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 외교 균열과 EU-미국 무역 갈등: 대서양 동맹 재편의 구조적 함의와 한국의 대응 전략
총괄 요약
2026년 7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 외교관이 프랑스 대표 발언 도중 퇴장한 사건과 EU의 구글 과징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301조 조사 개시 예고는,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외교·통상·안보 세 축에서 동시에 심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갈등의 근본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을 가치 공동체가 아닌 거래적 비용-편익 관계로 재정의하는 구조적 세계관의 전환에 있으며, 단기 협상만으로는 해소가 불가능한 만성적 갈등 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이 가장 높다. 프랑스와 EU는 DMA 핵심 원칙을 수호하면서도 집행 방식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원칙 있는 유연성' 전략과 함께, 유럽 전략 자율성 강화를 통한 미국 의존도 축소를 중장기 과제로 가속화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동맹 재편 논리는 유럽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에도 동일하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은 NATO 방위비 분담 선례가 한미 방위비 협상의 기준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선제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UN 안보리의 기능적 신뢰성 저하와 다자주의 규범 체계의 약화는 글로벌 거버넌스 공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들의 외교적 불확실성을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I. 이슈 상황분석
미국-프랑스 외교 균열: 유엔 안보리 퇴장 및 EU-미국 무역 갈등
이슈 상황분석
1. 이슈 배경 및 경과
미국과 유럽 간의 관계 균열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복수의 구조적 갈등 축이 동시에 심화되면서 형성되어 왔다. 그 핵심에는 동맹의 의무를 상호주의적 거래 관계로 재정의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NATO 앙카라 정상회의(2025년 7월 7~8일)에서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에게 GDP 대비 5% 국방비 목표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유럽의 대이란 군사작전 미지원을 명시적 근거로 삼아 안보 지원 거부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미국의 동맹 관리 방식이 과거의 묵시적 안보 보장 체계에서 명시적 상호주의 원칙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공식화한 분기점이었다.[5][11]
이러한 동맹 관계의 구조적 재편 흐름 속에서 무역 갈등 역시 점층적으로 고조되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1974년 통상법 제301조(Section 301)를 새로운 법적 도구로 전환하며 대EU 통상 압박의 법적 근거를 재정비해 왔다.[2][3] EU의 디지털 시장법(DMA) 집행에 따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복적 제재가 미국 측의 불만을 누적시켜 온 가운데, EU가 2026년 7월 구글에 약 10억 달러(약 8억 9천만 유로) 규모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보복을 예고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되었다.[14][17]
외교 갈등의 또 다른 축은 유엔 인권 의제를 둘러싼 미-프랑스 간 마찰이다. 미국은 유엔 인권최고대표 폴커 튀르크의 4년 연임 재임명에 반대했으나, 프랑스를 포함한 압도적 다수의 회원국이 재임명을 지지하면서 미국의 입장은 고립되었다.[1][4] 이 투표 결과를 둘러싼 양국 간 설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전개되면서, 이미 누적된 외교적 긴장이 유엔 안보리 회의장이라는 공개적 무대 위로 분출될 조건이 형성되었다.
2. 현재 상황
2026년 7월 27일, 유엔 안보리 우크라이나 관련 회의에서 미국 외교관들이 프랑스 대표의 발언 도중 퇴장하는 이례적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측 부대사 댄 네그레아는 이 퇴장이 제네바 유엔 주재 프랑스 대표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인권 기록을 비판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프랑스 측의 행동을 "진정성 없는 과시(disingenuous grandstanding)"라고 규정했다.[7][18] 르몽드를 비롯한 프랑스 언론은 이 사건을 미국의 외교적 결례이자 대서양 동맹 관계의 공개적 균열 표출로 보도하며, 미국이 동맹국의 정당한 비판조차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1]
무역 전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주 EU의 구글 과징금 부과에 대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유럽의 저금통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즉각적인 301조 조사 개시와 상당한 수준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12][16] 이는 단순한 수사적 경고에 그치지 않고, 행정부가 실제로 EU에 대한 새로운 관세 조치를 병행 부과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되고 있다.[17] EU 측은 DMA 집행이 자국의 주권적 권한 내에 있는 정당한 경쟁 규제 행위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디지털 주권 수호와 경제적 안정이라는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서 선택적 조정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2]
이란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현재 상황의 중요한 배경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유럽 동맹국들과 사전 협의를 생략했으며, 이는 유럽 측의 강한 불만을 야기했다. 이란과의 휴전 합의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양측이 재차 교전에 나서는 등 상황이 유동적으로 전개되면서[9],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의 독단적 행동 방식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E5 국가들이 베를린 공동 입장 조율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11]
3. 주요 행위자 및 각 행위자의 입장과 이해관계
트럼프 행정부(미국)는 이번 일련의 사태에서 일관되게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엔 인권 의제에서는 자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위선적 과시'로 규정하며 외교적 항의를 공개화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무역 의제에서는 EU의 빅테크 제재를 미국 기업과 납세자에 대한 '약탈'로 프레이밍하며 301조라는 법적 도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12][16] 이는 동맹 관계를 가치 공동체가 아닌 거래적 이해관계의 집합으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빅테크 기업 보호와 무역 균형 개선이라는 실질적 목표를 추구하면서,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2]
프랑스는 이번 사태에서 유럽 내 미국 비판의 전면에 서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재임명 지지 투표와 안보리에서의 트럼프 행정부 인권 기록 비판은, 프랑스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대내외적 신호를 발신하는 동시에 유럽 내 전략적 자율성 담론을 주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프랑스 언론과 외교 당국은 미국의 안보리 퇴장을 외교 규범의 훼손으로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1][18] 한편으로 프랑스는 독일·영국 등과 함께 유럽 E5 차원의 공동 입장 조율을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하는 집단적 전략을 병행 추구하고 있다.[11]
EU 집행위원회는 DMA 집행의 정당성을 원칙적으로 수호하면서도, 미국의 301조 조사 개시와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의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용적 출구를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주권 수호와 경제적 안정이라는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서 선택적 조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를 잘 포착한다.[2] EU는 DMA의 핵심 원칙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집행 방식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원칙 있는 유연성' 전략을 통해 전면적 무역전쟁을 회피하려 한다.[2]
유엔 사무국 및 국제 인권 기구는 미국의 유엔 인권 의제 이탈 시도와 안보리 퇴장 사건을 통해 다자주의 체제의 기능적 취약성이 노출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폴커 튀르크 인권최고대표의 재임명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미국의 고립을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미국 없이도 다자 의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1][4]
4. 핵심 쟁점 정리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정리된다.
첫째, 대서양 동맹의 가치 기반 대 거래적 재편 문제다. 미국이 동맹국의 정당한 비판을 외교적 결례로 간주하고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방식은, 공동의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해온 대서양 동맹 관계의 근본 성격을 변질시키는 것으로 유럽 측은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거래적 동맹관이 구체적인 제도적 압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 강화라는 방향으로 대응 축을 이동시키고 있다.[5][11]
둘째, 디지털 경제 규범을 둘러싼 미-EU 간 구조적 갈등이다. EU의 DMA 집행과 미국 빅테크에 대한 반복적 제재는 단순한 반독점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규범 설정권을 누가 쥐느냐는 지정학적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은 이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약탈'로 규정하며 통상 보복 수단을 동원하고 있고, EU는 이를 주권적 규제 권한의 정당한 행사로 맞서고 있다.[2][3][17]
셋째, 유엔 및 다자주의 체제의 기능성 훼손 문제다. 안보리 회의 도중 동맹국 대표 발언 중 퇴장이라는 전례 없는 행동은, 유엔이라는 다자 외교 공간에서의 규범적 행동 기준을 미국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의 유엔 인권 의제 이탈 시도와 맞물려, 다자주의 체제 전반의 효율성과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선례가 되고 있다.[1][7][18]
II. 이슈 심층분석
미국-프랑스 외교 균열: 유엔 안보리 퇴장 및 EU-미국 무역 갈등
이슈 심층분석: 근본 원인, 구조적 맥락, 역사적 선례 분석
1. 이슈의 근본 원인 분석
이번 미국-프랑스 외교 균열과 EU-미국 무역 갈등의 근본 원인은 단일한 사건이나 정책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서양 동맹의 기반을 구성해 온 규범적·제도적 합의가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체계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에서 누적된 구조적 모순의 표출이다.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동맹의 성격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인식 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NATO와 대서양 파트너십을 가치 공동체가 아닌 거래적 비용-편익 관계로 재정의하고 있으며, 이 철학은 NATO 앙카라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제도 압박으로 전환되었다. "아무 혜택 없이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논리 아래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GDP 대비 5% 국방비 목표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는 동시에, 유럽의 대이란 군사작전 미지원을 명시적 근거로 삼아 안보 지원 거부 가능성을 경고했다.[11] 이는 수십 년간 묵시적 안보 보장 체계로 작동해 온 대서양 동맹의 작동 원리를 명시적 상호주의 원칙으로 대체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5]
두 번째 근본 원인은 디지털 경제 규범을 둘러싼 미국과 EU 간의 구조적 이해충돌이다. EU의 디지털 시장법(DMA)은 플랫폼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 아래 설계되었으나, 그 집행 대상이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집중되면서 미국 측은 이를 사실상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한 차별적 무역 장벽으로 인식하게 되었다.[17]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구글 과징금을 두고 "미국 기업과 납세자를 약탈하는 관행"이라고 규정하며 즉각적인 301조 조사 개시를 선언한 것은[12][16], 이 갈등이 단순한 반독점 규제 분쟁을 넘어 디지털 경제 패권을 둘러싼 규범 전쟁으로 격상되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입장에서 EU의 DMA 집행은 유럽이 자국 기업을 육성하지 못한 채 미국 기업의 성공에 무임승차하면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히며, EU의 입장에서는 자국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주권 행사다. 이 인식의 간극은 협상을 통한 단기 해소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갈등의 만성화를 예고한다.[2]
세 번째 원인은 다자주의 규범 체계에 대한 미국의 이탈 의지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재임명 투표에서 미국이 고립된 것은 단순한 외교적 패배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인권 규범 체계 자체를 자국 이익에 반하는 구조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장에서 동맹국 프랑스의 발언 도중 퇴장한 것은 이 이탈 의지가 외교적 결례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표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1][7] 이란 전쟁 관련 유럽과의 사전 협의 부재, 그린란드 문제 등 복합적 갈등 요인들은 이 근본적 인식 차이 위에 쌓인 개별 마찰들이다.
2. 구조적 맥락
정치적 구조
정치적 차원에서 이번 갈등은 미국 국내 정치의 구조적 변화가 대외 정책으로 직접 투영되는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외교 노선은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국 내 제조업 기반 유권자층의 반세계화 정서와 빅테크 기업 보호라는 경제 민족주의적 요구가 결합된 정치적 연합의 산물이다. 이 연합의 논리 안에서 EU의 미국 기업 제재는 유럽이 미국의 경제적 성공에 무임승차하면서 미국의 부를 수탈한다는 서사로 재구성되며, 이는 트럼프 지지층에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로 작동한다.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마크롱 정부가 유럽 전략 자율성 강화를 핵심 외교 노선으로 추구해 온 맥락이 중요하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E5 국가들이 베를린 공동 입장 조율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11], 미국의 거래적 동맹관에 대한 유럽의 집단적 대응이 이미 제도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프랑스가 유엔 안보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권 기록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 맥락에서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유럽이 미국과의 가치 동맹 관계에서 독자적 입장을 천명하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경제적 구조
경제적 차원에서 이번 갈등의 핵심은 미국이 대EU 통상 압박의 법적 도구를 상호관세에서 Section 301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1974년 통상법 제301조를 새로운 법적 근거로 활용하며 협상 레버리지를 유지하고 있다.[2][3] Section 301은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조사를 개시하고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데, 이 도구의 활용은 단순한 관세 분쟁을 넘어 디지털 경제 규범, 기후 정책, 안보 동맹이라는 세 개의 구조적 균열이 동시에 심화되는 복합 위기 국면을 형성하고 있다.[2]
EU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주권 수호와 경제적 안정이라는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서 선택적 조정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DMA의 핵심 원칙을 포기할 경우 유럽의 디지털 주권 담론 자체가 붕괴되지만, 미국의 무역 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구조적 딜레마는 EU가 "원칙 있는 유연성"을 추구하되, DMA 핵심 원칙은 수호하면서 집행 방식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구성하게 만들고 있다.[2]
안보적 구조
안보적 차원에서 이번 갈등은 미국의 전략적 자원 재배치 의도와 맞닿아 있다.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의 방위 부담 증가를 압박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 분담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방위 부담 흡수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전략적 자원을 인도-태평양으로 재집중하여 대중국 억제 구도를 강화하려는 대전략적 계산과 연결되어 있다.[5] 이란 전쟁을 둘러싼 유럽과의 사전 협의 부재는 이 구조적 재편 과정에서 미국이 유럽의 동의나 참여를 전제로 하지 않는 독자적 안보 행동 노선을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6][9]
NATO 앙카라 정상회의에서 32개국 전원이 GDP 2% 방위비 목표를 달성하고 "더 강한 NATO 속 더 강한 유럽" 슬로건이 채택된 것은, 미국의 NATO 역할 축소가 트럼프 개인 성향이 아닌 구조적·불가역적 전환임을 공식화한 것이다.[15] 이 안보 구조의 재편은 유럽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독자적 방위 역량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속화되는 동시에, 미국에 대한 정치적·외교적 종속성도 함께 약화시키는 이중 효과를 낳고 있다. 프랑스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인권 기록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안보 자율성의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3. 역사적 선례 및 유사 사례 비교
대서양 동맹 내 미국과 유럽 간의 공개적 균열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갈등은 과거의 유사 사례들과 비교할 때 그 성격과 심도에서 질적으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가장 직접적인 역사적 선례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미국-프랑스 갈등이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며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미국은 프랑스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올드 유럽"이라는 표현으로 공개 비하하는 등 동맹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그러나 당시의 갈등은 특정 군사 개입에 대한 정책 이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동맹의 기본 가치와 제도적 틀 자체에 대한 이견은 아니었다. 갈등은 이라크 전쟁 이후 비교적 빠르게 봉합되었고, 대서양 동맹의 규범적 기반은 유지되었다.
이에 반해 현재의 갈등은 동맹의 성격 자체, 즉 가치 공동체 대 거래적 파트너십이라는 근본적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2003년 사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인권 비판에 유엔 안보리 퇴장이라는 외교적 결례로 대응한 것은, 가치 동맹의 규범적 틀 안에서 이견을 관리하던 과거의 방식과 단절을 선언하는 행위다.
무역 갈등의 역사적 선례로는 1980년대 미-일 무역 마찰이 참고가 된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반도체, 자동차 등에 대해 301조를 활용한 보복 관세와 자발적 수출 규제(VER) 협상을 병행하며 무역 불균형 해소를 압박했다. 이 사례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서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강압적 통상 수단을 주저 없이 활용한다는 역사적 패턴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의 미-EU 디지털 무역 갈등은 단순한 상품 무역 불균형을 넘어 디지털 경제 규범, 데이터 주권, 플랫폼 경쟁 질서라는 21세기적 의제를 포함하고 있어, 1980년대 미-일 갈등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또한 트럼프 1기(2017~2021년)의 대EU 무역 갈등도 중요한 선례다. 당시에도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에어버스-보잉 보조금 분쟁 등을 통해 미-EU 무역 갈등이 고조되었으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상당 부분 봉합되었다. 트럼프 2기의 갈등이 1기와 다른 점은,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라는 법적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Section 301이라는 새로운 법적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과[2][3], 디지털 규범 갈등이 훨씬 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미국 퇴장 사례는 냉전 시기 소련의 안보리 보이콧(1950년)을 연상시키지만, 동맹국의 발언 도중 퇴장한 사례는 현대 외교사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이 다자 외교 무대에서 동맹국과의 공개적 대립을 감수하는 새로운 외교 행태를 정착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4. 이슈 전개의 핵심 변수
향후 이슈 전개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크게 네 가지로 식별된다.
첫째, EU의 대미 협상 전략 결집 여부다. EU 내부에서 디지털 주권 수호와 경제적 안정 사이의 입장 차이가 얼마나 빠르게 조율되느냐가 결정적이다. EU가 "원칙 있는 유연성"을 실제로 구현하여 DMA 핵심 원칙을 수호하면서도 미국이 수용 가능한 타협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면 갈등의 확산을 제한할 수 있지만[2], EU 내부 이견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분열 전략에 취약해질 수 있다.
둘째, Section 301 조사의 실제 집행 속도와 범위다. 트럼프 대통령의 301조 조사 개시 선언이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지는 속도와 그 대상 범위는 갈등의 온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미국이 구글 과징금 사안에만 집중하느냐, 아니면 애플, 아마존, 메타에 대한 EU의 과거 제재 전체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조사로 확대하느냐에 따라 협상 공간의 크기가 달라진다.[3][17]
셋째, 프랑스와 유럽의 외교적 대응 강도다. 프랑스가 유엔 안보리 퇴장 사건을 계기로 유럽 전략 자율성 담론을 더욱 강화하고 독일, 영국 등과의 공동 대응 체계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미-유럽 갈등은 개별 사안별 마찰에서 구조적 진영화로 전환될 수 있다. 반면 프랑스가 실용적 관계 관리를 우선하여 갈등을 봉합하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이번 사건은 일시적 외교 충돌로 관리될 수 있다.
넷째,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방향과 이란 정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한 미국과 유럽은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으며, 이는 갈등이 전면적 결별로 치닫는 것을 억제하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란을 둘러싼 미-유럽 간 사전 협의 부재가 반복될 경우[6][9], 안보 협력의 실질적 내용이 공동화되면서 동맹의 형식은 유지되되 실질은 공동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EU 무역 갈등과 안보 균열이 상호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경우, 대서양 동맹의 구조적 장기 균열은 단순한 갈등의 만성화를 넘어 새로운 국제 질서 재편의 기점이 될 수 있다.[2][5]
이 보고서는 EAI 연구원의 기획에 따라 AI 기반의 정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EAI 연구원이 최종 작성한 심층분석 보고서입니다.