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세계] 미국의 마두로 체포와 북한의 셈법
편집자 주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사태를 분석하면서, 미국이 기존 체제는 유지하되 반미 성향의 지도자만을 정밀 타격하여 제거하는 지도자 교체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박 소장은 이번 사태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북한이 핵 억제력 고도화의 정당성을 강변하게 만드는 핵심 동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의 변화한 강압 외교 방식이 향후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국가 붕괴가 아닌 지도자 교체라는 새로운 시나리오의 가능성과 함의를 시사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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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스크립트
정말로 핀셋을 뽑듯이 핀포인트 공격을 통해 미국이 타국의 지도자를 체포해 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말만 하다가 뒤로 물러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되풀이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향후 미북 대화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요? 박원곤 소장의 북한과 세계를 시청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사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과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되며, 앞으로의 북한 행보를 전망하는 데 적지 않은 함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함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제가 오늘 주로 말씀드릴 것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간략하게 정리한 후, 북한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입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이 방송을 보시는 날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사태 개요 및 미국 정책 변화
촬영하는 날짜 7일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진행된 베네수엘라의 여러 상황을 말씀드리고 북한에 대한 함의로 넘어가겠습니다. 매우 전광석화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저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습니다만, 정말 핀셋을 뽑듯이 핀포인트 공격을 통해 미국이 타국의 지도자를 체포해 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작년 9월부터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해상 봉쇄까지 들어간 것은 무력 시위의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해상 봉쇄를 통해 결국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정책 전환을 끌어낼 것이라는 일종의 강압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질적으로 납치와 체포 작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안전가옥에서 미군과 중요한 것은 미 법무부가 함께 움직였습니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 내 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5일 현지 시간으로 뉴욕 법원에 처음 출석한 자리에서 자신이 납치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세계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미국은 네 가지 혐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 네 가지 모두 국내법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네 가지 혐의는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적인 살상 무기 소지 및 소지 공모입니다. 이 네 가지 혐의 모두 유죄를 받게 된다면 무기 징역까지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예로 1990년대 파나마의 독재자였던 노리에가도 당시 미국이 이런 식으로 압박해 갔는데요. 그때와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전면적인 공격을 했고요. 그 당시만 해도 1989년 하반기, 90년대 초였기 때문에 이른바 탈냉전 시대였고, 미국의 단극 체제, 즉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힘센 국가로서의 운영이 국제 질서의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상황은 그렇지 않죠. 전체적인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았고, 특수 작전을 통해 마두로만 체포해 가는 현상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더군다나 미국의 단극 체계라기보다는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더 큰 틀에서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계속 시시각각 바뀌고 있습니다. 7일 오늘까지의 상황을 말씀드리면,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으로서의 자리를 앞으로 90일간 진행하도록 서약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처음에 이 사건이 있은 직후,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공무회의를 부통령으로서 주재하며 당시 국방장관, 내무장관 등 마두로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함께 강력하게 미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마두로 한 명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현지 시간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2차 공격을 하겠다고 다시 한번 위협했습니다. 이번 2차 공격은 1차 공격보다 훨씬 대규모 군사 작전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앞서고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만, 이번 사태로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2차 공격은 전면 침공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듯한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3일 날 저항 의지를 피력하던 로드리게스 대통령이 갑자기 자신의 SNS에 영어로 이렇게 올렸습니다. “우리나라가 존중과 국제 공조의 환경 속에서 외부 위협 없이 살기를 바란다. 결정적으로 미국 정부와 지속적인 공동체 공존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법의 틀 내에서 공동 발전을 지향하는 의제에 대해 우리가 협력할 것을 요청한다.” 쉽게 말씀드려서 이런 것입니다. 미국과 협력하겠다. 미국과 싸울 생각 없다. 미국에 항전하지 않겠다. 사실상의 항복 선언에 가까운 SNS를 올렸습니다. 임시 대통령인 현장에서는 또다시 미국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목소리까지 내고는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 군사적으로 전쟁을 한다든지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피력되었고,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까지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이 사태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떻게 보면 매우 과격한,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UN 자체가 45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주도로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UN 헌장 2조 4항에 명백한 도전입니다. “모든 회원국은 국제 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 행사를 삼간다.” 다시 말씀드려서, 흔히 말하는 힘을 통한 현상 변경이라든지 혹은 주권 국가에 대한 존중, 영토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주권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을 규정해 놓은 2조 4항입니다.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무력을 사용해서 타국의 지도자를 체포, 납치해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2조 4항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판단됩니다.
이런 군사 작전이 가능하게 UN에서 이야기해 놓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실질적으로 침공을 받아서 자유권 차원에서의 군사 대응을 해야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 전쟁처럼 UN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어 자력 무력을 사용해서 격퇴할 수 있도록 결의안이 통과되는 경우입니다. 유일하게 인정되는 것이고 그 외에는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상황도 국제법상으로는 위반이 분명합니다.
미국의 새로운 통치 전략과 '지도자 교체' 가능성
또 하나는 흔히 UN을 포함해서 미국이 만들어 놓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는 주권 존중, 힘을 통한 현상 변경 반대, 법치 이외에도 자유 무역, 열린 다자주의 등이 포함되는데, 핵심은 이런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과연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존중했는지, 힘을 통해서 현상 변경을 했는지, 법치를 지켜줬는지 그런 면에서 보면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도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는 것이고, 그렇다면 미국이라는 국가가 국제법을 만들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형성해서 45년 이후 지금까지 끌고 왔는데, 트럼프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미국 주도의 질서가 훼손되고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의미하는 현실적인 교훈을 한번 생각해 봅니다. 첫 번째는 '미국의 힘'을 보여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힘의 과시 그리고 억지 메시지입니다. 미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실질적인 군사 행동을 해서 정말 말을 안 듣는 당사자를 무력을 사용해서 데리고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판단됩니다.
미국에 대항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 남미로 한정해서 말씀드리더라도 쿠바나 니카라과 같은 반미 성향의 국가들에게 손을 넘게 되면 미국은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줬고요. 특히 작년 11월 국가 안보 전략서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서반구는 자신들의 뒷마당이라고 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린란드까지 포함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자신들의 뒷마당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그 누구도 앞으로 손을 대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보여준 거죠. 그래서 이번에 남미의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힘을 보여주면서 서반구는은 자신들의 영향권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판단됩니다.
두 번째는 '트럼프는 항상 말만 하다가 뒤로 물러선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Payback'이라고 불리는데, 매우 안 좋은 비속어라 제가 풀어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냥 한국어로 하면 '까불다가 당한다'입니다. 트럼프의 SNS에 아예 그 사진을 올려놨죠. 밑에 'Payback'이라고 되어 있고, 작년 펜타곤 장관이 전체 미군 장성들을 다 불러놓고 했던 연설에도 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까불면 당한다.' 그러니까 힘을 통한 평화라는 것이 구호에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행동이 뒤따른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는 것에 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선택의 압박에 직면한 거죠. 그러니까 확실하게 이제 입장을 정리해라. 미국이냐, 중국이냐, 반미냐, 친미냐. 제로섬 게임처럼 반미와 중국에 치우치는 성향으로 가게 되면 행동하겠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지역 국가들이 입장에서 받는 선택의 압박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내 정치적인 계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11월에 미국의 중간 선거가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엡스타인 파일이 계속해서 트럼프의 정치적 스캔들과 이어지고 있고,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자신의 확실한 주도권, 행위, 그리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통해 지지 세력을 다시 모으고 성취를 주장함으로써 11월 미 중간 선거까지 끌어가 보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이것은 미국 국내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왜냐하면 MAGA, 즉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 같은 경우에는 고립주의 성향을 갖고 있죠. 그 고립주의라는 것은 타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군대를 파견해서 전쟁을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트럼프도 수차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타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흔히 말하는 체제 변환을 하는 것은 매우 미련한 일이라고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공격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당시에도 트럼프가 매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 후에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 그것이 MAGA 세력들에게 매우 큰 지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 이상의 군사 작전을 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지상군을 파견해서 베네수엘라를 점령한다든지, 'on the ground'라고 하죠. 그러기 때문에 지상군을 파견하는 현상으로 미국이 경험했던 20년간의 테러 전쟁처럼 끌려 들어가는 모습은 최대한 지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이 정도로 성공을 하고 베네수엘라가 정말 친미적인 성향을 보이고 트럼프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석유에 대한 시설과 석유를 활용할 수 있고 석유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상황으로 넘어온다면, 더 이상의 군사적인 작전 없이 트럼프가 또 한 번 자신의 정치적 승리로 선포하고 MAGA 세력들도 트럼프에게 특별히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국내 정치적인 계산법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외에도 통치 전략이 이제 중요합니다. 북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마두로를 체포해 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것을 보면 이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체제 변환이 아니라 지도자 교체입니다. 이전에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미국이 침공에 들어가 그 국가의 체제를 완전히 변화시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20년간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치렀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불명예스러운 철수를 경험한 미국은 더 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모습이 보입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매우 새로운 모습인데, 기존의 체제는 그대로 두고 반미 성향이거나 미국 말을 듣지 않는 지도자만 빼내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만, 만약 기존의 마두로와 함께 권력을 향유했던 권력 엘리트층들이 미국과 협력하는 친미적인 성향으로 바뀌게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했던 정책의 성공 방향으로 가는 모습일 것입니다. 트럼프가 기자회견을 할 때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는 표현을 썼는데, 운영이라는 것은 국가 자체가 아니라 정책을 운영하겠다는 표현입니다. 미국이 그곳에 가서 베네수엘라를 장악하고 친미 정권을 세운 후에 행정 업무를 맡는 형태가 아니라, 기존의 체제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어가고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강압적인 방법이든, 협박이든, 설득이든 어떤 방법이든 기존에 있는 체제를 활용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을 강제한다는 것이 이번 정책 방향이라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다시 한번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말씀드린 것처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실수를 교훈 삼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로드리게스를 활용하는 것이 치안 공백을 막을 수도 있고, 마두로 충성파로 분류되었던 군부와 관료 조직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기존 마두로 정권에서 임명되었던 사람들도 반민주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2024년 선거가 부정 선거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이 사람들이 제거되는 방법을 물리적인 제거도 있지만 선거를 치르는 것입니다. 야권의 대표적인 민주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같은 인물을 내세운다든지 해서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루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내에서 그렇게 인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법은 선거를 치러 그렇게 가느니 차라리 지금 있는 세력을 활용해서 미국이 원하는 것만 딱 받아내겠다는 것입니다. 즉, 민주주의 체제로 바뀐다든지 하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 입장이라고 판단합니다. 트럼프가 한 발언에서도 그게 확인되는데요. '지금은 선거보다 망가진 나라를 복구하는 게 우선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선거는 시기상조다.' 베네수엘라의 야권이 아닌 현직 권력 세력을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네수엘라 사태와 북한의 차이점 및 압박 분석
이전에 보지 못했던 미국의 새로운 모습이고,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북한과 연결해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작전을 북한의 김정은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냐? 저는 큰 틀에서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매우 큰 차이가 있고, 이번에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를 체포, 납치했던 것이 가능한 것은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미국 국내법에 의해 기소되었습니다. 미국 국내법에 따라 아까 말한 네 가지 사안에 대한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고요. 두 번째, 악마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마두로라는 사람이 매우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 전 세계에서 받아들여지고 미국 내에서도 충분히 이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단 한 번의 작전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군사력을 동원했는데 지속 작전이 아니라 한 번의 작전으로 피해 없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거죠. 수개월간 준비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 세 가지 조건이 맞았는데 북한은 현재로서는 세 가지 조건이 맞지 않습니다. 더불어서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것입니다.
핵 보유국이기 때문에 만약 북한에 이런 군사 작전을 감행한다면 북한과의 전면전 혹은 북한이 핵을 사용할 가능성까지도 열어둬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위험 부담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가 첫 번째입니다. 북한의 셈법이 있으니까 자신들이 만든 2022년 핵 법령에 국무위원장의 암살에 대한 위협이 가해지기만 해도 핵전쟁으로 넘어가겠다고 분명히 법령에 못 박아 놓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은 대항 세력이 없죠. 대항 세력이라는 것이 마두로 같은 경우에는 물러난다
부통령이라는 2인자가 있어 대한 세력을 삼아 끌고 가겠지만, 북한은 단 한 명의 수령 유일영도 체제이기 때문에 수령이 사라지면 이를 이끌 만한 인사들도 제대로 있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야권이나 베네수엘라에 존재하는 대체 세력도 전혀 없죠. 미국의 상황이 매우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중국입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인데, 과연 군사 작전을 할 경우 중국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베네수엘라와 북한은 명백한 차이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느끼는 압박은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방금 말씀드렸던 '타협이 아닌 행동'을 하겠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죠. 즉, '까불면 당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장면을 보면서 북한의 김정은 입장에서는 2017년을 떠올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17년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북한을 완전히 박살 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대놓고 북한을 압박했고, 실질적으로 무력 시위도 최고 수준으로 올렸습니다. 2017년 9월에는 항공모함 세 척을 동원해 무력 시위를 했습니다. 참고로 항공모함 세 척이 동원되는 것은 미국이 개전할 때 동원하는 전력입니다. 그만큼 큰 전력을 동원하며 북한을 최대치로 압박했고, 북한은 이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8년,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김정은이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를 아마 연상케 하지 않을까 합니다. 더군다나 그때는 무력 시위만 했는데, 이번에 보여준 것을 보면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무력 시위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연결된 부분을 본다면, 당연히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부담은 단순히 생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북한의 반응에서 나옵니다. 1월 4일 조선중앙통신에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형태로 보도가 됐죠.
“우리는 미국의 강권 행사로 초래된 현 베네수엘라 사태의 엄중성을 이미 취약해진 지역 정세에 부과될 불안정성 증대와 연관 속에서 유의하고 있다.” 아주 명백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베네수엘라 사태와 연계해서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상황입니다. 체포 작전이 있은 후 7시간 후에 KN23 개량형 극초음속 미사일(10일 마형)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평양에서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김정은이 직접 현지 지도를 했다는 것도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되었습니다.
거기서 김정은이 한 말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숨김없이 우리의 이러한 활동은 명백히 핵 전쟁 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하는 데 있다.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주고 있다.” 이것은 당연히 베네수엘라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조금 풀어서 말씀드리면, 베네수엘라 사태라는 국제적 사변과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러기 때문에 더욱더 핵이 필요하고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북 대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과 북한 급변 사태 함의
마지막으로 향후 미북 대화 가능성은 어떻게 되느냐, 이것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판단과 분석이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방향이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방향은 당연히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에 대한 정당성, 핵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지겠죠. 왜냐하면 끊임없이 북한이 이전부터 이야기했습니다만,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 같은 인물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 것은 그들 국가가 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핵을 갖고 있어서 그런 상황이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자신들이 핵을 개발하고 보유해야 되는 이유라고 정당성 차원에서 계속 이야기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결국 핵이 없는, 힘이 없는 국가이기 때문에 베네수엘라는 지도자가 체포되는 수모를 겪었는데, 자신들의 핵은 힘이 앞서는 국제 사회에서 더욱더 필요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이미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비핵화 협상을 하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 비핵화 협상의 문턱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고, 쉽게 협상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반대 방향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쪽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트럼프가 힘을 통한 평화, 즉 '타협이 아닌 행동'으로 이야기됐던 트럼프가 아닌, 실질적으로 군사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2017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일종의 악몽 같은 순간이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작년 APEC 정상회담 직전에 트럼프가 한국에 와서 계속 김정은을 초청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결국 회담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올해 4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는데, 만약 김정은이 트럼프의 초청을 거부한다면 트럼프가 어느 순간에 돌변할 수도 있습니다.
마두로를 향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몇 번의 기회를 줬다, 심지어는 당신 터키로 망명하라고까지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마두로가 계속 돌아다니니까 이것이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생각했다고 미국 언론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그런 상황까지 생각한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트럼프가 그렇게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도 트럼프와 만날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만 북한을 계속 만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도 트럼프를 만나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제재 해제를 받아내야 되는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작년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김정은은 자신은 트럼프와의 관계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여러 가지 말해 오는 행태를 쭉 보면 결국 만나겠다는 이야기로 해석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북한의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만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모습까지 겹친다면 오히려 만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저의 분석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함의를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급변 사태라는 것은 말 그대로 굉장히 급격하게 변화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도자 교체고, 또 하나는 체제 변환이고, 또 하나는 국가 붕괴입니다. 보통 우리가 북한의 급변 사태는 체제 전환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지도자만을 교체하는 것은 별로 가능성이 있지 않다고 하는데, 이번에 지도자 교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쨌든 마두로는 다시 베네수엘라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대체 세력이 등장해서 베네수엘라를 통치해 나갈 것이고, 이들이 미국과의 협력적인 방향으로 간다면 이것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반미의 선봉에 있는 북한의 김정은에게도 적지 않은 함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말씀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북한에 함의를 주는지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저의 분석을 전해드렸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자: 박원곤 _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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