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세계] ‘김주애 후계자 유력설’…그 진실은?
편집자 주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김주애 후계자 유력설'의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볼 근거는 있지만, 북한이 여전히 김주애의 이름조차 공식 발표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후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박 소장은 북한 정권이 김주애를 차기 지도자로 내세우려 한다면, 정권 초기부터 지속된 유교 사상과 빨치산 서사를 부정하고 후계의 새로운 정당성을 찾는 일이 김정은에게 매우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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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스크립트
김주애 후계자 지명 가능성과 국정원 분석
북한은 지금도 대규모 매스 게임을 합니다. 북한과 세계를 시청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김주애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번에 김주애를 한번 다룬 적이 있었는데, 다시 한번 다루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7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이 김주애를 포함하여 김정은에 대한 전반적인 보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국정원은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므로, 그들의 보고는 우리가 상당히 귀담아들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김주애를 현시점에서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국정원이 김주애를 후계자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전에는 김주애가 후계자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조금 거리를 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는데, 거기에 비해 후계자 수업이라는 표현까지 나왔기 때문에 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국정원이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이야기했는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설명을 드리고, 그다음에는 김주애를 후계자로 삼는다면 북한이 어떤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할 것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후계자로 암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최근 김주애의 활동이 군사적인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주애가 2022년 11월에 등장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김정은과 같이 다닌 여러 행사를 보면 전체적으로 군사 관련 행사가 많습니다. 이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김정은의 현지 지도나 핵심 행사의 상당 부분이 군사 쪽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쪽에는 나름 경제 성과를 선전하기 위해 해야 하는데, 북한이 그만큼 선전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 김주애를 데리고 다니는 분야가 군사 쪽입니다. 국정원이 분석했더니 처음에는 한 60% 정도가 군사 분야 활동이었는데, 최근에는 한 70%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이 군사 분야 활동이 중요한 것은 북한 체제는 여전히 군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군을 앞세우는 체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김주애의 약점은 여성으로서 나이가 어리고 군사적인 경험이 없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이 경력을 쌓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북한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른바 제국주의와 싸우는 모습에 김주애를 동참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사실 저는 이게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북한은 상징성이 매우 중요한 국가입니다. 저는 북한을 극장 국가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징성을 여러 측면에서 부여하고, 상징성을 부여하는 대상은 그들의 수령입니다. 이번에 보면 후계자나 수령에게 쓰는 단어가 김주애 앞에 붙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향도'입니다.
북한에서 '향도'라는 표현은 조선어대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혁명 투쟁에서 나아갈 앞길을 밝힌다.' 그리고 '향도자'라는 표현도 쓰는데, 말 그대로 혁명의 앞길을 인도하는 자입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이 표현을 쓰는 대상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밖에 없습니다. 김정일, 김일성에게 사용된 것이죠. 2024년 3월에 김정은이 김주애를 데리고 온실농장 준공식에 갔습니다. 이것이 대대적으로 북한에서 보도되었는데, 기사 내용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고 복수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은 김주애를 포함해서 '향도'에 집어넣었다고 해석해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국정원은 이런 표현이 들어간 것이 사실상 후계자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은 그만큼 이런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고, 그런 면에서 수령에게 붙일 수 있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것은 이전보다 김주애가 후계자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여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과연 김주애라는 호칭 앞에 어떤 종류의 수식어가 붙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 혹시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북한 공식 매체에서 아직도 한 번도 '김주애'라는 공식 이름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대신 어떻게 호칭되었냐면, 처음에는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나왔습니다. 그 앞에 '김주애'라는 이름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담으로 김주애라는 이름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데니스 로드먼이 김정은과 이설주를 만났을 때, 이설주가 딸이 하나 있고 이름이 '주애'라고 이야기해서 알려진 것입니다. 그 후에 데니스 로드먼이 영국의 가디언지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왔거든요.
김주애 후계자 지명의 도전 과제
아시다시피 데니스 로드먼은 미국 사람이고 한국말을 못 합니다. 그래서 정말 정확하게 들은 건지 정확히 모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확실히 김주애를 후계자로 세웠다면 언젠가는 '김주애'라는 이름이 정확히 나오고, 그 앞에 수령을 지칭하는 호칭이 붙으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역시 과정 중에 있고, 가능성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아까 처음 질문한 것이죠. 김주애를 후계자로 삼는다면 북한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성 수령이 가능할 것인가?'입니다. 북한은 여전히 유교적인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남성 중심의 사회입니다. 북한 고위층에 여성이 없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최근 현상으로 북한 외무상을 맡고 있는 최선희 정도가 눈에 띄는 인물이고, 지금도 그렇고 이전에도 높은 지위에 올라간 여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유격대 국가라고 부릅니다. 동경대 와다 하루키 교수가 처음 북한을 유격대 국가라고 부르는 건데요, 이런 겁니다. 1930년대에 김일성이 빨치산 투쟁을 했습니다. 김일성이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것은 맞습니다. 물론 '천부 전투' 같은 경우에 말도 안 되게 과장되었지만, 어쨌든 싸운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은 1930년대 김일성의 빨치산 투쟁을 지금까지도 하나의 서사로 만들어서 활용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떤 핵심이 들어가 있냐면, 김일성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빨치산 투쟁을 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자를 물리쳐 한반도를 독립시켰고, 그 후에는 빨치산 전통을 이어받아 미 제국주의자를 상대로 싸워 6.25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또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 제국주의자와 한국 괴뢰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두 세대 이상 넘어갔음에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재교육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에 '아, 이게 정말 말이 되느냐?'라고 하겠지만, 말이 됩니다. 2023년 2월 8일 날 북한이 열병식을 했는데, 그 열병식에 빨치산 상징 종대가 제일 앞에 섰습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거죠. '1930년대의 빨치산 투쟁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정통성 있는 국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우리보다 잘 산다. 그렇지만 그들은 미 제국주의자의 발밑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고, 우리는 경제적으로 좀 어려울지 몰라도 훨씬 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북한 주민들에게 교육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주입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은 1930년대의 서사가 그만큼 중요하고, 그래서 여기서 파생된 개념인데요, 빨치산이란 것은 가족 개념입니다. 빨치산 투쟁을 하면서 가족들이 다 같이 먹고 살면서 군사적인 활동을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여성과 가족들이고, 훨씬 더 군사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치고 빠지는 식의 기동전이 가능합니다. 언제든지 자신들의 거주지를 옮겨 가야 하고, 그렇다면 지도자가 빨치산들을 살리는 그런 핵심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 잘 아시는 '어버이 수령'이라는 이야기가 거기서 나옵니다. 어버이가 인민 전체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이끌어 준다는 그 개념이 여전히 유효한 가정 국가입니다. 또 유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무엇일까요? 유교는 전통적으로 충과 효를 강조합니다. 충성과 효도. 충과 효는 북한 체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충이라는 것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에 충성한다는 것이고, 효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과 동일시되는 수령을 받든다는 그런 의미가 있는 거죠. 또 유교의 특징 중 하나가 매우 보수적이고 관념을 중시하며 물질적인 실용을 배격합니다. 이 표현 자체가 북한한테 딱 들어맞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은 지금도 대규모 매스 게임을 하면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 그것은 그만큼 유교의 전통을 갖고 있고, 자신들은 바깥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빨치산과 가족 국가를 이어받았지만, 여전히 북한 체제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업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내려오는 1인 지배 체제, 특히 세습 정권의 숙명 같은 것입니다. 물론 그 체제의 정통성은 김일성으로부터 내려오긴 하지만, 김정일, 김정은으로 내려오면서 자신의 업적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체제가 유지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어쨌든 김정일 같은 경우에는 나름대로 자기가 뭔가를 했다는 것이죠. 비밀성을 건국의 시조로 삼은 것은 맞긴 합니다만, 김정일 시기에는 탈냉전이 되었고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체제에 큰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김정일이 '우리식 사회주의'와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통해서 돌파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현재도 존속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이것이 김정일의 업적이고, 김정은의 업적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충분히 봤습니다. 바로 핵입니다. 그들의 표현을 쓴다면 핵무력입니다. 핵을 사용해서 어떻게 보면 자기 할아버지처럼 빨치산 투쟁을 하며 피곤하게 이리저리 싸우고 도망다닐 필요도 없이, 핵이라는 절대 복음을 갖고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을 보호할뿐만 아니라 후대까지 보호하고 보존할 수 있는 그런 엄청난 업적을 냈다고 그렇게 선전합니다. 김주애의 경우는 과연 가능할까요? 과연 여성으로서 이 군사 투쟁의 상징성을 그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또 하나는 가족 국가로 대변되는 '어버이' 이미지입니다. 이것이 좀 중성적입니다. 아버지의 개념이 '어버이'로 확장된 상황에서 여성으로서 그 상징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까? 말씀드린 유교적 전통과 합쳐져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이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만약 정말 김정은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삼는다면, 제가 말씀드린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합니다. 빨치산 전통에 여성의 역할을 집어넣어야 되는 것이고요, '어버이' 이미지에 여성의 이미지를 집어넣어야 되는 거고, 유교 국가의 전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 오는데, 북한이 지난 70여 년간 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서사마저도 바뀐다면 북한 체제가 어떻게 될지, 이것은 김정은 앞에 있는 굉장히 큰 숙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북한 체제의 근본적 도전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이 통일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통일 포기 선언에 어떤 정통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 설명을 못 해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같이 북한의 핵심 매체에서 보통은 이렇게 노선 전환이 되면 자세하게 나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서 대외 선전을 할뿐만 아니라 자신들 북한 주민들을 교육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들이 전혀 없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정말 김주애를 후계자로 삼는다면, 빨치산의 전통, '어버이'의 상징성, 유교 국가의 전통 이것들을 다 뒤집는 행위가 되는데, 어떻게 설명해 낼 것이냐? 저는 만약 그 선택을 한다면 김정은으로서는 또다시 굉장히 큰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말씀드린 극장 국가로서의 북한이 더 이상 과연 그 영화를 제대로 상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박한수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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