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SBS 문화재단] ④ 분절화 속 공급망과 기술 네트워크의 재편
편집자 주
이현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계질서 분절화 속에서도 무역·기술·혁신 네트워크가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박사는 단절과 연결이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며, 나아가 분절화가 경제·기술 협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YouTube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zBEo7ZMNIxI
영상 스크립트
안녕하십니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이현입니다. 이번 연구 과제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이승현주 교수님께서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 경제 파트 또는 통상 파트에 대한 가치 평가를 부탁하셨습니다. 최대한 그 부분을 다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과제 기간이 길지 않았기에, 치밀한 학술적 근거에 기반하거나 특정 논문을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앞으로의 세계 질서가 어떻게 변할 것이며, 이를 어떤 이론적 프레임워크로 구조화할지에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이 프레임워크 안에서 데이터를 통해 증거 기반을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연구 과제의 핵심 키워드는 전재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경제 안보'와 '안보의 경제화'라는 두 갈래 힘이 작동하는 방향 자체를 핵심 구조로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다층적 분절화 양상
제가 파악한 것은 공급망과 디커플링, 공급망 분절화, 또는 클럽화 현상이 여러 레이어별로 다르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레이어란 일반 상품 무역, 첨단 산업 공급망, 기술 관계 및 교류, 그리고 군사 안보의 네 가지 층을 의미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저희 모두가 동의한 구조였습니다. 따라서 각 레이어별로, 제가 담당한 상품 무역, 첨단 산업 공급망, 기술 관계 및 기술 혁신 네트워크 세 가지 측면에 대해 연도별(2014년, 2018년, 2023년)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디커플링의 강도를 네트워크 연결 강도 측면에서 측정했을 때, 시간에 따른 변화와 첨단 산업, 상품 무역, 기술 혁신 네트워크 단계별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맡았던 연구 파트에 대한 설명이며, 이제 연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연구 결과는 저희가 예상했던 바와 상당 부분 일치했습니다. 첫째, 상품 무역 네트워크의 경우, 2014년 대비 2018년에 연결 강도가 약 50%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는 2014년보다 낮은 연결 강도로 회귀했습니다. 다음으로 첨단 산업 공급망을 살펴보면, 데이터 구축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으나, 저희가 정의한 기준에 따라 분석했을 때 일반 상품 무역 대비 네트워크 연결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2014년, 2018년, 2023년 모두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상품 무역 및 첨단 산업 공급망 변화 분석
첨단 산업 공급망 역시 상품 무역과 마찬가지로 2018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23년에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커플링이 레이어별로 다른 형태로 일어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혁신 네트워크를 분석하기 위해 특허 인용 네트워크를 활용했습니다. 특정 국가가 다른 국가의 특허를 얼마나 인용하는지를 바탕으로 기술 교류 및 국제 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품 무역 및 첨단 산업 공급망 네트워크와 비교했을 때 중국의 국제 관계, 즉 중국이 긴밀하게 맺고 있는 파트너 국가 수가 훨씬 적다는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기술 혁신 네트워크의 재편과 중국의 부상
2014년까지 전 세계 특허 네트워크는 거의 미국 중심의 단일 체제였으며, 일본이 미국 지식을 아시아권에 확산하는 형태로 두 개의 클럽이 형성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2018년 이후,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국가가 중국으로 변경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2023년에는 아시아 기술 클럽에서 중국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일본과 한국이 이 클럽에서 이탈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아시아의 기술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했지만, 일본과 한국은 자립하거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해석이며, 향후 검증이 필요합니다.
기술 디커플링의 잠재적 파급 효과
기술 레이어에서의 가장 큰 인사이트 중 하나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국의 기술 파트너가 상품 무역 파트너보다 훨씬 적다는 점입니다. 상품 무역 공급망에서는 중국이 미국 외에도 다양한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분야에서는 현재도 미국이 가장 중요한 기술 개발국이자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국가입니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기술 분야에서 디커플링된다면, 중국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혁신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상품 무역 공급망보다 훨씬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담당 및 편집: 임재현,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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