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세계]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전말: 북한의 성과와 미국의 실패
편집자 주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향후 재개 가능성이 있는 미북 협상을 전망하기 위한 지침으로서 2017년 미국의 대북 정책과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복기합니다. 박 소장은 미국의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결과 성사된 싱가포르 합의는 조건부 비핵화에 합의하고 북한 주장을 거의 수용하는 “북한 외교의 승리”로 귀결되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한반도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제거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합의문은, 합의 성사 자체에만 치중했던 트럼프의 큰 패착이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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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1기 대북 정책 복기
이전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 12일 막상 발표된 내용을 보니, 제 기대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문서를 보고 너무 황당해서 저희 반응은 ‘이것은 시대의 사기극이다’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원곤의 북한과 세계를 시청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시리즈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트럼프 1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트럼프 1기를 다시 한번 복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았고,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를 반길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미 일정 수준의 소통이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빠르면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정도에는 북미 협상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했던 시기에 북미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복귀해 보는 것은 앞으로의 북미 협상을 전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1기의 특징 중 하나는, 미국 간의 일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30년 규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정부가 발간하거나 작성한 여러 비밀 문서들은 30년이 지나면 대부분 심사를 거쳐 비밀 해제가 됩니다. 따라서 외교사나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30년이 지난 후에 당시의 일을 복귀하는 데, 트럼프 행정부는 독특한 미국 행정부 중 하나입니다. 아주 자세한 내용은 30년이
지나야 더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대부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 공개되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고되거나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행정부가 끝난 이후에 회고록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많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행정부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회고록을 냈습니다. 또한, 밥 우드워드 같은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인터뷰를 했고, 백악관을 출입하며 자세한 내용, 즉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어떻게 결정했는지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관련된 논문도 쓰고 글도 썼는데요. 오늘은 그 첫 번째 편으로 2018년 6월 12일에 있었던
2017년 미국의 대북 정책: 최대 압박과 관여
미국과 북한 간의 첫 정상회담,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시작된다면, 북한이 이 싱가포르 합의를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런 면에서 이 합의가 어떻게 작성되었고, 그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2017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한반도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전쟁이 나는가’였습니다. 그만큼 북한과 트럼프 행정부가 서로 물러서지 않고 강대강의 대결을 벌였던 시기입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대외 정책의 원칙으로 ‘최대 압박과 관여’를 내세웠습니다. 이것이 북한에도 적용되었는데,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 부분 압박을 가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관여도 진행했던 것이 2017년 트럼프 정부 대북 정책의
특징입니다. 먼저 관여 분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워낙 긴장감이 고조되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관여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놓친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상당 부분 관여를 시도했습니다. 정책 원칙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말한 것은, 대북 정책에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고 평화적 외교 수단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원칙으로 수차례 발표되었습니다.
당시 틸러슨 국무장관은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네 가지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네 가지는 북한 정권 교체를 하지 않겠다, 북한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겠다, 세 번째는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38도선 이북으로 진출·진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군사적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 네 가지는 진실 여부를 떠나 북한이 늘 자신들의 위협이라고 말하는 핵심 요인들입니다. 이것을 통해 이른바 ‘포위 의식’, 즉 늘 북한이 포위당했다는 안보 우려 상황을 해소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지 않겠다고 트럼프 당시 국무장관이 공식적으로 말했습니다. 이것은 관여를 위한 상당한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군사적 최대 압박, 특히 군사적 무력 시위가 있었고, 무력 시위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계속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던 ‘화염과 분노’입니다. 북한은 결국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2017년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부 북한 담당 특별대표(국무장관이 되기 전)는 북한 주민들도 김정은 위원장이 없어지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개 발언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 제거를 시사하는 매우 강력한 수사였습니다.
이 외에도 2017년 9월 19일, 유엔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최대치의 압박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북한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느냐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몇 가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2017년 9월, 북한 외무성 산하 미국 연구소에서 미국 기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질문으로 미국 연구소의 박성일이라는 사람이 미국 기자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읽겠습니다. ‘트럼프가 이성적이지 않거나, 어쩌면 너무 머리가 좋은지 모르겠다. 그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그다음 행보는 무엇인지 알아내야 하는데 너무 어렵다.’ 이것은 사실상 평양과 북한 정부·정권의 고민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강력한 말을 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은 지금도 우리가 보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북한을 상당 부분 긴장시켰습니다. 더불어 당시 미국은 한반도에서 최대치의 무력 시위를 벌였습니다.
2017년 11월 11일, 동해에 미국 항공모함 전단 세 개가 와서 한국과 연합 훈련을 했습니다.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 세 개를 운영한다는 것은 전쟁을 시작할 때, 즉 개전할 때 사용하는 전력입니다. 예를 들어 이라크를 침공할 때 항공모함 전단 세 개를 활용했습니다. 그만큼 최대치의 무력 시위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맥스 선더(Max Thunder)’라는 한미 연합 훈련도 대규모로 했습니다. 한국 공군 전투기와 미국의 전략 폭격기, 전투기가 함께 훈련했는데, 특히 최근에도 계속 날아오는 미국의 전략 폭격기 중 하나인 B-1B가 있습니다. 무장 능력이 매우 큰 전략 폭격기입니다.
보통 B-1B가 날아오면 동해 쪽으로 옵니다. 동해로 와서 군사분계선 이남을 따라서 서해로 빠져나가는데, 이것은 북한을 매우 긴장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작전 시에는 이렇게 갑니다. 즉, 동해로 들어와서 군사분계선을 따라가다가 평양이 서쪽에 있으니 이렇게 넘어가서 바로 평양을 폭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탐지·식별 능력도 없고 B-1B를 요격할 능력도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B-1B가 당시 상당히 출현했고,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매우 큰 위협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었다고 판단됩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포와 미국의 압박
저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결국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하고, 이후 말씀드린 6월 싱가포르 합의를 맺고, 두 번 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근거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최대 압박을 가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11월 29일, 이른바 ‘핵무력 완성’을 선포합니다. 그러면서 당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해 우리 당과 국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하게 되었다.’ 핵무력이라는 표현은 조심스럽게 써야 합니다. 만약 핵무력이라는 표현을 북한의 표현 그대로 쓰면 북한의 핵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되므로, ‘핵 능력’이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핵 능력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상황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화성-15형이 핵 능력을 완성했다면, 그 이후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것, 가장 최근에는 작년 10월 말에 화성-19형이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것이 그들이 가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종결자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7년의 시간이 있었고, 그간에도 여전히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고, 여전히 화성-19형을 쐈기는 했습니다만, 아직도 북한이 정말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판단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아직까지 재진입 기술이라든지,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든지, 혹은 북한이 주장하는 다탄두 능력을 확보했는지 등 여러 가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2017년 11월에 북한이 선포한 핵 능력 완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압박을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말씀드리면 이런 것입니다. 워낙 압박이 심하고 무력 시위를 하니
2018년 싱가포르 합의의 의미와 평가
이에 위기감을 느낀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일단 명분을 만들어서 대화에 나와야 하는데, 북한이 늘 명분을 만들 때는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했다고 말하며 명분을 만듭니다. 여기서는 자신들의 핵 능력을 성취했다고 말하며, 이제는 동등한 핵 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북한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선포한 것입니다. 하지만 거듭 말씀드리지만, 사실상 핵 능력을 완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발표입니다. 그만큼 미국의 압박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2018년 6월 12일에 있었던 1차 북미 정상회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연구자로서 저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 개인적인 소회가 큰데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예상하지 못했냐면, 공동성명의 내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예상했냐면, 이번 북미 협상은 이전에 우리가 경험했던 1994년 제네바 합의라든지, 2005년 9·19 공동성명이라든지, 그 이후에 나온 몇
가지 합의들, 심지어 2012년 2월 마지막 날 있었던 합의와는 매우 다르게, 정말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단기간 내에 이룰 수 있는 합의가 여러 조건들을 다 붙여서, 예를 들어 시간표 같은 것들이 다 같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예상하게 된 근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6월 12일 싱가포르 합의가 있었는데, 바로 전날인 6월 11일 싱가포르에서 당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 정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비핵화의 정의라고 말하면서, 특히 ‘검증 가능한(verifiable)’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간 북미 간의 여러 회담을 통해 여러 합의가 있었지만, 그 합의가 깨지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북한이 결국 검증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의 보상 조치,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습니다만, 과정상에서 검증을 거부함으로써 합의가 깨진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은 분명하게 검증을 매우 중요시하고 반드시 성취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 시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정상이 틀림없이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무슨 이야기가 나왔냐면, 1년 또는 2년 내에 북한의 비핵화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늘 북한은 비핵화 시간표를 최대한 늦추고, 살라미 전술로 쪼개서 가기 때문에 사실상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표를 매우 단축하여 북한의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확하고 자세한 시간표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비핵화 방안, 즉 북한의 조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명시하고, 그에 대한 보상 조건, 즉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독특한 것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말씀드린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볼 때, 비핵화 방안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는 것은 맞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비핵화는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정말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아, 이전과는 정말 다르게 이제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기대였습니다. 그런데 6월 12일 막상 발표된 내용을 보니, 제 기대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개인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싱가포르에 가지 않았고 한국에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 간 많은 한국 언론 기자들이 제게 연락을 했습니다. 공동성명을 보고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평가해 달라고 했습니다. 영문으로 먼저 왔습니다. 제가 먼저 읽고 그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첫 번째 제 반응은 ‘다음 문서는 어디 있습니까?’였습니다. 그랬더니 기자가 매우 당황하더라고요. ‘이것이 전부입니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도 안 됩니다. 오늘 하루 종일 싱가포르 합의 관련해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많은 문서에 서명하던데, 다른 문서가 있을 것입니다. 이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문서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더니, 그 기자가 당황하며 없다고 말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연구자로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고 그 문서를 보니 너무 황당해서 제 반응은 ‘이것은 시대의 사기극이다’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불러 준 대로 미국이 받아 적은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협상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공동성명을 한번 보시면, 처음에 제가 공동성명을 영어로 읽었을 때,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들이었습니다. 바로 북한 노동신문을 봤더니, 그 전날인 6월 11일 자 노동신문에 무슨 내용이 나왔냐면 ‘조미 수뇌 상봉’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에게 원하는 것, 즉 자신들의 희망 사항을 정리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노동신문에 나온 내용과 6월 12일 싱가포르 합의 공동성명이 순서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단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100% 미국이 수용한 것입니다.
싱가포르 합의의 문제점: 북한 주장의 수용
보겠습니다. 첫 번째 내용으로 새로운 북미 관계를 개선한다고 되어 있고, 6월 10일 북미 공동성명에도 북한 노동신문에도 똑같이 첫 번째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입니다. 두 번째는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체제'가 싱가포르 합의에 있고, 6월 11일자 북한 노동신문에도 똑같이 '조선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입니다. 그다음 세 번째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노동신문에도 '조선반도 비핵화'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1, 2, 3번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번호가 붙어 있다는 것을 처음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하나하나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냐면, 첫 번째, 보통 이런 합의를 맺을 때는 번호를 매기지 않습니다. 그냥 1, 1이죠. 번호를 매긴다는 것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북한이 자신을 갖고 이야기하는데, 북한의 비핵화도 아닙니다. '조선반도 한반도 비핵화'를 세 번째에 두고, 첫 번째는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두 번째 한반도에서 평화 체제가 진전되면 앞에 조건이 두 개 붙은 것이죠. 세 번째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해 볼 수도 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앞에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되어야 세 번째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북한의 비핵화라고, 방금 말씀드린 폼페이오 장관이 이야기했던 것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노동신문의 순서도, 표현도 그대로 공동성명에 들어갔다는 것은 북한의 주장을 100% 수용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뒤에서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입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혹은 조선반도, 북한은 조선반도라고 부르니까.
트럼프 행정부의 싱가포르 합의 배경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 비핵화와는 굉장히 다른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 비핵화가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북한 외교의 승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후에도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를 지금까지도, 최근 몇 년 전까지도 계속 이야기했고, 그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존중해야 된다는 표현들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에게 100% 유리하게 구축된 합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트럼프가 왜 이런 합의를 했느냐? 이것도 밝혀져 있습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하는데 계속해서 북한이 절대 양보를 안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쫓아갔다고 합니다. 도대체 북한이 이것을 전혀 합의하지 않고 미국의 요구 조건을 전혀 수용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트럼프가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뭐라고 이야기하냐면, '이런 회담은 보여주기 행사다. 그러기 때문에 의미 없는 합의문에 서명하고 사진 찍고 승리를 선포하면 된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 나왔고, 또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에 전혀 준비를 안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북한이 주창하는 비핵화 개념이라든지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보고를 계속하게 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 보고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냥 트럼프는 어떤 형태로든 합의는 봐라. 싱가포르에 왔으니 그냥 갈 수 없으니 합의분을 그냥 봐라.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의 큰 패착이고요. 제가 나중에 만들어서 보여드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가 시작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본인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게 굉장히 잘못된 합의구나라는 것을 판단했다는 것이죠. 그러기 때문에 하노이 회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미국의 요구를 계속 주장했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발언
회담을 깨고 나갑니다. 상황. 여기서 또 하나 우리를 놀라게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서 굉장히 실망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외신 기자들, 대부분 미국 기자들을 모아놓고 한 시간 넘게 기자회견을 합니다. 미국 기자들이 굉장히 집요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데, 끄떡도 안 하고 정말 싱가포르 합의가 잘됐다는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합니다. 근데 그거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정말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발언이 나오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가 하고 있는 연합훈련과 전략 자산 전개를 비싸고 도발적인 전쟁 게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영어로 'expensive provocative war game'이라는 표현을 써버립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연합훈련과 전략 자산 전개를 중단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게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게, 당시 매티스 미 국방장관, 틸러슨 미 국무장관 등 가장 핵심 측근들도 전혀 몰랐다는 것이고 한국 정부도 몰랐습니다. 이거는 어떻게 된 거냐면, 김정은이 그다음부터 트럼프를 만나면 늘 한 이야기가 연합훈련의 문제 제기입니다. 그 당시에 싱가포르 합의에도 당연히 얘기를 했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연합훈련'이라는 것이 김정은의 표현대로 그렇게 받아들인 거고, 또 비용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에 대해서 비용 문제를 늘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결합돼서 굉장히 부정적인 인식이 여기서 표출된 것이죠.
매우 우려가 됩니다만 아직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과 전략 자산 전개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굉장히 큰 한국의 안보에 도전이 되는 상황입니다. 정리를 하겠습니다. 6월 12일 도대체 합의가 어떤 의미인지 아까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고 생각이 되는데, 방금 제가 해석한 것이 맞다는 것이 바로 확인이 됩니다. 어떻게 확인이 되냐면, 6월 달에 싱가포르 합의 이후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갑니다. 이제 3차 방북인데, 7월 5일부터 7일까지 갑니다. 가서 김정은을 못 만났거든요. 그전에 다 김정은을 만났는데,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냐면, 미국이 제대로 인식을 트럼프 정부가 하지 못했다는 것이 싱가포르 합의에 1, 2가 있는데, 1, 2를 빼고 3번. 폼페이오가 평양을 방문한 것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 갔는데, 당연히 북한은 무슨 소리 하냐 나오죠. 세 가지의 조건에 1번, 2번이 먼저 선행되어야 3번을 얘기하는데 왜 와서 1번, 2번을 이야기하냐 하면서 공개적으로 폼페이오를 비판합니다. 폼페이오 장관
입장에서는 뼈아픈 순간인데, 7월 7일 날 이것을 끝나고 한국 오산 공군기지에 와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는데, 뭐 굉장히 성과가 있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랬더니 바로 그날 시간차를 두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나오는데, 뭐라고 나오냐면 그대로 읽겠습니다. '싱가포르 수석대표 회담 정신에 배치되게 CBID, 신고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행정부를 바로 비판한 겁니다. 그러면서 이제 뒤에 부분에 설명이 있는데, 아까
말씀드린 건 첫 번째 조미 관계 개선돼야 되고, 평화 체제 구축되어야 되고, 그러한 비핵화 조치를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가 이렇게 나옵니다. 이제 그 이후에 뭐가 잘못됐는지 뒷얘기가 좀 있습니다만, 폼페이오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서 자신도 정확하게 이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에 뭐 미국 국무부나 북한 외교를 오래 다뤘던 미국 관료들에게 물어봤다고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무슨 얘기냐 했더니 설명을 해줘서 아, 그때 이해를 했다. 그니까
‘조선반도 비핵화’의 재해석과 북한의 요구
그 당시만 해도 정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그렇게 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까 잠깐 말씀드린 싱가포르 합의 세 번째로 나와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와 매우 다릅니다. 그냥 제가 북한 발표를 그대로 이야기하겠습니다.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서 싱가포르 합의에서 북한이 합의한 '조선반도 비핵화'가 무엇인지를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하는데, 뭐라고 되어 있냐면 그대로 읽겠습니다.
'우리의 핵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의 정의다.' 설명이 필요 없지 않습니까? 여러분,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는 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향해 미국이 제공해 주고 있는 핵우산 확장 억제를 먼저 없애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겁니다. 그러면 이 싱가포르 합의의 세 가지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이게 정말 북한 비핵화일까요? 한 발 더 나아가서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북한이 2016년 7월에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5대 조건을 이야기합니다. 이 조건은 뭐가 있냐면, 뭐 다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세 번째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미국이 조선반도 한반도의 핵 타격 수단을 다시는 끌어들이지 않겠다고 담보해라.'
전략 자산 전개하지 말라는 얘기고요. 네 번째, '우리 공화국에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해라'라는 것이고 다섯 번째가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남조선에서 핵권을 쥐고 있는 미군 철수를 선포해라.' 이것이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싱가포르 합의에 나온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했던 북한 비핵화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싱가포르 합의에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접근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론 이 이후에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를 통해서 배웁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개념을 나중에 정립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 합의 자체는 하나의 큰 미국 외교의 실패요, 어떻게 보면 북한 외교의 승리라고도 판단이 됩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원곤_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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