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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세계] 계속되는 엘리트 층의 탈북… 제5차 북한급변사태 도래했나?

분류
멀티미디어
발행일
2024년 10월 11일

편집자 주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최근 북한 엘리트 층의 탈북 증가와 당내 규율 강화 강조를 근거로 북한 급변 사태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현재 엘리트 층의 동요 수준과 범위, 강도를 고려할 때 김정은 체제나 북한 국가 붕괴 가능성을 상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현재 북한은 1인 독재 체제 하 수령과 엘리트층의 동조화 수준이 높고, 수령 체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체제를 탈출하려는 움직임에 비해 체제를 비판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부재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단,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최근 북한 내 반사회주의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법들은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도리어 북한 정권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기능할 수도 있기에, 향후 추이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과세계]34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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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9nphXp4Bc2Q

영상 스크립트

북한 급변 사태 논의의 이론적 배경

독재 국가가 지속되려면 독재자는 승리 연합의 핵심 엘리트층만 끌고 가면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는 상당 부분 많은 연구가 된 것이고, 단순히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독재 국가의 사례를 모아 분석한 것이기에 적실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우 소수의 승리 연합이 구성되고, 나머지 백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자는 지도자를 전복시킬 여력이 없다'는 표현처럼, 일반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충분히 편안해지거나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오히려 지도층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핍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불편한 이론이지만, 독재자가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며 북한에도 상당 부분 유의미하게 적용됩니다. 이를 활용한 연구도 적지 않습니다. 만약 이 이론이 북한에 적용된다고 전제한다면, 핵심은 북한이 유지하고 있는 승리 연합을 구성하는 엘리트층의 규모가 과연 몇 명인가 하는 점입니다. 만약 그 규모가 소수라면, 엘리트층의 이탈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을 때 북한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승리 연합 자체를 훼손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할 것입니다. 여기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북한 내 엘리트층과 김정은 간의 이른바 승리 연합의 정확한 숫자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관련 연구가 적지 않지만, 최소 300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 수만 명까지 추정치가 다양합니다. 북한의 체제 폐쇄성과 정보의 불투명성으로 정확한 판단은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승리 연합이 훼손될 만큼의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인데, 이 또한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만약 그 정도의 훼손이 아니라면, 현재 보이는 북한 엘리트층의 이탈은 일종의 탈출일 수 있습니다. 1970년 알버트 허쉬만이 저술한 고전 '보이스 앤 로열티'에 따르면, 독재 체제나 권위주의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탈출이고, 둘째는 체제 내에서 불만을 해결하려는 '보이스'(소리치기), 셋째는 불만이 있더라도 수능하는 '로열티'입니다. 탈출과 소리치기가 함께 움직여야 하며, 그 규모가 승리 연합의 기본 틀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탈출의 모습은 보이지만, 내부에서 소리치기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승리 연합이 훼손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예측과 분석이 필요합니다. 또한, 승리 연합을 훼손하거나 해체하기 위해서는 엘리트층이 수령제 외에 다른 대안을 가져야 하는데, 그 대안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설령 그런 대안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북한 엘리트층이라면 수령제 외에 자신에게 더 유리한 대안이 무엇일지 고민할 것입니다. 그러한 대안 중 하나는 집단지도체제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부르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의 집단지도체제를 표방합니다. 엘리트층 입장에서는 집단지도체제가 유리합니다. 소련의 스탈린 이후나 중국 시진핑 집권 이전의 정치체제처럼, 엘리트층을 핵심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체제입니다. 이 체제가 북한 엘리트층에게 수령제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수령제는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언제든지 자의적으로 법과 제도를 벗어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북한 헌법 위에 노동당 규약이 있고, 그 위에 수령의 교시가 있는 것처럼, 수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엘리트 입장에서는 제도화되지 않고 법적 근거도 없이 수령의 의중만으로 자신의 안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체제를 선호할까요, 아니면 여러 명이 권력을 분산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도체제를 선호할까요?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집단지도체제가 구성된다면, 즉 그러한 대안이 있다면 엘리트층의 이탈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파생되어 국내에서 계속 논의되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수령, 혹은 개혁 군주로서의 수령, 개혁을 추진하는 수령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령 체제는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장악했을 때 운영되는 체제입니다. 다른 권력을 나누거나 개혁 개방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당 국가 체제로서 사회주의 정상 국가가 되려면 가장 큰 전제는 현재의 수령 체제가 사라져야 합니다. 따라서 현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수령 체제의 변화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수령 체제를 포기할 것인가? 현재까지 김정은은 이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세습입니다. 3대, 그리고 4대 세습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세습이 가능했던 것은 수령제 때문입니다. 수령제 하에서 절대 권력을 갖고 선대의 정통성을 이어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것을 없앤다면 4대 세습 역시 도전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수령제가 바뀌거나, 혹은 엘리트층이 다른 대안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 저의 현재 생각입니다. 한 가지 더 관련된 이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도 이론적인 것인데, 임계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크리티컬 매스, 즉 임계 대중입니다. 독재 국가의 붕괴와 근본적인 변화를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일정 수준의 임계 대중의 등장이 필요합니다. 소수의 사람이 독재자에게 대응해서는 체제가 붕괴되거나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 주민 봉기 형태로 대규모 반대 세력이 구성되어야 체제가 변화됩니다. 북한 급변 사태 시나리오 연구를 하다 보면 늘 중간에 이러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임계 대중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과연 북한 내부에서 그러한 임계 대중이 등장할 수 있느냐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한 급변 사태 논의의 역사적 맥락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북한 급변 사태란 무엇일까요? 북한 급변 사태의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북한 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여 현재 체제가 무너지거나 북한 자체가 붕괴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 이후 어떤 체제가 들어설지는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 하나의 큰 시나리오이고, 또 하나는 북한이 아예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탈냉전 시기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생기거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가 등장했던 것을 연상시킵니다. 북한 급변 사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데,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러한 북한 급변 사태가 과연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최근 인터넷이나 여러 상황에서 북한 급변 사태, 즉 북한 붕괴론이 많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수술적인 측면에서 이론을 가지고 그 적실성을 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앞으로 발생할 미래적인 측면이 강한 논쟁적인 주제이기에, 유리한 증거만 취하는 선택적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그간의 이론과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접근해야 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적어도 네 번 정도 북한 급변 사태 혹은 북한 붕괴론이 제기되었으나, 결론적으로 네 번 모두 틀렸다는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1990년대 중후반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 집권 시기입니다.

당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대규모 공급난으로 북한 체제가 거의 무너지고 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여 최소 30만에서 200만 명까지 아사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결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로버트 콜린의 7단계 붕괴론 등이 대표적인 연구였습니다. 이를 북한 급변 사태, 북한 붕괴론의 첫 번째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입니다. 이때는 심각한 붕괴보다는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가 나왔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이 국가 체계를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미래 전망이 나왔고, 그중 하나로 북한 급변 사태 시나리오도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당시에도 대표적인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 시기는 2008년경 김정일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입니다. 김일성 시기에는 김정일이 오랫동안 후계자로서 자리를 지켜 북한 체제 지속에 대한 안전판이 있었지만, 2008년에는 김정은이 등장하지도 않았고 후계 구도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특히 전무후무한 3대 세습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컸습니다. 따라서 북한 급변 사태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북한 급변 사태론의 근거와 전망

네 번째 시기는 2012년 김정은 체제 등장 시기입니다. 당시 아랍의 봄으로 인해 30~40년 된 독재 국가들이 붕괴하고 독재자들이 몰락하는 등 민주화 가능성이 제기되던 시기였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도 아랍의 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연구가 많았습니다. 이것이 북한 급변 사태 논의의 네 번째 시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네 번의 경우 모두 북한이 급변하거나 붕괴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즉,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예측이 맞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이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북한 엘리트층의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1년 12월까지 김정일 시기 북한 엘리트층 탈북은 54명이었습니다. 여기서 엘리트층은 한국으로 탈북 시 별도 관리 대상이 되는 북한 고위층을 의미합니다. 김정은 체제 이후에는 134명으로 숫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은 시대 전체 탈북민 227명 중 엘리트 비율이 0.23%였던 것에 비해, 김정은 시대 탈북민 12,025명 중 엘리트 비율은 1.22%로 5.3배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상적으로 엘리트층 이탈이 증가한 것은 분명합니다. 북한 스스로 인정한 부분도 있습니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당내 혁명적 규율 수립을 매우 중요하게 주장하며 당 규율 조사부와 법무부를 신설했습니다. 이는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당을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음을 보여줍니다. 2024년 1월 제1차 당 규율 조사 부분 일꾼 강습회를 개최한 것은 당 규율에 대한 규제와 내부 통제 강화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엘리트층을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통제하고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북한의 조치로 해석됩니다. 엘리트층의 이탈이 심각하다면 체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북한 급변 사태로 연결될 수준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이탈의 수준, 범위, 강도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평가가 필요합니다. 북한의 수령제에 대해 잠시 말씀드려야 합니다.

북한 수령제와 엘리트층 동조화

북한의 수령제 특징은 1인 지배입니다. 1인 지배 독재 체제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지도자와 엘리트층의 상당한 수준의 동조화입니다. 특히 북한 내부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하려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대안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즉, 엘리트층이 김정은의 수령 체제 외에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그 선택지를 선택했을 때, 엘리트들이 현재와 같은 대규모 탈북이 이어지더라도 탈북 이후의 삶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면이 확실치 않습니다. 엘리트층이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황금 낙하산 논'이라는 연구가 있는데, 독재 체제가 붕괴되거나 붕괴 조짐을 보일 때, 엘리트층의 이탈을 유도하기 위해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황금 낙하산을 씌워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엘리트층과 지도층, 특히 1인 체제 하에서의 동조화 정도는 역사적, 이론적으로 볼 때 상당히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 엘리트층의 이탈이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내구성 훼손을 가져와 급변 사태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일반 주민 통제를 위한 간부층의 일부 결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이탈인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른 이론을 하나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승리 연합'이라는 것인데요. 미국의 브루스 메스키타와 알라스데어 스미스가 주장한 '선출자 이론'에 기반한 것입니다. 국문으로 출간된 '독재자의 핸드북'이라는 책에 나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자 한 명과 그들을 추종하는 핵심 엘리트층이 연합하여 국가를 운영하며, 이들이 '승리 연합'을 형성합니다. 승리 연합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 주민들은 이 승리 연합 하에서 살아갑니다.

독재 국가가 지속되려면 독재자는 승리 연합의 핵심 멤버들, 즉 엘리트층만 잘 관리하면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는 상당 부분 연구가 되었고, 여러 독재 국가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기에 적실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우 소수의 승리 연합이 구성되고, 나머지 백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자는 지도자를 전복시킬 여력이 없다'는 표현처럼, 일반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충분히 편안해지거나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오히려 지도층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핍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불편한 이론이지만, 독재자가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며 북한에도 상당 부분 유의미하게 적용됩니다. 이를 활용한 연구도 적지 않습니다. 만약 이 이론이 북한에 적용된다고 전제한다면, 핵심은 북한이 유지하고 있는 승리 연합을 구성하는 엘리트층의 규모가 과연 몇 명인가 하는 점입니다. 만약 그 규모가 소수라면, 엘리트층의 이탈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을 때 북한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승리 연합 자체를 훼손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할 것입니다. 여기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북한 내 엘리트층과 김정은 간의 이른바 승리 연합의 정확한 숫자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관련 연구가 적지 않지만, 최소 300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 수만 명까지 추정치가 다양합니다. 북한의 체제 폐쇄성과 정보의 불투명성으로 정확한 판단은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승리 연합이 훼손될 만큼의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인데, 이 또한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만약 그 정도의 훼손이 아니라면, 현재 보이는 북한 엘리트층의 이탈은 일종의 탈출일 수 있습니다. 1970년 알버트 허쉬만이 저술한 고전 '보이스 앤 로열티'에 따르면, 독재 체제나 권위주의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탈출이고, 둘째는 체제 내에서 불만을 해결하려는 '보이스'(소리치기), 셋째는 불만이 있더라도 수능하는 '로열티'입니다. 탈출과 소리치기가 함께 움직여야 하며, 그 규모가 승리 연합의 기본 틀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탈출의 모습은 보이지만, 내부에서 소리치기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승리 연합이 훼손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예측과 분석이 필요합니다. 또한, 승리 연합을 훼손하거나 해체하기 위해서는 엘리트층이 수령제 외에 다른 대안을 가져야 하는데, 그 대안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설령 그런 대안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북한 엘리트층이라면 수령제 외에 자신에게 더 유리한 대안이 무엇일지 고민할 것입니다. 그러한 대안 중 하나는 집단지도체제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부르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의 집단지도체제를 표방합니다. 엘리트층 입장에서는 집단지도체제가 유리합니다. 소련의 스탈린 이후나 중국 시진핑 집권 이전의 정치체제처럼, 엘리트층을 핵심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체제입니다. 이 체제가 북한 엘리트층에게 수령제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수령제는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언제든지 자의적으로 법과 제도를 벗어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북한 헌법 위에 노동당 규약이 있고, 그 위에 수령의 교시가 있는 것처럼, 수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엘리트 입장에서는 제도화되지 않고 법적 근거도 없이 수령의 의중만으로 자신의 안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체제를 선호할까요, 아니면 여러 명이 권력을 분산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도체제를 선호할까요?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집단지도체제가 구성된다면, 즉 그러한 대안이 있다면 엘리트층의 이탈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파생되어 국내에서 계속 논의되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수령, 혹은 개혁 군주로서의 수령, 개혁을 추진하는 수령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령 체제는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장악했을 때 운영되는 체제입니다. 다른 권력을 나누거나 개혁 개방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당 국가 체제로서 사회주의 정상 국가가 되려면 가장 큰 전제는 현재의 수령 체제가 사라져야 합니다. 따라서 현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수령 체제의 변화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수령 체제를 포기할 것인가? 현재까지 김정은은 이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세습입니다. 3대, 그리고 4대 세습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세습이 가능했던 것은 수령제 때문입니다. 수령제 하에서 절대 권력을 갖고 선대의 정통성을 이어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것을 없앤다면 4대 세습 역시 도전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수령제가 바뀌거나, 혹은 엘리트층이 다른 대안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 저의 현재 생각입니다. 한 가지 더 관련된 이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도 이론적인 것인데, 임계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임계 대중의 등장 가능성과 한계

크리티컬 매스, 즉 임계 대중입니다. 독재 국가의 붕괴와 근본적인 변화를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일정 수준의 임계 대중의 등장이 필요합니다. 소수의 사람이 독재자에게 대응해서는 체제가 붕괴되거나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 주민 봉기 형태로 대규모 반대 세력이 구성되어야 체제가 변화됩니다. 북한 급변 사태 시나리오 연구를 하다 보면 늘 중간에 이러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임계 대중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과연 북한 내부에서 그러한 임계 대중이 등장할 수 있느냐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중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북한 체제 내에서는 이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북한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매우 강력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운동이나 반동 사상·문화 배격과 같은 이유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 5년에서 15년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다는 것은, 북한 체제에 반대하는 데 드는 초기 비용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문제는 반대를 하더라도 혼자만의 반대라면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선구자적 반대를 했을 때 동조하는 동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동지를 규합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렵습니다. 북한 체제는 늘 강압적인 방법으로 주민 간의 소통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세 명만 모여도 그중 한 명은 보위부에 소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북한 주민 간의 소통을 통해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철저하게 억압하고 방지하는 것이 북한 체제의 특성 중 하나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러한 대중의 등장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저항을 이끌 지도 세력이 필요합니다. 혁명의 역사나 독재 체제가 붕괴하는 사례를 보면, 다수의 대중을 이끌 지도 세력이 존재했습니다. 북한이 과연 그러한 지도 세력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따라서 소규모의 반발이 발생하더라도 다수의 주민은 관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 이론적인 측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이러한 한계 때문에 임계 대중이 등장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임계 대중은 등장했고, 그로 인해 많은 독재 국가가 무너졌습니다. 이러한 이론이 구성되고 개념이 발전하는 것입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폭력적 통제가 약화되면 대중의 등장은 커진다는 것입니다.

폭력적 통제 약화와 대중 동원 가능성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강력한 폭력적 통제는 주민 간의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하여 집단행동을 어렵게 만듭니다. 만약 이러한 폭력적 강압 기제가 약화된다면, 대중의 등장은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북한 주민 다수가 북한이 주창하는 주체사상이나 김정은이 이야기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애민주의를 믿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올해 통일부가 발표한 경제·사회 실태 조사에서 북한 주민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충분히 확인되었습니다. 즉, 자발적 복종보다는 강제적 기제를 통해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있는데, 만약 그 기제가 흔들리고 틈이 보인다면 임계 대중이 나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조심스러운 가능성을 더 말씀드리면, 2020년부터 북한이

3대 악법 통과와 통제의 빈틈

통과시킨 3대 악법이라고 불리는 것, 즉 그들이 말하는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3대 법인 반동 사상·문화 배격법, 청년 교양 보장법, 평양 문화법은 북한 스스로 통제의 빈틈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통제가 철저하게 잘 되었다면 이러한 법이 통과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 법들의 내용은 제가 여러 번 설명드렸듯이, 북한이 그간 최대한 노력하여 한국에서 전파되는 소위 '괴뢰 문화'를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법이라는 통제 규제를 만들어서 극강의 처벌 조항을 둘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론: 북한 급변 사태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접근

이는 북한이 해오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통제에 빈틈이 보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앞서 주민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저는 북한이 이 3대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오히려 주민 간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하고 소통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판단합니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는 몰래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봤을 텐데, 이 법이 통과되면서 '나만 보는 것이 아니구나, 주변 사람들도 다 보는구나'라는 인식이 퍼졌을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공통적으로 형성되고 더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면, 주민 사회에서 어떤 공통된 목표로 연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현재 당장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이 가시적으로 보인다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그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습니다. 미래의 영역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주시해 볼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것처럼 당장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분석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원곤_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 hspark@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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