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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국의 주변국 외교 및 대북 전략 컨퍼런스: 신년 대담회] ⑥ 신동방 정책과 미러 관계 복원의 틈새: 탈단극 시대 한·러 관계의 전략적 재설계

분류
멀티미디어
발행일
2026년 3월 23일
관련 프로젝트
2026년 한국의 주변국 외교 및 대북 전략 컨퍼런스

편집자 주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탈단극 시대의 세계질서 재편이 혁명적 변화보다는 불확실한 과도기적 질서의 장기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장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미·러 관계 복원 가능성을 짚으며, 한국이 대러 관계를 전략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진단합니다. 발표자는 나아가 한·러 관계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강대국 경쟁의 틈새에서 한국 외교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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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f2qwqq4jyvw

영상 스크립트

탈단극 시대의 국제 질서 재편과 두 가지 시각

네, 안녕하십니까.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장세호입니다. 저는 연구원에서 러시아의 국내 정치 및 대외 관계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까 발표에서 신범식 교수님께서 단극의 시대가 저물고 탈단극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구질서는 그 힘을 다했으나 신질서의 구체적인 상은 뚜렷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핵심적인 본질은 소극적으로, 즉 짧게 보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길게 보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미국의 패권, 즉 미국의 시대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흥미로운 기고문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가 작년이죠.

2025년 6월에 포린 어페어스에 나온 이 기고문을 보면서 문득 같은 저자가 쓴 책, 『강권』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작년에 타계하신 조지프 나이 교수의 책입니다. 2014년에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아마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 이 책을 읽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의 제목은 바로 『미국의 세계는 끝났는가』였습니다. 사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만 해도 소위 말하는 미국 쇠퇴론 자체가 굉장히 여러 반향을 일으키던 때였고, 당시에 조지프 나이 교수 같은 경우는 이런 미국 쇠퇴론에 대한 자기 나름의 결론을 냈습니다. 미국의 쇠퇴라고 하는 것이 절대적인 패권 또는 국력의 쇠퇴가 아니라 상대적인 쇠퇴이며, 미국에 도전하는 여러 세력들을 열거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한계들을 지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바로 소위 말하는 하드 파워, 특히 소프트 파워의 관점에서 상당한 경쟁력과 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미국의

정부들이 이런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파워를 잘 관리한다면, 미국의 세계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하는 결론을 냈습니다. 바로 이 2014년의 책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거칠게 요약하면 그런 내용인데, 세월이 11년 흘러 2025년 6월에 조지프 나이 교수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이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은 제목이 매우 도발적입니다. 『긴 미국의 세기의 종언』입니다. 11년 전 매우 낙관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대해 전망했던 조지프 나이 교수는 11년이 지난 작년에 타계하기 전 마지막으로 쓴 저술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소위 말하는 트럼프의 등장 이후 미국의 정책이라고 하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특히 미국이 국제 관계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미드로우(mid-row)하고 있다고 하는 표현을 적시하면서, 특히 스마트 파워와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이 현격하게 축소되고 있는 당시의 상황을 짚으면서 『긴 미국의 세기가 진짜 끝날 수 있다』고 하는 강력한 경고를 내보낸 저서가 떠오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최근 국제 질서의 변화를 바라보는 두 개의 엇갈린 시각을 확인하게 됩니다. 어떤 분들께서는 불과 며칠 전인 1월 3일에 있었던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 그리고 마두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납치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체포했다고 해야 할까요? 본국으로 송환하는 모습. 사실 충격적인 일입니다. 미국이 아니면 다른 어떤 나라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좋든 싫든 간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보여준 거죠.

특정 주권 국가에 자기 군대를 파견해서 주권 국가의 대통령을 잡아들여 자국으로 데리고 온다. 그만큼 미국의 현재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입장에 기초한다면 상당히 많은 분들, 또 어떤 분들은 '미국이 바로 어떤 나란데 얼마만큼의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지도력을 가진 나란데 미국에 이렇게 도전하는 여러 흐름들이 존재하지만 미국이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패권을 갱신하고 자국이 이끌어온 일극적인 국제 질서를 다시 복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반대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의 쇠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비가역적이고 불가피하다.'

혁명적 질서 재편보다는 과도기적 질서의 장기화

더구나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고 러시아와 함께 그러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이미 세력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과정이고, 결국 혁명적인 형태로 국제 질서의 재편이 이루어질 것이며, 새로운 대안적인 다극적인 국제 질서가 조만간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볼 때 이 두 가지 다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한 사람의 분석가로서 또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두 가지 주장 사이에는 일정한 양편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일단 국제 질서가 어떻게 재편되어 왔나라고 하는 역사적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 사실 국제 질서의 재편은 여러 단계들을 거쳐 왔습니다. 그런데 보면 결국 패권국과 도전국 사이의 힘의 역학 변화, 그리고 이것을 방지하기 위한 패권국의 예방 전쟁 또는 도전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도전, 그리고 이들 사이의 군사적 충돌, 전쟁, 그리고 이 전쟁에서 이긴 국가가 바로 전리품으로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왔던 것이 그동안의 국제 질서 재편의 역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 상황에서, 아까 우리가 중국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만, 미국과 중국이 예전에 국제 질서 재편 과정처럼 실제로 맞붙어서 전쟁을 벌일까요? 아까

이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숫자, 지금 한 500개이고 2027년이 되면 700개를 가진다고 합니다. 미국은 이미 100개 이상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미국과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가 국제 패권을 놓고 실질적으로 충돌하는 군사적 충돌을 벌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제가 볼 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세계 질서의 주도권 또는 패권을 놓고 벌이는 쟁투라고 하는 것은 대리전이든, 기술이든, 통상이든 여러 영역에 걸쳐서 매우 장기간 동안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형태의 쟁투를 벌이는 과정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여겨집니다. 그런 취지에서 결국 향후 국제 질서 재편 과정이라고 하는 것은 낡은 질서를 완전히 파괴하는 혁명적 과정이라기보다는 본래 기존 질서의 기반이 유지되면서 상당히 진화해 가는 긴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UN을 비롯한 기존의 국제법을 비롯한

기존 질서의 관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지역 차원에서 별도의 작동 원리가 작동하는 불확실하고도 모호한 과도기적 질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까 양편향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은 미국의 세계가 조속하게 다시 복구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한국 외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구와 가야 됩니까? 미국과 가야죠. 그리고 만약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어 새로운 패권을 빠른 시간 내에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하면, 한국 외교는 한국은 돌아볼 것 없이 중국과 같이 가면 됩니다. 계란을 열 개 가지고 있다고 하면 미국 바구니에 열 개를 다 담거나, 아니면 중국 바구니에 열 개를 다

담으면 되겠죠. 그러나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렇게 불확실하고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국제 관계 하에서 한국이 어떤 외교를 고민해야 할까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자 숙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밑에 하나를 써 놨다 스킵할까 하다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저 나름대로 현 시대를 한번 규정해 봤습니다. 두 가지 나름대로 성격 규정을 해 봤는데, 첫 번째는 '능동적 비관의 시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비관, 낙관 이런 표현을 쓸 때는 우리가 현재 발딛고 서 있는 오늘 현재보다

내일이 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낙관입니다. 그런데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어려워질 거야, 고단해질 거야, 험난해질 거야라고 생각하면 그건 비관입니다. 이렇게 험난하고 혼돈스러운 국제 정치, 국제 관계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의 머릿속 인식 속에서는 낙관이 지배할까요, 비관이 지배할까요? 비관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비관 속에서 사람들은 사과나무를 심으러 가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들도 이 비관의 시대에 압도당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기 생존과 번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노력하는 능동성을 발휘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능동적 비관의 시대'

한러 관계 현황과 전략적 재설계의 필요성

이렇게 성격 규정을 해 봤고, 또는 또 하나는 '명분 있는 기회주의의 시대'라고 하는 성격 규정을 해 봤습니다. 이처럼 세상이 복잡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기회주의적으로 운신하고 기동합니다. 그건 비단 강대국뿐만이 아니죠. 중견국, 약소국, 개발도상국 모두가 기회주의적으로 국익을 탐색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놓고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니까 그 앞에 적절한 명분 등을 앞세우는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제 이런 취지에서 우리가 한 관계를 고민해 봐야 할 텐데, 먼저 한러 관계 현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1990년에 수교했으니까 작년이 정확히 수교 35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어, 그리고 한러 관계는 수교 이후 35년간 비교적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기로 더디지만 매우 꾸준하게 발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그런데 2019년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하고 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한러 관계에 심각한 도전이 시작되었고, 관계는 퇴행하고 정체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바닥에 처해 있다, 역사상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씀드려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부 간 교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고, 민간 교류도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양국 간 교역액 현주소만 보더라도 상당히 위축되어 있죠. 제 기억으로 2021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에 양국 간 교역액 수치가 270억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2024년 양국 교역액을 보면 114억 달러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반토막이 아니라 반토막 이상이 난 거죠. 그러니까 그만큼 보여주는 것처럼 교역이 보여주는 것처럼 양국 사회의 관계가 매우 열악합니다. 그 당시 2021년 당시 러시아는 한국의 12위 교역국이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기준으로 보면 아마 28위, 29위 정도로 아주 급속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또 하나, 이렇게 한러 관계가 정치적으로 악화되고 있었던 반면에 북러는 엄청난 밀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이죠.

북러는 드디어 신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여기서 신조약이라고 하는 것은 기존의 우호선린 조약을 갱신하여 새롭게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이라고 하는 것을 맺었는데, 특히 이 조약 안에 상호 군사 원조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즉 군사적 동맹 관계를 복원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북러 간 이런 군사 동맹 복원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한반도, 동북아, 또 글로벌 차원에서도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죠. 자, 이런 관점에서 저는 한러 관계를 우리가 생각할 때 고려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제가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공격도 마찬가지지만, 국제법에 저촉되거나 국제법을 난폭하게 위반한 주권 국가에 대한 침략이라고 하는 문제로부터 러시아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침략을 한 러시아와 한국이 과연 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만들어 가야 하는가라고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지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매우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또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 관계가 사실 인간 관계와 닮아 있잖아요. 어떤 당위의 측면을 좀 뛰어넘어서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 고려해 봐야 할 점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한국이 처한 여러 국가 정체성과 작금의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국제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의 대외 정책 또는 외교라고 하는 것 자체는 기본적으로 원만한 주변국 관계 형성을 강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어떤 국가 정체성을 갖고 있죠? 분단 국가입니다.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입니다.

한국은 반도 국가입니다. 자칫하면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만하면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자유롭게 만나 협력하는 광장이 될 수도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죠. 통상 국가입니다. 한국은 여러 부자재를 수입하고 원자재를 들여와서 고부가가치 물건을 잘 만들고 여러 상품 시장에 잘 팔아야 자국의 번영을 지속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는 기본적으로 주변 국가들과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원만한 관계를 맺어야죠. 아니, 최소한 껄끄럽지 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정말로 자연스럽고 중요한 숙제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아까 말씀드렸던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국제 관계 하에서 한국이 계란을 특정 바구니에 다 담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탐탁지 못하고 우리에게 껄끄러운 부분들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다만 러시아가 분명히 갖고 있는 전략적 자산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제가 열거해 놓았던 에너지,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심지어 전 세계에 가장 많이 파는 국가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협력이 필요한 국가이고, 원천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포스트 소비에트 지역, 즉 유라시아 대륙의 러시아와 가까운 국가들까지 포함한다면 상당한 상품 시장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나라입니다. 또 물류 측면에서도 러시아는 기존 물류와 새롭게 만들어지는 물류 관점에서 본다면 굉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덧붙여서 우리의 접근이자 또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라고 하는 지위를 갖고 있고, 브릭스 플러스와 같은 매우 떠오르는 국제 기구, 다자 기구의 주도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런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부분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그다음, 영내, 즉 동북아시아의 핵심 국가로 지금 다시 돌아온 러시아라고 하는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실 러시아를 동북아시아 국가로 포함시킬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그리고 그동안 러시아가 상당히 주변적인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의 모습을 보면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 또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통해 동북아에서 매우 몸집을 키우고 영향력을 키워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발언권이 매우 증대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내의 유력 행위자로 돌아오는 러시아라고 하는 입장을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한국만 러시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짝사랑을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동북아에서의 역할 증대

하는 거냐? 좀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는 거냐? 아까 강의에서도 잠깐 언급하셨지만 신범식 교수님께서 제가 최근에 러시아에 다녀온 바에 따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러시아는 2012년, 즉 푸틴 3기 정부 출범 이후 확대 유라시아 구상 또는 신동방 정책이라고 하는 것을 들고 나오면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런데 이런 확대 유라시아 구상이나 신동방 정책의 전략적 구상 아래에는 세계 질서의 중심이 유럽 대서양에서 아시아 태평양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미래가 서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쪽에 있다는 나름의 판단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한시적이고 부차적인 관점에서 설정된 전략이 아니라 매우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동쪽으로의 이동이라고 하는 힘의 이동이라고 하는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확고해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읽어보고 있는 러시아의 여러 전략가들의 저술과 러시아 출장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동쪽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이 확실합니다. 러시아는 국가의 미래 비전이 동쪽에 있다고 보며, 이에 따라 중국 및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다만, 중국과의 협력이 지나치게 긴밀해지고 전쟁으로 인한 중국 의존이라는 위협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도와의 협력 또한 중요하며, 인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레버리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인도는 미국과도 협력을 잘하고 있고, 중국과는 다소 껄끄럽지만 러시아와도 관계가 매우 좋습니다. 따라서 인도가 확실한 파트너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을 유망한 협력 파트너로 생각하지만, 일본과는 영토 분쟁이라는 구조적 제약 요인이 있습니다. 결국 동북아시아의 유력한 협력 파트너 가운데 한국을 매우 유망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의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한러 관계를 설정하고 설계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미·러 관계 변화 전망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가능성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신범식 교수님께서 내년 상반기를 주목하라고 하셨는데, 저 역시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더 나아가 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끝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논의들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95% 정도 달성된 것 같다고 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90% 정도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러시아 외무차관 중 한 명은 협상의 섬세한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하던 러시아 당국자가 섬세한 조율을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전쟁이 정체되어 있고 전장에서 살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한 기본 골격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몇 가지 쟁점을 두고 줄다리기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말한 이유는 이미 골격이 정리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지막 핵심 쟁점을 두고 전쟁을 마무리 짓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전쟁 종식은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다만, 종식 시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종전 이후 미·러 간 거래적 형태의 데탕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국이 지난 11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미국은 낡은 도그마, 이념, 가치, 제도를 국익 달성의 걸림돌로 표현했습니다. NSS는 실패 원인 분석을 통해 미국의 패권과 국력이 축소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낡은 것들을 버리고 힘과 거래를 통해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해 바이든 정부의 NS와 달리 적이나 위협으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를 전략적 안정성 복원을 목표로 관리해야 할 외교적, 경제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미·러 관계 변화를 암시합니다. 또한, 일부 언론에 유출된 심화본에서는 기존 G7을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으로 구성된 C5(Core)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상당한 국력과 인구를 가진 국가들로 대체하겠다는 의미이며, 얄타 2.0 또는 새로운 협조 체제 등 미국의 고민을 보여주는 변화입니다. 이러한 사안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러 관계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트럼프 2.0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다양한 회담을 진행해 왔으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년 8월 앵커리지에서의 정상회담이었습니다. 회담의 주요 내용은 전쟁 종식 방안이었지만, 전쟁 종식 논의와 더불어 미·러 경제 협력 분야도 동등하거나 더 많은 비중으로 다뤄졌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러 정책 재정립과 신북방정책 2.0 구상

미·러 관계 정상화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고 있으며, 이는 종전 이후 양국 간 경제 협력 또는 거래가 큰 비중으로 다뤄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에너지 자원, 금융 제재, 북극 프로젝트, 우주 협력 등 다양한 분야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앵커리지 회담에서는 미국의 엑손모빌과 러시아의 로스네프지가 사이드에서 회담을 갖고, 엑손모빌이 참여했던 야말 프로젝트 복귀를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는 전쟁 종식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 질서에 대한 협력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대러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집행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현 정부는 공식적인 대러 정책 입장을 표명한 바는 없으나, 작년 8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의 외교 안보 파트 내 러시아 파트에서 양자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발전을 추구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국민과 기업의 권익 보호,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전략적 소통 지속, 협력적 호혜 관계 구축을 위한 공감대 확대 등이 있습니다. 그동안 한러 관계가 좋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양국이 국제 질서 재편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가치를 강조하며, 미국이 주도해 온 질서에 편승하여 번영을 이루었기에 기존 질서의 복구 또는 수호를 선호했을 것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일극적 국제 질서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새로운 질서 창출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인식 차이로 인해 전략적 관계 수립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새 정부는 가치보다 국익을 강조하며, 변화하는 국제 질서에 적응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양국의 공통 분모가 넓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러 관계 복원 및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 적극성과 능동성을 발현해야 합니다. 여건이 조성되면 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이 아니라, 여건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둘째, 전쟁이 끝나면 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은 너무 늦습니다. 미국이 전쟁 전에 활발히 움직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쟁 이후를 기다리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셋째, 쉽고 효용이 큰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 비핵화 협조를 러시아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양국 간 실질적 이익이 되는 경제·통상 분야, 제재 대상이 아닌 분야의 협력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제가 있습니다. 한국이 전략적 행위자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미국만 따라다니는 행위자로 여겨지면 한러 관계의 장기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정상급, 장관급 회담, 특사 파견,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활용해야 합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의회와 지방 정부도 움직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정부가 한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것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과제는 종종 신경 쓰지 않고 끝나버리기 때문입니다. 방치되지 않고 관리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며, 한국의 신정부는 신북방정책 2.0을 담대하게 재구상하고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안보실 2차장 산하 북방비서관 설치나 대통령 직속 북방 특보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통해, 우선순위에서 밀리더라도 지속적으로 대러 정책을 고민하고 관련 부서 조율을 통해 정책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그렇게 만들어 가자는 말씀을 드리면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 저자: 장세호 _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임재현 _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lim@eai.or.kr


■ 담당 및 편집: 임재현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lim@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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