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규모, 기술과 문화와 외교, 그리고 한미동맹에 기초한 군사력은 계속해서 남북 비교 압력을 통해 북한에 정치적 도전을 제기한다. 또한 북한의 핵능력 증강은 한미, 그리고 한미일의 그에 대한 상쇄적 조치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북한의 능력 증가 시도로 이어진다. 북한은 핵국가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이고, 대북제재도 해제되지 않은 상태이다. 한마디로, 적대 병존 정책에 의해 북한의 안보가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와의 안보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방어적 억제에서 강압적 억제로

이와 같은 장기 도전에 대한 해결책으로, 북한은 핵능력을 방어적 억제력의 수준을 넘어서서, 강압적 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을 추구한다. 여기서 방어적 억제력이란, 침략을 억제하는 소극적 수준의 억제력이다. 이것은 북한이 원래 핵개발을 통해 추구하던 최소 목표이다. 강압적 억제는 소극적 억제보다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한다. 이는 상대방이 확전 위험을 감당할 수 없도록 만들어 공격을 억제할 뿐 아니라 위기 이전과 위기 중에 상대의 행동을 형성하려고 한다. 강압적 억지하에서 핵무기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 동맹 훈련을 억제하고, 둘째, 한국의 보복을 복잡하게 만들며, 셋째, 미국의 증원을 억제하고, 넷째, 확장억지에 대한 의심을 키우며, 다섯째, 협상을 비핵화가 아니라 군비통제와 유사한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여섯째, 남북 적대 병존의 구조틀에 대한 평양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2022년 핵무력정책법은 이러한 변화를 이미 가시화했다. 그것은 핵 임무를 최후수단적 보복을 넘어 확장했으며, 핵무기를 위기관리, 전쟁계획, 체제방어 교리 안에 편입시켰다. 북한의 확대되는 핵전력 구조 역시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한다. 전술핵무기,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 능력, 순항미사일, 그리고 다변화된 운반체계는 단순 핵 보유에서 작전 운용으로의 발전을 보여준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준비태세와 생존성을 향상시킨다. 전술핵무기는 전구 수준의 강압과 제한적 핵 사용의 선택지를 만들어낸다. 해상 기반 체계는 동맹의 표적화를 복잡하게 만들고 2차 타격 가능성을 강화한다.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체계는 남한 및 지역 목표물을 위협하면서 미사일 방어에 부담을 준다.

적대적 병존을 위한 적대의 재생산

남북 영구 적대 병존 노선 하에서 한국은 북한에게 단지 외국이어서는 안된다. 한국은 반드시 적대적 국가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북한은 한국이 북한에게 위험스러운 존재라는 것 즉 대남 적대성을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과의 적대적 분리가 유지되자면, 한국이 주권, 체제, 문화,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계속 인식되어야 한다.

한국과의 적대성이 감소되면, 북한의 정권 안보의 정치적 근간이 흔들린다. 첫째, 북한 사람들이 남북한을 비교한다. 둘째, 핵보유 및 그를 위한 희생과 비용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 셋째, 내부정치적으로 규율, 감시, 동원,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넷째, 한국 문화 유입 방지 등 대남 차단이 어려워진다.

5. 결론 그리고 새로운 남북관계의 기본틀

2018년 이래 남북관계는 새로운 장기 국면에 진입했다. ‘적대적 2국가’론 또는 남북 영구 적대병존론은 2018년부터 시작된 남북관계의 새로운 단계에서의 북한의 전략구상의 핵심이다.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 채택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현재와 미래에서 자신의 전략 입지를 최적화하는 전략적 적응이다.

‘적대적 2국가’론 하에서도 북한은 여전히 중대한 안보도전에 직면한다. 한국 우세의 지속, 핵 군비 경쟁, 북핵의 비인정, 제재의 지속 등이다. 이런 도전에 대해 북한은 두 가지로 대응한다. 첫째, 북한은 핵능력을 방어적 억제력의 수준을 넘어서서, 강압적 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인식과 행동을 통제하고자 한다. 둘째, 대남 적대성의 지속적 재생산이다. 이는 남북 적대적 병존 상황에서 북한 정권 유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치적 기제이다.

이러한 두 가지 대응책을 통해, 북한은 남북 영구 적대병존 상태를 북한에게 유리하게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여기서 ‘북한에게 유리한 질서’란 북한이 한국보다 우월해지는 질서가 아니라, 첫째, 한국의 우월성이 북한 체제에 치명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차단된 질서, 둘째, 북한의 핵능력이 한국과 미국의 정책선택의 폭과 행동반경을 축소하는 질서이다. 북한은 이에 (부분) 성공할 수도 (부분) 실패할 수도 있다. 최근 김정은은 사실상 통일 핵전쟁을 거듭 공언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북한의 완전파괴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은 아니다. 역으로 북한은 한국과의 ‘따뜻한 평화’ 다시 말해 ‘적대성 없는 평화’는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대남 적대성의 이완은 북한 정권의 내부 정치적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북/미북간에 ‘차가운 평화’ 즉 ‘관리되는 냉전’도 성립하기 매우 어렵다. 탈냉전 이래 지난 35년간의 축적된 실패 경험과 적대적 학습, 북한의 핵보유 고수, 협약관련 사찰과 검증의 필요성, 그리고 미중 갈등과 미러 갈등은 한반도 냉전을 관리하기 위한 협상이 지속성있는 결실을 맺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냉전의 지속이다. 즉 전면전은 발생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차가운 평화’ 조차도 오지 않는 상태의 지속이다. 사실 1953년 휴전 이래 남북관계의 기본값은 냉전이었다. 과거 재래식 냉전은 1991-2017년간의 매개 단계를 거쳐 이제 핵화된 냉전으로 변화했다. ‘적대적 2국가’론은 핵화된 냉전기 핵 보유 북한의 생존 전략이다.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여전히 약자인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대해―토머스 셸링의 유명한 말을 빌리면―’우발적 핵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협’(The Threat That Leaves Something to Chance)을 지속 유지하는 것이 우세하지만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한미를 견제하고 제압하는 방도일 수 있다. 이상의 것들이 2018년 새로이 시작된 남북관계의 장기 국면의 기본틀이 될 것이다.  ■

[1] 남북관계 역사의 국면 구분은 여기서는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첫째, 태동 국면 (1945-1950년). 둘째, 구조 고착 국면(1950-1956). 셋째, 북한 우세 체제경쟁 국면(1956-1960년대 말). 넷째, 한국 우세 체제 경쟁 국면(1970년대-1990년대초). 다섯째, 북한의 핵보유 관철 국면(1991-2017)이다.

■ 박형중_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첨부파일

  • 박형중_남북관계의 새로운 장기 국면_260624_GlobalNK논평.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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