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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미디어로 대체된 남북 대화 채널

분류
논평이슈브리핑
발행일
2026년 4월 21일
관련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Global NK Zoom & Connect)

편집자 주

하승희 동국대 연구교수는 남북 간 직접적인 대화 채널이 단절된 이후 미디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실시간 반응을 이끌어내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저자는 양측이 미디어를 통해 상대의 발언과 행동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적대적 의도로 재해석하는 구조가 오판의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합니다. 하 교수는 이러한 미디어 의존적 해석 구조를 관리하기 위해 발언의 전략적 설계가 필요하며, 동시에 최소한의 직접 소통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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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끊어진 대화

현재 남북 간에는 대화가 없다.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2020년 6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는 물리적 소통창구의 단절 그 이상의 상징적 연락채널의 붕괴를 의미했다. 이어 2023년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연락채널 복원이나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는 더욱 멀어졌다. 현재까지도 남북은 공식적인 연락채널 없이 직접 대화를 주고받지 못하는 단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직통전화를 통해 상시적으로 소통하던 시기도 존재했다. 1971년 9월 20일 남북적십자 본회담을 앞두고 열린 제1차 예비회담에서는 판문점 내에 상설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이를 직통전화로 연결하기로 합의하면서 1945년 이후 끊겼던 남북 간 대화가 약 26년 만에 이어졌다.[1] 이후 1972년 7월 4일 남북공동성명서 발표와 함께 공표된 「서울 · 평양간 직통전화 가설, 운용절차에 관한 합의서」, 1972년 8월 11일 제25차 남북적십자예비회담에서 합의된 「남북적십자 중앙기관 사이의 직통전화 운영절차 합의서」 , 등을 통해 직통전화의 설치와 운영 방식이 제도화되었다.[2]

남북 간 직통전화는 판문점을 경유하거나 별도 회선을 통해 연결되었고, 이는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일정 시기 동안 남북 간 대화와 교류는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졌고, 정상 간 핫라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군사 통신선, 정보당국 간 채널 등 다양한 소통 체계가 운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락채널은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라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며 안정적인 소통 구조로 정착되지 못했다.

연락채널 단절의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적대적 관계로 재정의한 이후, 북한은 기존의 연락 채널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과 동·서해지구 군사 통신선은 2023년 4월 이후 응답이 중단된 상태이며, 정상 간 핫라인과 정보당국 간 채널 역시 기능을 상실했다. 유엔군사령부와 북한 간 연락을 담당하는 JDO(Joint Duty Officer, 공동 일직 장교)를 통해 이른바 ‘핑크폰’으로 불리는 직통 통신이 유지되기도 했으나, 어민 송환 문제와 같은 사안에서는 이마저도 작동하지 않으며 침묵이 지속되고 있다.[3]

현재 남북 간 직통채널은 끊겼지만 그럼에도 상호 발언과 행위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공식 연락채널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미디어였다. 서로의 발표와 행동을 보도와 담화를 통해 확인하고 대응하면서 남북관계는 미디어를 매개로 한 실시간 반응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로 대체된 남북 대화 채널

남북은 서로의 ‘행동과 발언’을 미디어를 통해 읽고 반응한다. 북한 당국은 주로 우리군의 군사훈련이나 정부의 공식 입장, 장관 발언과 같은 행동과 발표가 있으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성명·담화의 형태로 발표하고 로동신문에 선별적으로 게재한다. 대부분 한미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비핵화 발언, 남한의 국방부 및 통일부 입장 발표와 관련한 반응들인데, 이 내용들은 모두 미디어를 통해 확인 가능한 요소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반응이 직접 소통을 통한 정확한 입장 확인 없이 공개된 메시지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행동과 발언은 상대가 읽고 해석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기반의 상호작용은 남북 미디어 구조의 비대칭성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중심으로 정권의 입장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선별되어 전달되며, 조선중앙TV 역시 사실상 유일한 공식 방송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반면 남한은 언론의 자유를 기반으로 다양한 언론과 채널이 공존하며,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이한 해석과 입장이 병존하는 미디어 환경이다.

북한 당국이 특정 개인이나 기관 명의로 발표하는 성명 및 담화 내용을 살펴보면, 남북 관련 특정 사건을 비롯해 우리 정부의 장관 발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나타난다. 국방부나 통일부의 입장이 발표되면 이를 직접 겨냥한 담화가 뒤따른다. 이러한 양상은 남북 간 직접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발언 자체가 대화의 대체물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북은 서로가 만나지 않지만, 상대의 발표와 발언을 읽고 즉각 반응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상호작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의 명의로 발표하는 담화는 주로 대남, 대미, 한미동맹 등을 포괄한다. 이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 방식 역시 국방부와 통일부의 대변인 브리핑이나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남북 모두 직접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의 행동을 발표를 통해 확인하고 이에 반응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북한 당국은 개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감정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만, 남한은 대변인 중심의 정제된 언어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2026년 1월 1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발표된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전했다. 이 성명에서 사용된 “바늘끝만한 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는 표현은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언급했던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정부 측 공개 발언이 북한의 공식 담화에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접적인 소통 채널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발언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대응에 반영하는 방식이 나타난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성명, 「조선중앙통신」 , 2026년 1월 10일 보도.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침해도발을 또다시 감행한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


“2024년 10월 평양상공무인기침범사건을 일으켜 세인을 경악케 한 불량배들의 무리 대한민국이 새해벽두부터 무인기를 우리 령공에 침입시키는 엄중한 주권침해도발행위를 또다시 감행하였다.”


“앞에서는 우리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바늘끝만한 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에 대한 도발행위를 멈추지 않는것은 한국이라는 정체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데 또다시 도움을 주었다.”


“우리는 련이어 감행된 우리 주권에 대한 불량배들의 란폭한 침해행위, 로골적인 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대결적흉심을 다시금 드러낸 한국당국에 엄중히 경고한다.”




남한 국방부 무인기 관련 북 총참모부 성명에 대한 입장, 2026년 1월 10일.


“1차 조사 결과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발표한 일자의 해당 시간대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도 없다.”


“민간 영역에서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 유관기관과 협조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


“우리는 북한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으며,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쌓아 가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와 노력을 지속해 갈 것”




북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조선중앙통신」 , 2026년 1월 11일 보도.


<한국당국은 중대주권침해도발의 책임에서 발뺌할수 없다>


“우리는 이번 무인기침입사건에 대해 한국국방부가 10일 군의 작전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민간령역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립장발표에 류의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한국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립장을 밝힌데 대하여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싶다.” (중략)


“어쨌든 이번 한국발 무인기침범사건은 또다시 우리로 하여금 한국이라는 불량배, 쓰레기집단에 대한 더욱 명백한 표상을 굳히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26년 2월 10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축사에서 무인기 문제와 관련해 "이번에 일어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하여 북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여정은 12일 담화에서 “나는 새해벽두에 발생한 반공화국무인기침입사건에 대하여 남한의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10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를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으로 평가한다.”며 해당 발언을 직접 언급하고 이를 평가했다.

또한 2026년 4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비록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같은 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방지조치를 언급한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한다",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것이라고 평하였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평가했다. 이는 우리 정부 고위 인사, 국가수반의 공개 발언이 시간차 없이 북한의 공식 담화에 반영되고 그 의미가 재해석되어 대응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남북은 직접적인 소통 없이도 상대의 발언을 미디어를 통해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된 발언이 대응의 근거가 되고, 그 대응이 다시 상대의 해석과 반응을 유발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남북 당국의 발언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해석되며 사실상 외교적 행위로 작동하고 있다.

적대로 재구성되는 메시지

왜 이러한 구조가 자리잡게 되었을까. 남북 연락채널의 붕괴와 북한 당국의 연락 채널 거부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 접근을 제약하며, 결과적으로 북한 미디어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문제는 과거부터 있었왔지만, 최근 북한이 공개 정보를 전략적으로 축소하고 은폐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직접 소통이 사라진 자리를 미디어가 채우면서 남북관계는 해석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양상은 북측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행동과 발언이 발생하면 미디어를 통해 그 의미가 해석되는데 이는 주로 적대 행위로 규정되며, 이후 그 의미는 자신들의 입장에 맞게 재구성하여 정책의 정당화로 이어진다. 주로 한미연합훈련을 대결 의도의 표현으로 해석하며 이를 핵무력 강화와 같은 강경 대응의 명분으로 활용한다. 이처럼 북측은 우리 정부의 행동이나 발언을 적대 의도의 증거로 재구성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처럼 현재 남북은 서로의 언론과 정부 입장, 성명 및 담화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추정하며 해석한다. 우리 정부의 정책, 행동 및 발언이 있으면 북한 당국의 반응이 나타난다. 이후 남한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정부 해석과 대응이 이루어지고, 이는 다시 북한 담화로 연결된다. 동일한 사건도 해석을 통해 의미가 재구성되고, 그 결과로 대응과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 남북은 오랜 시간동안 갈등 속에서 연락채널이 단절된 이후 소통 방식의 구조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이제 남북관계는 대화가 아닌 해석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직접 소통 채널은 막혔고, 관계는 적대적으로 규정되며, 메시지는 공개적으로 발화되고, 해석은 미디어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미디어를 통한 간접 소통은 오해를 수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긴장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대화 없는 해석의 위험성

이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관계에 있어서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활용한 입장 전달과 언론을 통한 재확산 등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SNS가 발전하고 뉴미디어 플랫폼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오늘날 외교는 직접 협상보다 공개된 메시지의 해석을 통해 작동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 중심 구조는 본질적인 위험을 수반한다. 동일한 메시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면서 의미 왜곡이 발생하고, 작은 표현도 과잉 해석되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추정에 기반하여 작동할 수 있으며, 오해를 수정할 수 있는 완충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오판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상대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지 못한 채 해석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오해는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 있다.

지금 남북관계의 핵심 과제는 해석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관리하는 것이다. 미디어 의존적 해석 구조를 관리하고, 발언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동시에 최소한의 직접 연락 채널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공식 발언은 해석될 것을 전제로 구성되어야 하며, 언론 또한 해석을 증폭하고 재구성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북한 관련 보도에서 언론은 해석을 증폭하고 재구성하는 중간 매개자로 기능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대화가 사라진 자리를 미디어가 대체하면서 이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석되느냐가 되고 있다.

[1] 남북적십자 제1차 예비회담,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홈페이지, https://dialogue.unikorea.go.kr/ukd/a/ad/usrtaltotal/View.do?id=2

[2] ‘남북직통전화’,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https://www.archives.go.kr/next/new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10084&pageFlag=&sitePage=1-2-1

[3] 리차드 김, “남북 대화채널 복원 시험대…'북한 어민 송환' 어떻게 될까”, BBC코리아, 2025.6.27.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79q8y0d2p2o

■ 하승희_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첨부파일

  • 하승희_미디어로 대체된 남북 대화 채널_260421_GlobalNK논평.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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