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기 EAI Academy] ⑤ 일본 외교의 미래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편집자 주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교수)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세대·이념별 대일 인식 차이를 출발점으로, 일본의 근대 이후 두 차례 부상과 전성기, 그리고 오늘날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분석합니다. 손 원장은 저출산·고령화와 경제 정체, 중국의 급격한 부상, 미국의 상대적 쇠퇴,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약화 등을 일본의 핵심 도전 요인으로 지목합니다. 이어 트럼프 시대 미일동맹의 성격 변화를 설명하며, 일본이 미국에 불가결한 동맹국(A급 동맹)을 지향하는 ‘플랜 A’와 과잉 의존을 줄이고 다자 연대를 모색하는 ‘플랜 B’를 병행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합니다. 나아가 손 원장은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는 이원적(투 트랙)으로 관리하되,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는 실용적 협력을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회복을 위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zTemcv1VGaI
영상 스크립트
그렇다면 개선의 동인과 요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식입니다. 상대방의 정체성이나 국민성, 혹은 일본 전반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문화적 차원의 요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가설로 많이 제시되었는데, 국내 정치 문제입니다. 이는 일본 문제라기보다는 국내 정치 문제처럼, 마치 남북 문제가 국내 정치화하는 것처럼 일본도 상당히 그런 측면들이 있어 왔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 변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리고 저희 클래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것은 상대국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관계 개선의 욕구는 당연히 커진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말입니다.
경제적으로 일본과의 목표는 무엇인가? '더 잘 먹고 잘 살려면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핵과 같은 위협이 있는데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일본과 직접적인 협력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강력하게 한미일 안보 협력을 원한다면 협력해야 한다는 고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전략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여러분의 멘탈 맵 속에서 일본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즉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관계 개선의 욕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부분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밑에 질문이 몇 개 있습니다.
일본의 두 번의 부상과 전성기
벌써 30분이 지나서 넘어가겠습니다. 일본의 전성기, 'Peak Japan'은 지나갔습니다. 간단히 말해 일본은 근대 세계로 진입한 이래 두 번의 부상을 했습니다. 첫 번째 부상은 1868년 메이지 유신을 통해 일본이 본격적으로 근대화에 나섰을 때입니다. 당시에는 '근대화'라는 말이 없었고, 일본의 구호는 '서양화'였습니다.
'서양처럼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일본의 독립을 지켜주고 일본의 번영을 지켜주는 길이다'라는 생각으로, 이는 19세기 한국의 '개화'와 유사합니다. 일본은 서양화로 매진하는 노선을 분명히 했고, 청일 전쟁에서 중국을 꺾고 10년 후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를 이기며 최초의 비서구 국가로서 서구 국가를 이기는 역사를 썼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당시 노래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일본은 러일 전쟁을 통해 소위 열강의 반열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G7 정도의 강대국 반열에 들어선 것입니다. 일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역의 패권 국가가 되고자 여러 무리한 시도를 했고, 결국 미국과 충돌하게 됩니다. 미국은 자국의 세력권을 지키려 했고 일본은 이를 극복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나 결국 1945년 일본이 패전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사이클이라면, 두 번째 사이클은 1945년 이후의 요시다 시게루라는 일본 정치가의 국가 대전략, 즉 '요시다 독트린'입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이 제정한 평화헌법을 채택했습니다. 이 헌법은 일본이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 점령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가 작성해 준 것입니다. 일본 헌법은 미국이 써 준 헌법을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으며 한 번도 개정한 적이 없습니다. 핀란드와 일본, 두 나라만 그렇다고 합니다. 45년 이후 헌법을 개정한 적이 없는 나라가 말입니다. 그 헌법 제9조는 '국제 분쟁 해결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전권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일본은 국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무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모든 나라가 이렇다면 전쟁이 없을 것입니다.
대신 일본은 언제 전쟁할 수 있나요? 침략받을 때만 가능합니다. 침략받는 것은 국제 분쟁 해결이 아니라 자위권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군대를 '자위대(Self-Defense Forces)'라고 부릅니다. 아직도 이 헌법 구조가 살아있기 때문에 국제 분쟁 해결을 위해 무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헌입니다. 한국에서 위헌은 헌법재판소를 통해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이어지지만, 일본에서는 국회에서 정부가 해산되고 새로운 총리가 선출되는 등 복잡한 절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적용하는가의 문제가 있겠지만, 그것이 평화헌법이며, 그런 평화헌법 속에서 미일동맹을 통해 미군이 일본을 지켜주고 일본은 무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일본은 군대에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에너지를 경제 성장에 투입하겠다는 것이 요시다 노선, 요시다 독트린입니다. 그 노선에 따라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됩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말입니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약 35년 만에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여 열강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1945년 일본의 재부상이 시작된 이후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된 시점은 언제일까요?
냉전 시대였기 때문에 미국 다음으로 어떤 나라였을까요? 서독이었을 것입니다. 서독을 따라잡은 것이 1968년, 즉 23년 만에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된 것입니다. 1968년에 제 이모가 재일 교포와 결혼하셔서 일본 이모 댁에 간 적이 있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마치 신천지 같았다는 생각만 합니다. 그만큼 당시 일본은 대단한 선진국이 되어 있었고, 6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가 일본의 전성기입니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을 겪게 됩니다. 일본의 전성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의 전후 패권 질서이자 '규칙 기반 국제 질서'입니다. 그 규칙이나 규범은 주권 존중, 영토적 통일성 유지 등입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깨고 있으며, 시장 논리에 기초한 자유와 개방의 원칙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에 기초한 협상과 타협,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중국이 깨고 있고, 다자주의 역시 미국과 러시아 등 많은 나라들이 깨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질서 속에서 경제 성장 전략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 또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1945년 이후 신생국이나 패전 후 재기하려는 국가들에게는 일종의 선물과 같았습니다. 그런 국제 질서가 마련되어 있고, 그 질서 속에서 전략을 마련하여 충실히 이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약육강식의 세계라면 규칙이 없고, 강대국이 오늘 규칙을 정해도 내일 바꾸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무엇에 맞춰 전략을 짤 수 있겠습니까?
일본의 구조적 위기 요인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런 질서가 형성되어 있고, 그 속에서 국가들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그 환경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국가가 일본, 한국, 대만, 그리고 나중에 중국입니다. 그래서 전성기가 있었던 것인데, 그것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깨지기 시작합니다. 첫째는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국력의 상대적 쇠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는 스스로의 역량 문제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여기에 나와 있듯이,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저출산 고령화, 노동시장 경직, 생산성 하락,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 제조업에서 서비스 부문으로의 전환 지연, 미국의 압력으로 인한 직접 투자 강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대가 무리한 상황은 아닙니다. 뒤에 동경 상해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이 하나가 있고, 두 번째는 중국의 도전입니다. 중국의 도전은 이 그림으로 보여집니다. 이 그림은 다른 곳에서도 사용되었나요? 우리 클래스에서는 처음 보는 그림인가요? 이것은 GDP 점유율인데, 2000년 일본(빨간색)은 정점을 찍고 내려옵니다. 미국(위쪽)도 2000년부터 내려옵니다. 미국은 1945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거쳐 2000년까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부분들의 상대적 비중 저하를 메워준 나라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독일입니다.
미국의 세상이 쭉 갔다가 내려오고, 노란색이 중국입니다. 2000년에는 중국이 일본 GDP의 10분의 1이었습니다. 정확히 10년 후인 2010년에 일본과 중국의 GDP는 같아졌습니다. 정확히 10년 후인 2020년에는 일본이 중국 GDP의 3분의 1이 되었습니다. 즉, 20년 사이에 10분의 1이던 중국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입니다. 20년은 한 세대가 아닌데, 이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심리적 충격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국제 질서의 변화
물질적인 충격도 당연히 컸겠지만, 중국의 도전은 매우 실질적이며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강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종이 호랑이'였습니다. 1895년 일본이 청일 전쟁에서 중국을 무찌른 이후 중국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는 나라였습니다. 중국은 '100년의 지옥'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서 110년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중국의 도전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세 번째는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 부상입니다.
아마 지난 시간에 한미동맹 이야기가 나왔을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미일동맹입니다. 미국의 공약을 믿을 수 있는가, 미국의 상대적 쇠퇴 속에서 말입니다. 미국의 공약은 양면적입니다. 동맹에는 두 가지 리스크와 딜레마가 있습니다. 연루의 위기와 방기의 위기입니다. 여기서 연루의 위기는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쇠퇴할 경우, 일본이 원치 않더라도 미국의 전쟁에 참여하라고 강요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동의 이라크 전쟁 참여나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와 같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도전으로 인해 일본이 원치 않는 수준으로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방기의 문제는 미국이 일본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와 같은 영토 분쟁 지역이 있는데, 만약 중국이 이 섬들을 점령할 경우 미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일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는 해병대와 같은 부대가 없습니다. 비슷한 것을 만들고는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군만으로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따라서 방기의 리스크까지 안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에 대해 상당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도전이 또 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 즉 앞서 이해했던 배경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이는 일본이 1945년 이후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승승장구했던 환경이 깨지는 것이므로, 구조적으로 일본에게 매우 큰 위협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관세, 다음 주 미국 대통령 방미 시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 양면적으로 큰 문제로 다가오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자유주의 국제 규칙이 깨져 나가는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강대국이 아닌 국가들은 규칙 없는 세상, 규범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데, 이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강대국들은 자기들이 규칙을 만들면 되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그 규칙에 맞춰 살아야 합니다. 중국은 중국의 영향권 내에서, 미국은 미국의 영향권 내에서 알아서 하겠다는 식으로 나눠 가지려 할 때, 나머지 국가들은 매우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일본의 핵심 과제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인물이 아베 신조입니다.
중국의 도전으로 인해 일본이 원치 않는 수준까지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이 제기됩니다. 또한, 미국의 방기(放棄) 문제는 일본이 버림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尖閣諸島)를 중국이 점령할 경우, 미국이 돕지 않으면 일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는 해병대와 같은 부대가 없으며, 비슷한 조직을 만들긴 했지만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해군만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일본은 미국의 방기라는 리스크까지 함께 안게 되며, 이는 미국에 대해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주는 도전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것은 일본이 1945년 이후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환경이 깨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구조적으로 일본에게 매우 큰 위협이 됩니다. 이는 한국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문제나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 미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한국에게도 큰 위협이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일본이 직면한 문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자유주의 국제 규칙이 무너지면, 한국과 같이 강대국이 아닌 국가들은 규범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므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규칙을 만들고 영향력 내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지만, 중국은 중국의 방식대로, 일본은 일본의 방식대로 나누어 가지려 할 경우, 나머지 국가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일본의 핵심적인 과제로 등장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신조가 등장했습니다.
쭉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현재 일본이 봉착하고 있는 위기 상황, 즉 세력 균형의 거대한 변화에 관한 것입니다. 이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 그리고 일본의 수세(守勢)와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위기는 앞서 언급한 문제들로 인해 현재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2년 전 기시다 일본 총리가 언급했던 내용으로,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깨졌다고 선언했습니다.
일본의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
그리고 국제사회는 국가 간의 격렬한 경쟁과 협조, 분단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이 쇠퇴함에 따라 더 이상 단독으로 지구적 리더십을 행사할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일본 총리가 존스홉킨스 대학 연설에서 언급했듯이, 팽창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공동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물론 부차적인 파트너로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합니다.
즉, 파트너로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해야 합니다. 미국이 부족한 부분을 일본이 메워주면서, 미국은 계속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존의 일방적인 동맹 관계를 넘어 일본의 역할을 강화하는 수평적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방위비를 GDP의 1%에서 2%로 증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미일 동맹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인도와 아세안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일본이 보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관여와 경제 안보 차원의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명백한 위협(threat)이자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라고 규정하지만, 일본은 공식적으로 이를 '도전(challenge)'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뉘앙스의 차이는 중요합니다. 일본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명시적으로 봉쇄하거나 견제하는 행동까지는 취하지 않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일본의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다음 주 발표될 중국 관련 워딩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이미 미일 간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트럼프 2.0 이전의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은 어떻게 될까요? 일본의 네 번째 전략, 즉 미일 동맹 강화에 한국이 큰 역할을 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첫 번째 전략인 중국 영향력 견제 및 관리를 위해 미국과의 동맹 강화 및 군사 협력을 추진하는 데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좋겠지만, 한국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선택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유용성이 떨어집니다. 중국 문제로 인해 한국이 참여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일본은 자체적인 방위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며, 한국 군수산업의 역할은 크게 고려되지 않을 것입니다. 네 번째 전략인 동맹 강화는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한일 관계는 전략적 측면뿐만 아니라 역사 문제로 인해 형성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불안과 불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중요해집니다.
트럼프 시대의 동맹 기준과 일본의 과제
이는 일본이 트럼프의 미국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불신입니다. 특히 불신은 강한데, 미국이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일 글로벌 파트너십은 이미 산산조각 났습니다. 미국이 더 이상 글로벌 리더십을 담당할 의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계속해서 협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일 정상회담의 주제는 '글로벌 파트너십'이었으며, 이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파트너십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의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사라졌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이스라엘 다음으로 트럼프와 두 번째로 만났으며,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은 방위 협력, 경제 문제 등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기존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데 아무런 의지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일본은 가치 기반 국제 질서,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공유하는 동맹국이라는 관념이 사라졌음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일본은 동맹의 새로운 기준을 두 가지로 설정합니다. 첫째,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에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주는가. 둘째, 미국에 초래할 안보 리스크를 얼마나 경감시킬 수 있는가. 동맹국이 안보적 리스크에 처했을 때 미국이 부담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동맹국이 초래하는 리스크를 동맹국 스스로 더 많이 분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GDP의 3.5%를 군사비로 지출한다면, 이는 동맹 리스크를 현격히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유사시 동맹국이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의 국방비는 GDP 대비 1% 수준입니다. 한국은 2.4%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국방비 증액을 선언했지만,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수준은 GDP 대비 3.5%입니다.
유럽에는 5%를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3.3% 후반까지 지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동맹의 새로운 기준은 미국이 부담을 덜고, 동맹국은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에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동맹은 A급, B급, C급으로 나뉠 것입니다. 일본의 정책 결정자라면 당연히 A급 동맹을 추구할 것입니다.
이는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동맹 기준은 과도해 보일 수 있지만, 일본과 미국 간의 관계는 상호 의존성이 비대칭적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과잉 의존(overdependenc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쪽이 다른 쪽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관계에서는 의존하는 쪽이 종속적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현재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군사적, 경제적으로 전형적인 과잉 의존 상태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을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협상력의 균형이 깨져 있기 때문에 미국의 무거운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7분 정도 더 논의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일본의 플랜 A와 플랜 B
A급 동맹으로 진입할 것인가, B급 동맹으로 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패권국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행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일본이 돕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완전히 수호하지 못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은 지켜달라고 요청할 것입니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돕겠다면, 이는 플랜 A에 해당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이 미국에게 '필수 불가결한(indispensable)'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플랜 B를 마련해야 합니다. 트럼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결과만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하며, 미국 외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질서를 재편하여 결국 미국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플랜 B입니다.
전형적인 플랜 B는 자강 자립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여기서의 플랜 B는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과잉되고 비대칭적인 상호 의존 관계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경제적, 안보적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길게 조정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과연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는 대단한 결심과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국내적으로 설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입장의 국가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과거 부시 대통령 시절 '의지 연합(coalition of willing)'을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UN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연합을 통해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UN이 반대했지만, 미국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UN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라 '의지 연합'을 통해 한국, 일본 등 여러 국가가 이라크에 함께 파병되었습니다.
한일 협력의 여지와 규칙 기반 질서 회복
2002년에서 2004년 사이에 이루어진 이러한 '의지 연합'과 같은 리더십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플랜 A와 플랜 B는 한국에게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 '마당을 같이 쓰는 국가'라고 표현하며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마당이 있는 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마당을 같이 쓴다'는 것은 공동주택이나 연립주택에서 마당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서로 공통의 이익을 가진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은유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일 관계를 바라볼 때...
어떻게 보면 동병상련의 협력을 해 나갈 필요성은 지금 굉장히 올라가고 있다. 이것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내가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의 패권 복원을 향한 협력에 한국과 일본이 무슨 수로 트럼프가 갑자기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냥 생각만 해도 그렇다. 갑자기 과거의 한미동맹 시절의 미국의 모습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희망일 뿐이다. 그러나 어쨌든간에 그런 플랜 A를 위해서도 한일 간의 협력을 서로 해야 될 부분들이 상당히 있고, 플랜 A와 플랜 B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상치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따라서 데미지 리스크를 축소하고 관리하는 공동의 노력들, 적정한 상호 의존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일 간의 협력의 여지는 상당히 넓어지고 있다. 나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조금 더 크게 보면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깨지면 대한민국은 정말 힘들다. 일본도 힘들다. 지금 알래스카에서 트럼프와 푸틴이 만나서 하는 것을 보라. 만약 여러분이 우크라이나 국민이라면, 제국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거기서 영토를 구획하고, 너 가지고 목하고 합의할래 말래 이런 식으로 개별 국가에게 요구하는 것에 어디에도 기존의 국제법, 국제적인 규칙과 규범에 대한 존중은 없다.
그냥 지금 그 상태로 짜 맞춰지는 것이다. 따라서 저런 국제 질서를 회복하려는 노력들은 정말 필요하고, 그것이 구조적으로 장기적으로 한일 양국의 국익을 지켜주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리더십의 문제다. 단기적으로 보면 '무슨 질서까지 우리가 언제부터 규칙 제정자였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이득들, 어떻게 하면 관세를 조금 더 낮추고, 어떻게 하면 투자를 조금 덜 하고 하는 것들, 물론 그것도 단기적으로는 중요하다.
투트랙 외교와 역사 문제 관리
그러나 그것은 그대로 하되, 저런 공동의 노력들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두 가지만 더 이야기하겠다. 이 투트랙 외교라고 하는 것이 안 됐던 이유는 역사 문제로 서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면 불신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역사 문제에 대해 상대방이 사과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신뢰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협력을 할 수 없게 된다. 상대방을 경원시하게 된다. 협력이 안 되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그렇게 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 여론 조사를 보면, 역사 문제는 하나도 진전이 없는데 왜 인상이 좋아지고 신뢰가 회복되는 것인가? 무엇 때문인가? 이런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맞다. 지금 현 정부도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나만 예를 들면, 한 달 전에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해서 유네스코에서 한일이 표 대결한 것을 기억하는가? 군함도 이야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에서 일본이 메이지 시대 산업 유산으로 일본의 주요 탄광들을 지정했고, 그것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했는데, 한국 정부와 시민 단체가 '거기 군함도에 강제 노역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을 명시하라'고 했다. 일본이 그것을 명시하지 않자 계속 시비가 걸렸고, 한국은 유네스코에 계속 불만을 제기했다.
일본은 '이것을 왜 유네스코에 다시 가져와서 하느냐? 한일 간에 알아서 처리하면 되지. 유네스코 의제로 올리지 말자'고 했다. 한국은 '올리자'고 했다. 이번에 올리자고 결의를 요청했다가 표 대결에서 우리가 졌다. 과거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여러 협력 사업에 지장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역으로 문제를 삼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안보 협력이나 경제 협력에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유네스코는 그냥 접자. 넘어가자. 야당이 국회에서 난리 치겠지만 그냥 맞고 넘어가자'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갔다. 유네스코는 유네스코대로, 협력은 협력대로 진행했다.
물론 트럼프가 그때 좀 영향을 끼치긴 했다. 관세 문제로. 그래서 온통 국내 보도가 그쪽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에 약간 도움을 받긴 했으나, 어쨌든 그런 투트랙 외교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역사 문제는 역사대로 해결하고, 기능적인 이슈들은 이것대로 하고, 그래서 그냥 같이 가자고 하는 것들은 앞으로 계속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토양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나중에 질의응답을 통해 조금 더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 끝내려고 하는데, 질문지 필요하신 분 있나요? 좀 하시고 한 7분만 쉬었다 할까요?
50분 55분에 다시 만나는 것으로 하죠. 예. 미안합니다. 나 왜 이렇게 무슨 얘기를 했지? >> 쏘리 쏘리. C
■ 손열_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