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K 논평] 미 해군 2027회계년도 조선계획과 한미조선파트너십(KUSPI):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 산업역량 제도화와 한국의 능동적 설계 과제
편집자 주
오인환 EAI 수석연구원(서울대 강사)은 지난 5월 8일에 체결된 한미조선파트너십 이니셔티브(Korea-U.S. Shipbuilding Partnership Initiative: KUSPI)를 미 해군의 "회계연도 2027 조선계획(President's Budget for Fiscal Year 2027 Shipbuilding Plan)"의 맥락 속에서 분석합니다. 오 박사는 2월에 발표된 미국 "해양조치계획(Maritime Action Plan: MAP)"에서 언급된 "브리지 전략(Bridge Strategy)"이 미 해군 FY2027 조선계획에 의해 더욱 구체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해 KUSPI를 인도-태평양 동맹 차원에서의 브리지 전략의 첫 양자 제도화 시도로 해석합니다. 저자는 한국이 KUSPI를 단순한 대미투자 이행기구로 받아들이기보다, "동맹 산업역량" 제도화의 인도-태평양 시범사례로 능동적으로 정의하면서, 북한 해군 핵무장화에 대응하는 통합확장억제와의 정책적 정합성 확보를 병행해야 함을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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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KUSPI의 출범, 회계연도 2027 조선계획, 그리고 동맹산업역량
지난 5월 8일 워싱턴 D.C.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한국 산업통상부(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Resources: MOTIR)와 미국 상무부는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Korea-U.S. Shipbuilding Partnership Initiative: KUSPI)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ITA)이 같은 날 발표한 보도자료는 KUSPI를 상선 건조, 인력 양성, 산업 현대화, 해양 제조 투자 분야에서의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연내에 워싱턴 D.C.에 한미조선파트너십센터를 설립하여 양국의 정부, 산업계,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상시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해각서에 따라 미 상무부는 KUSPI 센터와 미국 조선기업·공급사·대학·연구기관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미국 정부의 단일 창구 역할을 맡게 되며, 산업통상부는 한국 정부 및 조선업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조정하면서 동시에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자금을 제공하게 된다. 무엇보다 ITA의 보도자료는 KUSPI 양해각서의 의미를 "동맹 산업역량(allied industrial capacity)을 강화하고 투자를 촉진하며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으로 명시하면서, 단순한 양자 산업협력을 넘어 동맹 차원의 산업역량 통합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KUSPI를 자리매김하고 있다.
KUSPI 양해각서 체결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5월 5일부터 9일까지의 캐나다·미국 순방 일정 가운데 가장 가시적 성과로 보이며, 한국 정부의 통합적 대미 관여 패키지의 일부를 구성한다. 워싱턴에서 김 장관은 8일 러트닉 상무장관과 약 2시간에 걸친 면담을 통해 KUSPI 양해각서 체결과 더불어 한국이 작년 한미 관세협상 타결 과정에서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연간 한도 200억 달러)와 그중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업 투자(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MASGA)의 구체적 추진 방향을 협의하였다. 또한 7일에는 러셀 보우트(Russell Vought)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 국장과 면담하여 MASGA 프로젝트의 미 행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과 원전을 포함한 한미 에너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였다. 특히 김 장관은 빌 해거티(Bill Hagerty) 테네시주 연방상원의원과 화상면담을 진행하여 의회 차원의 활동도 병행하였다. 이러한 일정은 한국 정부가 KUSPI를 단순한 산업통상부 단일 트랙의 양자 산업협력으로 운영하지 않고, 행정부 (상무부·OMB·에너지부) 및 의회 차원의 통합적 대미 관여 패키지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한편 3월 12일 한국 국회를 통과하고 6월 18일 시행 예정인 "한미 전략적 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은 이러한 통합적 대미 관여를 한국 국내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입법적 토대로서, KUSPI 운영의 한국 측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다.
그러나 KUSPI의 종합적 의미는 그 출범 후 3일 만인 5월 11일 미 해군부가 공개한 "회계연도 2027 조선계획(President's Budget for Fiscal Year 2027 Shipbuilding Plan; 이하 'FY27 조선계획')"을 볼 때 비로소 드러난다. FY27 조선계획은 헝 카오(Hung Cao) 해군장관 직무대행, 다릴 코들(Daryl Caudle) 해군참모총장, 에릭 스미스(Eric Smith) 해병대 사령관의 공동 머리말을 통해 황금함대 구상의 30년 청사진을 제시하며, 658억 달러의 회계연도 2027 조선예산 요청과 함께 FYDP(2027-2031) 5년간 122척의 전투함정과 63기의 무인 플랫폼 도입이라는 전후 최대 규모의 조선계획을 담고 있다. 더 주목할만한 사실은 FY27 조선계획이 해양조치계획에서는 단 두 문장으로 짧게 등장하였던 "브리지 전략"을 (1) 보조함정 부문 CONSOL 탱커의 공식 인수전략으로 명문화하고, (2) 회계연도 2027 NDAA를 향한 세 가지 입법 요청을 통해 의회의 협력을 직접 요구하며, (3) 별도의 "외국인 투자 및 지원(Foreign Investment and Support)" 섹션을 신설하여 동맹 산업역량을 미 해군 조선업 미래의 항구적 요소로 적시했다는 점이다. 즉 MAP-KUSPI-FY27 조선계획의 동시성은 미 해군 조선업의 구조적 재편을 위한 행정부 차원의 정책 패키지가 인도-태평양 동맹과의 양자 거버넌스 제도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표면적으로 KUSPI는 작년 한미 관세협상 타결 과정에서 한국이 약속한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업 투자(MASGA)를 이행하기 위한 양자 거버넌스 기구로 보일 수 있지만, 진행중인 미중해양세력전이의 동학을 고려하면 KUSPI를 단순한 투자 이행기구를 넘어서는 함의를 가진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작년 4월 9일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한 해양조치계획(Maritime Action Plan: MAP)은 의회의 입법적 후속조치 부재와 행정부 내부 인력의 손실을 겪으며 당초 11월 9일이던 제출기한을 약 3개월 초과한 끝에 2026년 2월 13일에 공개되었다. 이 해양조치계획의 첫 번째 축인 "미국 조선역량 재건"의 다섯 번째 하위 섹션 "국제·산업 파트너십 활용(Leverage International and Industry Partnerships)"의 마지막 권고 정책 행동 "양자·다자 협정 장려(Encourage Bilateral and Multilateral Agreements)" 안에 짧게 등장하는 두 문장이 바로 "브리지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해양조치계획은 "시장 접근(market access)을 공동 산업개발(joint industrial development)에 연계하는 국제 협정은 동맹의 투자가 신뢰할 수 없는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 감소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도록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잠재적인 '브리지 전략'은 다중함정 일괄구매(multi-ship buy)를 통해 계약상의 첫 함정들은 외국 조선업체의 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동시에 해당 외국 조선업체가 인수하거나 제휴한 미국 내 조선소에 직접 자본투자가 이루어져 궁극적으로 건조의 미국 내 이전(onshore construction)을 달성하는 방식을 제공한다"고 명시한다 (America's Maritime Action Plan, 2026, p. 8). KUSPI는 해양조치계획의 이 두 문장이 인도-태평양 동맹과의 양자 거버넌스 차원에서 처음으로 제도화되는 시도이며, FY27 조선계획은 이 두 문장이 미 해군 조선업의 구체적 인수전략 차원에서 처음으로 프로그램 단위의 공식 정책으로 격상되는 시도이다.
한편 미중해양세력전이는 양적인 측면에서 2025년부터 2030년 사이에 추가적으로 심화되도록 예정되어 있으며, 미 해군이 직면한 조선업 역량의 비대칭적 열세는 단기간에 자체적 노력만으로는 보완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이다. 황금함대 구상은 그 전략적 야심에도 불구하고 203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고, ICE Pact를 통해 캐나다, 핀란드와 추진된 북극 안보 쇄빙선 협력은 단기적·전술적 보완책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KUSPI는 미국이 직면한 양적 해양세력전이의 단기 보완 수단을 인도-태평양 동맹을 활용한 상설 거버넌스 기구로 격상시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FY27 조선계획은 이러한 격상이 미국과 동맹국간의 조선업 협력을 제약하는 국내법을 우회하는 방편인 동시에 미 해군 조선업의 미래 청사진 자체의 구조적 재편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MAP-KUSPI-FY27 조선계획 정책 패키지를 함께 읽을 때 KUSPI는 미 해군 조선업의 구조적 재편 — 즉 "동맹 산업역량(allied industrial capacity)"을 미국 조선업 미래 청사진의 항구적 요소로 통합하는 시도 — 의 인도-태평양 시범사례라고 볼 수 있다.
II. FY27 조선계획과 브리지 전략의 입법화 시도
FY27 조선계획이 KUSPI 분석에서 갖는 결정적 의미는 세 가지 차원에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브리지 전략" 용어 자체가 FY27 조선계획을 통해 처음으로 미 해군의 공식적 프로그램 단위 인수전략으로 명문화되었다. 이 접근법은 능력 인도를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국내 조선역량을 확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여 새로운 미국 조선소 설립을 지원하고 향후 보조함 건조를 위한 산업기반을 강화한다"고 명시한다. (U.S. Navy Shipbuilding Plan, 2026, p. 33). 이는 MAP에서 "잠재적 옵션"으로만 언급되었던 브리지 전략이 FY27 조선계획에서는 특정 함정 프로그램의 공식 인수전략으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모델이 ICE Pact의 핀란드 사례에서 검증된 "선행-후속 인수모델"이라는 점도 명시되었다. 또한 FY27 조선계획이 MAP의 "다중함정 일괄구매" 표현 대신 "선행-후속 인수모델"이라는 더 구체적인 인수공학 용어를 채택한 사실은, MAP의 정책적 비전이 FY27 조선계획을 통해 프로그램 차원의 구체적 인수전략으로 번역되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KUSPI가 핀란드 모델을 인도-태평양 동맹 양자 거버넌스로 확장한다는 해석은, FY27 조선계획의 CONSOL 탱커 인수전략 명문화를 통해 미 해군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둘째, FY27 조선계획은 회계연도 2027 NDAA를 향한 세 가지 구체적 입법 요청을 명시하면서, 한미 조선협력이 직면한 미국 국내법적 "천장(ceiling)" 문제 — 미 해군 함정의 외국 조선소 건조와 유지·보수·정비를 제약하는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ct), 미국 연안 운송에 외국 선박의 진입을 차단하는 존스법(Jones Act), 그리고 연방조달의 미국산 비중을 의무화한 미국산 구매 법안(Buy American Act) 등 — 를 행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완화하려는 시도를 드러낸다. FY27 조선계획의 "외국인 투자 및 지원(Foreign Investment and Support)" 섹션은 MAP의 정책 비전을 직접 계승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해양조치계획이 명시하듯 '미국 조선업의 산업역량 재건은 미국 해양력 회복에 결정적'이다. 그러나 해군은 시설과 인적자본 양자에 있어 국내 조선역량의 현재 상태가 갖는 과제를 인정한다. 해군참모총장의 전투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오늘날의 안보환경이 요구하는 규모·속도·회복력을 인도하기 위해, 해군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미국 역량을 확장하는 글로벌 통합 산업모델을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U.S. Navy Shipbuilding Plan, 2026, p. 37). 이는 FY27 조선계획이 MAP의 정책 비전 — "미국 조선업의 산업역량 재건이 미국 해양력 회복에 결정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제 — 을 직접 인용하면서, 그 비전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글로벌 통합 산업모델(globally integrated industrial model)"을 미 해군 차원에서 공식 채택하였음을 의미한다. FY27 조선계획의 이 섹션은 이어 "국내 확장과 병행하여 우리는 또한 지금 함대를 성장시키기 위한 옵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해군은 직접적인 입법 변경을 요청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회계연도 2027 NDAA를 위한 제안으로서 최대 2척의 보조함정 건조와 일부 전투함정 모듈의 해외 제작을 위한 유연성을 인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의회에 직접 요청한다.
먼저, 수상전투함의 경우, FY27 조선계획은 "수상전투함의 경우 우리는 미국 주계약자에게 동맹국 해외 시설에서 대규모 비민감 모듈(즉 선체구조)을 제작하기 위해 외국 파트너와 하청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이 접근법은 미국이 통제하는 안정적 설계(예: BBGN, DDG 51, LHA, LPD)와 파트너국 조선소의 선진 제조역량과 처리효율을 결합한다. 이 저위험 접근법은 생산을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최종 조립, 기밀 시스템 통합, 시험·활성화 등 더 복잡한 작업에 국내 작업을 집중함으로써 미국의 설계 주권과 보안을 보호할 것이다"라고 명시한다 (U.S. Navy Shipbuilding Plan, 2026, p. 37). 요컨대 FY27 조선계획은 "미국 주계약자가 외국 파트너와 하청계약을 체결하여 대규모 비민감 모듈(즉 선체구조)을 동맹국 해외 시설에서 제작할 수 있는 더 큰 유연성을 부여"하는 입법 변경을 요청하면서, 이 접근법이 "미국이 통제하는 안정적 설계(BBGN, DDG 51, LHA, LPD 등)와 파트너국 조선소의 선진 제조역량과 처리효율을 결합"하면서도 "기밀 시스템 통합, 최종 조립, 시험 및 활성화 등 더 복잡한 작업에 국내 작업을 집중함으로써 미국의 설계 주권과 보안을 보호하는 저위험 접근"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제한된 보조함정의 경우, FY27 조선계획은 "제한된 보조함정의 경우 쇄빙선 협력 노력 협정(ICE Pact)과 유사한 모델을 따를 것을 제안한다. 이 모델에서 검증된 상업적 설계를 가진 동맹 조선소를 활용하여 해외에서 건조 노력을 주도하고, 후속함은 비용, 일정, 산업기반 필요성에 따라 미국 조선소, 미국 내 외국인 소유 조선소, 또는 동맹 해외 조선소에서 도면대로(to print) 건조될 수 있도록 한다. 이 접근법은 전투군수지원 함대의 회생을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미국 상업 조선역량을 강화한다"고 명시한다 (U.S. Navy Shipbuilding Plan, 2026, p. 37). 즉 "유사한 모델로 ICE Pact를 따르는 방식"으로 "최대 2척의 보조함정의 건조"를 동맹 조선소에서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요청하면서, 후속함은 "비용, 일정 및 산업기반의 필요에 따라" 미국 조선소, 미국 내 외국인 소유 조선소, 또는 동맹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될 수 있는 유연한 분업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이 분업 구조는 MAP의 브리지 전략이 명시한 "건조의 미국 내 이전(onshore construction)"의 시간순차적·공간이전적 메커니즘을 미 해군 보조함 인수전략 차원에서 구체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지·보수·정비(MRO)의 경우, 회계연도 2025 NDAA가 부여한 "21일 단기 해외 정비기간" 권한의 연장을 요청한다. 이 세 가지 요청은 각각 한미 조선협력의 천장을 구성하던 미국산 구매 법안, 번스-톨레프슨법, 그리고 해외 정비 제한의 일부 완화를 직접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KUSPI 운영과 함께 미 의회 차원의 입법 관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협력의 천장 자체가 점진적으로 낮아질 수 있는 정책적 공간이 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FY27 조선계획은 "외국인 투자 및 지원"을 별도 정책 섹션으로 격상시킴으로써 동맹 산업역량을 미 해군 조선업 미래 청사진의 항구적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해당 섹션은 "미국에 대한 외국 조선업 투자가 우선순위"임을 명시하면서, "주요 외국 파트너의 미국 국내 조선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발표를 기대"한다고 적시한다. 더 나아가 FY27 조선계획은 "미국 조선업이 단지 오늘 하고 있는 것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미국 조선업은 확장되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이러한 확장이 "동맹과 파트너의 강점을 활용하는 글로벌 통합 산업모델"을 통해 이루어질 것임을 분명히 한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의 "Buy American" 강조와는 분명히 다른 정책적 결단이며, KUSPI가 정확히 이러한 "글로벌 통합 산업모델"의 인도-태평양 시범사례로 기능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를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입법 요청과 정책 신호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FY27 조선계획이 요청하는 세 가지 입법 변경은 모두 의회의 협력을 필요로 하며, 작년 4월 30일 재발의된 미국 함정 건설·항만 인프라 번영·안보 법안(SHIPS Act)이 약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본격적인 법안 심사 청문회 없이 본회의 표결 일정조차 잡히지 못한 상황은 의회의 입법 동력이 여전히 정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FY27 조선계획이 요청하는 모듈 외주는 어디까지나 "비민감(non-sensitive)" 영역에 한정되며, 미 해군 함정의 기밀 시스템 통합과 최종 조립은 미국 조선소가 담당한다는 분업 구조가 명시되어 있다. 즉 FY27 조선계획이 시도하는 천장 완화는 점진적이고 영역별로 제한적이며, KUSPI를 통한 한국의 협력 확장 역시 이러한 분업 구조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만한 점은, 미 행정부가 한미 조선협력의 천장 자체를 입법적·정책적으로 낮추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 자체이며, 이는 한국이 KUSPI를 활용한 능동적 설계의 정책적 공간이 통상 가정되는 것보다 더 확장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III. 북한의 해군 핵무장화와 통합확장억제의 긴급성
KUSPI와 FY27 조선계획을 둘러싼 미국 국내정치과 함께 한국이 직면한 또 하나의 변수는 북한의 해군 핵무장화이다. 북한은 지난 2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 노동당 제9차 당대회에서 해군 수상 및 수중 전력의 핵 무장화를 중심으로 해군 작전능력을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였고, 김정은은 5,000톤급 이상 구축함을 매년 두 척씩 건조하면서 향후 8,000톤급 대형 구축함까지 구상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하였다. 8차 당대회에서 5대 전략무기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되었던 핵잠수함 보유는 김군옥영웅함과 핵동력 전략유도탄잠수함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전력화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이며, 9차 당대회는 잠수함 중심에서 대형 수상함 중심으로 북한 해군 핵무장화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잠수함 기술의 한계 속에서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대형 수상함 건조로의 전환은, 북한이 직면한 기술적 제약과 정치적 효용 극대화 욕구의 절충적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당대회 폐막 직후인 3월 3일과 4일 김정은은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함을 방문하여 해상대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였으며, "해군의 핵 무장화는 만족스럽게 수행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이 올해 초 자국 군함으로서는 최초로 최현함을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공식 등록하고자 했다는 보도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가 4월 22일에 발간한 한반도 정세 분석에 따르면, 이 등록 시도는 두 가지 차원에서 해석된다. 첫째는 장거리 항해 준비와 초기 시험·훈련 완료를 시사할 수 있는 군사적 신호이며, 둘째는 북한이 자국을 합법적이고 책임 있는 국가 행위자로 국제사회에 표현하려는 더 넓은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후자는 9차 당대회 이후 북한이 추진하는 외교적 정상국가화 행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SW는 또한 4월 12일 최현함의 미사일 시험에서 러시아제 Kh-35 단거리 대함미사일의 국산 변형이 함정에 장착된 수직발사대가 아닌 함 중앙부의 박스형 발사 메커니즘을 통해 발사되었다는 점을 분석하면서, 최현함은 제한된 대함 능력 때문에 오히려 핵미사일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ISW의 분석은 IMO 등록을 통한 그린워터 해군 추구와 박스형 발사대를 통한 핵 타격 플랫폼화가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전략적 선택을 의미할 수 있다. 북한이 직면한 양적 해군력의 절대적 열세 속에서, 정상국가화 외교 행보와 비대칭 핵 플랫폼 구축이라는 두 갈래는 동일한 다층 전략의 일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 해군 핵무장화의 흐름은 지난 3월 단행된 헌법 개정과도 맞물려 있다. 5월 6일 통일부를 통해 공개된 개정 헌법은 영토조항을 신설하여 한반도 북측 지역만을 영토로 규정하고,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을 통한 조국통일 원칙을 삭제함으로써 두 국가 체제를 헌법적으로 명문화하였다. 동시에 국무위원장은 국가수반으로 정의되었고 핵무력 지휘권과 사용 권한 위임 조항이 신설되었다. 다만 김정은이 2024년 1월 예고하였던 한국에 대한 적대국 명시는 헌법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해상경계선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회피되었다. 이는 북한이 평화공존 채널의 잔여 공간은 남겨두면서도 두 국가 체제의 법적 토대는 확고히 다지는 설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에서 KUSPI와 FY27 조선계획의 의미를 한반도 안보의 관점에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중해양세력전이라는 구조적 변동에 더해, 매년 두 척씩 추가되는 핵 투발 가능 함정과 그린워터 해군 진출의 의지를 가진 북한이라는 변수가 한국이 직면한 이중 도전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9차 당대회 이후의 북한 해군 핵무장화는 2029년 2분기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이관 시점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어, 한국군이 작전 주도권을 단독으로 행사해야 하는 시점에 북한 해상 위협의 질적 전환이 발생하는 구조적 도전이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KUSPI가 단순한 산업협력 거버넌스에 머물지 않고 한미 통합확장억제와의 정책적 정합성을 확보한 복합 전략 자산으로 기능하도록 운용되는 것이 절실한 과제이다. 특히 FY27 조선계획이 BBGN 핵추진 전함의 핵심 능력으로 "수상함정으로부터의 전구핵무기 배치"를 명시하면서 "적국에 어려운 전략적 계산을 강요하여 전반적 억제를 강화"한다는 점을 강조한 사실은, 한미 통합확장억제의 해상 차원이 FY27 조선계획의 황금함대 구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KUSPI를 산업협력에 한정되지 않은 복합 전략 자산으로 운용해야 할 추가적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북한이 9차 당대회에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한 미국과의 조건부 대화 입장을 재확인한 점은 한국에게 추가적인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전통적 외교 접근 가능성 속에서 북미 직접 협상이 한미 산업·안보 협력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설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KUSPI를 통한 산업협력의 제도화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협상 레버리지를 약화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의 해군 핵무장화 가속과 비대칭 위협 강화 동기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KUSPI 운영에 있어 북한 변수를 외부 환경이 아닌 내재적 변수로 통합하여 산업통상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간의 정책 정합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IV. KUSPI를 동맹 산업역량 제도화의 인도-태평양 시범사례로: 한국의 능동적 설계
이상의 분석을 종합할 때, KUSPI가 한국에게 갖는 의미는 단순한 1,500억 달러 투자 이행기구를 훨씬 넘어선다. KUSPI는 MAP-KUSPI-FY27 조선계획 정책 패키지의 인도-태평양 결절점으로서, 미 해군 조선업의 구조적 재편 — "동맹 산업역량(allied industrial capacity)"을 미국 조선업 미래 청사진의 항구적 요소로 통합하는 시도 — 의 첫 양자 제도화 사례이며, 한국이 자국의 차별적 가치를 능동적으로 확립해야 하는 잠재적 매개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능동적 설계가 필수적이며, 이는 세 가지 차원에서 동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한국은 KUSPI를 단순한 투자 이행기구가 아니라 ITA 보도자료와 FY27 조선계획이 명시한 "동맹 산업역량(allied industrial capacity)" 제도화의 인도-태평양 시범사례로 자기정의해야 한다. 이는 핀란드 ICE Pact 모델이 일회성 함정 협력에 한정되는 것과 달리, FY27 조선계획이 제시한 글로벌 통합 산업모델의 인도-태평양 상설 결절점으로 KUSPI를 규정하는 자기정의이며, 이러한 정의는 한국의 협상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을 모델 설계자로서의 위치시키는 것을 가능케 한다. 즉, KUSPI는 미국이 한국에 양보한 것이거나 한국이 미국에 양보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과 함께 구성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외교적 노력이 향후 협력의 정치적 토대 형성에 중요할 것이다.
둘째, FY27 조선계획의 회계연도 2027 NDAA 입법 요청과 연동된 민관 다층적 대미관여가 KUSPI 운영과 병행되어야 하다. FY27 조선계획이 요청한 (i) 보조함정 2척의 해외 건조 권한, (ii) 수상전투함 비민감 모듈의 해외 외주 권한, (iii) 21일 단기 해외 정비 권한의 연장은 모두 한미 조선협력의 천장을 직접 낮추는 입법 변경이며, 한국이 이러한 해군의 입법 요청을 의회 협력자들과의 직접 관여를 통해 지지하는 것은 단순한 보조 역할이 아니라 한국 자신의 이해관계와 미 해군의 정책 방향을 정렬시키는 능동적 입법 외교에 해당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5월 7일 빌 해거티(Bill Hagerty) 테네시주 연방상원의원과 화상면담을 진행하여 원전을 포함한 상호 관심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이러한 의회 관여 활동의 출발점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FY27 조선계획의 세 가지 입법 요청에 직접 연동된 체계적 의회 관여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SHIPS Act, ENA Act,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 법 등 종래 발의된 법안과 함께, FY27 조선계획이 요청한 세 가지 입법 변경을 한국의 국회·기업·민간이 통합된 대미 의회 관여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하고, KUSPI 워싱턴 센터를 그 상설 베이스캠프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미국노동총연맹 산업별조합회의의 철강노동지부 등 미국 조선업계 노조의 우려를 다루어 한국의 산업적 진출이 미국 일자리 창출과 양립 가능함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셋째, 북한 해군 핵무장화에 대응한 한미 통합확장억제와의 정책적 정합성 확보가 KUSPI 운영의 내재적 차원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9차 당대회 이후 매년 두 척씩 추가되는 핵 투발 가능 함정과 그린워터 해군 진출의 의지를 가진 북한이라는 변수는 KUSPI를 단순한 산업협력 거버넌스로 둘 수 없는 안보적 긴급성을 부여한다. 특히 FY27 조선계획이 BBGN 핵추진 전함의 핵심 능력으로 "수상함정으로부터의 전구핵무기 배치"를 명시한 사실은, 한미 통합확장억제의 해상 차원이 황금함대 구상과 직접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KUSPI 워싱턴 센터의 운영 의제에 한미 해양안보 협력의 작전적 차원을 통합시키고, 산업통상부 단일 트랙으로만 운용하지 않는 부처 간 정합성 — 산업통상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간의 정책 정합성 — 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9차 당대회 이후 북한이 보여주는 정상국가화 외교 행보와 비대칭 핵 플랫폼 구축이라는 다층 전략은 한국이 KUSPI를 단편적 산업 거버넌스가 아닌 통합 전략 자산으로 운용해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
지난 5년간의 미중해양세력전이 추세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MAP-KUSPI-FY27 조선계획 정책 패키지, 그리고 9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해군 핵무장화 본격화는 한국이 직면한 해양안보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해양조치계획이 한 가지 잠재적 옵션으로만 언급한 브리지 전략이 KUSPI를 통해 양자적 차원에서 제도화되기 시작하고, FY27 조선계획을 통해 미 해군 조선업의 항구적 청사진 안으로 통합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변동에 대한 미국의 응답이며, 한국이 자국의 차별적 가치를 능동적으로 확립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의 창이다. 이를 단순한 투자 이행기구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자세는 그 기회를 소진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한국의 능동적 설계가 KUSPI를 동맹 산업역량 제도화의 인도-태평양 시범사례로 격상시키고 그 격상의 정치적 자본을 한미 통합확장억제의 강화로 전환할 때, 한국은 미중해양세력전이의 거대한 구조적 변동 속에서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능동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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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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