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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SBS 문화재단] 제로 시대의 재설계: 다시 쓰는 혁신

분류
멀티미디어
발행일
2025년 11월 13일
관련 프로젝트
미중경제전쟁과 한국미래혁신과 거버넌스

편집자 주

SBS 문화재단이 기획하고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참여한 SDF 2025 ‘제로 시대의 재설계: 다시 쓰는 혁신’ 에서 이승주 EAI 무역·기술·변환연구센터 소장(중앙대 교수)은 급격히 심화되는 세계 질서의 분절화와 새로운 경계 짓기의 흐름을 주제로 강연하였습니다. 이 소장은 글로벌 구조 변화가 국가 간 권력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국이 외교·안보·경제 전반에서 ‘능동적 교량 국가’로서의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그는 정부의 전략적 의제 설정 능력과 이를 실현해낼 강력한 실행력이 향후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19일 오전 08_03_1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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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VnnmkP56AlQ

영상 스크립트

제로 시대의 재설계를 국제 질서의 차원에서 고민합니다. SBS 문화재단과 동아시아연구원이 공동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경제가 안보가 되고, 안보가 경제가 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정교하게 답해 줄 연구자를 모십니다.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이승주 정치국제학과 교수를 모십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미래 세계 질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 연구팀은 세 가지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첫째, 미래 세계 질서를 전망하는 시나리오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둘째, 미래 세계 질서를 전망함에 있어서 무역, 기술, 산업, 안보 분야별 특성과 차이를 분석하고, 안보와 경제 영역이 연계되는 양상에 주목했습니다. 셋째, 새로운 세계 질서의 미래상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국이 추구해야 할 국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규칙에 기반하여 국가 간 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통합해왔던 기존의 세계 질서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세계 질서의 분절화와 클럽화

미국의 리더십 약화, 미중 전략 경쟁,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경험이 결합하여 세계를 여러 개로 쪼개는 분절화의 힘이 이미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면서도, 분절화 이후 세계가 새로운 경계 짓기의 과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경계 짓기의 과정을 거쳐 수립될 질서의 성격을 클럽화로 정의합니다. 클럽화된 세계란, 안보 체제를 토대로 통합된 세계 시장을 형성했던 과거와,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 결과 분리, 분화, 파편화가 진행되는 현재를 거친 이후에 형성되는 복합 질서입니다.

트럼프 2.0 행정부의 미국은 세계 질서를 설계하고 유지할 리더십을 발휘했던 과거의 미국과는 다릅니다. 트럼프 2.0 시대 미국은 세계 질서의 안정을 위한 리더십을 행사하기보다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고 동맹국에게 독자적 방위 능력을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각국이 자국민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거나, 동맹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방어해주지 않겠다는 언급에서 트럼프 시대 미국 세계 전략의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과거와 달리 한 국가가 세계 질서를 위한 리더십을 책임지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 대규모 자연재해의 빈발, 팬데믹의 확산과 같은 초국가적 도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도전은 어느 한 국가가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초국가적 도전에는 초국가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둘째, 세계화의 후폭풍으로 국내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정치적 포퓰리즘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형성되었습니다. 민주주의와 규범이 약화되는 대신 민족주의와 배타적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셋째,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략 경쟁은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미중 패권의 향방을 다투는 전면적 경쟁입니다. 호주 로위 연구소의 아시아 파워 인덱스가 보여주듯이, 미국과 중국은 군사력, 국방 네트워크, 경제 관계, 외교적 영향력, 회복력, 미래 자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초국가적 도전을 선도할 역량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이 협력보다는 경쟁을 우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 안보 질서는 점차 폐쇄적인 성격이 강한 클럽, 더 나아가 진영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경제 안보화와 안보의 경제화

미국과 중국이 진영을 만드는 가운데,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과 경제적 연결을 유지하는 느슨한 클럽의 형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과 같은 비서방 연대 또한 복합적인 경제·전략적 이해 관계로 인해 완전한 진영을 이루지는 못합니다. 전략적 분절화라는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부터는 클럽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클럽화, 즉 새로운 경계 짓기를 촉진하는 두 가지 핵심 동력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의 안보화와 안보의 경제화라는 두 흐름입니다.

경제 안보화란 무엇일까요? 이는 과거에는 순수하게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했던 무역, 과학 기술, 공급망 등이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안보의 문제로 인식되는 현상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의 불공정 행위가 경제적 침공이고, 이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경제 안보화는 특정 산업 부문에서도 나타납니다. 특정 국가의 반도체 공급망에 의존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국이 반도체 국내 생산 역량 부족을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한국 및 대만과 같은 동맹 및 우방국들에게 미국의 영토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동맹 쇼링 또는 프렌드 쇼어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편 안보의 경제화는 전통적인 군사 동맹과 같은 안보 이슈에 경제적 논리가 깊숙이 개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맹국에게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거나,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한 지원을 방위 산업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경제의 안보화와 안보의 경제화, 이 두 가지 흐름이 상승 작용을 만들어내면서 세계는 빠르게 분절화되고 있습니다. 분절화의 과정 속에서 새롭게 부상할 클럽화된 세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게 될 것입니다. 첫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두 클럽이 상호 경쟁, 갈등하는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일대일로 경쟁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국의 우호적인 국가들과 연합하여 클럽을 형성하고 상대 클럽과 경쟁하는 현상이 더욱 확대되는 것입니다.

다만 두 클럽이 대등한 균형을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오른쪽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미국 중심 클럽과 중국 중심 클럽이 약 42대 27의 구도를 형성하고, 두 클럽에 속하지 않는 중립 지대에 있는 국가들이 31%를 차지하는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클럽 내부에서는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시에 작용할 것입니다. 구심력은 경쟁이 격화될수록 미국과 중국이 클럽 경쟁 상대국을 독자적으로 견제하기도 하지만, 견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클럽 내 국가들에게 정책의 동조화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합니다.

미국이 AI 반도체 대중국 수출 통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국 기업은 물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수출 통제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외교 정책의 협력을 거부한다고 판단되는 국가들에게 경제적 강압을 행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압박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클럽 내 국가들이 비용 부담과 피해에 대한 부담을 느껴 약화되는 원심력이 작동하게 됩니다. 클럽화된 세계의 세 번째 특징은 서로 완벽하게 단절된 블록과 달리, 클럽들 사이에 일정 수준의 연결, 즉 클럽 투과성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투과성은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됩니다. 우선 두 클럽이 서로 경쟁하더라도 경제적 또는 산업적으로 완전하게 분리되지 않고 교류가 유지됩니다. 미국과 중국은 첨단 산업에서 디커플링을 시도하면서도 상대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포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V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한 것이 클럽 투과성을 잘 보여줍니다. 투과성은 또한 연결 국가 또는 스윙 스테이트라고 불리우는 국가들에 의해서도 유지될 것입니다.

무역, 공급망, 기술 질서의 변화

미국과 중국 중심의 클럽은 상대 클럽에 대한 영향력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어느 클럽에도 속하지 않는 연결 국가들과의 경제 교류는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유럽중앙은행의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미국과 중국 클럽은 중간 지대에 있는 연결 국가들과의 교역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에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무역, 공급망, 기술 등으로 나누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슬라이드는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2018년과 2023년 기간 중 무역 네트워크 변화를 통해 세계 질서의 분절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왼쪽 2018년에는 미국, 중국, 독일이 지역 수준의 무역 클러스터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방적인 세계 무역 질서가 아직 유지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오른쪽 2023년 세계 무역 질서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미국과 중국의 연결이 현저하게 약화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노란색 네모로 표시된 일본, 인도,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이 중국 중심 클럽에서 이탈하여 미국 중심 클럽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첨단 산업 공급망 질서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첫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명확해졌습니다. 중국이 첨단 산업에서 미국의 공급자 역할을 했던 2018년과 달리, 2023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연결이 현저하게 약화되는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둘째, 중국 클럽의 균열입니다. 2018년 중국의 핵심 파트너였던 일본과 태국이 2022년에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이탈하여 미국 중심의 공급망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나타납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 주도의 프렌드 쇼어링에 동참하면서 공급망 재편이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중국은 독자적인 토착 공급망 구축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다음 세계 기술 질서에서도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됩니다. 2018년 국가 간 특허 인용 네트워크를 보시면 미국과 일본이 기술 클럽의 확실한 중심축이었습니다. 그러나 5년 뒤인 2023년 기술 네트워크에서는 미국 중심의 기술 클럽이 여전히 공고하지만, 아시아 클럽에서 중국이 일본을 대체하는 중심축으로 부상했습니다. 다만 규모 면에서 볼 때 핵심 멤버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 중심 클럽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중국 중심 클럽이 미국 중심 클럽에 비해 현저히 작습니다. 이는 중국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중국의 기술 자립을 촉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술 분야는 새로운 경계 짓기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최전선입니다.

능동적 교량 국가와 리스크 관리

지금까지 세계 질서 변화의 성격과 이를 토대로 한 미래 세계 질서의 변화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한국이 불확실성이 높은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 국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국가 전략을 추구해야 할까요? 불확실성 시대 한국의 국가 전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입니다. 불확실성 시대에도 국익 추구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다만 국익 추구의 방식이 평상시와는 달라질 필요는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전략적 수단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전략과 수단을 결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 기초하여 우리 연구팀은 다음의 국가 전략을 압축해 보았습니다. 첫째, 능동적 교량 국가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클럽 간 경쟁과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클럽 내 국가들 사이에서 연대를 유지 강화하는 역할을 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은 클럽 연결과 클럽 내 연결을 주도하는 위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11월 초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는 교량 국가로서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교량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집합 권력과 의제 설정 능력이 필요합니다. 집합 권력은 이해 관계가 엇갈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많은 국가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한국은 이번 APEC에서 전략 경쟁의 당사자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6년 만에 직접 대면하여 회담할 수 있는 장을 제공했습니다. 두 정상 또한 APEC을 양국 간 회담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집합 권력은 의제 설정 능력과 결합될 때 더 효과적입니다.

한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AI 협력과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AI 이니셔티브가 채택되었는데, 이는 APEC 최초의 명문화된 AI 공동 비전인 동시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정상급 회의입니다. 이처럼 의제 설정 능력은 사안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협력의 공통분모를 발굴하는 지식 권력을 전제로 합니다. 둘째, 세계 질서의 재편은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것들을 바꿔야 하는 조정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합니다.

조정은 궁극적으로 누가 조정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세계 질서의 유지와 동맹국의 안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동안 우방국들이 이에 편승해 왔으니, 이제 이를 부담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체된 조정인 셈입니다. 다음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협상은 마지막이거나 완결형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원래의 목표인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해야 합니다.

셋째, 경제의 안보와 안보의 경제화가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한미 관계를 안보, 지정학, 경쟁, 공정성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안보 차원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이 대북 억제와 방어를 전담하고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독자적인 억제 능력을 확대하면서 피해 최소화와 위기 관리를 위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또한 미국이 중국과 지정학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핵심 산업 분야의 협력을 경제 안보 차원의 협력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성 차원에서도 미국은 한국에게 예외 없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투자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그러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한국은 미국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높고 중국에 대해서도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높은 이중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단일 전략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전략을 결합하는 복합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제시한 리스크 관리를 실천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미국 중심 안보 클러스터 내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유지하면서도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전략의 독창성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AI 주권 확보를 위한 복합 전략

또한 한국은 대미 협력을 체계화하면서도 중국을 도발하지 않는 복합 전략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 EU, 일본, 호주 등 유사 입장국과 대미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협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경계 짓기를 위한 전략은 우리 정부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소린 AI 전략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세계는 갈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절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기회는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AI 주권입니다.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두 가지 전략입니다. 안보 핵심 영역인 국방, 공공, 전기, 통신망 등에서는 핵심 AI 기술 자립을 추구하고, 다른 일반 산업에서는 오픈소스 생태계와 민간 협력을 추진하여 AI 혁신의 속도와 실용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미국의 오픈소스 AI를 기반으로 분야별 응용 모델을 빠르게 구현하는 한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같은 미국의 AI 인프라 구축 시도를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또한 개방형 연대로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책임 있는 AI 질서를 함께 만드는 노력을 주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변화하는 시대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실용적 AI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복합 전략입니다.

다섯째, 리스크 관리를 위한 복합 전략을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내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저스트 인 케이스 패러다임에 기반한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합니다. 새로운 경계 짓기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사태가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민하면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내 거버넌스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부처의 전문성과 대통령실의 조정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민관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이승주 교수님께서 우리나라가 능동적인 교량 국가로서의 위치 권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주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강한 의제 설정 능력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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