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K 논평] 북한 헌법 명칭 개칭의 의미
편집자 주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54년 만에 단행된 북한의 헌법 명칭 변경이 가지는 대내외적 의미를 분석합니다. 저자는 헌법 명칭에서 '사회주의'가 제외된 것은 체제의 포기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국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합니다. 전 교수는 이번 헌법 개정이 북한 최고 법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원칙으로 천명한 조치라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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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4년 만의 헌법 명칭 변경
2026년 3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선거를 통해 687명의 대의원을 선출하였다. 이어 3월 22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 회의를 개최하였다. 최고인민회의의 주요 의제는 다섯 가지였다. 다섯 가지는 1. ‘국무위원장 선거’, 2. ‘국가지도기관 선거’, 3.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 선거’, 4.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 5.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국가 경제 발전 5개년계획 수행 문제’였다. 그리고 2025년 국가예산 집행의 결산과 2026년 국가 예산 문제를 다루었다.
노동당 제9차 대회로 법적 임기가 끝난 국가 기관의 책임자를 선출하고, 새롭게 구성된 최고인민회의를 운영한 책임자를 선출하는 것이었다. 노동당 제9차 대회의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을 위한 회의였다.
관심사의 하나는 ‘헌법 수정’이었다.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국가지도기관 선거와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 선거를 통해 새롭게 구성된 최고인민회의의 첫 의제였기 때문이다. 새롭게 선출된 최고인민회의 의장 조용원이 보고를 하였다. “나라와 인민의 존엄과 주권, 자주적발전을 위한 법적기초이며 정치헌장인 공화국헌법을 혁명의 새로운 발전단계의 요구에 맞게 수정보충하는것은 사회주의건설과 우리 위업의 승리적전진을 법률적으로 담보하는데서 획기적인 리정표를 세우는것으로 된다”면서 헌법 명칭 변경과 수정 보충된 내용을 해설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의 명칭 변경을 비롯한 헌법 수정 보충은 예상대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번 헌법 명칭 변경이 주목되는 이유는 무려 54년 만에 이루어진 ‘헌법 명칭’ 변경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한 나라의 최고 권위를 규정한다. 물론 북한에서 헌법의 지위는 다르다. 북한에서 헌법은 최고지도자의 이념, 노동당 규약 아래에 있다. 헌법에 따라 국가 정책이 결정되지 않는다. 최고지도자의 사상에 따라 당의 규약이 명문화되고, 당의 결정에 맞추어 헌법이 개정된다. 노동당 최고 대회인 당대회가 진행되면, 노동당 대회 결정에 맞추어 헌법이 개정되었다. 이번 헌법 수정 보충도 당대회의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 이루어진 개정이었다.
2. 헌법과 국가 정체성의 재구성
북한의 헌법이 최고지도자의 이념과 노동당의 규약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위상이 낮다고 할 수 없다. 헌법은 대외적으로 북한의 정체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적으로 논의된 국가의 성격, 권력 구성, 국가 상징 등을 대외적으로 규정한다.
북한이 처음 헌법을 제정한 것은 1948년 9월이었다. 해방과 함께 국가 준비에 들어간 북한은 국가체제를 수립하고자 하였다. 서둘러 국가의 기틀이 되는 헌법제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1947년 11월 14일 유엔에서 미국의 제안에 따라 한국임시위원단의 조직을 결정하였다. 이에 반응하여 북한은 1947년 11월 18일 북조선인민회의 제3차 회의에서 ‘조선임시헌법 제정 준비에 관한 보고’를 통해 헌법 제정에 들어갔다. 다음 날인 1947년 11월 19일에 ‘조선임시헌법 제정위원회’를 발족하고, 다음 날인 11월 20일 ‘조선임시헌법 제정위원회’ 제1차 회의를 진행했다. 1947년 12월 20일 제2차 조선임시헌법제정위원회에서 헌법 초안이 작성되었다.
그리고 1948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기 제1차 회의에서 헌법을 제정하였다. 당시 헌법의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이었다. 제1조 ‘우리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 공화국이다’라는 ‘국호(國號, 국가 이름)’를 비롯하여, 대외적으로 북한을 상징하는 국기(國旗), 대내적으로 북한의 공식 기구임을 상징하는 문양으로서의 ‘국장(國章)’을 비롯한 국가 상징을 규정하였다.
그런데, 북한은 1948년 9월 8일 헌법을 제정하였으면서도 헌법을 기념하는 ‘헌법절’은 12월 27일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헌법을 처음 공포한 1948년 7월 17일을 기념하여 ‘제헌절’로 기념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북한이 헌법의 의미를 기념하는 헌법절인 ‘12월 27일’은 1972년의 ‘12월 27일’이다. 북한은 1972년 12월 27일 최고인민회의 제5기 제1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였다. 개정의 핵심은 국가 정체성의 재규정이었다. 1948년 제1조 “우리 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였던 조항이 1972년 개정 헌법 제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이다.”로 변경하였다.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로서 정체성을 재규정하고, 대외적으로 공포한 것이다. 헌법의 명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국가 정체성을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로서 선포한 그 헌법을 기념하고자 헌법절을 12월 27일로 정하고 기념하였다. 그리고 2026년 3월 15일에 제헌 당시의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개칭한 것이다.
3. ‘두 국가’로서 남북 관계 법제화
본문헌법 명칭에서 사회주의가 빠진 것이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국제 사회에 대해 정상적인 보통 국가로의 성격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수세적인 입장에서 ‘우리 식’의 특수성을 강조하였던 것에서, 보편적인 국가로서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대내적으로는 헌법의 법적 체계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법치에 의한 통치, 공화국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정은은 2020년 6월 9일 12시를 기점으로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아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의 완전한 차단 조치를 하였다. 북한은 ‘대남사업의 대적사업 전환’을 선언하고, 남북 관계의 단절을 선언하였다. 이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대남기구를 폐지하였다. 그리고 2023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남한을 ‘우리의 주적’으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서 대남 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공식 선언하였다.
그리고 새롭게 규정된 남북 관계를 법제화할 것을 주문하였다. 2024년 1월 15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14기 제10차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법을 론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북남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립장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수불가결의 공정이라고 할수 있습니다.”고 하였다. 또한 “사회주의국가로서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령역을 합법적으로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대책”을 지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여야 한다고 봅니다. 나는 이러한 문제들을 반영하여 공화국헌법이 개정되여야 하며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주문하였다.
김정은은 2024년 시정연설에 이어 2025년 9월 14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연설에서도 변화된 남북 관계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김정은이 법적으로 재규정된 남북 관계를 명백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 근거의 하나는 대한민국헌법 때문이었다.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는 공화국헌법이 부여한 사명과 권한에 립각하여… 자기 사업을 성과적으로 진행하고있습니다”면서, 헌법의 권위를 강조하였다. 핵 보유에 대해서도 “우리의 핵보유는 국법이며 우리에게는 국법을 반드시 수호해야할 법적의무가 있습니다”고 하였다. 법 제정과 준수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남북 관계에 대한 재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조항을 상기시켰다. “리승만은 1948년 7월에 조작공포한 첫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의 령토는 조선반도와 그 부속도서로한다.》는 문구를 쪼아박음으로써 우리 국가에 가장 적대적인 태생적본성을 성문화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정권이 10여차나 바뀌고 헌법은 9차나 개정되였지만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병탄을 목표로 한 헌법의 령토조항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였다.
이번에 개정된 헌법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은이 2023년부터 강조한 국경 조항의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화국 남부국경’을 비롯하여 ‘국경’이라는 표현을 했었다. 이번 헌법 개정에는 이 부분을 규정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헌법 개정은 북한 최고의 법으로서 헌법의 위치를 공고히 한 것이며, 남북 관계가 ‘두 국가’ 관계라는 것은 헌법으로 규정된 돌이킬 수 없는 원칙으로 천명한 것이다. ■
■ 전영선_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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