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중국-필리핀 해양분쟁 격화: 지정학 리스크 분석
총괄 요약
중국은 스카버러 숄에 설정한 '자연보호구역'을 통해 국제법 위반 시비를 우회하면서 필리핀 어민의 접근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는 2016년 헤이그 중재판정으로 '역사적 권리' 논리가 국제법적 근거를 상실한 이후 중국이 택한 우회적 실효 지배 전략이다. 미국은 성명 수준의 비판에 그치고 있어 중국 측의 '말뿐인 지지' 프레이밍에 취약하며, 아세안은 회원국 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집단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전개는 저강도 소모전이 지속되는 기본 시나리오의 확률이 가장 높으며, 2025년 8월 해경-해군 충돌 사례처럼 강압 수단 운용 과정의 우발적 확전 리스크는 상존한다.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대규모 해상 물동량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기업은 항로 리스크 프리미엄 및 어업·해운 부문 파급 효과를 상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I. 이슈 상황분석
남중국해 중국-필리핀 해양분쟁 격화: 상황분석
1. 배경 및 경과
스카버러 숄(중국명 황옌다오)은 루손섬 서쪽 240km 지점에 위치한 산호초 지형이다[7]. 중국 본토로부터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7]. 이 암초를 두고 중국과 필리핀이 오랫동안 영유권을 다퉈왔다.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필리핀이 제기한 소송에서 중국의 '구단선' 주장에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10][12]. 재판부는 스프래틀리 군도의 어떠한 지형물도 배타적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고 판시했다[2]. 중국은 이 판결을 "무효이며 구속력이 없다"고 규정하며 수용을 거부했다[5]. 판결 직후 중국은 대규모 해상 군사훈련으로 반발했다[5]. 그럼에도 '책임 대국'을 자처해온 중국이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라는 이미지 손상을 입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5].
이후 남중국해 정세는 판결과 무관하게 실력 대결 양상으로 전개됐다. 2024년 6월 세컨드 토마스 숄 인근에서 중국 해경이 흉기를 소지하고 필리핀 선박에 승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6]. 2025년 4월에는 중국 해경이 스프래틀리 군도의 무인 사주 샌디 케이에 상륙해 오성홍기를 게양했다[16]. 이는 중국이 10여 년 만에 무인 지형물에 대한 공식적·현장적 주권 주장에 나선 사례로, 해상 권리 다툼 중심이던 분쟁이 다시 육상 지형물 확보 경쟁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16]. 2025년 8월 11일에는 스카버러 숄 해역에서 필리핀 해경 작전을 저지하던 중국 해경선과 해군 구축함이 충돌해 해경 요원 2명이 사망했다[14][15]. 중국은 사고를 공식 인정하지 않았으나 최근 이들을 '순직자'로 추서했다[14][15].
2. 현재 상황
2026년 8월 8일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스카버러 숄 주변에서 필리핀 어민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1]. 국무부는 중국이 '의심스러운' 환경 논리를 내세워 영유권 주장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7]. 중국이 설정한 '황옌다오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이 그 대상이다[9].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를 정면 반박했다. 필리핀의 '과대 선전'에 편승한 미국이 황옌다오 자연보호구역을 '불안정 조성'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9]. 중국 측 전문가는 워싱턴이 마닐라의 지역 평화 교란을 부추기면서 정작 실질적 지원 없이 공허한 언사만 제공해 역내 긴장을 오히려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9]. 이는 미국의 개입이 '말뿐인 지지'에 그친다는 점을 부각해 필리핀의 대중(對中) 강경 노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프레이밍이다.
군사적으로는 2026년 8월 1일 인민해방군 남부전구가 스카버러 숄 해역에서 해군·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했다[11]. 중국은 필리핀이 유엔에 남중국해 해저 권리 확장을 위한 해도를 제출한 것을 문제 삼아, 이를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11]. 현지에서는 스카버러 숄뿐 아니라 팍아사(중국명 티투) 섬 주변에서도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어민 조지프씨는 티투섬 인근 자신의 평소 어장에서 사방 수평선에 중국 해경선과 인민해방군 해군 함정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전했다[4]. 현지 취재진과 전문가들은 필리핀이 실효 지배 중인 지형물마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4].
역내 다자기구 차원의 대응은 사실상 공전 중이다. ASEAN은 외교장관회의 기간 중 중국-필리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했음에도 최근 해상 사건에 대한 공동성명조차 도출하지 못했다[3]. 이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ASEAN의 합의 도출 능력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시킨 사례다[3].
필리핀 국내에서는 이 사안이 교육 정책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하원 의원들이 남중국해 관련 표준 교육자료를 교육부와 고등교육위원회가 개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13]. 친베이징 성향 서술을 견제하려는 취지이나, 무엇이 '진실을 가르치는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13].
3. 주요 행위자 및 입장
필리핀은 스카버러 숄과 팍아사섬에 대한 실효적 접근권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어민의 생계와 결부된 조업권 문제이자, 2016년 중재판정이라는 법적 자산을 실질적 지배로 전환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유엔에 해저 권리 확장 해도를 제출한 것[11], 국내 교육 입법을 통한 여론 기반 다지기[13] 등은 국제법적·국내정치적 정당성을 동시에 축적하려는 다층 전략으로 읽힌다.
중국은 '황옌다오 자연보호구역' 설정을 통해 환경 관리라는 명분으로 실효 지배를 제도화하려 한다[9]. 미국의 비판에 대해서는 "공허한 언사"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며, 필리핀의 대미 밀착이 오히려 지역 불안정을 자초한다는 프레임을 구사하고 있다[9]. 동시에 해군·공군 합동훈련과 해경 상시 배치를 통해 현장에서의 실력 우위를 과시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11][4].
미국은 영유권 분쟁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항행의 자유와 동맹국 지원을 명분으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해왔다[2]. 이번 국무부 성명도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중국 측은 이러한 개입이 실질적 안전보장 없는 '구두 지지'에 그친다고 지적하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9].
ASEAN은 역내 당사국 다수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회원국 간 대중 입장 차로 인해 유의미한 공동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3]. 이는 남중국해 문제의 다자적 관리가 사실상 개별 당사국 간 양자 대치와 미중 경쟁 구도로 흡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핵심 쟁점
첫째, '자연보호구역' 설정이 국제해양법상 어업권 제한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미국은 이를 영유권 주장의 우회적 수단으로 규정한다[1][7]. 중국은 환경 관리라는 주권적 권한 행사로 정당화한다[9].
둘째, 2016년 중재판정의 실효성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법적 판정과 현장의 실력 지배 사이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은 채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10][12][5].
셋째, 육상 지형물 확보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다. 샌디 케이 사례에서 보듯[16], 분쟁의 초점이 해상 권리에서 물리적 지형물 점거로 이동할 경우 우발적 충돌 위험은 한층 커진다.
넷째, 우발적 군사 충돌의 상시화 위험이다. 2025년 8월 해경-해군 함정 충돌 사망 사고[14][15]는 현장 긴장이 이미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다섯째, ASEAN의 제도적 무력함이 분쟁 관리 공백을 키우고 있다[3]. 다자 중재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쟁은 미중 전략 경쟁의 하위 변수로 흡수될 소지가 크다.
II. 이슈 심층분석
남중국해 중국-필리핀 해양분쟁 격화: 심층분석
1. 근본 원인 분석
이번 분쟁의 표면적 계기는 중국의 '자연보호구역' 설정이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갈등이 아니라 기존 영유권 분쟁의 변형된 표현 방식이다. 중국은 스카버러 숄에 '황옌다오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을 설정했다[9]. 환경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 효과는 필리핀 어민의 접근 제한이다[1]. 미 국무부는 이를 "의심스러운 환경 논리"를 앞세운 영유권 주장의 새로운 수법으로 규정했다[7].
이런 방식의 근본 배경에는 2016년 헤이그 중재재판소 판결이 있다. 재판부는 스프래틀리 군도의 어떠한 지형물도 배타적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향유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10][12]. 중국의 '구단선' 주장 자체가 국제법적 근거를 상실한 것이다[2]. 이 판결로 중국은 전통적인 '역사적 권리' 논리를 국제 무대에서 정면으로 내세우기 어려워졌다. 대신 환경보호, 어업 관리, 행정구역 설정 같은 우회적 방식으로 실효 지배를 축적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자연보호구역 지정은 국제법 위반 시비를 피하면서도 필리핀 어선의 물리적 접근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조치다.
더 깊은 원인은 스카버러 숄과 팍아사(티투) 섬이 갖는 지정학적 가치에 있다. 스카버러 숄은 어족자원이 풍부한 산호초 지형으로, 루손섬으로부터 240km 거리에 있다[7]. 중국 본토와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지리적 근접성 논리로는 중국의 주장이 취약하다[7]. 그럼에도 중국이 이 지역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남중국해 전체에 대한 통제력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 때문이다. 팍아사 섬 주변에서는 필리핀 어민이 사방에서 중국 해경 및 인민해방군 해군 함정에 둘러싸인 채 조업하는 상황이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4].
2. 구조적 맥락
정치적 구조
남중국해 분쟁은 양자 문제를 넘어 미중 패권 경쟁의 파생물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남중국해 분쟁은 직접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필리핀, 베트남 등 역내 국가 간의 분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서태평양에서 지배적 지위를 누려온 미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간의 거대한 세력 다툼이 있다"[2]. 미국은 영유권 분쟁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한다[2]. 대신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방식을 택해왔다[2].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저지하지 못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누리던 미국의 패권적 지위와 역내 국가들의 신임을 잃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2].
아세안(ASEAN)은 이 구조에서 실질적 행위자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필리핀 간 무력 충돌이 외교장관회의 기간 중 발생했음에도 아세안은 공동성명조차 도출하지 못했다[3].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남중국해 claimant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우려하는 회원국들의 소극적 태도가 겹치면서 아세안의 집단적 대응 능력은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3].
필리핀 내부적으로는 대중국 강경 여론이 제도화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하원에서는 남중국해 관련 표준화된 교육 자료를 개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13]. 이는 친베이징 성향의 서사를 견제하려는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13]. 마닐라 정치권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국내 정치의 상수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안보적 구조
스카버러 숄과 스프래틀리 군도는 어업권과 잠재적 해저자원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동시에 남중국해는 세계 해상무역의 핵심 통로로서 안보적 가치를 지닌다. 중국 해경과 인민해방군 해군의 역할 분담 구조도 주목할 부분이다. 2025년 8월 스카버러 숄 인근에서 필리핀 해경 작전을 저지하던 중국 해경선과 해군 구축함이 충돌해 해경 요원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14][15]. 해경과 해군이 동시에 동원되는 이런 작전 방식은 '회색지대 전술'의 특징을 보여준다. 정규군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군사력을 동반한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3.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 비교
2012년 스카버러 숄 사태는 현재 상황의 원형에 해당한다. 당시 중국은 필리핀과의 대치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실효 지배를 사실상 굳혔다. 이번 자연보호구역 설정은 실효 지배를 법적·행정적으로 공고화하려는 추가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2016년 판결 이후 중국의 대응 패턴도 반복되고 있다. 중국은 판결을 "무효이며, 구속력이 없고, 수용하지 않으며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했다[5]. 이번에도 미 국무부 비판 직후 인민해방군 남부전구가 스카버러 숄 해역에서 해군·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동일한 패턴이 재현됐다[11]. 국제법적 비판에 군사적 시위로 응수하는 방식이 중국의 표준적 대응 문법으로 굳어진 셈이다.
2025년 4월 샌디 케이 상륙 사건은 분쟁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는 선례다. "중국의 첫 공식적·현장적 무인 지형물 주권 주장"으로, 10여 년 만에 나타난 사례였다[16]. 이는 해상 권리를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육상 지형물에 대한 물리적 점유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16]. 자연보호구역 설정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물리적 점유나 군사적 충돌 없이도 행정적 조치만으로 실효 지배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4. 이슈 전개의 핵심 변수
첫 번째 변수는 미국의 개입 수준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영유권 분쟁에 대한 직접 개입은 자제하면서 성명과 항행의 자유 작전 수준의 대응을 유지해왔다[2]. 중국 측 전문가는 이런 방식을 "공허한 언사"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며, 실질적 지원 없는 구두 지지가 오히려 지역 긴장만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9].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실질적 안전보장 조치를 확대할지, 아니면 현재 수준의 외교적 비판에 머물지가 향후 필리핀의 대응 강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된다.
두 번째 변수는 필리핀의 국제법 활용 전략이다. 필리핀은 유엔에 남중국해 해저 권리 확장을 위한 해도를 제출했다[11]. 이는 2016년 중재재판 승소 이후 법적 수단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온 마닐라의 접근법을 잇는 조치다. 중국이 이를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군사훈련으로 응수한 만큼[11], 필리핀의 추가적인 법적·외교적 조치가 중국의 물리적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우발적 충돌의 관리 여부다. 2025년 8월 해경선과 구축함 충돌로 인한 사망자 발생 사례는[14][15], 현장에서의 물리적 대치가 이미 인명 피해를 동반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사망한 해경 요원들을 최근 '순직자'로 추서한 것은[14][15], 내부적으로 이 사건을 애국주의 서사로 소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국내 정치적 소비 방식은 향후 유사 사건 발생 시 중국이 대외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취하기 어렵게 만드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네 번째 변수는 아세안의 집단행동 가능성이다. 현재까지 아세안은 중국-필리핀 충돌에 대해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3].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른 claimant국들이 자국의 대중국 경제적 이해관계와 필리핀 지지 사이에서 계속 침묵을 선택할 경우, 필리핀은 역내 다자 프레임워크보다 미국 및 일본 등 역외 국가와의 양자·소다자 협력에 더 의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